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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526화 (526/542)

〈 526화 〉 몰래 들어가기­3

* * *

오랜만에 뜨거운 물에 몸을 오래 지져서 현기증을 느끼는 레이시.

그저 빠져나오면 그만인 이야기인 거 아니냐고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레이시는 엘라가 들러 붙어서 욕실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숭한 짓은 하지 않았지만, 엘라가 자꾸만 아이처럼 안긴 채 떨어지지 않아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으니까.

밀어내면 울먹거리는 바람에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저기 엘라…….”

“응?”

“머리 어지러워요. 이제 나가요. 한 시간이나 더 안아드렸잖아요. 그리고 여기에서 계속 이러고 있으면 감기 걸릴 거예요.”

그 상황 속에서 한참 고민하던 레이시는 결국 건강을 이유로 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같이 가자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레이시의 몸을 닦고 곧바로 가운을 입혀주었다.

배려라면 배려지만……, 아무래도 조금 과한 면이 없잖아 있었기에 레이시는 엘라의 배려에 쓰게 웃으면서 소파로 돌아갔다.

그러자 엘라는 술을 테이블 채로 증발시킨 다음 주방에서 음료수와 치즈를 꺼내오면서 어색하게 웃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행동에 어색하게 웃다가 치즈를 입에 물었다.

“후아아아~ 오랜만에 맛있는 거네요~.”

“그동안 뭐 먹었어?”

“가끔 마을에 들릴 때마다 빵이랑 꼬치 같은 걸 사먹었었죠. 솔직히 배는 안 고프더라고요. 엘라 보니까 엄청 배고파졌지만요.”

어색하게 웃다가 하나 더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전부 먹어도 괜찮다면서 레이시를 끌어안다가 주방으로 들어가 먹을 것들을 구해왔고, 레이시는 엘라가 들고 오는 음식을 보고 어색하게 웃다가 그렇게는 못 먹는다면서 음료를 입에 머금었다.

자신에 대한 사랑이 가득해서인지 향이 약한 음료인데도 몸이 아플 정도로 맛있는 음료수.

레이시는 그 음료수에 숨을 깊게 내쉬면서 부르르 떨었고, 엘라는 레이시가 음료수를 마시는 걸 보다가 입가에 흐르는 걸 닦아주면서 국왕에게 연락은 했냐고 물어봤다.

“아, 아뇨……? 으응, 사실 여기에 들어오는 것도 몰래 들어온 거라서요.”

“그냥 사람들에게 말하고 오지.”

“저, 여기에 오면서 일주일 넘게 제가 죽었다는 이야기만 듣고 왔거든요? 그런데 ‘사실 저 살아있었답니다~.’라고 말하면서 오면……. 그, 축제 중에 죄송하잖아요. 그것보다 미친년 취급 당할 것 같기도 하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럴 거 같지 않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하긴 누구에게 알리고 왔는지 숨기고 왔는지가 뭐가 중요하겠냐면서 레이시를 끌어안았다.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말한 엘라는 조금 진정하고 나자 미네르바와 아샤에게로 생각이 닿았고, 두 사람이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를 떠올린 엘라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두 사람 데리고 올게.”

“가까이 있어요?”

“아니, 둘 다 멀리 있어. 미네르바는 루피너스라는 성을 유지하려고 몬스터를 사냥하러 갔고, 아샤는 합동 훈련을 봐주기 위해서 갔어.”

“그렇구나. 다들 열심히 하네요.”

엘라의 설명에 배시시 웃다가 엘라의 뺨에 입을 맞추는 레이시.

엘라는 오랜만에 받는 레이시의 배웅에 눈시울을 붉히다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어 눈물을 숨기며 밖으로 나갔고, 레이시는 조용해진 저택의 풍경에 멍하니 저택 안을 바라보다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저택 안의 풍경에 배시시 웃다가 소파에서 자는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2년 전인데 언제 이렇게 큰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에일렌의 뺨을 쓰다듬자 에일렌은 자다가 말고 깼는지 에일렌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레이시는 에일렌에게 깨웠냐고 물어봤다.

“으응, 아니야, 마망. 어차피 나 잠 깊게 안 자.”

“네? 왜요?”

“그게……, 엄마가 돌아오는 걸 늘 기다렸으니까.”

“아…….”

처음 1년은 집에 제대로 붙어 있었던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에일렌.

