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525화 (525/542)

〈 525화 〉 몰래 들어가기­2

* * *

엘라는 저택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벌써 2년째……, 2번째 기일…….

“씨발.”

아니, 기일 같은 게 아니다.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고, 그래서 엘라는 몸을 망가트리는 싸구려 럼을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저택의 문이 열리자 엘라는 산책을 나간 에일렌이 돌아왔나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에일렌을 마중나갔고, 이내 에일렌이 후드가 깊은 로브를 뒤집어 쓴 여자와 들어오자 눈살을 찌푸렸다.

에일렌이 여자를 데리고 오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었다.

에일렌이 여러 유모를 데리고 오기 시작한 이유가 자기 때문이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레이시에 미쳐서 에일렌을 소홀히 했으니까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에일렌에게 다녀왔냐고 물어보자 에일렌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녀왔다고 대답했고, 엘라는 에일렌의 대답에 싱긋 웃으면서 옆의 사람은 누구냐고 물어봤다.

내벽 안에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낡고 더러운 로브를 입고 있는 여자.

그래도 에일렌이 선택한 여자인데 저런 걸 입고 다니면 에일렌의 체면이 안 설 텐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엘라는 로브를 뒤집어 쓴 여자에게 옷을 선물해줄지 물어봤다.

하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고 엘라는 여자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편하게 대하라면서 우선 로브부터 벗자고 말했다.

“편하게 대해, 내가 공주라고 그렇게 티를 낼 생각은 없으니까.”

로브의 후드를 잡으면서 버티는 여자를 달래면서 어깨를 뚜들기는 엘라.

그러자 후드가 흔들리면서 로브 안에 숨겨져 있던 머리카락이 흘러나왔고, 녹색의 머리카락에 에일렌이 레이시를 많이 그리워하는 것 같다면서 쓰게 웃었다.

하긴 부모 역할도 못했으니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면서 자리에 앉아 여자를 바라봤고, 여자가 한참을 쭈뼛거리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왕가의 이름으로 이름을 밝히라고 명령했다.

“그, 그게…….”

“어……?”

“저, 돌아왔어요. 오랜만이죠……? 아, 아하하…….”

제대로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물기가 잔뜩 어린 목소리.

실제로 엘라도 그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2년 동안 늘 찾던 목소리.

자면서도 환각으로 들을 정도로 그리워했던 목소리가 눈앞에서 들리고 있었으니까.

마치 훈련을 받은 것처럼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떨리는 몸과 호흡.

엘라는 자신의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레이시에게로 다가갔고, 이내 레이시의 후드를 벗기고 얼굴을 확인했다.

“레, 이시…….”

“그, 그게, 사실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얼굴 보여주려고 했는데, 그러니까, 그게.”

엘라가 울먹거리면서 자기 이름을 부르자 레이시는 당황하면서 횡설수설했지만, 엘라는 레이시가 그러거나 말거나 레이시에게 천천히 다가가 그대로 레이시를 꽉 끌어안고서 파르르 떨었다.

꿈이라면 깨지말고 현실이라면 이유 같은 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고, 레이시는 입을 꾹 다물면서 엘라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나는 먼저 올라가볼게.”

엘라의 약한 모습을 보는 게 영 익숙하지 않은지 멋쩍게 올라가는 에일렌.

레이시는 부쩍 키가 커진 에일렌의 모습에 눈물을 감추고 계속 웃다가 엘라를 천천히 떨어트려놓았고, 엘라는 붉어진 눈으로 레이시의 얼굴을 보면서 자기가 꿈을 꾸고 있는 거냐고 물어봤다.

“아니에요. 그게, 응, 열심히 달려서 왔어요……?”

“블루드에게 당했다면서.”

“네, 이상한 공간에 떨어졌어요. 심연의 9위계였는데……. 무슨 마법인지 기억이 안 나요. 그 장면은 기억나는데……, 이상하죠?”

레이시의 말에 블루드가 사용한 마법을 깨닫고 이를 까득 깨무는 엘라.

