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511화 (511/542)

〈 511화 〉 위험한 인간­1

* * *

두 시간.

산에 숨어든 100명의 사람들을 전부 죽이는데 걸리는 시간이었고, 아샤는 도끼에 묻은 피를 대충 닦으면서 눈앞에 있는 불굴의 장군을 봤다.

“역시 대단하네. 지휘만으로 이런 쓰레기들이 나름 쓸만한 쓰레기가 될 줄은 몰랐어.”

“크으윽…….”

“뭐, 수고했고, 이제 죽으면 되는데 남길 말이라도 있어? 몰래 우리나라에 숨어든 곰탱아.”

거의 다 죽어가는 불굴의 장군.

불굴의 장군은 몸 여기저기에는 날붙이에 베인 자국과 미네르바의 발톱에 뜯긴 자국이 가득했고, 바닥에는 피가 쏟아져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아샤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래서 왜 정식적으로 전쟁을 신청하지 않고 몰래 들어왔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당하게 전쟁을 신청했으면 그래도 이렇게 벌레처럼 짓이겨져 죽지는 않았을 텐데.

“흐, 흐흐흐……!”

“?”

“오라토리엄 왕국은 망할 것이다!”

“유언치고는 쓸데없는 말이었네.”

그래, 상당히 쓸모없는 말.

엘라처럼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알고 지낸 사이인데 자기가 아는 불굴의 장군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도끼를 들고 불굴의 장군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미 출발했군. 왜? 왕의 머리라도 따보게? 검성이 성공한다면 너희 부자는 오라토리엄 역사책에 남든 도스토 연맹국의 책에 남든, 아니면 호사가의 책에 남든 책에 남을 거니까.”

“!?”

“이상하게 병사가 약하다 싶었어. 내가 볼 때는 나비인지 나방인지 정도의 차이밖에 없지만, 정말로 불멸 대대에서 차출했다면 적어도 내 몸을 붙잡고 늘어졌을 텐데……. 진짜 정예는 국왕에게 보냈구나? 왜? 흑창 기사단과 벽천화 기사단이 없으니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 같았어?”

눈을 빙글 돌리더니 한숨을 푹 내쉬는 아샤.

아샤는 자기를 얼마나 얕봤으면 이렇게 하는 거냐며 눈을 가늘게 떴고, 불멸의 장군은 아샤의 눈빛에 처음으로 조급함을 드러내면서 아샤를 바라봤다.

아샤는 그 반응에 피식 웃더니 도끼를 치켜든 다음 장군의 팔다리를 잘라냈고, 미네르바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레이시와 엘라, 미스트가 방으로 들어가자 지혈하고 있는 불굴의 장군을 보고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다.

“글쎄? 일단 살려뒀다가 내일 봐야지. 일단 왕궁에 이야기를 전해야 하고.”

“흐응. 귀찮다.”

“어쩔 수 없잖아. 국왕이 죽으면 레이시가 슬퍼할 거라고? 시아버님이라고 부르면서 선물도 보내잖아.”

“……윽. 흥, 그럼 아샤는 미스트에게 가라. 나는 이 산을 좀 더 조사해보겠다.”

“그래. 알았어.”

서로 짧게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각자 할 일을 하러 가기 위해서 찢어지는 아샤와 미네르바.

아샤는 또다시 소리없이 사라지는 미네르바의 비행에 작게 감탄하다가 이내 불굴의 장군을 포대기에 싼 다음 여관으로 돌아갔다.

“레이시는 자?”

엘라의 방을 두들긴 다음 들어가는 아샤.

엘라는 아샤가 들어오자 곰은 사냥했냐고 물어봤고, 아샤는 엘라의 질문에 포대기에 담긴 것을 보여주면서 다른 곳으로 가자고 말했다.

엘라는 아샤의 말에 자신의 품에서 자던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춘 다음 아래로 내려갔고, 아샤는 불굴의 장군의 얼굴에 찬 물을 부어서 깨웠다.

“우우우욱!”

그러자 없어진 팔다리로 얼굴을 닦아내기 위해서 버둥거리는 불굴의 장군.

엘라는 그런 장군을 보고 웃다가 그래서 검성을 어디로 보냈냐고 물어봤다.

“참, 말하기 싫다면 대답하지 않아도 돼. 이걸 물어보는 건 팔다리도 사라졌는데 그나마 멀쩡하게 시체를 돌려 보내고 싶어서 하는 질문이니까.”

“……우욱!”

