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3화 〉 아이를 훈육하는 방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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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아병?”
“응. 용아병이 있더라.”
“뭐, 드래곤이랑 기간테스가 싸웠으니 있을 법도 하지.”
“조사단 발족은 언제야?”
“내일. 건물은 빈 건물을 쓰기로 했고, 도시에 있던 연금술사와 사냥꾼도 몇몇 고용하기로 했어. 길드의 녀석들과 협상을 하긴 해야 했지만.”
커피를 마시면서 서류를 끄적이는 엘라.
아샤는 그런 엘라의 모습에 협상이 잘 안 풀렸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그런 건 아니라며 고개를 좌우로 젓다가 지금 처리하는 건 다른 서류라고 말했다.
“미스트의 편지?”
“응, 여기저기 난리네. 아주 개판이야. 도스토 연맹국 내의 분위기는 저번 전쟁으로 완전 개판이 되어서 미련한 곰새끼랑 고자를 중심으로 전쟁을 준비하는 것 같더라고. 자기 딴에는 몰래 준비하는 거 같은데 미스트의 편지에 군사의 수와 전쟁 장비, 참여하는 유명 인사의 이름이 다 적혀 있네.”
“박쥐놈은?”
“협력하는 듯하면서도 여차하면 독립해서 튈 생각이나 하고 있다네. 오히려 그쪽은 미스트를 초대하고자 미스트가 미끼를 뿌리더라고.”
“허. 신성왕국 측에서는 내버려둔대?”
“서쪽의 움직임이 수상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막대한 양의 기부금을 낸 알레이스터가 전쟁을 일으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나봐. 거기에다가 그랑메르 강이 넓으니 강을 넘어오기 전에 요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거기는 전함도 다니니까. 그래도 너무 안일하네.”
아샤는 머리를 긁다가 그럼 블루드의 전체적인 계획은 블루드와 밀약을 맺은 도스토 연맹국의 사람이 오라토리엄 왕국에 전쟁을 선포하고 동시에 그랑메르 강을 건너는 거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아마 그럴 것 같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베스티아 왕국은 지금 몸을 웅크리고 있으니 참전하지 않겠고 북부의 야만인이 문제네. 엘레오놀.”
“제게 그런 정보를 주셔도 되나요?”
“이미 연맹에서 빠져나온 시점에서 너도 목표물이니까. 레이시가 땅을 사줬는데 그대로 망해버리면 땅을 사준 이유가 없잖아.”
“야만인들이라면 제가 고용해볼까요?”
“그럴 수 있어?”
“아주 조금 친분을 담아 친구로 지내는 분이 있거든요.”
“남자? 여자?”
“여족장인 벤뉭씨에요.”
“……뭐라고?”
“벤뉭 씨요. 그냥 편하게 벤이라고 불러요. 저도 그렇게 부르니까. 남자 취향을 공유하는 족장인데, 새를 기르고 늑대를 타고 다니면서 속도로 게릴라를 하는 곳이에요. 저희 왕국의 특무부대와 동등할 정도의 실력이고 하반신 개새끼들이랑 박쥐가 있는 곳을 피해 다닌다면 크게 피해를 입지 않고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예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해줘. 그리고 박쥐 새끼에 대한 건……, 아빠나 오빠, 언니에게 물어봐야겠네. 왕위 계승자가 아닌 내가 하기에는 조금 그래.”
한숨을 푹 내쉬면서 서류를 정리하는 엘라.
엘레오놀은 하긴 엘라의 말대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건 정말로 일개 공주인 레이시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긴 하다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엘라는 그런 엘레오놀의 말에 안경을 벗으면서 어떻게 좋은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다.
“그러네요. 마법으로 봉인해둔 철광산이 있어요. 그 봉인을 풀면 철을 캐겠다고 연맹국에서 달려들 테니 북방의 야만인들이 그쪽만 노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겠죠. 그 사이에 반격의 기회를 잡아볼게요.”
“그거 좋네. 그런데 철광산 같은 걸 숨겨도 돼?”
“물론이죠. 연맹이라고는 하지만 저희는 연맹 안에서는 별종 취급을 받고 호시탐탐 저희의 재산을 노려졌거든요. 실제로 아버지 대에서는 재산의 대부분을 압수당한 적도 있고요. 그래서 군수물자는 대부분은 숨겨두고 작게 표시하거나 상단을 수십 개 돌려서 일반적인 보석광산으로 둔갑시켰죠.”
“우리나라에서 그러면 반역죄로 잡혀간다.”
“그래서 군사물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잖아요? 연맹국에서는 계약한 다음 정보를 밝혀서 장난치냐면서 화를 냈었지만요.”
