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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514화 (514/542)

〈 514화 〉 위험한 인간­4

* * *

개과의 맹수들은 사냥을 할 때 고양잇과 맹수와는 다르게 지구전을 사용한다.

사냥감을 쫓고 쫓다가 지쳐서 생명을 포기한다면 그제서야 목숨을 끊고 고기를 취한다.

그리고 코코는 그런 개과의 정점에 서 있는 종 중 하나를 차지하는 실버 스콜.

그 와중에 엘라의 마력으로 몸을 회복시키면서 달렸고, 그 결과 엘라와 아샤는 원래 걸리는 시간보다 며칠이나 단축한 시간에 왕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게에에에엑!”

“수고했어, 거기 사육사들! 코코의 회복을 부탁하지!”

위액을 줄줄 흘리면서 쓰러지는 코코.

열을 배출하지 못하겠는지 코코는 입을 활짝 연 채 헐떡거렸고, 사육사들은 그런 코코를 보고는 다리 부근의 털을 자르고 얼음으로 마사지를 해주며 코코를 보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엘라는 코코의 이마를 쓰다듬어준 다음 국왕이 있는 곳으로 갔고, 국왕은 미스트에게 들었던 전언대로 했다고 말하면서 현재 왕궁 근처에 이상한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아니, 수도권 전체라고 말하는 게 좋겠구나.”

“……그렇게 인력이 넘치나요?”

“귀족을 원할 때 부릴 수 있어야 국왕이지.”

“허.”

엘레오놀도 괴물이긴 하지만 이 인간도 확실히 괴물이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하여튼 블루드의 수하가 온 것 같지는 않냐고 물어봤고, 국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왕궁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백 마법을 전부 사용했다고 말해주었다.

“왕궁 안에는 없구나. 하지만 제 1 내벽과 중벽, 외벽에 있는 자들은 모른단다.”

“그렇게 하면 폭군이니까요.”

왕궁 내의 사람들에게 그런 마법을 사용하는 건 왕궁 내 기강을 위해서 그렇다고 어떻게든 무마할 수 있지만, 일반 시민은 아니다.

“숨어있다면 제 1 내벽 안의 귀족 거주구?”

“그렇겠지. 내게는 충성을 바치지만, 차기 국왕으로 점지된 애들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말하는 인간들이 있으니.”

“참 나, 아이야트 오라버니도 40줄인데…….”

“뭐, 귀족들이 볼 땐 아직 애 아니겠느냐?”

“후우……, 하여튼 다행이네. 한동안은 순찰 돌 테니까 병사 내놔.”

“피곤하지 않니?”

“나는 왕국의 마도사, 마법의 사랑을 받는 공주니까.”

“미안하구나.”

국왕의 사과에 손을 대충 흔들고 아샤를 부르는 엘라.

아샤는 엘라의 부름에 나와서 어떻게 됐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정예 기사단과 왕궁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결백하다고 말한 다음에 어디서부터 탐색하면 좋겠냐고 물어봤다.

“어디서부터 수색을 하던 일단 왕궁만 무사하면 되지 않을까?”

“정론이네.”

“응, 수도만 멀쩡하면 바깥의 사람들은 시간을 들여서 복구할 수 있어. 그리고 괜히 들락날락 나갔다 오면서 왕궁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만 주는 거 아냐?”

“정론이네.”

성문을 넘어서 갔다가 성문을 타고 오는 거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도 왕궁을 지키는 경비에 흠만 난다.

그럴 바에는 왕궁 안에서 경계를 서는 게 좋을지도…….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다가 이내 자신의 마력을 그물처럼 넓고 얇게 퍼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왕궁을 뒤덮을 정도로.

그러다가 제 1 내벽, 중벽, 그리고 외벽까지 닿기 시작했고, 엘라는 자신의 마력을 손으로 느끼다가 이내 걸리는 게 없자 천천히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런 무식한 탐색에 걸릴 거 같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그래서 걸렸어?”

“아니, 없어. 퍼지는 것에 맞춰서 머리를 숙인 모양이지.”

마음대로 되지 않자 혀를 차면서 조급해하는 엘라.

옛날 성격이 나오기 시작하는지 엘라는 한참을 씩씩거리다가 옆에 있던 경비의 칼을 빼앗더니 종이를 찢듯이 칼을 찢어버리고는 혀를 찼고, 아샤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거린 다음 미스트와 미네르바가 어디쯤 왔을까 가늠하다가 일단 경계라도 제대로 서자면서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로 엘라와 아샤는 정예 기사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왕궁 안을 계속해서 순찰했고, 이내 미스트가 마차를 타고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뭔 일 없었냐고 물어봤다.

