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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488화 (488/542)

〈 488화 〉 구호 사업­3

* * *

“전방! 중형 마수 무리! 수 50!”

“호위진을 펼쳐라!”

흑창 기사단의 단장 베리알 아스트로시아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모습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죽이려고 한다면 못 죽일 것도 없지만, 지금 자기가 맡은 임무는 조사대의 호위.

호위에 익숙하지 않은 만큼 최대한 위험은 피해야 했고, 그렇기 때문에 사냥할 수 있는 마수를 뒤로하고 도망치려고 했다.

물론 후퇴를 선택하는 것은 아무렇지 않았지만…….

“젠장, 이런 대규모 호위 작전은 진은 기사단이나 백순 기사단의 일이란 말이다.”

아무래도 영 익숙하지 않아서 제대로 호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방패와 창을 든 베리알은 말에 올라타고 돌진 방향을 바꾸기 위한 돌진을 하려고 했다.

“후우웅.”

그러자 기묘하게 귀에 꽂히는 부엉이 소리.

그 소리에 당황해서 고개를 들자 금색의 실선이 길게 이어졌고, 곧 이어서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일었다.

“저, 전원 방패진!”

“네!”

뭔지 몰라도 위험하다.

그렇게 생각한 베리알은 방패를 손에 쥔 채 침을 꿀꺽 삼켰고, 이내 바람이 불면서 흙먼지가 사라지자 천천히 방패를 내렸다.

“뭐하는 거지?”

“그, 레, 레이시 공주비님의…….”

“미네르바다. 이 애들은 내……. 그러니까 주인의 세 번째랑 네 번째다.”

“그, 그렇군요.”

“내가 사냥했으니까 애들 먹이로 준다?”

발에 묻은 피를 보더니 새의 것과 똑같이 생긴 발을 털며 자기를 쳐다보는 미네르바.

미네르바가 태생부터 포식자라는 듯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자 베리알은 자기가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고, 미네르바는 베리알의 대답을 듣고는 흡족하게 웃으면서 손짓했다.

그러자 마수들을 뜯어먹기 시작하는 나비와 코코.

두 마리의 맹수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애완동물이 아니라 생태계 최정점 포식자다운 모습을 보였고, 미네르바는 그 모습을 보다가 가까이 있는 짐승의 목살을 뜯어 대충 씹어 넘겼다.

“웩, 맛 없군.”

아무래도 조리된 음식에 너무 길들여진 걸까?

오랜만의 생고기인데도 별로 맛있지가 않단 생각에 미네르바는 혀를 차다가 아직도 멍하니 자기를 바라보는 흑창 기사단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보지?”

다른 동물들은 노려보면 죽여달라던 건데, 엘라의 부하들이 자기보고 죽여달라고 할 일은 없을 거고…….

뭘까?

미네르바는 그렇게 생각하며 흑창 기사단을 빤히 쳐다봤고, 흑창 기사단은 미네르바의 눈에 서서히 적의가 감돌자 화들짝 놀라며 구해주셔서 고맙다면서 인사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감사 인사에 미네르바는 흑창 기사단을 보며 고작 그 말을 하려고 그렇게 망설인 거였냐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나비와 코코가 다 먹었다는 듯 남은 시체로 장난을 치자 장난감으로 쓸 한 구를 집어들고는 두 마리에게 손짓했다.

“크릉.”

그러자 가지고 놀던 시체를 부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비와 코코.

미네르바는 그런 두 마리를 보면서 잠시 고민하다가 에일렌이 알면 울겠다 싶어서 손에 들린 중형 마수를 저 멀리 던진 다음 두 마리에게 돌아가자고 말했고, 나비와 코코는 시체를 보며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다가 미네르바의 지시를 따라 다시금 도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자, 잠시!”

“……? 뭐냐? 인간?”

“그, 그게.”

“주인의 명령이 아니라면 너희 따위 구해주지도 않았다.”

“……아.”

“흥.”

분명 자기 일을 도와달라고 말하려던 거겠지.

레이시의 명령이라면 모를까 그런 일 같은 건 하고 싶지 않다.

안 그래도 엘라와 아샤가 돌아오면서 주인과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는데 더 시간을 빼앗기긴 싫다.

그렇게 생각한 미네르바는 코코의 등 뒤에 올라타서 멍하니 도시를 바라봤고, 이내 더러워진 입맛을 깨끗하게 되돌릴 겸 코코에게 엘레오놀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 말했다.

“컹!”

“나비는 먼저 돌아가도 좋다. 아샤가 보면 씻자고 할 테니 씻어라.”

“그르릉~.”

“에일렌이 피 묻은 거 보면 싫어한다. 깨끗하게 씻어라.”