“그 부분은 속은 인간이 병신인 거지. 하여튼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출전 준비나 해야겠네.”
“장군의 대비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냥 힘으로 때려 박을 거야. 내가 없어도 오라토리엄 왕국이 연맹에게 질 정도로 한심하지 않아. 거기에다가 우리나라는 네가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몇십 년간 국경이 변한 적이 없으니 국경의 방비는 단단하거든. 나랑 아샤, 미스트, 미네르바가 있는 이상 수비만 펼쳐도 전쟁에서는 이길 수 있을 테니까 특별히 대비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어.”
“아아, 하나 된 나라는 이래서 부럽다니까요?”
“딱히 하나가 된 건 아냐, 귀족파와 국왕파가 싸우긴 해. 다만 오라토리엄 왕국에 있는 게 최선이라는 걸 알고 있을 뿐이지.”
“그것도 몰라서 저희 나라가 어떻게 됐는지 잘 알고 계시잖아요?”
“뭐, 그건 그래.”
엘레오놀의 말에 피식 웃더니 편지를 봉투에 넣고 아샤에게 건네주었고, 아샤는 벽천화 기사단에게 주겠다고 말한 다음 아래층에서 에일렌과 함께 노는 레이시를 보고 눈을 깜빡였다.
“엘라.”
“왜?”
“레이시가 우리를 도와주겠답시고, 혹은 주변 귀족의 등쌀에 못 이겨서 전쟁터에 나가면 어떻게 하지?”
“……레이시도 강하니까 믿어야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는 엘라.
에일렌이나 미르, 레아는 국왕이 돌봐준다고 해도 레이시가 귀족들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그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하필이면 알티네를 제압한 게 반쯤은 무력으로 제압한 거다 보니까 알티네가 레이시가 죽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작정하고 전쟁터에 보내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물론 슈레이나 볼케릭이 바보는 아니니 그렇게는 하지 않겠지만, 세상 일이라는 건 어떻게 될지 모르니…….
“흐음, 레이시에 한 번 말해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전쟁에 참가하는 건 하지 말아 달라고. 만약 시키면 내 이름을 팔아서라도 하지 말라고.”
“알았어. 그럴게.”
아샤의 대답에 다시 안경을 쓰는 엘라.
아샤는 엘라의 모습에 한동안 엘라가 시간을 내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레이시에게로 갔고, 에일렌과 한참 동화책을 읽던 레이시는 아샤가 피곤하다는 얼굴로 내려오자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
“응? 아, 우리가 나간 사이에 미스트의 편지가 왔나 봐. 이건 네게 보내는 안부 편지.”
“고마워요. 미스트는 뭐래요?”
“도스토 연맹국의 분열이랑 전쟁 발발이 멀지 않았대. 아마도 우리 오라토리엄 왕국으로 전쟁을 선포할 거고, 전쟁의 경과에 따라 달라지긴 할 건데 왕국의 매는 눈치만 보다가 아마도 독립국을 만들 것 같대.”
“으으으응…….”
“나와 엘라의 충고. 레이시는 절대로 전쟁에 나가지 마. 그럴 리는 없지만, 알티네라면 우리 아이들을 독살시킬 수도 있으니까.”
아샤의 말에 반사적으로 책을 읽는 에일렌의 귀를 막는 레이시.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행동에 가볍게 손을 잡아 내려주면서 일단 진정하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우물쭈물거리다가 아샤에게 안기면서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안심하라고 하셔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못 한다고요……. 저희 아이잖아요.”
레이시는 약간의 살기와 보호 본능이 뒤섞인 얼굴로 아샤를 바라보았고, 아샤는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여튼 그렇기 때문에 전쟁에는 절대로 나가지 말라며 신신당부했다.
“성벽을 낮게 쌓거나 보수관리를 안 한 것도 아니고 병사들과 함께 오려면 우리가 전쟁을 끝내고 돌아올 수 있을 거야.”
“으응. 전쟁이면 마리아 씨도 차출되는 건가요?”
“그렇겠지. 하지만 진은 기사단과 벽천화 기사단은 왕궁 수호 기사단이니까 24시간 밀착 경호만 하지 전쟁에 직접 나가지는 않을 거야. 전쟁에 직접 나가는 건 에시르 기사단이나 대군성 기사단이야.”
“그 분들은 강할까요?”
“글쎄? 전쟁은 잘 몰라. 하지만 현상 유지만 노린다면 아마 전선이 고착화 되고 장군도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거야. 부하들과 몰래 빠져나와서 수도로 직접 달린다고 해도 진은 기사단과 벽천화 기사단을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을 거야. 몰래 온다고 하면 15명에서 30명이 한계니까.”
