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8화 〉 새로 일을 맡게 되었다1
* * *
“으, 으으음…….”
“일어났어?”
“엘라…….”
“허리는 좀 어때?”
“……괜찮아요.”
엘라의 걱정에 얼굴을 붉히면서 한숨을 내쉬는 레이시.
마지막은 기억이 흐릿하지만, 중간까지는 기억이 명확했기에 레이시는 자기가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얼굴을 붉혔고,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키득 웃으면서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어주었다.
스위치가 꺼지니까 또 귀엽게 앙탈부리네.
엘라는 레이시가 눈도 안 마주치면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자 목덜미에 키스마크를 새기면서 자기를 안 봐줄 거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움찔 떨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엘라를 쳐다봤다.
“웃지 마요. 꼬집을 거예요.”
“그렇게 천박하게 울 줄은 몰랐는데……, 레이시도 참 귀여워.”
“시끄러워요!”
“으뷰뷰뷰뷰.”
레이시가 볼을 약하게 꼬집어 당기자 엘라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가볍게 입을 맞추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입맞춤에 손가락에 주던 힘을 빼고 버드 키스로 끝낼 거냐는 듯 엘라를 바라봤다.
어젯밤에는 마지막에 기절해버리는 바람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 했으니까 지금이라도 애프터를 받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쭈뼛거리면서 지금 애프터를 요청해도 되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와 혀를 섞었다.
“레이시가 부탁하는 거라면 언제든지 해줄 수 있지.”
“으으응……~.”
엘라는 목욕가운을 입은 레이시를 껴안고 계속해서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나른해지는 몸을 맡긴 채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있냐고 물어봤다.
“오늘은 에일렌하고 같이 놀아야하는 거 알죠? 으응, 저녁에 시간 비울 테니까 미르랑 레아 돌보는 것좀 도와주세요.”
“흐응, 그런 이야기하는 거야?”
“아으응, 엘라도 엄마잖아요. 엄마면……, 츄웃.”
“쪽, 쪼옵~. 지금은 그런 것보다는 사랑한다고 해줘.”
“츗, 사랑해요. 여보야.”
레이시에게 속옷을 입혀주면서 사랑을 속삭이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손짓에 맞춰서 옷을 입으며 시계를 힐끗 쳐다봤다.
꽤 피곤했는데 또 4시에 일어났네.
하양이랑 나비를 돌봐주려면 이 시간에 일어나는 게 맞긴 하지만…….
“아, 맞아. 엘라, 저번에 제가 연회를 열었을 때 에일렌이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했는데 괜찮을까요?”
“응? 강아지 키우고 싶대?”
“강아지라고 하면 강아지죠……?”
“평범한 녀석은 아닌 거 같네?”
“그, 실버 스콜이라는 늑대를 키우고 싶대요.”
“알아, 사실 미스트에게들었거든.”
레이시가 볼을 부풀리자 엘라는 피식 웃으면서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하면서 실버 스콜 정도라면 에일렌과 약속을 받으면 키울 수 있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다가 엘라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일하러 가볼게요. 엘라는요?”
“에일렌하고 놀아야지. 한 달이나 못 봤는 걸.”
“애하고 너무 심하게 놀지는 말아요. 오늘 저녁에 야시장 가야죠.”
“그것도 그러네. 레스토랑 예약해둘 테니까 저녁에 드레스 입을래?”
“으으응, 그냥 이렇게 입고 갈래요.”
“아쉽네.”
“어제 입었던 원피스도 엘라랑 아샤가 온다고 해서 입었는데…….”
엘라의 말에 볼을 부풀리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다시 한번 입을 맞추면서 사랑한다고 속삭였고, 레이시는 엘라의 고백에 배시시 웃으면서 넥타이를 조이고 축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마아아아앙!”
“어!? 에일렌! 에일렌이 이 시간에 왜 일어났어요?”
“몰라! 일어나졌어!”
엘라가 왔다고 들뜬 걸까…….
레이시는 에일렌의 대답에 그렇게 생각하면서 에일렌의 뺨을 쓰다듬다가 축사 벽에 걸려있던 작업복을 입고서 에일렌도 나비에게 밥을 주겠냐고 물어봤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말에 그래도 되는 거냐며 눈을 빛냈다.
그러자 레이시는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한다면 된다면서 에일렌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허락에 방방 뛰면서 기뻐했다.
“나두 밥줄래!”
“그럼 집에 들어가서 미스트 엄마랑 10분 뒤에 올래요? 마망이 안에 청소하고 올게요.”
“그럴래!”
레이시의 말에 집으로 쪼르르 달려가는 에일렌.
레이시는 혹시나 넘어지지는 않을까 에일렌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다가 에일렌이 저택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축사를 치우기 시작했다.
매일 해서 요령이 붙었는지 빠르게 청소를 끝내고 나오는 레이시.