그러다가 자기 품에 레이시가 있다는 걸 떠올린 엘라는 정말 잘 살아 돌아왔다면서 다시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배시시 웃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중간 과정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자기는 별로 한 게 없다.

그렇게 말하자 엘라는 살아온 것만으로 충분히 다했다면서 왜 숨어서 왔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눈을 뜨고나서부터의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바람에 몇십 분이나 이야기를 하게 되었지만, 레이시나 엘라나 입이 아픈 것도 잊은 채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것을 보충해나가기 시작했다.

“헤에, 에일렌이 마법을 주로 배우겠다고 했었다고요?”

“응. 내 밑에서 배우고 있어. ……아마 나랑 같이 있고 싶었던 거겠지. 에일렌의 엄마로서 못할 짓을 해버렸어.”

“이제라도 잘 하면 되죠.”

“그럴 수 있을까?”

“엘라라면 할 수 있을 거예요.”

자신감이 많이 사라진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뺨을 쓰다듬어주면서 괜찮다고 속삭였고, 엘라는 레이시의 손길에 레이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안아달라며 조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엘라를 꽉 끌어안고 엘라의 등을 토닥여주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면서 레이시의 체취를 맡았다.

2년만에 맡고 아직 씻지 않아 땀 냄새가 섞여있지만, 여전히 마음이 편해지는 냄새.

엘라는 그 냄새에 숨을 크게 내쉬다가 정말 힘들었다면서 울먹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울음에 차오르는 물기를 꾹 억누르면서 엘라의 머리를 계속해서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엘라는 레이시의 품에 안긴 채로 잠들어 가만히 있었고, 레이시는 엘라가 잠들자 작게 웃으면서 엘라를 조심스럽게 자기 몸 위에 올렸다.

“엄마, 자?”

“네, 에일렌, 잠들었어요.”

평소라면 이렇게 자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엘라는 완전히 뻗어버렸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몸을 쓰다듬어주며 작게 웃었다.

그러자 에일렌은 엘라와 레이시에게 담요를 건네주면서 쭈뼛거렸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배려에 에일렌에게 자기를 미워하지 않냐고 물어봤다.

“갑자기 2년이나 사라졌었잖아요.”

“으응, 괜찮아. 나, 마망이 어쩌다가 사라졌는지 알고 있으니까. 미르랑 레아에게 영상구도 보여줬었고.”

“네? 어떻게요? 어떻게 알고 있었어요?”

“마망만 나가서 같이 가고 싶다고 마리아 이모에게 졸랐었어. 마리아 이모는 저택에 있으면 아무래도 암살 위험이라거나 그런 게 있다면서 우리 집 지켜주던 기사 이모랑 다 같이 마망이 싸우는 거 봤고.”

“헤에, 그렇구나…….”

“우리 지키려다가 어쩔 수 없이 당한 거니까……. 그래서 슬프긴 해도 밉진 않아.”

“우리 에일렌, 다 컸네요.”

배시시 웃으면서 팔을 벌리는 레이시.

엘라와 똑 닮은 에일렌은 레이시의 팔을 보다가 조심스럽게 소파 옆 레버를 당겨 침대처럼 만든 다음 레이시의 품에 파고들었고, 레이시는 엘라와 에일렌을 끌어안고 등을 쓰다듬어주다가 피로가 몰려오자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눈을 감았다.

하루 종일 달렸으니까 조금은 자도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잠을 청한 레이시였지만 잠에 들자마자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리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버리고 말았고, 레이시는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다가 미스트가 딱 봐도 위험한 물건들을 든 채 자기를 바라보자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다.

“다, 다녀왔어요?”

이거 앞으로 2번은 더 해야 하나?

레이시는 미스트마저 저렇게 반응하자 어색하게 웃다가 일단 둘이 자고 있으니까 조용히 해주겠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다가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잠시 후, 미스트는 커다란 이불을 들고 내려와 레이시에게 덮어주었고, 레이시는 따뜻한 이불에 그동안 노숙만 해서 이런 게 그리웠다고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진짜……, 진짜 레이시에요……?”

