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4화 〉 아이를 훈육하는 방법2
* * *
“에일렌.”
“씨이, 씨이.”
“에일렌, 엄마 봐.”
화를 좀처럼 주체하지 못하겠는지 엘라가 말하고 있는데도 씩씩거리는 에일렌.
엘라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다가 에일렌의 눈앞에서 박수를 가볍게 쳤고, 에일렌은 엘라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더니 엘라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에일렌은 더욱 눈을 찌푸리면서 자기가 과일을 나눠주겠다고 했는데 저 애들이 밀치고 주머니를 뺏어갔다고 말했고, 엘라는 그런 에일렌의 말에 눈을 감더니 이내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그래도 이렇게 죽이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너는 오라토리엄 국왕의 현녀이니까, 법에 따라서 해야지.”
“법?”
“그래. 법에 따라서 처벌을 해야지 그렇게 마음대로 사람을 죽이면 안 돼.”
“그치만 마망이 준 거 나 때려서 빼앗았어! 원래 줄 거 였는데! 그렇게 말했었는데!”
“때려서 빼앗았다고?”
“응!”
에일렌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더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엘라.
아이들은 에일렌의 손에서 일어난 폭발에 놀랐는지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에일렌을 바라보고 있었고, 엘라는 폭발에 휘말리면서도 주머니를 놓지 않은 아이에게 천천히 다가가 아이를 노려봤다.
“대답해, 네가 에일렌을 밀쳤나?”
“히, 히끅. 자, 잘못…….”
“했군.”
아이의 말에 숨을 깊게 내쉬더니 엘라는 에일렌에게 다음부터는 자기에게 말하라고 말했고, 에일렌은 엘라의 말에 씩씩거리면서 엘라에게 아이들을 혼내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엘라는 싱긋 웃으면서 미네르바에게 손바닥은 괜찮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엘라의 말에 손바닥을 보더니 엘라에게 보여주었다.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손.
신체 나이를 생각해보면 나름대로는 강한 위력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은 그저 그런 수준의 공격이었기에 미네르바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고, 엘라는 미네르바의 손바닥을 보고는 아이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벽천화 기사단, 이 아이를 체포하고 부모님도 끌고 와.”
“알겠습니다. 뭐라고 설명할까요?”
“에일렌 현녀 상해죄로 잡아와. 얌전히 오면 참수는 봐준다고 말해.”
“재판관은…….”
“나. 참, 축제에 참석하는 건 늦어질 거라고 설명해.”
“알겠습니다.”
차갑게 아이를 쏘아붙인 다음 잠시 고민하는 엘라.
그러다가 엘라는 벽천화 기사단에게 축제 참석에 대한 건 알리지 말라고 명령을 고친 다음 손가락을 위로 들었고, 그런 다음 곧바로 포격을 갈기기 시작했다.
에일렌이 한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수준의 포격.
저 멀리서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땅에 있는 사람들의 몸이 짓눌릴 정도의 힘이 느껴졌고, 도시 전체에서는 동시에 소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드래곤과 기간테스가 다시 나타난 거 아니냐는 소리부터 시작해서 지맥신이 화났다는 다소 토착적인 발언까지…….
그렇게 소리가 뒤섞이자 엘라는 이걸로 축제에 늦는 건 엘레오놀도 알았을 거라고 말하더니 에일렌을 안은 채 저택의 방으로 돌아갔고, 엘라는 에일렌에게 화를 내는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훈육해주었다.
“화를 낼 때는 적법한 절차를 따라서 화를 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우리들을 따르지 않을 거란다. 우리는 아무렇게나 사람을 죽인다고.”
“흐끅, 흐끅……. 그치만…….”
“알아, 그러니까 이번에는 엄마가 화를 내는 방법을 가르쳐줄게. 목숨에 위험을 받지 않았지만, 상해를 입었을 때 화를 내는 방법을.”
싱긋 웃으면서 다음에는 나처럼 하라고 말하는 엘라.
잠시 후 완전 무장한 여기사들이 몇 명의 사람들을 끌고 와 엘라의 앞에 무릎을 꿇게 했고, 평민들은 엘라의 차가운 눈빛에 숨을 멈춘 채 엘라를 바라봤다.
“내가 어렸을 적에 워낙 개짓거리를 많이 해둬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이 있는 걸 알아. 뭐, 보통은 나를 반겨주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나를 반기지 않을지도 모르지. 아이야트 오라버니나 슈레이 언니를 좀 더 반길만 해. 그래도 내 딸에게 손찌검을 할 정도로 나를 미워할 줄은 몰랐는데 참 대단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 아닙니다! 저희가 자식 공부를 잘못시켰습니다!”
“죄송합니다!”
