〈 530화 〉 복귀 기념 파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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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의 부축을 받고 들어간 레이시는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고, 엘라는 곤히 자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레이시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전에는 실컷 봤었던 모습이지만, 다시는 눈에 담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모습.
하지만 지금은 손에 닿는 곳에 있는 모습.
엘라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레이시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이 닿자 간지러운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자기 머리를 받쳐주는 엘라의 손에 머리를 기대고 다시 새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엘라는 다시금 레이시의 입술을 간지럽히면서 레이시의 반응을 살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잠에서 깨면서 가볍게 앙탈을 부렸다.
“으응, 이이도 차아암~. 키스하고 싶어요?”
“읏…….”
“에헤헤, 졸린데 자꾸 깨우기나 하구…….”
엘라의 손바닥에 입을 맞추면서 힐끗 쳐다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눈길에 움찔 떨면서 어색하게 웃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웃음에 팔을 벌리면서 안기라는 듯 눈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엘라는 우물쭈물 망설이다가 레이시를 껴안으면서 레이시의 옆자리에 누웠고, 레이시는 엘라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오랜만에 느끼는 온기라면서 헤실 웃었다.
“으으으…….”
“얼마나 그리웠다구요.”
“나도 그리웠어.”
“에헤헤, 그래요? 기뻐요.”
레이시의 웃음에 잠시 멈칫거리다가 자기도 환하게 웃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를 껴안고 느껴지는 온기에 위안을 얻으면서 레이시에게 뺨을 비볐고, 레이시는 엘라의 애교를 받아주다가 가볍게 입을 맞추면서 다시 눈을 감았다.
엘라의 체온이 옆에 있어서인지 야영할 때와 다르게 완전히 마음을 놓고 푹 잠드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방문 너머로 그 모습을 빼꼼 쳐다보다가 레이시가 완전히 잠들어 미동도 하지 않자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뒤에 누워 레이시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채 자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그런 그들의 모습에 작게 웃다가 에일렌에게 에일렌은 저기에 안 어울리는 거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에일렌은 얼굴을 붉히면서 다른 엄마들이 있는데 자기가 어떻게 저 자리에 끼냐면서 투덜거렸고, 미스트는 에일렌의 대답에 작게 웃다가 내일 같이 낮잠이라도 자자고 말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말에 에일렌은 미스트를 가만히 쳐다보면서 미스트는 자기를 레이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지 않냐며 가볍게 투덜거렸고, 미스트는 에일렌의 말에 자기는 에일렌이 늘 말하는 대로 과거가 있어서 그렇게 말하지는 못하겠다고 말했다.
캘러미티 가문은 좋은 개체가 있으면 그를 자신의 자식과도 몇 번이나 교배한 가문이니까.
하지만 에일렌을 이렇게 놀리고 견제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레이시의 마음에는 더 이상의 자리가 없거든요.”
더 이상 경쟁자가 늘어날 수 없으니까.
레이시는 이미 자기들을 사랑해주느라 마음의 여유분이 없다.
거기에서 에일렌이 억지로 들어가려다가 상처를 입는 걸 볼 바에는 자기가 악역을 하는 게 낫고 그래서 에일렌에게 포기하라고 말하는 거다.
미스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에일렌은 미스트의 말에 눈을 찌푸리다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그게 마음대로 되면 이러고 있겠냐고 미스트를 노려봤다.
그러자 미스트는 내일은 축제가 있을 테니 에일렌이 레이시를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고, 에일렌은 미스트의 양보에 우물쭈물거리다가 작게 고맙다고 말한 다음 방으로 돌아가 내일 있을 일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아마 귀족들이 달려들겠지?
죽은 줄 알았던 영웅이 살아돌아왔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빅뉴스이지만, 그런 영웅을 어느 가문에서 모시고 있다는 소문이 들면 그것만으로 가문의 격이 올라가고, 심지어 그렇게 모셔서 엄마들이 웃고 지낸다?
그러면 그날로 직위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겠지.
물론 레이시가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귀족들이 누구인가?
쓸모 있는 짓은 거의 안하면서 쓸데없는 곳에 온갖 노력을 하는 쓰레기들 아닌가?
아마 레이시에게 달려들겠지.
그렇게 생각한 에일렌은 자기 마망을 위해서라도 내일은 단단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잠에 들었고,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씻고 혼자서 옷을 갈아입었다.
“후우우.”
잘 입지 않는 정장을 입고 숨을 깊게 내쉬는 에일렌.
