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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528화 (528/542)

〈 528화 〉 복귀 기념 파티­1

* * *

“와아~, 화려하네요.”

야시장도 2년 만이네.

사실 2년만이 아닌 게 없긴 하지만, 레이시는 새삼스럽게 2년 만이라는 단어를 말하면서 에일렌의 손을 잡았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손을 잡고 얼굴을 붉히다가 조심스럽게 깍지를 끼고 닭꼬치를 먹자고 졸랐다.

그러자 레이시는 알겠다면서 에일렌에게 닭꼬치를 사주고 같이 나눠먹기 시작했고, 에일렌은 오랜만에 보는 레이시의 얼굴에 헤실 웃으면서 레이시를 껴안았다.

겉모습대로 귀여운 나이의 웃음.

레이시는 에일렌의 웃음에 국왕이 한 말을 떠올리고는 피식 웃으면서 에일렌을 껴안았다.

이렇게 귀여운 딸인데 뭐가 위험하다는 걸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닭꼬치를 다 먹은 다음 에일렌에게 마시고 싶은 건 없냐고 물어봤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산책을 하자고 말했다.

“저는 여기 부근 모르거든요.”

“제가 잘 알아요, 좋은 거 보여드릴게요!”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의 손을 잡는 에일렌.

레이시는 에일렌의 미소에 똑같이 웃으면서 에일렌의 뒤를 따라갔고, 에일렌은 골목길로 들어가더니 레이시의 손을 잡아끌면서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레이시와 다르게 이 골목이 익숙한지 에일렌은 망설이지 여기로 돌고 저기로 돌면서 점점 더 번화가 쪽으로 움직였고, 레이시는 밝은 쪽으로 가는 걸 보고 안심하다가 벽에 그려진 그래피티를 보고 움찔 떨었다.

혹시 에일렌이 가는 곳에 있는 사람들, 좀 질이 안 좋은 사람들인가……?

아무리 힙합이니 그래피티니 그런 문화에 익숙하고 관대한 세대로 태어났었다고는 하지만, 자기 딸이 그런 사람들과 어울린다고 하면 아무래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게 사실.

거기에다가 지구와는 다르게 이 세상은 사람을 죽이는 게 꽤 흔한 세상.

물론 막 그렇게 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었기에 레이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에일렌을 바라보며 에일렌의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그런 레이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일렌은 조금만 더 가면 된다면서 레이시를 한 건물로 데리고 갔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안내에 어색하게 웃다가 쭈뼛거리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여긴……?”

“응, 제가 산 건물이에요.”

“네?”

“엄마한테 졸라서 생일 선물로 산 거예요.”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면서 레이시를 안내하는 에일렌.

레이시는 에일렌의 뒤를 따라가며 어색하게 웃다가 여기에는 뭐가 있냐고 물어봤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말에 자기가 그린 그림들이 있다고 말했다.

“벽화 보셨어요? 제가 혼자서 그린 것들인데.”

“아, 으응. 전부 에일렌이 그렸어요? 건물 주인분들은 괜찮대요?”

“제가 주인인걸요?”

“……네?”

“빨간색 표지판 있었던 곳부터 여기까지 전부 제 골목이에요.”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를 꽉 껴안는 에일렌.

레이시는 에일렌의 말에 열심히 했다면서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칭찬에 배시시 웃더니 레이시를 꽉 끌어안고 건물 옥상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평범한 건물처럼 되어있던 1층과 2층과 다르게 층 하나가 방 하나처럼 되어 있는 3층.

레이시는 그런 방에 감탄하면서 천으로 가려놓은 물건을 보고 이게 뭐냐고 물어봤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질문에 배시시 웃으면서 보여주고 싶었던 거라면서 천을 조심스럽게 치웠다.

그러자 보이는 건 레이시를 주제로 한 그림들.

레이시는 자신이 장엄하게 표현된 커다란 그림에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가 이내 얼굴을 붉히면서 에일렌을 바라봤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시선에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를 껴안았다.

“마망은 내 영웅이니까…….”

“아, 아으응……, 그, 그렇군요. 저를 그린 거예요?”

“분위기가 좀 무거운 거 같으면 이것도 있어요!”

이번에는 평화롭게 웃고 떠드는 모습이 그려진 그림.