“에일렌은 나와 레이시의 딸. 듀세리안 레드포트 라이드 오라토리엄 국왕의 손녀이지. 왕가의 일원이야. 호적에도 들어가 있는 명명백백한 왕가의 딸. 그런 내 딸을 때렸으니 어떤 형벌을 받아야 하지?”
“……원칙적으로는 당사자는 사형, 가족은 노역형입니다.”
“그래, 그렇다네. 그건 나이에 제한이 있나?”
“없습니다. 왕가의 핏줄이 끊기면 오라토리엄 왕국 자체의 존속이 흔들리기에 1살의 어린애부터 시작해서 100세의 노인까지 구별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6살, 7살의 어린아이라면 두 말 할 것도 없습니다.”
기사의 말에 식겁하면서 자기의 아이들을 가리는 부모들.
엘라는 그런 부모들을 보고 아샤에게 손가락질 했고, 아샤는 한숨을 내쉬다가 럼을 따서 엘라에게 건네주었다.
“그래, 음. 아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지?”
“솔직하게 말씀 드릴까요?”
“응.”
“술집의 사람들이 말하길 엘라 공주님께서는 무력은 뛰어나도 정치를 제대로 못하는데 그런 사람이 땅을 복구시키는 사업할 수 있겠냐면서 투덜거리더군요. 거기에다가 갈리아 가문이나 스트라이크 가문이 아닌 이번에 망명 온 쿨리아 공작가가 오면서 오라토리엄 왕가의 관심을 의심했습니다. 몰래 암행을 갔었던 마리아와 부하들의 말에 의하면 여자이면서도 여자에 미친 공주님께서 레이시 공주비님에게 미쳐서 공을 세워주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는군요.”
“아하하하!”
아샤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는 엘라.
엘라는 재미있는 발상 아니냐며 눈을 가늘게 뜨다가 럼을 마시고 이야기는 어디에서 들었냐고 물어봤고, 아샤는 에일렌을 때린 남자애의 부모를 가리켰다.
“저자들의 주점에서 들었습니다. 여관을 겸하더군요. 가게의 이름은 재키의 여관입니다. 저 남자애의 이름이 잭인 걸 보면 아마도 아이의 애칭을 사용한 가게 같습니다.”
“흐응.”
어째 좀 거칠게 행동한다 싶었더니 술집에서 배운 행동을 그대로 한 걸까?
엘라는 그런 난폭한 짓을 사랑하는 딸에게 했다고 생각하자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뜨면서 서서히 압박하기 시작했고, 거친 모험가에게서도 느낄 수 없던 기운에 잭의 부모는 머리를 땅에 박은 채 땅을 뒹굴기 시작했다.
“감히 에일렌에게 상처를 준 것으로도 모자라서 오라토리엄 왕가에 대해 의심을 품는 말을 하는데도 방치하고 술이나 처먹였다는 거지? 하……, 참, 공작가가 아니라 남작가에게 일을 맡겼어야 했나? 거기, 너, 왕가모독에 대한 죄는 어떻지?”
“공주님께는 외람된 말씀이지만, 직접적인 상해를 입힌 게 아니라 모독임으로 5년형에 추가 징세가 적당하겠군요. 여관을 허무는 것까지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 점점 죄가 늘어나네. 그럼 내가 이 땅의 사람들을 위해서 더 희생해야 하나? 이 일도 아버지의 부탁으로 내 개인적인 돈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말야.”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라면 강제력은 없습니다.”
“그렇지? 그냥 땅 갈아엎고 가버릴까?”
“상관 없습니다. 모든 것은 공주님의 뜻대로. 저희는 절벽 위의 꽃을 지킬 뿐입니다.”
“그렇다네. 너희들의 이름을 대면서 그냥 그만 둔다고 말해버릴까? 내가 가면 이 도시에 오는 지원도 싹 끊길 텐데.”
히죽 웃으면서 사람들을 협박하는 엘라.
그러자 사람들은 단체로 머리를 박으면서 엘라에게 자비를 구하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행동에 불편한 듯 침을 삼키면서도 사람들을 바라봤다.
처음에는 너무하다 싶었지만……, 엘라는 육군대장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
아니, 신분제를 따르는 만큼 그보다도 더 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자비를 들여서 자신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 대민 지원 사업에 나왔는데, 그곳의 사람들이 자기를 욕하고 딸이 다쳤다?
이 정도면 많이 봐주고 있는 거겠지.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자기를 죽이려고 했을 때 협력한 사람은 전원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하다 죽었다고 하니까.
“어떻게 할까?”
럼을 비우며 웃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엘라의 손을 잡았고, 엘라는 레이시의 손길에 눈웃음을 지으면서 레이시가 판결을 내리겠냐고 물어보며 빈 럼의 병을 아샤에게 던져주었다.
“저 아이들에게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네……?”
“왜 에일렌의 과일을 뻇었어요? 거기에다가 밀치기까지 한 이유가 대체 뭐예요? 에일렌이 다들 나눠먹자면서 다가갔는데.”