에일렌은 한참을 마음을 다잡고 레이시가 잠든 방으로 들어갔지만, 방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 모습에 당황한 에일렌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레이시를 찾기 시작했다.
“레이시는 지금 축사에 있어요.”
“아, 맞아. 고마워요, 미스트 엄마.”
“뭘요.”
그러고 보니까 마망은 매일 새벽에 애완동물들을 돌봤었지.
에일렌은 그렇게 생각하며 코코가 자는 축사에 들어갔고, 이내 청소를 끝내고 작업복을 벗고 있는 레이시를 발견하고는 손을 내밀었다.
“마망, 오늘 연회에 나가야 하니까 얼른 씻고 나와요.”
“으으응, 금방 나가야 해요?”
“네, 아마 점심에 나가야 하니까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거예요.”
“고마워요.”
에일렌의 이마에 입을 맞추면서 배시시 웃는 레이시.
레이시는 에일렌은 준비 다 했냐고 물어보다가 저택으로 돌아가 씻기 시작했고, 에일렌은 문 앞에 옷을 가져다 놓은 다음 준비해서 나오라고 말한 다음 엘라에게 갔다.
“엄마. 엄마는 준비 안 해?”
“이대로 갈 건데? 문제 있어?”
“엄마가 그렇게 안 차려 입으면 마망도 안 차려 입은 것처럼 보일 거잖아. 빨리 차려 입어.”
“……거기에 있는 인간들 중에 그렇게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새끼는 없는데?”
“있어! 아무튼 있으니까 제대로 차려 입어!”
“에휴, 알았어.”
에일렌의 잔소리에 귀를 막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옷을 갈아입는 엘라.
에일렌은 대체 레이시가 엘라의 어떤 면을 보고 반했는지 모르겠다면서 투덜거리다가 배달부가 전해준 참석자 명단을 보고 혀를 찼다.
4대 귀족 가문은 전부 참석하는 게 당연하긴 하지만, 이렇게 많이 올 필요가 있나?
그것보다 그동안에 회의에 참석하라고 말해도 한 번도 안 오던 인간들이 참석을 하겠다고?
대충 봐도 속이 보이는 그들의 행태에 에일렌은 헛웃음을 들이키다가 신경질적으로 참석자 명단을 책상에 던졌고, 코트를 입은 엘라는 에일렌의 행동에 피식 웃으면서 그렇게 일일이 신경 쓰면 못 버티니까 지금은 편하게 있으라고 말했다.
“……엄마는 왜 그렇게 침착해? 마망이 돌아오고 나서 하는 첫 일이니까 제대로 해야지!”
“아니, 뭐, 일을 대충 처리할 생각은 없고 아까도 말했듯 지금부터 신경질 내면 반대로 아무것도 못하게 될 테니까 침착할 수밖에 없지.”
“끄응.”
엘라의 말에 앓는 소리를 내다가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에일렌.
엘라는 옛날의 자신을 닮은 에일렌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에일렌을 껴안으면서 볼에 입을 맞췄고, 에일렌은 엘라의 행동에 밀어내면서 투덜거렸다.
“뭐하는 거야, 엄마.”
“왜, 엄마가 딸 볼에 뽀뽀도 좀 할 수 있지.”
“지금 해야 하는 일이 몇 갠데…….”
“괜찮아, 하나만 하면 나머지는 다 알아서 해결돼.”
“씨이.”
엘라의 말에 에일렌은 한참을 투덜거리다가 안 되면 두고 보자면서 으름장을 놨고, 엘라는 에일렌의 귀여운 협박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나중에 한번 보자면서 레이시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예쁘네.”
“네? 엘라도 예쁘잖아요.”
“아니, 나는 아무래도 좋고. 레이시가 예뻐.”
눈웃음을 지으면서 레이시를 껴안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포옹에 배시시 웃다가 엘라의 허리를 끌어안고 입을 맞췄고, 엘라는 눈을 힐끗 돌리더니 문을 닫고 레이시의 뺨을 잡고 레이시의 입에 혀를 집어넣었다.
“후읍…….”
오랜만이라 그런지 살짝 놀란 듯 부르르 떠는 레이시.
하지만 놀라는 게 끝나자 레이시는 기다렸다는 듯 엘라의 혀를 받아들이면서 눈을 감았고, 엘라는 레이시가 눈을 감자 똑같이 눈을 감으면서 열심히 혀를 섞기 시작했다.