엄마를 이해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다리는 건 너무 싫어서 잠을 안 자고 기다렸었다고 말해주었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포옹에 미안하다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에일렌은 이제 자기랑 같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말해주었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말에 에일렌을 꽉 끌어안다가 이제 그만 자자면서 다시 소파에 누워서 에일렌을 안아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레이시는 머리맡에 있는 베개를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주방에서 들리는 칼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미스트를 뒤에서 껴안았다.

“레이시. 일어났어요?”

“에헤헤, 네에. 뭐예요?”

“함박 스테이크요. 미르랑 레아 좀 깨워주시겠어요?”

“으으응…….”

“괜찮아요. 우리 아이들이잖아요?”

미스트의 말에 쭈뼛거리다가 이내 미스트의 볼에 입을 맞추고 2층으로 올라가는 레이시.

방문에 명패가 걸린 방문에 레이시는 숨을 잠시 고르다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렇게 각오하고 들어간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레이시는 침대를 두들기다가 역시 아무도 찾지 못하자 당황하면서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

“킁킁…….”

“킁킁……!”

“에?”

“익숙한 냄새네.”

“응, 익숙한 냄새야.”

“그리워.”

“아는 사람.”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갑자기 천장에서 인형이 떨어지더니 레이시의 몸을 꽉 붙잡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고, 10살쯤 되는 애들이 갑자기 매달리자 레이시는 당황하면서도 두 아이를 꽉 끌어안고 등을 미르와 레아냐고 물어봤다.

“어? 어떻게 우리 이름을 아는 거야?”

“바보 레아. 마망이잖아.”

“바보 미르, 영상은 언제나 조작할 수 있는 걸.”

“아냐! 미르의 마망 맞지?”

“아냐!레아의 마망 아니지!”

“어? 에, 그, 으응…….”

두 사람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두 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레이시.

미르와 레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마망이 아닌 거냐고 물어보면서 레이시와 눈을 마주쳤고, 레이시는 두 사람의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그것보다 왜 서로 이름을 바꿔 말하는 거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르가 왼쪽이고 레아는 오른쪽이잖아요?”

“…….”

“……와, 한 번에 파악하는 사람 우리 엄마들 말고는 처음이야!”

“어떻게 알았어?”

“냄새……? 그것보다 아무리 똑같이 생겼어도 제가 낳은 아이들인데 당연히 알죠.”

레이시가 등을 토닥여주면서 웃자 잠시 말을 멈추고 레이시를 바라보는 미르와 레아.

두 사람은 에일렌과 다르게 레이시와 함께 한 추억이 없어서 설령 레이시가 엄마들의 말처럼 살아서 돌아온다고 해도 뭔가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이렇게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런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얕은 생각인지 알 수 있었다.

이런 게 본능 속에 남은 기억이라는 걸까……?

미르와 레아는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올라오는 감각에 움찔 떨다가 레이시를 가만히 쳐다봤고, 레이시는 그런 두 사람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미스트가 요리를 하고 있으니 먹으러 가자고 말했다.

“우응?”

“응? 왜 그래요?”

“미스트 엄마 거?”

“네. 함박 스테이크래요.”

“와아앙~!”

레이시의 대답에 아래로 쪼르르 달려가는 미르와 레아.

레이시는 두 사람에게 조심해서 내려가라고 걱정하면서 두 사람의 뒤를 따라 내려갔고, 미스트는 아이들과 함께 내려오는 레이시의 모습에 환하게 웃다가 테이블에 요리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좀 많지 않나요?”

“오랜만에 레이시가 먹어준다고 생각하니까 양 조절을 못 했네요.”

어지간한 레스토랑에 가서 풀 세트를 시켜도 나오지 않을 수준의 요리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법으로 만들어졌을 요리들의 모습에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다가 자리에 앉았고, 미스트는 아이들에게 요리를 나눠준 다음 레이시의 옆에 앉아서 레이시에게 요리를 먹여주기 시작했다.

“저, 저기, 미스트으으……, 애, 애들도 있는데요……?”

“네?”

“부끄러워요.”

“빨리 먹어요.”

“우, 우으.”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아이들의 눈치를 살피는 레이시.

레이시와의 추억을 기억하는 에일렌은 예전에도 그랬으면서 뭘 꺼려하냐면서 고개를 갸웃거렸고, 미르와 레아는 에일렌의 말에 히죽 웃으면서 레이시를 계속 쳐다봤다.

