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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495화 (495/542)

〈 495화 〉 아이를 훈육하는 방법­3

* * *

“히끅, 히끅!”

“으, 으으음…….”

“아직 울어?”

“괜찮다고 말했는데 안 듣는다.”

미네르바의 말에 피식 웃더니 에일렌을 자기 허벅지 위에 앉히는 엘라.

에일렌은 엘라의 포옹에 울먹거리다가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괜찮다면서 에일렌의 이마에 입을 맞춘 다음 에일렌에게 훈육하기 시작했다.

“에일렌, 이번에 에일렌이 잘못한 건 뭐야?”

“훌쩍, 훌쩍……. 미네르바 엄마를 때린 거?”

“음, 그것도 잘못했지만, 미네르바 엄마는 용서했지? 그러면 그건 괜찮아. 그거 말고는?”

“애들에게 화낸 거……?”

“아니, 그 애들에게는 그래도 돼. 에일렌, 너는 이 오라토리엄 왕국을 지배하는 국왕의 손녀고 그 애들은 길가에 굴러다니는 평민이니까.”

엘라의 말에 눈물을 글썽이다가 모르겠다면서 엘라에게 안기는 에일렌.

엘라는 그런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자기가 에일렌에게 잘못한 걸 물어보는 건 에일렌이 법을 지키지 않아서라고 말해주었다.

“그럴 때에는 자기 이름을 밝히고 애들에게 그러지 마라고 말했어야만 했어.”

“훌쩍, 훌쩍. 왜에……?”

엘라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에일렌.

애들을 다치게 할 뻔 했다는 것과 미네르바의 손을 아프게 했다는 것 때문에 혼날 줄 알았던 에일렌은 엘라에게 왜 이름을 밝히는 게 먼저이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에일렌의 질문에 에일렌을 허벅지에 앉힌 다음 왜 그렇게 말한 건지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우리는 왕족이란다. 그리고 그 의미는 무척이나 막중하단다.”

“우우……?”

“우리의 일가는 오라토리엄 왕국 전체를 담당해야 한단다. 작게는 한 지역의 관리부터 시작해서 에일렌네 할아버지처럼 한 나라의 모든 사람을 돌보기도 해야 한단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들은 다른 사람과 다르게 많은 편의를 받고 있단다.”

“훌쩍, 무슨 편의……?”

“돈을 많이 받고 법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서 많은 것에서 자유롭지.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꼭 지켜야 하는 약속만큼은 지켜야 한단다.”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에일렌.

엘라는 에일렌의 대답에 작게 웃다가 미스트가 돌아오면 왕족으로서의 교육을 받자고 말했고, 에일렌은 엘라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잘못했다고 빌었다.

그러자 엘라는 그렇게 빌 필요는 없다면서 에일렌의 머리를 톡톡 두드린 다음 다음부터는 꼭 자신의 신분부터 밝히라고 말했다.

“우우…….”

엘라의 말에 작게 침음성을 흘리는 에일렌.

잘은 모르지만 신분을 밝히고 다니면 친구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건 조금 싫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에일렌은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엘라의 품에 안겼다.

친구를 사귀는 건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래도…….

“엄마.”

“응.”

“애들 싫어. 나, 애들하고 안 놀아.”

마녀나 괴물 취급을 더 이상 받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 에일렌은 울먹거리면서 귀족 아이들도 싫고 평민인 아이들도 싫다면서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했고, 엘라는 에일렌의 투정에 에일렌을 처음 안았을 때의 맹세를 떠올리면서 쓰게 웃었다.

분명히 나와 같은 일은 겪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었는데 이미 겪게 해버렸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에일렌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면서 블루드와 관련된 일이 다 끝나면 에일렌에게 마력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그 때 쯤이면 스킬 보석을 쓸 수도 있을 거야. 그러면 스킬을 익히자. 원하는 종류의 스킬로 잔뜩 익혀서 힘조절을 배우고 그리고 학교에 가서 친구를 사귀자.”

“친구…….”

“그래, 서로 같은 수준의 힘을 지니고 있으면 친구가 될 수 있지 않겠니?”

엘라의 말에 순간 환하게 웃는 에일렌.