미네르바의 명령에 크게 갸르릉거리면서 저택으로 돌아가는 나비.

사람들은 그런 나비의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키면서 천천히 물러났고, 미네르바는 나비의 덩치를 힐끗 보고 사람들을 보더니 사람은 참 작은 주제에 힘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코코의 등을 두들겼다.

그러자 코코는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고, 미네르바는 코코의 속도를 느끼다가 조금은 느리다고 생각했고, 이내 저택에 도착하자 곧바로 날아올라 엘레오놀과 엘라가 있는 방의 창문을 두들겼다.

“어머, 깜짝 놀랐잖아요. 수건을 가져올게요.”

“아니, 됐다.”

“사냥이라도 나갔어?”

“중형 마수 50마리. 음, 3마리만 나오면 도망치라고 했는데 은근히 많았다.”

“흐응, 그러네. 뭐, 상이라도 줄까?”

“에일렌하고 과일 주스 먹고 싶다. 오랜만에 생고기를 먹어봤는데 영 입에 안 맞았다.”

“뭐, 너도 한 2년 정도는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었으니까. 쟤들하고는 다르지. 그럼 깨끗하게 씻고 가, 얼굴하고 다리에 피 잔뜩 뭍힌 채로 아이들을 만나는 건 금지야.”

“알고 있다.”

엘라의 말에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더니 그대로 창문에서 뛰어 내리는 미네르바.

엘라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키드득 웃더니 마수가 은근히 많은 것 같다고 운을 뗐고, 엘레오놀은 마수의 무리는 오늘 미네르바에게서 처음으로 보고 받았다면서 좀 더 조사해보겠다고말했다.

“응? 아니. 굳이 그럴 필요 없어. 나를 부른 건 네 지지기반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네 애인들의 피해가 줄어들기 때문이잖아?”

“전쟁에서 막 다녀오신 분께 무리가 되지 않을까요?”

“글쎄? 사신이라고 해도 그저 그랬고 이번에 9위계 마법까지 쏟아내면서 스트레스가 풀렸으니까 아무렇지 않은데? 그리고 저런 곳에 갔다오는 건 내게 산책하는 거랑 다른 게 없고.”

“후후, 그렇다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나중에 돈이라도 쥐어줘서 내게 탐색을 부탁했을 주제에. 공짜로 해줄 테니 집어 먹어.”

“그러면 부탁드릴게요.”

“참, 우이 에일렌은 입맛이 까다로우니까 여기에 적힌 대로 과일을 섞어 주스를 만들어.”

“어머, 이건 혹시…….”

“미스트의 레시피야. 그람까지 맞춰서 넣어.”

“네, 꼭 그렇게 하도록 이를게요.”

엘라의 말에 싱긋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엘레오놀.

엘라는 엘레오놀의 미소에 피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나비와 코코에게 갔고, 고양이 세수를 하던 나비는 엘라가 오자 조용히 머리를 숙이면서 배를 까뒤집었다.

“어지간한 저택만한 녀석이 배 까뒤집곤 애교부리긴.”

“그르릉~.”

“물 소환해줄까?”

“갸아아옹.”

“킥.”

엘라는 나비의 말에 물을 소환해서 나비의 몸에 쏟아주었고, 나비는 갑자기 쏟아진 물에 발을 버둥거리다가 빠르게 털을 정리하면서 피를 씻어내기 시작했다.

“나비야.”

“그릉?”

“나중에 평원에 가서 조사해야할지도 모르니까 식사량, 줄인다.”

엘라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맹수의 눈빛을 하는 나비.

엘라는 맹수 특유의 살기 등등한 눈빛에 마음에 들었다는 듯 나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하여튼 그렇게 알라면서 오늘은 특식을 주겠다고 말했고, 나비는 엘라의 말에 몸을 돌리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그래, 그래. 착하다.”

엘라의 손이 닿자 몸을 이리저리 비틀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나비.

엘라는 나비가 일어나자 물로 몸을 씻겨준 다음 열풍으로 말려주었고, 나비는 엘라의 샤워에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가 조용히 그늘로 들어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코코가 다가왔고, 엘라는 새로운 애완동물이 된 코코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코코도 씻겨준 다음 미네르바와 함께 위로 올라갔다.

“우우웅……? 엄마아아?”

“그래, 엄마야.”

“으으응, 엄마아아아.”

엘라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배시시 웃으면서 안기는 에일렌.

엘라는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잘 잤냐고 물어봤고, 에일렌은 레이시랑 같이 자서 행복했다고 말하면서 엘라도 같이 자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좀 있으면 저녁 먹을 건데? 오늘은 에일렌이 좋아하는 카레야.”