“아, 재갈을 물려놔서 말 못 하는 거구나. 그냥 뇌에서 정보만 쪽쪽 빨아먹을까?”

히죽 웃으면서 아까 자기가 했었던 말과 전혀 다른 말을 하는 엘라.

불굴의 장군은 그런 엘라의 행동에 당황하면서 엘라를 바라봤지만, 엘라는 전혀 신경 안 쓴다는 듯 아이를 돌보던 미스트를 불렀고, 미스트는 엘라의 방에 가서 에일렌, 미르, 레아를 레이시의 품에 안겨준 다음 아래로 내려갔다.

“네, 공주님.”

“정보 털어.”

“어머, 시체는 어느 정도로 훼손시킬까요?”

“미련 곰탱이 같지만 불굴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야. 원형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찢어둬.”

킥킥 웃으면서 불굴의 장군을 내려다보는 엘라.

미스트는 엘라의 웃음에 최대한 괴롭히다가 정보를 뽑아내겠다고 말했고, 엘라는 미스트의 말에 너무 심하게 하지는 마라며 키득키득 웃은 다음 자리를 떴다.

“자아, 그럼 저희 뭐하고 놀까요? 네? 우후후후후!”

웃음을 터트리면서 불굴의 장군에게 다가가는 미스트.

그리고 잠시 후, 지하에서는 재갈을 뚫고 비명이 튀어나오기 시작했고, 엘라는 귀를 틀어막고 레이시에게 돌아가 침대에 누웠다.

“으으응.”

“일어났어?”

“네, 엘라. 중간에 어디 가신 거 같은데 왜 나가셨어요오오……?”

“아, 영주가 곰 사냥에 말할 게 있다고 해서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왔어.”

“안 된대요?”

“아니, 그게 아니라 고기를 같이 나눠 먹을 수 있을지 물어봤어.”

“으응, 괜찮다고 하죠. 엘라가 잡는 거지만, 저희는 고기 별로 많이 안 먹잖아요.”

“하긴 곰 한 마리만 잡아도 고기는 많이 나오니까. 그럴까?”

엘라의 말에 눈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웃음에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이번에는 적당히 잡아서 곰 발바닥만 먹어보자면서 꿀이 좋은지 아니면 매운 향신료가 좋은지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질문에 두 개 섞어보면 안 되냐고 물어봤다.

“미스트에게 물어봐야겠지만 될 거 같은데?”

“에헤헤, 그럼 그걸로!”

엘라에게 힘차게 대답한 레이시는 포대기로 미르와 레아를 감싸 안은 다음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아샤와 놀고 있던 에일렌은 레이시가 내려오자 곧바로 레이시에게 달려가 안겼다.

“마마아앙~!”

“에일렌! 잘 놀았어요?”

“웅!”

“참, 레이시, 오늘 저녁에 밥 먹고 곧바로 출발해야 할 거 같으니까 준비해줘.”

“네? 밤에 마차타고 움직여요?”

“응,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여기에서 수도로 돌아가는 길이라면 정비가 되어 있을 거고, 조금 급한 일이 생겼거든.”

엘라의 말에 무심코 블루드에 대한 걸 떠올리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레이시는 에일렌이 자기 얼굴을 보지 못하게 안아준 다음 엘라에게 심각한 일이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얼굴에 뺨을 쓰다듬어주다가 가볍게 입을 맞추며 에일렌을 자신의 품에 안아들었다.

“아빠가 보고 싶대. 에일렌은 할아버지 보고 싶어?”

“할아버지이이. 으응, 으으으응~!”

“보러 갈까?”

“웅!”

“그래, 그러자.”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그럼 저녁에 출발하게 오늘은 얌전히 놀라고 말하는 엘라.

에일렌은 엘라의 말에 손을 들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미스트에게 가서 놀아달라고 조르기 시작했고, 엘라는 에일렌이 달려가는 걸 보고는 작게 웃다가 레이시에게 다녀오겠다면서 가볍게 입을 맞췄다.

“조심해서 다녀와요.”

“응.”

레이시의 배웅을 받으면서 나온 엘라.

아샤는 미스트에게서 받은 것을 등에 매고 엘라를 바라보다가 턱짓으로 가자고 말했고, 엘라는 기지개를 켜다가 영주는 준비가 됐냐고 물어봤다.

“된 거 같았어. 뭐, 근데 아무리 준비해도 실제로 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인간도 아니라서.”

“그 정도면 됐어. 적당히 우리가 조급하게 떠나는 것처럼 연기해줄 필요가 있어서 그래.”

산에서 시체를 끌어내리고 저녁에 급하게 뛰어내려간다.

