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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527화 (527/542)

〈 527화 〉 몰래 들어가기­4

* * *

“여기도 오랜만이네요.”

“그러게요.”

아무도 없는 왕궁의 복도.

자신의 기일을 기리기 위해서 휴일을 받았다는 미스트의 말에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다가 뭔가 미안하다면서 멋쩍게 웃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며 다들 휴일을 얻었으니 좋아할 거라고 말했다.

“살아돌아왔으니 휴일도 없어지려나요?”

“아뇨? 휴일은 국왕님이 바뀔 때까지 없어지진 않을 거예요. 휴일의 성격이 조금 변하겠죠? 애도에서 축복으로.”

“아, 아하하하…….”

미스트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역시 큰 잘못을 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레이시.

전생에서 사람이 없어졌다고 경찰하고 찾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찾던 사람이 나였던 것과 비슷한 상황.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때는 파출소 아저씨랑 시시덕거리면서 돌아다녔다면, 지금은 온 나라가 나서서 나를 찾았다는 걸까…….

레이시는 그런 생각이 들자 위가 쑤시기 시작해 어색하게 웃다가 긴장된다면서 미스트의 손을 잡았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괜찮다면서 레이시의 손에 깍지를 꼈다.

“끽해봐야 졸도하고 기절하는 수준에서 그칠 걸요?”

“그게 문제잖아요……. 세상에 시아버지를 졸도시키는 며느리가 어디에 있어요?”

“귀족 가문 사이에서는 꽤 자주 일어나는 일인데요?”

“네?”

“부모를 잡아먹는 귀족 자제가 한둘이어야죠. 레이시처럼 외가를 신경 쓰는 쪽이 드물죠.”

“에…….”

“뭐, 애초에 귀족의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요. 특히 당주는 더 심하고요. 그쪽에서는 아예 부모가 관섭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당주가 되면 국가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가문 내의 일을 전부 도맡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진다고 말하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입을 멍하니 벌리고 있다가 아무튼 자기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레이시를 도와주고 싶지만 아무래도 이미 늦은 것 같다면서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미스트를 바라보는 국왕.

국왕은 잘 됐다면서 얼른 엘라에게 술을 주라는 듯 눈빛을 주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국왕의 신호에 엘라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거구나 싶어서 싱긋 미소를 짓다가 레이시의 로브를 벗겨주었다.

“스킬로 레이시인 걸 확인했고요, 시약도 사용해서 유전자도 확인했고요.”

“……어?”

“아, 아버님……?”

“아, 뭐야. 왔어? 미안해, 조금 늦을 거 같으니까 기다려줘. 씁……, 일을 너무 크게 벌렸네. 빨리 받아가. 뭐해? 가지고 싶다면서?”

“어, 어으어…….”

“일 빨리 하라고, 씨……. 안 그래도 시간 없어 죽겠는데.”

신경질적으로 서류에 사인하는 엘라.

국왕은 그런 엘라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레이시의 얼굴을 바라본 다음 다시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국왕의 시선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자기는 말했었다면서 서류에 다시금 사인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그게, 2년 동안 마법에 갇혀 있었어요. 그러다가 빠져나왔더니 엘라랑 처음 만난 곳에 떨어져서, 그래서 열심히 돌아오긴 했는데……. 그게, 제가 죽은 걸로 되어 있어서…….”

“2, 2년이나 사라져있었고 그때 왕궁 앞에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겼어서 아가를 타겟으로 하는 특이한 마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 아하하하…….”

“아, 아니! 살아돌아왔으면 됐다! 그럼, 음, 우, 우선…….”

“사업!”

“아, 알았다.”

“쯧. 빨리 정리하자. 오늘 내로 정리하고 싶다고.”

“오, 오늘 내로?”

“왜?”

“아니, 으, 으응……, 알겠다.”

횡설수설하던 국왕을 고함 한 번으로 정리해버리는 엘라.

레이시는 그 모습에 어색하게 웃다가 너무 한 거 아니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안 그랬으면 국왕이 한동안 멍하니 있었을 거라고 말했다.

“아빠는 예상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데 예상하지 못한 이런 일은 처리하지 못하거든. 미스트랑 다르게 너무 정보를 많이 가져서 탈이지.”