레이시는 확실히 분위기는 가벼워진 것 같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고 말하면서 어색하게 웃었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말에 혹시 그림을 못 그린 거냐며 시무룩하게 레이시를 바라봤다.

“아, 아니에요. 그림은 정말 멋져요. 기쁠 정도로요. 하지만 제, 제가 그림의 주인공이 되도 괜찮을까요오오…….”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피하는 레이시.

그림의 모델이 될만한 일을 했냐고 물어본다면 아무래도 아니라고 밖에 대답하지 못하는 레이시였기에 레이시는 쭈뼛거리다가 부끄러워서 그렇다면서 에일렌을 껴안았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대답에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라면 이것보다 더한 걸 받아도 된다면서 뺨을 비비적거렸다.

“국왕을 구한 마망이니까, 영웅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에에엣…….”

에일렌의 말에 멋쩍게 웃던 레이시는 이야기를 정리하기 위해서 오늘은 좋은 걸 보여줘서 고맙다며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손길에 배시시 웃다가 레이시의 품에 파고들며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했다.

엘라를 똑 닮은 애교에 레이시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여기에서 가만히 구경하면 배가 조금 고프니 먹을 거라도 사서 같이 나눠 먹지 않겠냐고 물어봤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말에 뒤늦게 깨달았다는 듯 눈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제가 사올게요! 마망은 가만히 있어요!”

“네에~, 기다릴게요.”

자기가 가진 지갑에서 지폐 2장만 남기고 전부 에일렌에게 쥐어주는 레이시.

에일렌은 레이시의 씀씀이에 눈을 깜빡이다가 레이시는 자기가 지켜줘야겠단 생각에 배시시 웃으면서 노점을 털기 시작했고, 노점에 있는 전 메뉴를 털어버린 에일렌은 자기 화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에, 에일렌 현녀님!”

“으응? 뭐야? 그러니까, 넌, 갈리아 가문 방계의…….”

“베, 베나리아 후작가의 여식, 빌마 베나리아가 에일렌 현녀님을 뵙습니다.”

“……바쁘니까 용무만 말하고 꺼져.”

“그, 정말, 레이시님께서 생환하셨습니까?”

“……마망의 이름을 그 따위로 쉽게 부르지 마라. 죽인다.”

존칭이 아닌 평대.

에일렌은 눈앞의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여식의 무례에 이를 까득이면서 마력을 끌어올렸고, 엘라의 재능을 그대로 이어받은 마력은 빌마의 몸을 그대로 짓누르기 시작했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빌마의 기사조차 그대로 뼈가 짓눌리는 느낌을 받으며 꺽꺽­거릴 수준의 마력.

당연하지만 빌마가 그것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고, 빌마는 곧바로 사죄하면서 왕궁에서 들려왔었던 이야기를 말하며 이야기의 진실 여부를 파악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고, 공주비님의 귀환을 알리는 파티가 열린다면 큰 규모로 열릴 건데 그걸 단기간에 준비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갈리아 가문의 당주 랜슬롯 갈리아 님께서…….”

“그 아저씨는 지 귀로 직접 듣고 봤으면서 지랄이야.”

혀를 차면서 짜증내는 에일렌.

에일렌은 죽었다는 사람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이해한다고는 말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레이시와 이야기하느라 바쁜 자신을 붙잡는 무례를 용서해줄 것 같았냐고 물어보며 빌마를 압박했다.

그러자 빌마는 연신 사과하다가 그렇다면 정말로 레이시가 돌아온 거냐고 물어봤고, 에일렌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손짓했다.

“바빠.”

“읏.”

마력을 순식간에 갈무리하고 손을 휘젓는 에일렌.

눈동자만 청색이었다면 엘라와 똑같다고 말할 정도로 차가운 모습에 빌마는 고개를 숙이다가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겼고, 에일렌은 빌마가 사라지자 자기를 앞질러서 어느 한 곳으로 가는 인기척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레이시의 앞에서는 사람을 압박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레이시와 같이 먹을 음식들을 상태가 나쁘게 해놓고 달려갈 수도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에일렌은 숨을 깊게 내쉬다가 이내 마력으로 음식을 고정한 다음 그대로 날아가기 시작했고, 이내 사람들을 제치면서 레이시에게 간 에일렌은 화방의 문을 닫으면서 테이블을 내려놓았다.