하긴 생각해보면 연회장에서 자기에게 못된 말을 했던 아이도, 자기를 밀쳤던 이 마을의 아이도 자기와 수준이 맞지 않아서 자기를 무서워했던 거니 수준이 맞는 아이와 사귀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에일렌은 엘라에게 난동을 피워서 미안하다며 사과했고, 엘라는 에일렌의 사과에 괜찮다면서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는 동시에 에일렌은 내년쯤에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사람들 중에서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누가 과연 에일렌과 어울릴만한 지성과 힘을 지녔을까?

미스트가 있다면 곧바로 대답이 나왔겠지만……, 안타깝게도 엘라는 미스트가 아니었고 여기에 모인 사람들도 딱히 사교계에서 어울리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미네르바는 하피라서 아예 사교계에 참석하지 않고 아샤는 가봤자 구석에서 인상을 쓸 뿐이며, 레이시는 사람이 많은 걸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알티네와 전면으로 들이박았으니…….

엘레오놀에게 물어본다고 해도 엘레오놀은 이제 막 여기로 왔으니 아이 사정까지는 모르겠지.

“음, 에일렌.”

“응? 왜에?”

“이제 마망에게도 사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에일렌은 엘라의 말에 움찔 떨다가 레이시가 혹시 화났을까 싶어서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엘라는 에일렌의 반응에 이런 것도 귀엽다며 키득키득 웃다가 에일렌의 이마에 입을 맞춘 다음 레이시에게 갔다.

소파에 앉아서 따뜻한 물을 마시고 있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혹시 충격을 받은 거냐고 물어봤고, 에일렌은 엘라의 질문에 안절부절못하는 얼굴로 레이시를 바라봤다.

“조금은요…….”

“왜?”

“에일렌이 조금 뛰어나다고 그렇게 차별할 줄은 몰랐어요.”

“뭐,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걸 배척하니까.”

“엘라는 그러지 않잖아요.”

“나는 강하니까.”

물리적으로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강하니까 자신에게 있어서 타인의 재능 같은 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에일렌에게 팔을 벌렸고, 에일렌은 레이시가 팔을 벌려주자 곧바로 품에 안기면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하아…….”

그 모습에 더욱 심란해지는 레이시.

에일렌이 아이에게 마력을 방출한 건 꽤 놀랐었다.

위험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애들이 에일렌을 먼저 밀쳐서이며, 레이시는 착하기는 해도 에일렌이 반격한 것으로 사과할 정도로 착한 건 아니었다.

에일렌이 먼저 때렸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뭐라고 하겠지만, 이번 일은 애들이 에일렌이 나눠준다는 과일을 강제로 뺏다가 생긴 일이니까…….

그래서 뭐라고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에일렌이 너무 뛰어나서 아이들이 마녀라거나 괴물이라고 부르는 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 애들의 말대로라면 프로급 재능을 가지고 있던 축구부원을 보면 괴물이라면서 축구에 끼워주지 않는다는 거니까.

비유가 이상하긴 하지만, 그런 거였다.

“따돌림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그저 모두가 착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시골의 아이들은 착할 것이다.

할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우면서 봤었던 사람들은 대부분이 착했고, 조금 난폭한 일을 당해도 어른이 되면서 이런저런 일을 겪어서 그런 거라고만 생각하고 아이들은 착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사람을 너무 좋게 바라본 걸까?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에일렌을 꽉 끌어안으면서 한숨을 내쉬었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한숨에 잘못했다면서 레이시를 끌어안았다.

“에일렌.”

“우, 우웅.”

“안 다쳤어요?”

“응…….”

“미네르바 엄마에게 사과는 하고 왔고요?”

“네에에…….”

“후우……, 다음부터는 마망에게 말해줘요. 마망이 대신 혼내줄게요. 알겠어요?”

사람을 죽이지 않고 제압할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에일렌의 이마에 입을 맞추면서 다시 꽉 끌어안았고, 에일렌은 레이시가 자기를 안아주자 멈췄던 울음을 다시 터트리면서 레이시에게 몸을 마구 비비기 시작했다.

“으응, 괜찮아요. 애들이 에일렌을 때려서 많이 놀랐죠? 괜찮아요. 다 괜찮아요.”

에일렌은 어디까지나 정당방위였다.