“네? 네. 블루드에게 뭔가 당했었는데 간신히 빠져나왔어요.”

손을 내밀면서 자신의 스킬을 체크해도 된다고 말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손을 잡고 스킬을 확인해보다가 이내 놀라서 풀썩 주저 앉았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반응에 어색하게 웃다가 늦게 돌아와서 정말 미안하다며 미스트의 손을 잡았다.

“수도에 잠입한 거죠……?”

“네? 에, 에헤헤, 그, 그게~ 신, 신분증도 없고 친한 귀족도 없고~. 어, 어쩔 수 없었다고나 할까~.”

미스트의 질문에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시선을 피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레이시를 꽉 끌어안고 레이시를 탓할 생각은 추호에도 없다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그저 특수부대원들을 조질 뿐이라고 말했다.

“에……?”

“제 스킬을 썼다고 하지만 이런 중요한 사람을 놓쳤으니까 벌 받아야죠.”

싱긋 웃으면서 농담을 건네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마저 눈이 떨리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이제 어디로 안 갈 거라며 미스트의 손을 꽉 잡았다.

그러자 미스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목욕 준비를 해주겠다면서 씻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혹시 자기 몸에서 냄새가 나냐며 쭈뼛거렸다.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이렇게 안 하면 못 견딜 거 같아요. 정말 돌아온 거죠?”

“……네, 돌아왔어요.”

미스트의 말에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대답에 레이시를 가볍게 끌어안은 다음 목욕물만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미리 말해주러 가겠다면서 외투를 챙겨 입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엘라와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다.

자기가 여기에서 일어나서 사라지면 엘라가 놀라서 기절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미스트는 레이시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해결책을 내놓았다.

“공주님과 같이 씻어요. 오랜만이니까 떨어지고 싶지 않잖아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저희 저택, 욕실 엄청 넓잖아요? 괜찮아요.”

“에헤헤…….”

미스트의 웃음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엘라를 깨우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자기 몸을 흔들자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이내 안심하면서 레이시를 껴안았고, 미스트는 엘라의 반응에 고개를 숙이면서 목욕물을 준비했다면서 같이 씻고 나오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어, 어어…….”

“레이시, 꽤 씻지 못한 거 같으니까요.”

“응, 알았어.”

술기운이 가라앉으면서 숙취가 오는지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쉬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반응에 배시시 웃으면서 얼른 씻으러 가자고 말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에일렌이 자는 걸 보면서 에일렌이 많이 큰 거 같지 않냐고 물어봤다.

“그 때의 이야기도 해주실래요?”

“으응, 너 찾으려고 정신이 완전히 나가 있을 때라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어떻게든 떠올려서 말해줄게.”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를 데리고 욕실로 들어가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가 자기 옷을 벗기자 움찔 떨면서 얼굴을 붉혔고, 엘라는 레이시의 얼굴이 붉어지자 레이시의 허리를 손으로 쓰다듬다가 말 없이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다.

“나중에.”

“으읏…….”

엘라의 짧은 말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배시시 웃다가 레이시를 데리고 욕실로 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레이시의 몸을 씻겨주기 시작했고, 레이시가 부끄러워서 몸을 비틀면 자기가 해주고 싶어서 그렇다면서 울먹이면서 레이시가 도망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엘라가 매달리자 레이시는 결국 엘라에게 몸을 내어주면서 같이 욕조에 들어갔고, 엘라는 레이시를 껴안은 채 옛날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으응, 에일렌에게 미안해지네요.”

“아냐, 미안해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지 레이시가 아냐.”

“그래도요.”

“그래도는 무슨…….”

레이시를 꽉 끌어안으면서 미안하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말고 자기를 껴안아달라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엘라를 꽉 끌어안으면서 어디 안 간다면서 엘라를 달래주었지만, 엘라는 그래도 싫다면서 레이시를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다시금 얼굴을 가슴에 파묻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