레이시는 에일렌이 안기기 전에 몇 번 사용하지 않은 탈취제를 옷에 뿌린 다음 하양이가 좋아하는 과일과 나비가 좋아하는 고기를 준비했고, 이내 에일렌이 미스트와 함께 찾아오자 에일렌에게 과일을 건네주면서 하양이의 밥통에 넣어주겠냐고 물어봤다.
“끄으응~! 마망, 손이 안 닿아아아아아아~.”
“안아줄까요?”
“웅!”
“자아, 이러면 들리죠?”
겨드랑이를 잡고 들어주자 환하게 웃어주면서 사과와 옥수수를 넣는 에일렌.
하양이는 사과와 옥수수가 하나씩만 떨어지자 이걸 먹으라는 거냐면서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레이시를 바라봤지만, 에일렌이 눈을 빛내면서 쳐다보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사과와 옥수수를 입에 넣었다.
하나씩 넣어서인지 한번 입을 놀리자 사라지는 사과와 옥수수.
에일렌은 그 모습에 눈을 빛내면서 하양이는 입이 크다면서 재미있어했고, 하양이는 에일렌이 밥을 주는 게 영 감질난다는 듯 입맛을 다시면서 레이시를 바라봤다.
“아하하하……. 에일렌, 재밌어요?”
“웅! 근데 하양이는 부족한가봐.”
“하양이는 크니까 많이 먹어야 하는데 두 개씩 밖에 못 주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우우웅~ 그치만 에일렌은 손이 2개 밖에 없는 걸?”
“마망도 손은2개인데요?”
“……핫!”
“푸훗, 하양이랑 나비랑 밥 줄 때에는 이렇게 수레에 담긴 걸 부어주는 거예요.”
레이시가 수레를 들어서 밥을 잔뜩 부어주자 그제야 만족스럽게 밥을 먹는 하양이.
에일렌은 하양이가 자기가 밥을 줄 때와는 다르게 허겁지겁 밥을 먹자 볼을 잔뜩 부풀이다가 수레에 남은 사과를 내밀면서 이거 먹으라며 떼를 쓰기 시작했고, 하양이는 그런 에일렌의 투정에 ㅡ자를 닮은 염소 특유의 눈으로 에일렌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에일렌의 사과를 먹었다.
그러자 에일렌은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나비에게 밥을 주자고 말했고, 나비는 에일렌의 말에 체념했는지 어떻게 할 거냐는 듯 레이시를 뚫어질 듯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 아하하하…….”
나비의 시선에 움찔 떨다가 조심스럽게 닭고기를 드는 레이시.
레이시는 일부러 나비의 입에 고기를 던져줬고, 나비는 레이시의 행동에 한숨을 푹 내쉬다가 고기를 입에 물고 가볍게 씹었다.
“와앙! 마망! 우득우득거려!”
“아하하, 그렇죠? 나비는 육식 동물이라서 고기를 먹어요.”
“그렇구나아아~ 나비~ 대단해!”
“에일렌, 나비에게 줄 고기는 적어서 닭고기 3개만 남았는데 줘볼래요?”
“웅웅! 내가! 마망! 내가 할래애~!”
“자, 이 장갑 끼고 던져봐요.”
“네에에~!”
레이시의 말에 닭고기를 던져보는 에일렌.
레이시와 다르게 있는 힘껏 던져야 나비가 있는 곳까지 닿아서인지 직선으로 날아가는 닭고기.
나비는 그런 닭고기에 편히 먹긴 글렀다면서 고기를 입에 넣더니 우득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닭고기를 먹었고, 에일렌은 나비가 고기를 먹는 걸 보고 눈을 빛내다가 나비가 다시 입을 벌리자 고기를 또다시 던졌다.
그러자 다시 고기를 받아 먹으면서 에일렌을 바라보는 나비.
에일렌은 그런 나비의 시선에 꺄르륵 웃다가 고기 다 던졌다며 이제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질문에 이번에도 손수레에 담긴 고기를 쏟아 밥그릇에 던져주었다.
후두두둑하고 떨어지는 고기.
레이시는 나비가 기다렸다는 듯 고기를 먹기 시작하자 미안하다면서 나비의 이마를 가볍게 쓰다듬어주면서 커다란 물통을 축사에 넣어주었고, 나비와 하양이는 레이시가 건네준 물을 마시면서 마저 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걸로 끄읕?”
“네에~ 끝이랍니다.”
“재밌었어!”
“후후, 다행이네요.”
장갑을 벗고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레이시.
레이시는 에일렌에게 엘라가 오늘 놀아준다면서 시간을 내줬다고 말해주었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말에 눈을 빛내다가 엘라에게 가도 괜찮냐면서 장갑을 벗고 레이시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조심해서 간다면 보내줄게요.”
“네에~! 갈래!”
레이시의 대답에 곧바로 손을 들면서 천천히 걷는 에일렌.