“네, 저희 쪽에서는 아무런 일도 없었어요. 공주님은요?”

“이쪽도.”

“……이미 숨은 걸까요?”

“그럴 수도 있지. 왕궁 안에는 없으니까 국왕 암살은 실패할 거고.”

“블루드 왕자님께서 원하시는 게 암살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죠.”

“응, 그건 그렇지만, 아무튼 최악의 상황은 비껴낼 수 있다는 거야.”

“하긴 국왕님이 타살당하시면 레이시와의 계획이 이상하게 변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이상하게 변하는 게 아니라 아예 없어지겠지.”

“네, 그건 그렇죠.”

“하여튼 왕궁 안에는 블루드의 끄나풀이 없으니까 그걸로 만족하고……. 너희가 온 걸 보면…….”

“네. 그랑메르 강에서 군대가 넘어오니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아오, 씨발! 교황 새끼는 뭐한대!?”

“교황님께서는 전투에 적합하지 않으니까요.”

“어휴, 말을 말지.”

미스트의 대답에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쉬는 엘라.

미스트는 엘라의 한숨에 동물들을 돌보는 레이시를 힐끗 쳐다봤고, 엘라는 미스트를 따라서 시선을 옮기다가 곧바로 자리를 옮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는 건가요?”

“응, 우리가 아니라면 다른 나라가 멸망할 테니까.”

사실 멸망해도 아무래도 상관 없다.

1, 2년에 한 번 갈까말까한 신성 왕국이나 지 알아서 멸망할 도스토 연맹국이나 어떻게 되든 상관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오라토리엄 왕국이 지니고 있는 중립국으로서의, 그리고 국제적인 일을 토론하는 회의 장소로서의 격을 잃게 된다.

그리고 그건 그다지 좋지 않다.

오라토리엄 왕국이 중립국으로 있어야 자신에게 오는 일이 줄어들고 레이시와 좀 더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숨을 깊게 내쉬다가 레이시에게 입을 맞춘 다음 국왕에게 가서 말을 빌렸고, 레이시는 엘라와 아샤, 미스트, 미네르바가 전부 나서서 떠나는 걸 보고 손을 흔들어주다가 네 사람이 안 보이기 시작하자 한숨을 내쉬면서 쪼그려앉았다.

“레이시…….”

“마리아 씨.”

“괜찮을 거야. 특히 대장님은 말야.”

마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레이시는 벽천화 기사단은 이제부터 철야냐고 물어봤고, 마리아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진은과 벽천화는 애초에 철야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해주었다.

“우리는 왕가의 인간을 지키는 기사단이니까.”

“아하하…….”

“그럼 들어가자. 아이들도 신경 써야지.”

마리아의 말에 마른세수를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레이시.

레이시는 마리아의 말대로 엘라네 일행이 돌아왔을 때를 대비해서 에일렌과 미르, 레아를 돌보기 시작했고 한동안은 경직된 분위기에서 지내긴 했어도 별 일 없이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엄마가 언제 오냐고 보채는 에일렌을 달래주고,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미르와 레아를 위해서 1층의 바닥 재질을 전부 부드러운 것으로 바꾸고 가구에는 다치지 않도록 모서리에 고무를 끼워 넣었다.

에일렌과 다르게 미르와 레아는 꽤 장난꾸러기였으니까.

이 모습을 미스트도 보면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미르와 레아에게 이유식을 먹여주던 레이시는 바깥이 문득 소란스러워지자 밖에 서 있던 벽천화 기사단의 사람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고, 벽천화의 기사는 레이시의질문에 움찔 떨더니 외벽에서 갑자기 병사들이 나타났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리고요?”

“레이시 공주비님과 대면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네?”

나를……?

왜?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유명해졌다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는 엘라의 부속품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나를 찾을 이유는…….

“엘라의 약점을 이용하고 싶다던가요?”

“아뇨, 그런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정말로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엥?”

나를 이용해서 엘라를 공격하려던게 아니라고……?

그렇다면 대체 왜 나를 찾는거지?

레이시는 자기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적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조심스럽게 기사를 바라봤고, 기사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요인이 위험한 곳에 가는 걸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무력 충돌이 일어나죠?”

