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520화 (520/542)

〈 520화 〉 소중한 사람들­3

* * *

미스트의 방을 지나고 도착한 곳은 미네르바가 있는 곳.

“으아아아…….”

레이시는 다른 곳과 다르게 눈이 아플 정도로 환한 모습에 멍하니 입을 벌렸다.

레이시가 문을 열고 나온 곳은 깎아내릴 듯한 절벽이 있는 곳이었다.

드넓은 산림이 펼쳐져 있고, 발 아래에는 구름이 있는 곳.

tv에서 자연특집 다큐멘터리를 볼 때나 볼 수 있는 풍경에 레이시는 멍하니 입을 벌리면서 풍경을 바라봤고, 이내 세찬 바람이 레이시의 몸을 때리고 덧없이 사라지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미네르바를 찾기 위해서 눈을 돌렸다.

미네르바는 어디에 있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레이시의 눈앞에 황금빛의 무언가가 빠르게 지나갔고, 레이시는 몸이 쏠릴 정도로 강한 바람에 눈을 찌푸리며 미네르바의 이름을 불렀다.

“주인?”

“엣?”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레이시를 바로 알아보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 말에 무심코 팔을 벌리며 자기를 아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질문에 레이시이지 않냐면서 레이시를 껴안고 하늘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해맑게 웃으면서 그대로 뚝 떨어졌다가 급하게 올라가기도 하고, 천천히 활공하기도 하면서 레이시를 껴안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뺨을 쓰다듬어주면서 자기는 여기에서 나가야 한다면서 자기가 여기로 온 이유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레이시를 껴안은 채 커다란 나무에 발을 디뎠다.

“블루드가 누구냐?”

“어, 적이요.”

“죽이면 되나?”

“아, 아뇨! 아마도……, 이미 죽었을 거예요. 제가 죽였어요.”

“그런가?”

“네, 하지만 밖으로 나가려면 미네르바의 허락이 필요해요. 보내주실래요?”

싱긋 웃으면서 미네르바를 바라보는 레이시.

미네르바가 자기를 알고 있으니 빨리 보내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레이시는 미네르바를 바라보면서 자기를 보내주지 않겠냐고 다시 한번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부탁에 레이시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다.

“……네?”

“내가 왜 내보내줘야 하나? 여기에 있으면 주인과 같이 있을 수 있는데.”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밖의 나는 어쩄든 주인을 다른 존재와 같이 나눠야 한다. 하피의 습성을 생각해보면 그게 맞지.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하피로서는 이상한 말이다.

원래 하피는 배우자를 공유하기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의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 가는 것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왜냐면 하피는 약탈혼을 하니까.

남편이 자신에게 이를 드러내고 도망친다면 그 남편을 죽이고 다른 남편을 구하면 된다.

그러면 그만이다.

하지만 미네르바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레이시를 넘긴다?

자신을 저주에서 구해주고, 그냥 커다란 부엉이로 변해 짐승처럼 살아갈 뻔한 자신에게 하피로서의 삶을 살게 해준 레이시를?

차라리 목숨을 잃는 한이 있어도 자신에게서 레이시를 뺏어가려는 녀석을 죽이고 내가 독점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미네르바는 레이시를 자신의 둥지로 데리고 간 다음 레이시를 껴안은 채 가만히 있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가 자기를 껴안고 눈을 감자 당황하면서도 이내 몰려오는 졸음에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잠도 한 숨도 안 자고 엘라와 미스트를 몸으로 달래주고 온 거니까.

레이시는 몰려오는 수마에 그렇게 생각하다가 곤란하다면서 미네르바의 등을 가볍게 두들기면서 천천히 눈을 감고 잠에 빠졌다.

미네르바의 날개를 만지다가 이내 그대로 곯아 떨어지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다가 이내 자신의 둥지를 만들기 위해서 나무를 뽑아 둥지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저 나뭇가지를 쌓을 뿐이지만, 비바람은 막아주겠지.