그정도면 두 기사단이 협공하면 한 명 당 2명이 붙어서 그냥 수로 압도할 수 있다.
불굴의 장군의 지휘 스킬이 있어서 단순히 협공하는 것보다는 힘들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못 이길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 말하자 레이시는 그제야 조금은 마음을 풀면서 에일렌을 안았고, 에일렌은 평소와는 다른 포옹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레이시를 올려다보았다.
“왜 그래, 마망?”
“으응, 아니에요. 내일 축제한다는 데 에일렌은 뭐 하고 싶어요?”
“우우웅, 여기 애들은 이상해서 싫어.”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에일렌을 바라보자 에일렌은 손끝에서 비눗방울을 만들면서 저택을 구경한 애들에게 비눗방울을 만드는 걸 보여줬다면서 말해주었다.
“응, 에일렌은 비눗방울을 좋아하니까요.”
“그래서 보여줬는데 애들이 마악~ 자기도 하는 방법 알려달랬거든? 우웅, 그래서 알려줬는데 마력도 못 느끼고~ 마력을 변화도 못시키구~ 막 설명해줬는데 모른다고만 하고 우리 놀린다면서 화내면서 갔어…….”
“아…….”
이거 혹시 그건가?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너무 뛰어나서 또래에게는 이해를 받지 못하고 수준이 맞는 사람에게는 재능만 보이는 그거.
직접 경험하지 못했지만 전생에서부터 현생까지 그런 이야기는 종종 들었기에 레이시는 에일렌을 자기 허벅지에 앉히고 그건 에일렌이 특별해서 그렇다고 말해주었다.
“에일렌은 또래 아이들보다 마법에 대해서 훨씬 더 잘 알고 있거든요.”
“그런거야……?”
“네, 에일렌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엘라 엄마는 오라토리엄에서 제일 뛰어난 마법사고 마망도 평범한 사람보다 몇 배는 마력이 많거든요.”
“마리아보다도?”
“마력의 양만 따지면 마리아 이모보다도 마망이 더 많은걸요? 그러다 보니 엘라 엄마와 마망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태어난 에일렌은 남들보다 마법에 대해서 몇 배는 더 많이 알 수밖에 없답니다.”
“그래두 이건 장난감으로도 만드는 거인걸?”
“으음, 그건 엄마들이 남들의 몇 배는 열심히 일해서 많은 돈을 받기 때문에 살 수 있었던 거예요. 애들하고 친해지고 싶다면 간식을 나눠먹는 건 어때요?”
“우우웅.”
레이시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에일렌.
레이시는 에일렌의 인사에 배시시 웃다가 에일렌에게 말린 과일을 줄지 물어봤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일 아침에 만나기로 했다면서 눈을 빛냈다.
“축제 시작하기 전에요?”
“웅! 축제 시작하면 부모님하구 놀구, 요즘에는 마수가 많아서 저녁에는 못 논대!”
“으음, 그렇구나. 그럼 내일은 애들하고 재미있게 놀아요?”
전쟁이니 뭐니 그런 무서운 이야기보다는 애들하고 노는 이야기를 하는 게 좋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에일렌을 안은 채 엘라가 일을 끝낼 때까지 계속해서 에일렌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었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품에 안겨서 이야기를 듣다가 미르, 레아와 함께 침대에 누워서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간 에일렌.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도움을 받아 에일렌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에일렌을 바라보면서 에일렌이 애들과 잘 놀고 있는지 바라봤다.
“아……?”
하지만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에일렌의 주머니를 빼앗고 에일렌은 그 아이에게 주머니를 돌려달라는 듯 아이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
하지만 퉁명스러워 보이는 남자아이는 그런 에일렌을 거세게 밀쳤고, 엘라와 비슷하게 자라 마력을 제외하고는 힘은 평균보다 조금 좋은 에일렌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그것만 해도 이성을 유지하기 어려웠지만, 문제는 그 다음의 일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울던 에일렌은 엘라가 화났을 때처럼 눈을 차갑게 빛내더니 이내 손을 펼쳤고, 미네르바는 그 모습을 보고 레이시를 안고 그대로 날아가 에일렌의 손바닥 바로 앞을 자신의 손바닥으로 막았다.
그리고 일어난 폭발.
아이들이 땅에 뒹굴고 레이시도 순간 몸을 휘청거릴 정도로 강렬한 후폭풍에 레이시는 순간 정신을 못 차리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미네르바와 에일렌의 몸 상태를 살폈고, 엘라는 별안간 터진 에일렌의 마력에 놀라 달려오다가 주변 풍경을 보고는 상황파악을 끝내고 에일렌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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