검성이 그 사실을 꺠달으면 적어도 우리가 떠날 때까지는 얌전히 있겠지.

엘라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영주에게 갔고, 영주는 엘라와 아샤가 사람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들고 오자 침을 꿀꺽 삼키면서 엘라의 눈치를 살폈다.

“이 자가 그…….”

“자, 여기.”

“헉!?”

“불법 침입이라는 증거물도 있고, 그가 나라를 배신했다는 증거도 있어. 우리가 공격 받을 리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이 자의 아들이 아버님을 노리는 것 같아.”

“네!?”

“비밀 통로를 이용하는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안심해도 괜찮아. 그래도 우리가 그들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최대한 빠르게 수도로 돌아가는 것을 소문내야만 해.”

“네? 어째섭니까? 몰래 쫓아가서 가는 게 좋지 않습니까?”

“아니, 그쪽은 조금 있으면 내가 자리를 비워야 하는 걸 알아. 그러니까 내가 자기를 쫓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돌아갈 때까지 왕궁이 공격받는 일이 없어질 거야.”

“그, 렇군요.”

“용병은 기본적으로 누구를 쫓는데 고용되는 일이 없지?”

“네? 아……, 네, 그, 그게 그렇습니다.”

“괜찮아. 대신에 소문은 잘 부탁하지.”

“네! 알겠습니다!”

엘라의 명령에 고개를 꾸벅 숙이는 영주.

엘라는 그런 영주의 대답에 우선 사람들이 보기에 곰을 사냥하다가 시체를 발견한 것처럼 되어야 하니 같이 사냥을 가자고 말했다.

그러자 영주는 병사들과 함께 산에 갈 채비를 끝내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엘라는 영주와 함께 산에 올라가 아샤에게 시체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다.

“여기야.”

“흐응. 정예였어?”

“아니, 아마도 아닐 거야.”

“정예는 역시 아빠 목을 따러 갔으려나?”

“그렇겠지.”

“그, 저, 그럼 일단 곰을 사냥하겠습니다.”

“그래.”

영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곰을 찾는 엘라.

그렇게 엘라가 위장용 사냥을 할 때 레이시는 미스트, 미네르바와 함께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으응?”

“왜요?”

“아뇨, 마을쪽이 조금 소란스럽네요.”

마을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는 미스트.

미스트는 레이시의 옆에 딱 달라붙더니 미네르바에게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고, 미네르바는 미스트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레이시. 애들을 여기로 모아줄래요?”

그리고 미스트는 아이들이 들어가서 놀만한 인형의 집을 꺼낸 다음에 아이들을 안에 넣어달라고 부탁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르와 레아를 먼저 눕힌 다음 에일렌에게 안에서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겠냐며 미소를 지었다.

“여기 이 책들 읽고 있어요?”

“우웅~ 마망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

“에일렌, 부탁할게요.”

웬만하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생각했지만, 레이시는 지금만큼은 조금 딱딱하게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단 생각에 에일렌에게 진지한 얼굴로 부탁했고, 에일렌은 처음 보는 레이시의 얼굴에 움찔 떨다가 동생하고 놀겠다면서 인형의 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세 사람이 들어가자마자 마법을 사용해서 인형의 집을 보호하는 미스트.

미스트는 소리 차단까지 건 다음 레이시에게 아마도 검성이 마을에서 소란을 피우는 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침을 꿀꺽 삼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비랑 코코, 하양이 돌보러 갈게요.”

“조심해요.”

“네.”

미스트의 경고에 침을 꿀꺽 삼킨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는 레이시.

레이시는 채찍을 손에 감아 언제든지 휘두를 수 있게 준비해둔 다음 세 마리의 애완동물에게 가서 마력을 불어넣었고, 전신에서 초록색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한 동물들은 눈을 가늘게 뜨다가 점점 맹수의 성격을 띄기 시작했다.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나비와 코코.

레이시는 두 마리의 목덜미를 쓰다듬다가 저번에 봤을 때보다 조금 더 작아진 나비를 보고 자기 마력을 잔뜩 먹어도 되니 몸을 좀 더 작게 만들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나비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무리라고 대답했고, 레이시는 나비의 대답에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혹시 여관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오면 짖어서 쫓아버리라고 말했다.

나비와 코코가 짖어대면 아마 뭔가 목적을 가지지 않으면 이곳에는 오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한숨을 내쉬면서 마을을 바라봤고, 여관쪽으로 달려오는 한 무리의 사람을 보고는 침을 삼켰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