그렇게 생각한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둥지가 만들어질 때까지는 계속 잠들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바람대로 미네르바가 원하는 둥지가 완성될 때까지 잠에서 깨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레이시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어색하지만은 집의 구색을 갖춘 곳이 완성되어 있었다.

“에……?”

“주인, 일어났나?”

“미네르바, 저 얼마나 잔 거예요?”

“모른다.”

애초에 이곳은 시간의 개념이라는 곳이 없는 곳.

원한다면 1초 안에도 수십번의 낮과 밤이 반복되고,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밤이 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어떻게 알까?

그리고 또 레이시가 옆에 있는데 시간이 얼마나 흐르고 그런 건 또 무슨 상관일까?

미네르바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시간 따위는 모른다면서 레이시를 끌어안고 뒹굴었고, 특히 신경 써서 부드러운 것들로만 만든 바닥은 미네르바와 레이시에게 부드러움을 선사했다.

“여기에서 나랑 있자.”

“그러면 바깥의 미네르바가 슬퍼할 거예요.”

“상관 없다. 아이도 필요 없고, 다른 사람도 필요없다. 나는 주인이랑 있고 싶다. 주인이랑만 있고 싶다.”

“네……? 그렇지만 바깥의 미네르바는 저, 저랑 아이가 가지고 싶다고 했는 걸요?”

“그건 바깥의 미네르바다. 내가 아니다.”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고 자기만 보라고 말하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우물쭈물 망설이면서 그럴 수는 없다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대답에 눈을 찌푸리면서 레이시를 바닥에 밀쳤다.

“꺄악!?”

“주인은 나의 주인이다. 다른 동물을 받아들이는 것까지는 이해를 할 수 있다. 레이시는 그들을 연애의 대상으로 보지 않으니까. 하지만 다른 여자들은 아니다. 질투하게 하지 마라.”

“미, 미네르바?”

발톱으로 바닥을 긁어내면서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는 미네르바.

확실한 애증의 감각에 레이시는 움찔 떨면서 미네르바의 어깨에 손을 올렸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팔을 잡으면서 짐승처럼 레이시의 위에 올라탔다.

“하아아아…….”

“으, 으읏.”

“나는, 주인을 좋아하지만, 주인은 나를 괴롭힌다. 나는 주인을 사랑하게 된 날부터 심장이 아픈데 주인은 나만을 바라봐주지 않는다. 나를 봐주면서도, 다른 여자를 눈에 담는다.”

첫 만남 때는 답답하고 약한 여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째서 이렇게 빠져버린 걸까?

미네르바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손길에 움찔 떨다가 자기를 내보내달라고 부탁했다.

밖에 가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도, 미네르바도 슬퍼할 거라면서.

여기가 근원이라고 했으니 미네르바가 슬퍼지면 슬퍼질수록 이 세상도 망가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미네르바는 착하니까 그러길 원하는 건 아니지 않냐면서 미네르바를 달랬고, 미네르바는 자신의 뺨을 쓰다듬는 레이시의 손길에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다가 자기는 착하지 않다고 말했다.

“주인이 착한 나를 원해서 착하게 있을 뿐이다.”

“네?”

“나는 독점욕이 심하다. 엘라와 미스트, 그 두 사람과 싸우면 확률은 반반이고 이긴다고 해도 내가 멀쩡하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착한 척하면서 주인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주인은 그렇게 해도 나만을 바라봐주진 않았다. 꼭 다른 여자도 봤다.”

이를 드러내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고백에 당황하면서 자기를 보내주지 않을 셈이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자기가 잡은 사냥감을 보내줄 것 같냐면서 히죽 웃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자기가 매우 슬플 거라면서 단호하게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저는 제 아이를 보러 갈 거예요.”

“아이? 누구의? 내 아이인가?”

“그, 그건 아니지만…….”

“흐응, 잊어라.”

“미네르바!”

“잊어라고 했다. 나는 주인을 놓아줄 생각이 없다. 하피는 애초에 약탈혼을 하는 종족이다.”

히죽 웃으면서 여기에서 자신과 평생 함께하자고 말하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싫다면서 바둥거렸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행동에 눈을 가늘게 뜨다가 그대로 레이시의 뺨을 때렸다.