……미스트, 은근히 장난기가 많았는데 이렇게 유전됐구나.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미스트가 미동도 없이 포크를 내밀자 어쩔 수 없이 포크를 입에 물었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포크를 입에 물자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의 식기를 치워버린 다음 계속해서 레이시에게 밥을 먹여주었다.

그렇게 결국 아기처럼 미스트에게 밥을 전부 떠먹여진 레이시.

레이시는 미스트의 행동에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였고, 미스트는 부끄러워하는 레이시를 보며 웃다가 레이시의 입술을 닦아주면서 그래도 괜찮지 않냐며 레이시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아읏……!?”

“마망이랑 엄마랑 뽀뽀한대.”

“푸푸풋! 얼레리꼴레리~!”

“미르, 레아. 놀리지 마, 2년만에 만났는데 뽀뽀 정도는 할 수 있지.”

에일렌의 배려에 더욱 붉어지는 레이시의 얼굴.

레이시는 미르와 레아의 웃음 소리에 몸을 베베 꼬다가 이내 애들 몰래 미스트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찔러댔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따끔거리는 손가락질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를 끌어안았다.

“오늘 수업은 어떻게 할까? 미스트 엄마.”

“으응, 오늘은 왕궁에 가야 할 거 같아서 훈련을 못 봐줄 거 같아요.”

“아……. 하긴 죽은 줄 알았던 마망이 살아서 돌아왔으니까 그런 걸 할 정신이 없겠네.”

“그럼 오늘 놀아? 언니.”

“응, 놀아, 미르.”

“와아~ 하루 종일 논다아아~!”

“너무 심하게 놀지는 말고, 저번에 장난삼아 만든 약 때문에 특수부대원들이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알지?”

“에에~ 우린 엄마가 써도 된다는 것만 썼다?”

“맞아~! 우리도 먹었는데 우리는 괜찮았는데?”

“너네랑 그 아저씨들이랑 같아? 너희는 노는 거고 아저씨는 일하는 거잖아.”

“에베베~, 몰라~!”

“맞아~! 재미있잖아아아~!”

열심히 투닥거리면서 꺄르륵 웃고 떠드는 딸들.

레이시는 딸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웃다가 이내 자기가 들은 말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약이라는 게 스스로 만들어 먹는 거냐며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질문에 어린이를 위한 포션 연금법이라는 책을 내밀어줬다.

“목소리가 변하거나 머리카락이 빛나는 물약을 만들더라고요.”

“아……. 그래서 난처하다는 거네요?”

“네. 일하는데 그러면 조금 웃기잖아요.”

“휴우우우……. 다행이다. 너무 위험한 건 만들면 안 되요.”

“……네에~.”

“알았어~. 그럼 오늘은 무지개 비눗방울 만들래.”

“아하하. 나중에 꼭 보여줘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밖으로 나가는 미르와 레아.

에일렌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저렇게 순순히 말을 따르는 모습은 처음이라며 레이시를 바라보다가 할 말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편하게 말하라며 웃었고, 에일렌은 오늘 일이 다 끝나면 야시장에 같이 가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곳이라 규모는 좀 작지만……, 괜찮을까요?”

“단 둘이 갈까요? 아니면 엘라랑 같이 갈까요?”

“마, 마망이랑 둘이서 가고 싶어요!”

“으응~ 엘라가 섭섭해 할 건데?”

“그치만 부끄러운 걸요…….”

“푸훗, 알았어요. 오늘 저녁이죠? 저희 둘이서 나가요.”

레이시의 대답에 환하게 웃는 에일렌.

레이시는 에일렌이 그럼 나중에 보자며 자리를 뜨자 배시시 웃다가 그래서 엘라는 어디에 있냐고 물어봤다.

“아마 왕궁에 계실 거예요. 레이시가 사라진 다음에 일을 꽤 많이 벌리셨거든요. 사업을 정리하고 계시지 않을까요?”

“무슨 사업을 했는데요?”

“마수 사업이랑 개인을 위해서 맞춤 제작형으로 술을 만드는 주류 사업을 하셨어요. 근데 마수 사업은 국왕님께 넘겨버리면 되고 주류 사업은 그대로 접어버리면 그만인 일이라 지금 정리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구나.”

엘라가 사업을…….

레이시는 책상에 앉아서 펜을 놀리는 엘라의 모습을 상상해보다가 이내 웃음을 터트리면서 미스트에게 엘라를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이시에게 후드가 깊은 로브를 건네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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