하지만 그 모습은 당장에 뛰고 싶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들뜬 모습이었고,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작게 웃다가 미스트에게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저는 미르랑 레아에게 갈게요.”
“네, 저는 일하러 갈게요.”
“쪽, 조금 있으면 일로 조사하러 가신다면서 가시게요?”
“네에, 인수인계가 필요하거든요. 쪽……, 걱정 마요. 금방 올게요.”
레이시의 뺨에 입을 맞추며 자리를 비우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입맞춤에 걱정스럽다는 듯 한숨을 내쉬다가 이내 가볍게 몸을 씻은 다음 옷을 갈아입고 미르와 레아가 있는 방에 들어갔고, 미르와 레아가 몸을 뒤집은 채 서로 손장난을 치는 모습에 작게 웃으면서 두 사람을 안아들었다.
그러자 미르와 레아는 배가 고프다는 듯 레이시의 가슴을 때려대면서 칭얼거리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두 사람의 칭얼거림에 옷을 벗고 두 사람에게 가슴을 물려주었다.
“으뷰뷰부.”
“으우웅.”
“후후, 귀여워라.”
귀를 까딱거리고 미스트와 똑같은 꼬리를 살랑거리는 미르와 레아.
레이시는 미르와 레아의 꼬리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흐뭇하게 웃으면서 아이를 안은 채 몸을 뒤로 눕힐 수 있는 의자에 앉았고, 미르와 레아는 레이시의 몸이 살짝 뒤로 기울자 스스로 자리를 잡고 레이시의 모유를 먹기 시작했다.
미르와 레아는 에일렌과 다르게 가슴이 살짝 아플 정도로 레이시의 가슴을 빨았고, 레이시는 살짝 아려오는 가슴의 감촉에 쓰게 웃다가 자기 가슴에 엎드린 채 가슴을 물고 있는 미르와 레아를 보며 맛있냐고 물어봤다.
물론 아직 말도 못하는 미르와 레아는 대답도 안 하고 가슴에 몰중하기만 했지만…….
“에헤헤.”
자기 아이에게 푹 빠진 레이시는 미르와 레아가 자기 모유에 집중하고 있단 사실에 그저 헤프게 웃으면서 맛있어서 다행이라며 좀 더 많이 먹어도 된다고 속삭였다.
그러자 레이시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미르와 레아는 레이시의 가슴을 더 열심히 빨면서 꾹꾹이를 하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두 아이의 행동에 강아지의 행동이 아니잖냐며 꺄르륵 웃다가 두 사람이 밥을 다 먹자 등을 가볍게 두들겨주며 트름을 유도했다.
그러자 귀엽게 께흑거리면서 가스를 배출하고는 레이시에게 안기는 미르와 레아.
레이시는 두 사람이 꾸벅거리며 잠들자 키득 웃으면서 미르와 레아를 포대기로 안은 채 정원을 거닐면서 바람이 좋냐고 물어봤고, 미르와 레아는 레이시의 체온을 찾듯 레이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산책을 즐겼다.
“레이시 루피너스 공주비님 계십니까!?”
“아, 네! 여기 있어요. 무슨 일이에요?”
손님인 걸까?
옷차림을 보면 왕궁에서 온 거 같네.
미르와 레아를 안은 채 자기를 부르는 남자를 본 레이시는 남자의 옷차림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고, 남자는 레이시가 직접 다가오자 허리를 곧게 편 채로 국왕님께서 부르신다며 3시간 뒤에 찾아올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에.”
조금 있다가 미스트와 이야기해야 하는데.
“미스트랑 같이 가도 괜찮아요?”
“아……, 그, 그게.”
“미스트랑 같이 있고 싶은데 안 되나요? 저 혼자 들어야 하는 일이면 저 혼자 들을게요.”
“여, 여쭈어보고 오겠습니다! 그러니까 참석의 의지는 가지고 계신거죠?”
“네, 시아버님이 부르셨다면 가야죠.”
레이시가 상냥하게 웃자 남자는 엘라와 다르게 참 부드러운 사람이라면서 고개를 몇 번 숙인 다음 자리를 떴고, 엘라는 그런 남자를 바라보다가 에일렌과 함께 레이시에게 갔다.
“무슨 일이야?”
“글쎄요?”
“아빠가 부르는 거면 귀찮은 일일 텐데 욕 박고 가지 말지.”
“아, 아하하. 어떻게 그래요. 미르와 레아에게 왕궁 구경도 시켜줄 겸 미스트랑 다녀올게요. 에일렌, 엘라 엄마랑 잘 놀아요?”
“네에에~.”
“그럼 엘라, 다녀올게요.”
엘라와 에일렌의 볼에 입을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를 배웅하면서 에일렌에게 마법을 보여주겠다며 하양이의 등에 올라탔고, 미스트는 이야기를 다 들었다는 듯 교관으로 일할 때 입는 옷을 입고 나와 레이시를 왕궁까지 에스코트해주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