피를 빠는 등에가 너무 아파서 소가 나무에 몸을 부딪쳤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한창 축제 중인데도 몰려온 사람들을 보고 혀를 찼다.

애들끼리 싸웠고 법대로 해결했을 뿐인데 이렇게 몰려와서 에일렌을 울게 만들고…….

마음에 안 든다.

“레이시.”

“네?”

“진정해.”

“아.”

아샤의 말에 정신을 차리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에게 사랑의 나쁜 면만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충고했고,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하여튼 저 사람들을 쫓아내야겠다며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러자 하양이와 나비, 코코는 동시에 레이시의 머리색과 같은 녹색의 마력을 뿜어대면서 사람들이 몰린 곳으로 천천히 다가갔고, 평범한 사람들은 차마 직접 대면하지 못할 수준으로 커다란 맹수들의 모습에 덜덜 떨기 시작했다.

“엘라.”

“그래, 도와줄게.”

그리고는 엘라마저도 기사들에게 신호를 주자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무력이 깡패네요.”

“아하하, 말이 험하잖아.”

“그치만 엘라. 딸이 이런 일을 당했는데 태평하게 있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하긴, 그건 동감이야.”

“그나저나 어쩌죠? 엘레오놀 공작님께 죄송한데.”

축제를 열심히 준비했을 건데 자기 때문에 엉망이 된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

물론 원인은 저쪽이고 책임도 저쪽에게 물을 거지만, 그래도 미안한 건 미안한 것.

레이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엘레오놀을 도와줄 방법이 없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더니 적당히 부자들만 불러서 만찬회라도 가지자고 말했다.

“어차피 저 사람들도 그걸 바랄 거고.”

“으으응…….”

“왜?”

“부자분들이 초대에 응할까요? 여관을 허물고 그렇게 했는데?”

나라면 겁을 먹어서라도 안 올 거 같은데…….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며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피식 웃더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로 이 도시를 버리고 싶은 게 아니라면 다리가 부러져도 기어 오겠지. 대형 마수를 처리 못 해서 끙끙거릴 때 내가 빡친 척하자 자기들 손으로 미녀를 헌상하기까지 했는 걸.”

“……부우. 엘라의 옛날 연애를 알고 싶진 않았어요,”

“지, 지금은 레이시 뿐이야!”

“그건 알지만요…….”

엘라의 말에 샐쭉하게 내밀던 입술을 집어넣고 한숨을 내쉬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럼 만찬회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불러달라고 말했다.

“저는 미르와 레아를 돌볼게요.”

“그래.”

레이시를 배웅해준 다음 아샤와 함께 엘레오놀에게 가는 엘라.

엘레오놀은 엘라가 오자마자 자연스럽게 서류를 내놓았고, 엘라는 엘레오놀이 내놓은 서류를 보고 눈을 빛내다가 나중에 재상이라도 노릴 거냐고 물어봤다.

“그래주시면 고맙죠. 왕가를 노리지는 않겠지만, 권력이 강해서 나쁜 점은 없으니까요.”

“제대로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 쥔다는 가정 하에.”

“뭐, 그것도 공주님처럼 규격 외의 무력을 지닌 분이 나타나면 무의미해지지만요.”

마음만 먹으면 권력이고 뭐고 무력으로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데 권력이 무슨 소용이겠냐고 물어보는 엘레오놀.

엘라는 엘레오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원시인 생활은 하기 싫으니까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엘레오놀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해줄 수 있다는 엘라의 대답에 어색하게 웃다가 초대장을 보내기 시작했다.

“메뉴는 어떻게 할까요?”

“애들 메뉴.”

“네?”

“함박 스테이크에 달콤한 소스, 토끼 모양으로 자른 사과와 깃발을 꽂은 오므라이스. 주스는 오렌지 주스에 후식으로는 달콤한 초코칩 쿠키.”

“에일렌 아가씨가 좋아하시는 것들인가요?”

“응, 사과는 꼭 토끼 모양으로 잘라줘야 먹어. 귀엽지?”

“아하하. 그러네요.”

초대받은 사람들은 죽을 맛이겠지만…….

“재미있으니까 즐길까요?”

“아하하하! 너 진짜 성격 나쁘네!”

“공주님만 할까요?”

“아하하하핫!”

“우후후후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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