“사과두우?”

“응, 사과도. 구운 게 좋아? 아니면 토끼 모양으로 자른 게 좋아?”

“토끼!”

“그래? 엄마가 잘라줄까?”

“응! 엄마가 잘라주는 토끼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풉, 미스트 엄마가 해주는 건?”

“으응, 두 번째!”

“아샤 엄마도 자주 해주는데?”

“으, 으으으응!”

“농담이야. 우리들은 에일렌이 사과 맛있게 먹는 것만 봐도 좋아.”

잠깐 놀렸다고 이런 얼굴이라니, 이런 건 레이시를 닮았네.

엘라는 에일렌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키득키득 웃었고, 에일렌은 엘라의 웃음에 샐쭉하게 내밀고 있던 입술을 집어넣으며 헤실헤실 웃었다.

“마망 깨울까?”

“응!”

“그럼 엄마는 저녁 준비할 테니까 에일렌이 마망 깨워줘.”

“네에에~.”

손을 들고 배시시 웃는 에일렌.

엘라는 역시 레이시를 닮았다면서 키득키득 웃다가 아래로 내려갔고, 에일렌은 엘라가 내려가자 기지개를 켜다가 아샤에게 손짓을 하면서 아샤를 불렀다.

“왜?”

“아샤 엄마, 마망 어떻게 깨워?”

“음……. 글쎄? 동화책에 나오는 것처럼 키스해주면 일어나지 않을까?”

“아하! 그렇구나! 마망은 공주님이니까?”

“착한 공주비님이지. 그리고 에일렌은 레이시가 사랑하는 귀여운 아이고.”

“에헤헤, 나 귀여워?”

“응, 다른 아이들은 눈에 안 들어올 정도로 귀여워.”

“안 대! 아샤 엄마는 나 말고 미르랑 레아도 봐야 하잖아!”

“푸훗, 그래, 그러네.”

에일렌의 말에 작게 웃더니 이마를 가볍게 때려주는 아샤.

에일렌은 아샤의 손짓에 버둥거리더니 아샤가 손짓을 멈추자 레이시에게 다가가서 레이시에게 뽀뽀했고, 레이시는 입술에 닿는 감촉에 눈을 깜빡이다가 작게 칭얼거렸다.

“으으응, 누구예요? 저를 이렇게 사랑해주는 사람은?”

“마망!”

“……!?”

에일렌의 목소리에 몸을 크게 흠칫거리는 레이시.

아샤는 그 모습에 자기들을 떠올렸구나 싶어 괜히 얼굴을 붉히면서 입가를 매만졌고, 레이시는 아샤의 얼굴을 보더니 크게 헛기침을 하더니 에일렌을 껴안고 입을 맞췄다.

“사랑스러운 우리 에일렌이었네요? 깼어요?”

“응! 엘라 엄마가 좀 있으면 저녁 먹자고 했어! 토끼 모양 사과를 만들어준대!”

“에일렌이 좋아하는 토끼 사과요?”

“토끼 사과! 깡총깡총 귀여워!”

“푸훗, 그럼 밥 먹기 전에 세수할까요?”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아샤에게 미네르바는 어딨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의 질문에 미네르바가 중형 마수를 사냥하러 갔었던 걸 말해주면서 아마 지금쯤이면 씻고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렇구나. 으응, 안 다쳤대요?”

“다칠 리가. 모두 멀쩡해.”

“그럼 다행이고요.”

“그것보다 아까 에일렌이랑 낮잠 잔 건 까마득하게 잊고 우리 중에 누구 한 명인 줄 알았지.”

“으읏……!”

“조금 더 조심해야겠네.”

에일렌이 욕실에 들어갔다가 미네르바를 발견하고 꺄르륵 웃자 레이시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 가볍게 입술을 맞대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입맞춤에 얼굴을 붉히다가 아샤의 가슴팍을 가볍게 때리며 투덜거렸다.

“너무 부끄럽게 하지 마요.”

“그, 응…….”

“으응…….”

아샤가 부끄러워하자 레이시는 덩달아 부끄러워져서 아샤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부비적거렸고, 아샤는 레이시를 조심스럽게 껴안고선 씻으러 가자고 속삭였다.

“으응, 아, 알았어요.”

“사랑해.”

“저, 저두 사랑해요. 아샤.”

“응. 사랑해.”

한참을 레이시를 껴안다가 에일렌의 웃음소리에 숨을 크게 내쉬면서 떨어지는 아샤.

살짝 붉어진 아샤의 얼굴에 레이시는 덩달아 얼굴을 붉히다가 이내 아샤의 손을 잡고 욕실로 들어가 에일렌과 함께 얼굴을 씻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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