“어머, 저도 놀라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고요?”

“너는 너무 기상천외한 것만 예상해서 평범하게 항복하거나 그러면 이해를 못 하잖아.”

“그야 공주님에게 시비를 걸어놓고 질 것 같으니 항복한다고 하면 너무 웃기잖아요?”

“전쟁 했었어요?”

“아니, 그걸 전쟁이라 해야하나……. 그냥 시민들을 전부 대피시킨 다음 성 하나를 지도에서 지워버렸는데? 운석 소환해서 허공에 띄워두고 최후통첩 날리니까 항복했을 뿐이야.”

“에? 정말요……?”

“응, 도스토 연맹국……. 아니, 이제 연맹도 아니지. 파로리아 왕국이지. 하여튼 블루드가 죽고 나서 장군과 검성도 죽였고 그거 때문에 나한테 시비를 거는 사람이 있었거든. 그래서 전부 처리했어. 땅은 파로리아 왕국 국왕에게 돈과 이것저것 받고 넘겨줬고.”

“그렇구나. 많은 일이 있었네요…….”

“그거 외에도 그랑메르 전투에 협력한 나라들에게 공개적으로 청구를 해둬서 그 부분도 일하고 있어. 그건 아이야트 오라버니와 슈레이 언니가 맡고 있으니까 한 번 가봐.”

내가 없는 사이에 나라가 하나 사라지다니…….

하긴 생각해보면 대규모 전쟁도 역사책에 나올 법한 일이긴 하지.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엘라가 자기를 보면서 미안하다는 듯 몇 시간이면 정리가 된다는 말에 피식 웃으면서 천천히 해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엘라의 옆에 앉았다.

그러자 곧바로 펜을 내려놓으면서 레이시에게 머리를 기대는 엘라.

엘라는 오늘 저녁에 뭐하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에일렌하고 단 둘이 데이트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야시장에 같이 가자고 했어요, 엘라가 있으면 부끄럽다면서.”

“……흐응.”

“왜요?”

“아니, 딱히…….”

“아닌 게 아닌 거 같은데요?”

“그, 으응…….”

“그거 우리 손녀의 취향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

“……네?”

“그러니까 에일렌, 여자를 좋아한단다.”

국왕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엘라와 미스트를 한 번씩 쳐다본 다음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레이시.

이미 여기에는 레즈밖에 없는 걸요?

그렇게 말하는 듯한 레이시의 모습에 국왕은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리다가 여자를 사귀는 건 괜찮다고 말하면서 문제는 다른 부분에 있다고 말했다.

“그 애는 사랑에눈 뜨기 시작한1년 전부터 너와 닮은 여자를 찾기 시작했단다.”

“……에?”

“처음에는 어미를 잃은 아이의 너를 대신할 여인을 찾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 취향이……. 하지만 알다시피 초록색 머리카락과 눈에 뿔이 났고 눈동자가 뱀처럼 쭉 찢어졌음에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가지는 사람을 찾는 게 힘들잖니. 머리카락이랑 눈은 마법으로 염색한다고 해도 그, 우리 아가의 분위기는 꽤 신기한 편이니.”

“애 취향이 그렇다는 걸 깨닫고는 참…….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내 잘못으로 여자를 찾기 시작했으니까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한숨을 내쉬면서 머리를 긁는 엘라.

미스트는 엘라와 마찬가지로 자기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고 말하며 사과하며 에일렌이 한 걸 말해주었다.

“제가 말리려고 하면 신분을 이용하면서 공주님의 과거를 들먹이더라고요.”

“에.”

“아하하하……, 으음, 그래도 레이시가 돌아왔으니 잘 될 거예요. 걔가 필요로 했던 건 레이시였으니까요.”

아마도 야시장에 단둘이서 가자고 한 것도 엘라의 앞에서는 늘 이빨을 세워서 그렇다면서 웃던 미스트는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춘 다음 시계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시선을 따라 시계를 보고 점심시간인 걸 확인하고는 오랜만에 왕궁 식당이라도 가볼까 생각했다.

하지만 미스트는 레이시에게 같이 가줄 곳이 있다면서 레이시의 손을 잡았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엘라를 힐끗 쳐다보다가 엘라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자 미스트를 따라갔다.