짜악­거리는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고개.

화끈거리는 뺨에 레이시는 자기도 모르게 뺨에 손을 올리고 미네르바를 올려다봤고, 미네르바는 이빨을 드러내면서 레이시를 깨무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몸을 웅크리면서 겁에 질린 얼굴을 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얼굴에 숨을 깊게 내쉬면서 레이시의 뺨을 핥았다.

“후우우우, 주인, 가만히 있어라. 나는 주인을 부드럽게 대하고 싶다.”

날개를 활짝 펼치더니 레이시를 감싸안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뺨에 자신의 뺨을 비비다가 같이 자자면서 레이시를 눕혔고, 레이시는 뺨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울먹거리다가 다시 한번 자기를 보내주면 안 되겠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자기가 부족해서 그런 거냐며 레이시의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미네르바도 좋아하니까 밖으로 가고 싶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왜 그렇지?”

“미네르바와 아이를 가지고 싶으니까요……. 미르랑 레아를 쌍둥이로 같이 가지면서 미네르바와의 아이를 뒤로 미루었어요. 밖으로 나가게 해줘요.”

“…….”

레이시의 애원에 움찔 떨다가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젓는 미네르바.

아무것도 모르는 미네르바지만, 미네르바는 지금 레이시를 보내주면 레이시를 독점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래서 미네르바는 레이시를 절대로 보내줄 수 없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자기를 제발 보내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

미네르바는 눈가가 붉어진 레이시의 애원에 움찔 떨었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여기에서 놓치면 레이시가 자기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미네르바는 레이시를 바라보면서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고, 자기만 봐달라고 속삭였다.

“나도 주인을 사랑한다. 다른 사람보다도 더 강하게. 그러니까 주인이 곤란해지는 일이 없을 거다. 나랑 살아주라.”

“미네르바, 제발…….”

“나도!”

“힉!?”

“……많이 부탁했었다. 하지만 주인은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주인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거다.”

고함을 치면서까지 레이시를 억지로 눕히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행동에 움찔 떨다가 고개를 떨어트렸고,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얌전히 앉자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레이시를 끌어안았다.

“이대로 둘이서 같이 사는 거다. 주인.”

“으, 으읏…….”

미네르바의 말에 레이시는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지만,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자기를 떠나지 못할 거란 생각에 히죽 웃으면서 레이시에게 함께 살자고 속삭였다.

그리고 몇 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날고기를 뜯어먹고 서로 껴안고 자고…….

미네르바는 그렇게 서로의 입에 피를 묻히면서 지내는 시간이 행복했지만, 레이시는 이상하게도 날이 가면 갈수록 초췌해지기 시작했다.

뺨도 홀쭉해지고 눈가의 다크서클도 점점 짙어졌다.

아무리 재워주고 고기의 맛있는 부분을 양보하고 치료에 쓰는 허브를 주고, 불에 익힌 고기를 전해줘도 레이시는 초췌해지기만 했고,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를 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이유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인정하기 싫다.

인정하면 자기는 또다시 다른 여자들과 레이시를 공유하는, 그런 애증의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한 미네르바는 눈물을 글썽이며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표정에 왜 그러냐며 미네르바의 뺨을 쓰다듬어주었다.

“왜 그래요?”

“주인…….”

“으응, 왜 그래요.”

“주인, 주인, 주인……. 레이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레이시에게 자기만으로는 부족하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미네르바만으로는 부족하다가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한 적 없어요.”

“하지만 주인은 점점 힘들어하고 있다.”

“그건, 진짜 미네르바를 만나지 못해서 그래요. 그리고, 미네르바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걸 모르고 저 혼자만 그냥 있었다는 것 때문에 그렇고. 미안해요.”

레이시의 사과에 고개를 좌우로 젓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다가 가볍게 입을 맞추면서 가고 싶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네르바를 꽉 끌어안았다.

“그럼 나, 한 번만 안아주라.”

슬쩍 옷을 벗기면서 레이시의 눈치를 보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요구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