“여기요, 마망.”

“고마워요, 에일렌. 에헤헤……, 이것들도 오랜만이네요. 닭꼬치 빼고요.”

“네? 닭꼬치 싫어하세요?”

“아뇨, 좋아해요.하지만 여기에 오면서 노점에 들리면서 먹은 게 전부 닭꼬치라……. 아, 아하하……, 반찬 투정할 나이는 아닌데 참, 그렇죠?”

“아니에요, 엄마도 그러는 걸요.”

“에에~ 엘라가요?”

“네.”

에일렌의 말에 키득키득 웃으면서 이 이야기는 비밀로 하자고 말하는 레이시.

에일렌은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장난스럽게 웃는 레이시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레이시의 얼굴은 하나, 하나 요소를 살펴보면 결코 부드럽게 보일 수가 없었다.

뱀처럼 찢어진 눈, 차가운 녹색의 눈동자와 인간이 아니라는 증거인 뿔.

분홍빛의 입술 사이로 언뜻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은 미르와 레아의 것보다 날카롭다는 걸 집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모이고 모인 자신의 엄마는 부드러웠다.

이런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면 그야 정신이 나가겠지.

“…….”

이런 느낌이 이상하다는 건 알지만 2년 전 성벽에서 보였던 레이시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엄마라고 하지만 야차인 만큼 나이차이고 3살 정도밖에 안 나고, 야차는 유전적으로 근친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문제라고 한다면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영역뿐.

그렇게 생각한 에일렌은 진지하게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니냐면서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내 레이시가 환하게 웃으면서 음식을 먹자 얼굴을 붉히다가 고개를 크게 좌우로 저었다.

그런 생각을 한 걸 알면 마망이 날 싫어할 테니 싫다.

그렇게 생각한 에일렌은 레이시에게 계속 노점의 음식을 건네주면서 음식들이 어떤지 물어보았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질문에 너무 맛있다면서 에일렌의 뺨을 닦아주었다.

“에헤헤, 아직도 여기에 묻히네요?”

“마, 마망…….”

“후후, 귀여워라.”

“우읏……!”

레이시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피하는 에일렌.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을 마냥 귀엽다는 눈으로 쳐다보다가 에일렌은 배가 안 고픈 거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에일렌에게 타코야키를 넣어주었다.

“하웁!”

“따뜻할 때 먹어요?”

“으, 아, 알았어요, 마망.”

레이시의 애 취급에 에일렌은 샐쭉하게 입술을 내밀면서도 열심히 입을 오물거리면서 레이시가 먹여준 타코야키의 맛을 느껴보았고, 이내 적당히 달콤하고 푹신거리는 맛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결국 나는 아이인가…….

에일렌은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고 투덜거리다가 이내 레이시가 타코야키는 엘라에게도 주고 싶다면서 배시시 웃자 쓰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레이시가 돌아왔다는 거에 만족해야지.

아무래도 너무 오랫동안 마망에 대한 것만 생각하느라 정신줄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 같네.

빠르게 큰 만큼 지능도 빠르게 성장한 에일렌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음식을 나눠먹었고, 이내 화방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어떻게 빠져나갈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빌마 혼자 있었을 때야 개인이 자신에게 무례를 저질렀으니 적당히 힘으로 짓눌렀던 거지만…….

“으으으응……. 밖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그래요?”

“네? 아, 네, 마망. 곤란하네요.”

“그거라면 괜찮을 걸요?”

“네?”

“미네르바가 오고 있거든요. 엄청 빠르게.”

어색하게 웃으면서 창문을 여는 레이시.

에일렌은 그런 레이시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베란다의 난간이 굉음을 내면서 산산조각나자 당황하면서 레이시를 바라봤다.

“마망!”

“저는괜찮아요. 그나저나 너무 빨리 온 거 아닌가요? 미스트가 어제 말했다면서요.”

“하아, 하아, 주인, 주인이다……!”

“아하하, 네에, 저예요. 미네르바의 부인이에요~.”

“으으응!”

레이시를 꽉 끌어안으면서 부비적거리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자기랑 에일렌을 야시장으로 숨어들게 해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자 미네르바는 밖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더니 이내 한쪽 옆구리에 레이시와 에일렌을 껴안고 날아올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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