미스트를 따라간 곳은 커다란 수정구가 있는 방.

레이시는 사람보다 커다란 수정구에 이게 뭐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가볍게 집어먹을 수 있는 요리를 내려놓으면서 수정구에 손을 올리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레, 레이시?”

“아샤~! 에헤헤, 돌아왔어요~!”

“레이시! 진짜 레이시야!?”

“네, 진짜 레이시에요. 2년만에 돌아왔어요. 제가 늦었죠? 미안해요.”

레이시의 말에 멍하니 입을 벌리다가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젓는 돌아왔으면 됐다고 말하는 아샤.

아샤는 금방 돌아갈 테니 기다리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지금 아샤는 어디에 있냐고 물어봤다.

“별거 아냐. 사냥 중.”

“네? 뭘 사냥하고 있어요?”

“그리폰들. 3~4년에 한 번씩 토벌해야해. 그 중에서 그리폰을 길들이는 녀석들이 있다면 그런 녀석들은 비룡기사단에 들어가는 거지.”

“아하. 조심해서 다녀와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싱긋 웃으면서 아샤를 바라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아샤에게 미스트가 준 음식을 보여주면서 점심은 먹었냐고 물어봤고, 아샤는 샌드위치를 들어 보이더니 그것을 먹으면서 영상을 끊었다.

“아샤는 담백하네요.”

“네? 정말로 그렇게 보였나요?”

“네? 아니에요?”

“제가 봤을 땐…….”

발정나서 당장이라도 달려올 것처럼 보였는데.

미스트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레이시가 맛있다면서 핑거 푸드를 먹자 배시시 웃으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하긴 굳이 그런 걸 말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오늘 오후에라도 사람들 앞에서 얼굴을 보이는 게 낫겠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여러 사람들 앞에서 보이는 거냐고 물어보며 몸서리를 쳤다.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니 또 귀찮은 소문이 돌 텐데…….

어쩌면 내가 가짜라는 말을 하지는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미스트는 레이시의 생각을 읽고는 괜찮다고,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가 처리해주겠다면서 레이시를 끌어안았다.

“에헤헤…….”

“미네르바는 애들 데리고 날아오고 있대요.”

“으응, 너무 무리하지 않으면 좋겠네요.”

레이시의 대답에 배시시 웃으면서 꽉 껴안는 미스트.

상상으로 질문을 하고 돌아오지 않을 대답을 기다리는 것과 다르게 대답이 돌아오자 미스트는 너무 행복하다면서 레이시를 끌어안았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가볍게 입을 맞춘 다음 엘라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서류를 거의 다 처리했는지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우선 4공작은 다 불렀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긴장한 얼굴로 자기 옷차림이 이상하지 않냐고 물어봤다.

“괜찮아. 그런 말 하는 인간은 전부 죽이면 되니까.”

“아하하……, 미스트랑 똑같은 소리.”

엘라의 말에 머리를 기대며 웃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자기 말에 웃자 농담 아니라면서 어깨를 으쓱인 다음 자신의 명령에 불려온 귀족들에게 레이시의 생환을 알렸다.

“사, 살아돌아와서 죄송해요……?”

“아, 아닙니다!”

“무엇보다 다행입니다!”

레이시의 말에 당황한 듯하더니 이내 레이시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공작들.

엘라는 레이시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 공작들에게 레이시의 생환을 알리라고 말했고, 공작들은 엘라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밖으로 나갔다.

“후아아아……, 괜찮을까요?”

“괜찮아야지. 응.”

“아하하하. 그럼 오늘 저녁은 죄송하지만, 에일렌과 야시장에 다녀올게요.”

“으으으응…….”

레이시의 말에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눈을 찌푸리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반응에 오랜만에 만나서 떨어지고 싶지 않은 건 알겠지만, 에일렌이 어떻게 컸는지 꼭 보고 싶다면서 엘라에게 부탁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부탁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긁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 조심해서 놀다오고. 여기 돈 넉넉하게 넣어뒀으니까 마음껏 즐기고 와.”

“네. 다녀올게요.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레이시의 입맞춤에 엘라는 환하게 웃다가 저녁까지 할 일을 다시금 처리하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옆에서 엘라의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저녁이 되자 저택으로 돌아가 에일렌과의 데이트를 준비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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