“하웁, 읍, 으읍…….”
입을 벌렸다가 오므리며 입술을 깨물고 부비적거리는 두 사람.
그러다가 점점 숨이 막혀오자 천천히 눈을 뜨면서 시선을 마주쳤고, 이내 서로의 눈동자에 담긴 감정에 뜨거운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서로 껴안았다.
“하아, 하아…….”
“레이시, 그게, 오늘……..”
“으, 으읏. 죄송해요.”
“누구랑 먼저 약속 잡았어?”
“그, 네……. 에헤헷.”
“미네르바?”
“네, 미네르바에요.”
“으응, 미네르바라면 어쩔 수 없지. 츄읏……, 쯉, 쮸브읍~.”
“하웅, 응흐으응~.”
레이시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 아쉬움을 덜어내듯 입을 맞추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입맞춤에 부르르 떨다가 다른 사람이 걸어오는 소리에 입을 떼고 배시시 웃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웃음에 똑같이 웃다가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다.
“사랑해요, 엘라.”
“나도 사랑해.”
“쪽, 그럼 일하러 가봐요. 아, 맞아, 엘라, 궁금한 게 있는데 어째서 회의나 이런 게 아니라 연회라고 하는 건가요?”
“좋은 일이니까. 미스트가 국가기관의 검증도 받았었고, 네가 진짜라는 것도 밝혀졌으니까 굳이 회의 같은 딱딱한 행사를 열어서 딱딱하게 굴 필요는 없잖아. 차라리 연회를 열어서 기쁜 일에 축하를 받는 게 낫지. 전통적으로 그랬어.”
“그렇구나.”
“뭐, 이런 건 모르는 게 백 배, 천 배 낫지만.”
이런 걸 알기 위해서 굳이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상황을 맞이하고 싶지 않아.
이어서 나온 엘라의 말에 레이시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엘라에게 팔짱을 꼈고, 엘라는 레이시의 팔짱에 히죽 웃으면서 이런 딱딱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면서 레이시를 마차에 태웠다.
“하양이랑 다른 애들은 따로 오고 있대. 미네르바랑 같이 나간 기사들, 이틀 뒤면 온대.”
“아하하, 어제 에일렌하고 화방에 갔다가 갇혔었는데 미네르바가 구해줘서 살았어요. 건물이 좀 부서지긴 했지만요.”
“그래?”
“네, 엄청 놀랐어요. 갑자기 미네르바가 날아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되게 빨리 날아왔어요.”
“하긴 나라도 그렇게 했겠지.”
엘라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머리를 기대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어깨를 감싸주다가 마차에 에일렌과 미르, 레아가 올라타자 마차의 문을 가볍게 두들기며 신호를 줬고, 미스트는 엘라의 신호에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왕궁 안에서 왕궁 안으로 가는데 마차.
레이시는 오랜만에 느끼는 아이러니함에 소리를 죽여 웃다가 미르와 레아가 자기를 쳐다보자 두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두 사람은 뭘 좋아하냐고 물어봤다.
에일렌처럼 대화를 할 수 있는 나이에서 헤어졌다면 물어보지 않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두 사람과는 젖을 뗄까 말까 하는 사이에 헤어지고 말았었기에 그런 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
그래서 레이시는 먼저 미르를 바라보며 미르는 뭐가 좋냐고 물어봤고, 미르는 레이시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연금술이 좋다고 말했다.
“나는 칼놀이가 좋은데.”
“레아는 칼이 좋아요?”
“응! 나중에 다트하자.”
“그래요, 다음에 같이 해요. 오늘은 바빠서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요.”
레이시의 말에 꺄르륵 웃으면서 자기는 절대 안 질 거라면서 으름장을 놓는 레아.
레이시는 그런 레아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마차가 멈춰서자 창문의 커튼을 열어 밖을 바라봤고, 은근히 사람들이 많이 모인 걸 보고 한숨을 내쉬면서 마음을 다 잡았다.
“마망, 괜찮아요?”
“네, 에일렌은요?”
“저랑 얘들은 이런 거에 익숙해서 괜찮죠. 근데 마망은 그, 평민 출신이시잖아요.”
“아하하, 괜찮아요. 엘라랑 미스트랑, 미네르바가 있으니까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정 힘들면 에일렌에게 도와달라고 말할게요.”
레이시는 자기를 걱정해주는 에일렌이 대견해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엘라가 먼저 내려 손을 내밀자 엘라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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