“……그건 각오하는 일일 겁니다.”

“제가 안 됐어요. 그리고 저, 검성을 상대로도 몇 분이나 버티고 도망치기 직전까지 갔고요. 아마도 얘들만 있으면 기사님보다 강할 거예요.”

“…….”

레이시의 말에 입을 다무는 기사.

몇 년의 훈련을 견딘 사람으로서 조금은 부끄러웠지만, 레이시는 태생 자체가 최강의 영역에서 태어났고 마음만 조금 독해진다면 당장에 엘라의 뒤를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기에 기사는 고개를 꾸벅 숙인 다음 마리아를 불러 아이들을 봐달라고 부탁했고, 마리아는 레이시가 채찍을 챙긴 다음 자기 애완동물들을 부르는 걸 보고 침을 삼켰다.

“조심해.”

“네, 그럴게요, 마리아 씨.”

나비, 코코, 하양이의 힘을 빌린다면 레이시가 자기보다 더 강하겠지.

물론 뭔가를 죽이는 상황이라면 자기가 우위에 서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위험한 상황에서 도주하는 건 레이시가 더 뛰어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마리아는 고개를 숙이면서 레이시에게 조심하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마리아의 배웅을 받으면서 외벽으로 나갔다.

“오오~, 진짜 왔군.”

“블루드 아주버님.”

“하하! 그렇게 불러주니 좋군. 음. 우선 병사들을 물릴까? 애초에 가짜지만.”

“네?”

레이시의 의문에 박수를 가볍게 치는 블루드.

그러자 평야를 채우고 있던 사람들이 사라지면서 블루드가 혼자 남았고, 레이시는 그런 블루드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정문으로 내려가 하양이, 코코, 나비와 함께 블루드의 앞에 섰다.

“무섭군.”

“거짓말이죠?”

“음, 그렇지. 올케라고 불러줄까?”

“편하신 대로 해주세요.”

“그렇다면 올케, 음. 그래.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자네에게 공을 주기 위해서라네.”

“네?”

“지금 내 머릿속에는 엘라와 다른 사람들의 학살극이 보이고 있거든. 음, 죽기 딱 좋은 날이야. 이것 이상으로 더 한 학살극은 볼 수 없을 테니까.”

“……사람이 죽는 걸 보고 싶었나요?”

“응. 태생이 그렇게 태어났거든. 대단하구나. 엘라의 마법 한 번에 몇 천 명씩 죽고 있어.”

황홀하다는 듯 웃으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는 블루드.

레이시는 그런 블루드를 질린다는 얼굴로 바라보면서 떨었고, 블루드는 레이시의 반응에 싱긋 웃으면서 빨리 자기를 죽이라고 말했다.

“오, 사신이 나타났군. 하지만 꽝이야. 그저 살아있고 사교도들을 회복할 뿐이야.”

“…….”

“나를 죽여주게나. 올케. 저 모습을 보면서 죽고 싶어.”

“저, 저는…….”

“참 자네가 안 죽이면 이걸 발동시켜서 자폭하겠네. 적어도 저 외벽에 있는 사람들까지는 같이 갈 수 있겠지.”

“……!”

“그걸 막고 싶으면 나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될 거고. 어차피 첫 살인도 아니잖나.”

싱긋 웃으면서 얼른 자기를 죽이라고 말하는 블루드.

블루드는 자기는 검성이나 다른 암살자들과 다르게 툭 치면 죽을 거라면서 레이시를 압박했고, 레이시는 블루드의 말에 움찔 떨다가 표독스럽게 블루드를 쳐다봤다.

“나를 죽여서 엘라와의 결혼도 성공하고 귀족들의 입을 닥치게 만들고 평화롭게 살면 되는 거니 죽이게. 오, 마침 사신이 죽었군. 시한폭탄을 슬슬 작동시켜야 할 것 같군.”

“……유언이라거나 그런 건 없나요?”

“있겠나?”

레이시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눈을 감는 블루드.

레이시는 그런 블루드의 행동에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소리를 질렀고, 블루드는 레이시의 말에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며 빨리 죽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자네는 나를 죽이는 것 외에 방법이 없지 않은가?”

“윽……, 으윽…….”

점점 더 마력을 먹으면서 위험한 분위기를 띄는 마석 폭탄.

레이시는 그 폭탄을 보고 침을 삼키다가 이내 소리를 지르면서 나비의 이름을 불렀고, 이내 우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블루드의 몸이 허공을 날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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