눈을 가늘게 뜨고 화를 내는 레이시.
레이시는 벌을 주기 전에 에일렌이 친구를 사귀기 위해 자기가 아끼는 걸 기꺼이 베풀었는데도 그렇게까지 한 행동을 아이들에게 듣고 싶다고 말했고, 아이들은 레이시의 말에 자기는 아니라고 말했다.
“저, 저 애는 손에서 물방울도 막 나오고 마, 마녀란 말이에요! 거기에다 자기는 한 살 밖에 안 됐다고 하고 막 거짓말만 하고! 그런 애하고 노는 거 아니에요!”
“……하아.”
아이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더니 마력을 뿜어대는 레이시.
어제 못 봤을 때 에일렌도 뭔가 잘못을 했으면 에일렌을 혼낼 생각이었지만, 그런 게 아니라 에일렌이 다른 애들과 그저 다르기 때문에 거짓말한다고 생각하고 때리고 물건을 빼앗았다니…….
“엘라.”
“응?”
“엘라 마음대로 해요.”
“레이시, 이리로 와.”
레이시의 표정을 보고 팔을 벌리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에게 다가갔고, 엘라는 레이시를 꽉 끌어안더니 등을 몇 번 쓰다듬어주면서 진정하라고 속삭였다.
“츗, 적법하게 화를 내고 올 테니까 레이시는 에일렌 달래줘. 아직도 미네르바 잡고 울고 있다네.”
“그럴게요. 쪽…….”
다른 사람들이 보는데도 가볍게 입을 맞추고 위로 올라가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황급히 돌아온 마리아에게 호위를 받으면서 위로 올라가자 다시 차가운 눈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공주님.”
“공작. 지금은 내가 화가 많이 났으니 말을 골라해야 할 거야.”
“축제는 진행해야 할 것 같으니 허락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흑창 기사단의 참가를 허락해주시길 바랍니다.”
“하……, 공작.”
“네, 공주님.”
“이 자의 여관에서 내가 레이시에 미쳐서 스트라이크 공작 가문과 갈리아 공작 가문을 압박한 다음 너를 데리고 왔다더군. 내가 정치는 좆도 모르는데 레이시의 이력을 위해서 나댄다고 말이야.”
“약주를 하셨습니까?”
“응, 이 녀석들이 에일렌을 밀쳐서 술로 달래지 않으면 곧바로 머리를 터트려버릴 거 같아서.”
“……싸구려 럼이네요. 라벨링도 제대로 붙이지 않은 럼은 몸에 해로우니 제 술을 드시는 건 어떠신가요? 럼도 있답니다.”
“아니, 이렇게 두통을 느끼게 해주는 편이 딱 좋아. 안 그러면 그냥 다 죽이고 일을 진행할 것 같거든. 너도 조심해.”
“저는 유용한 사람이니 공주님께서 저를 아껴주실 겁니다.”
“아하하핫! 그거 재밌는 농담이네. 더 말해봐. 안주 삼아 들어보게.”
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눈을 가늘게 뜨는 엘라.
엘레오놀와 아샤는 엘라의 미소에 엘라가 진짜 빡치기 시작했다는 걸 깨닫고 한숨을 내쉬며 평민을 바라봤다.
이제는 머리를 박으려고 해도 피부가 다 까져서 박지 못하는 사람들.
엘레오놀은 도스토 연맹국 안에서의 모습을 떠올리다가 엘라에게 진짜 죽일 거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엘레오놀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자기는 살인귀가 아니라고 말했다.
“필요에 의해서 사람을 죽일 뿐이지. ……그래도 경고 정도는 하는 게 좋겠지.”
“음, 여관을 허물도록 허락을 받고 올까요?”
“그래. 그런 다음 허물어버려. 왜 허물었는지 공문을 붙이고. 요즘따라 내가 난동을 안 피우니까 내가 좆으로 보이나 봐.”
“공주님이라면 씹 아닐까요?”
“그거 왕족모독죄야. 기사도 있어.”
“하지만 공주님이시라면 이런 말을 안주로서 더 좋아하시잖아요? 가신으로서 그 정도의 센스는 있답니다.”
작위만으로 남자를 홀린 건 아니라는 걸까?
엘라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고개를 가볍게 저은 다음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럼 형벌은 그렇게 하고 집행해. 나는 에일렌에게 화를 내는 방법을 교육해야 하니.”
“알겠습니다, 공주님.”
“아샤, 네가 지휘해라.”
“네.”
엘라의 판결에 죽지 않은 것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지 부들부들 더는 사람들.
아이들은 자기들이 죽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부모들은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해졌는지 한숨을 내쉬면서 자기네 아이들을 껴안았다.
“뭐, 우리 에일렌이 제일 예쁘네.”
이제 교육이나 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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