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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472화 (472/542)

〈 472화 〉 개선­4

* * *

“끄응, 영 찌뿌둥하네.”

한참을 미스트와 함께 잡담을 나누던 아샤.

아샤는 음료수를 마시면서 이리저리 스트레칭해도 풀리지 않는 몸이 영 마음에 안 드는지 몸을 연신 비틀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위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레이시와 엘라가 잘 자고 있는지 확인했다.

“흠냐…….”

“풋.”

작게 소리를 내며 자는 레이시의 모습에 작게 웃는 아샤.

뭔가 몸에 착 달라붙어서 요염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옷을 입고 있었지만, 레이시의 성격을 알고 있어서인지 아샤는 레이시가 요염하다기보다는 영 귀엽게만 느껴져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뺨을 찌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몸을 비틀면서 아샤의 손가락을 피하기 시작했고, 아샤는 레이시가 자기 손가락을 피하자 계속해서 레이시의 뺨을 찌르며 레이시의 뺨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왼쪽 뺨을 찌르면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오른쪽 뺨을 찌르면 다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푸훗…….”

아무런 의미도 없는 행동이지만, 왠지 모르게 손을 멈출 수 없네.

그렇게 생각하던 아샤는 어느 순간 레이시가 눈을 뜨고 자기를 보며 볼을 부풀리고 있단 사실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깨웠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아샤의 질문에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가 기지개를 켜면서 팔을 벌렸다.

그러자 아샤는 얼굴을 붉히면서 레이시를 안아주었고, 레이시는 아샤의 체온이 느껴지자 배시시 웃으면서 아샤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직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는지 레이시는 한참 칭얼거리듯 아샤에게 뺨을 비비면서 수마를 쫓아내려고 했고, 아샤는 레이시의 애교 아닌 애교에 조심스럽게 등을 쓰다듬어주다가 아까까지만 해도 귀엽게 보였던 잠옷이 갑자기 야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가슴과 배, 엉덩이는 몸에 달라붙으면서 어깨와 다리 사이는 헐렁하게 보이는 원피스.

어깨와 다리 사이만 헐렁한데도 온갖 야한 생각이 드는 원피스의 모습에 아샤는 얼굴을 붉히며 앙큼한 생각을 하다가 이내 헛기침을 크게 한 다음 레이시를 안아들고 엘라를 바라봤다.

아직 완전히 자고 있는 모습.

지금이라면 레이시를 몰래 독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아샤는 그런 생각에 순간 군침이 돌았지만, 이내 엘라가 몸을 뒤척이며 레이시를 찾자 한숨을 푹 내쉬면서 엘라를 깨웠다.

“흐응?”

“미스트가 저녁 먹자고 내려오래.”

“벌써 그렇게 잤나?”

가볍게 살기를 내뿜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엘라.

엘라는 시계를 보더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냐면서 하품을 늘어지게 하더니 깨울 땐 평범하게 깨우라고 말했고, 아샤는 엘라의 투정에 품에 레이시가 있어서 그런 건 무리라고 말하면서 레이시를 좀 더 강하게 껴안으며 레이시가 목에 팔을 걸도록 유도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아샤의 유도대로 아샤에게 좀 더 안긴 채로 눈을 깜빡거렸고, 아샤는 레이시에게 귓속말로 저녁 먹을 시간이라며 깨우기 시작했다.

“애들은요……?”

“애들은 따로 먹었어. 5시쯤에. 미르랑 레아가 먼저 밥 먹었고, 에일렌은 그 모습보고 같이 사과랑 이것저것 주워먹더니 배 부르다고 자러 들어갔어.”

“그렇구나…….”

“응. 오랜만에 다 같이 모여서 저녁 먹자. 미스트가 저택 정원에 바비큐 세트 깔았다네. 술도 준비했고.”

“으응, 저도 도와줬어야 하는데.”

“저녁에는 추울 테니까 이거 걸치고 가자.”

“에헤헤, 고마워요.”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잠에서 깨기 시작하는 건지 레이시는 아샤의 품에서 내려오더니 아샤가 건네준 겉옷을 여미면서 잘 지냈냐고 물어봤고, 아샤는 지금 물어보기엔 조금 늦지 않았냐며 키득 웃다가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추면서 알티네와 싸운 걸 들었다며 다치지는 않았냐고 물어봤다.

“네. 막 그렇게 싸우지는 않았어요.”

“좋게 끝나서 다행이네. 싸웠으면 알티네의 모가지가 부러지든 팔이 부러지든 어딘가 한 군데는 성치 못 했을 거니까.”

“아하하하…….”

“진은 기사단은 대부분이 남자로 이루어졌으니까 널 말리기도 힘들었을 거 아냐? 알티네 그 양반이 여자 기사들을 데리고 다닐 리도 없고.”

여자 기사라면 그래도 몸을 비집어 넣어서 싸움을 말리겠지만, 알티네는 귀족으로서의 위엄을 중요시해서 기사는 남자만 데리고 다니니까 아마 레이시를 제대로 말리지도 못 했겠지.

진은 기사단은 정말로 오라토리엄 왕가에 모든 걸 바치는 고귀한 기사들만 갈 수 있는 곳이니까.

덜덜 떨면서도 자기가 국왕의 명치를 한 대만 때리겠단 걸 죽어도 반대하던 녀석들이니 알티네가 잘못한 상황에서 레이시가 부상을 입을만한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알티네의 취향이 이런 곳에서 도움이 된다며 키득키득 웃다가 숯불에 불을 붙이고 있는 미스트를 보고는 얼음 바구니에 들어있던 술을 꺼내 입에 잠시 머금다 그대로 불에다 뱉어버렸다.

“우와아!?”

그러자 화륵­하고 피어오르는 불길.

아샤의 머리를 태울 듯이 높이 치솟는 불길에 레이시는 놀란 눈으로 아샤를 쳐다봤고, 아샤는 이런 식으로 불을 키우는 게 편하다면서 다시금 위스키를 입에 머금었다.

“도, 도수가 되게 높은 모양이네요?”

“네, 아샤가 마시는 건 도수가 60도 정도예요. 인공적으로 도수를 높인 술이죠. 그것보다 아샤, 이렇게 불을 붙이면 불을 약하게 하는 게 힘들다고요.”

“시끄러워, 불을 붙인다고 낑낑대는 것보다는 낫잖아? 숯도 잘 쌓아뒀구만.”

미스트의 잔소리에 아샤는 귀를 틀어막으면서 고기나 굽자며 불 위에 고기를 올려두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아샤의 행동에 배가 고픈 거냐며 한숨을 내쉬다가 엘라도 배가 고프다고 말하자 곧바로 고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엘라의 식성에 맞춰서 연어나 고등어 같은 생선 위주로 시작되는 바비큐.

엘라는 오랜만에 럼을 마시면서 생선이 구워지는 걸 보다가 레이시에게 옆 자리에 오라며 손짓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옆에 앉아 엘라에게 머리를 기댔다.

“레이시도 술 마실래?”

“으응, 저는 안 마실래요.”

“그래?”

“네. 마셔도 괜찮긴 한데 엘라가 원하는 걸 못 해줄 거예요.”

“그럼 참아야겠네.”

레이시의 대답에 작게 웃으면서 마저 술을 마시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가 병나발을 부는 걸 보면서 안주도 같이 먹으라면서 엘라의 입에 구워진 물고기를 넣어주었고, 엘라는 레이시가 건네는 걸 먹으면서 레이시가 산 땅에 대해서 물어보며 뭘 짓고 싶냐고 물어봤다.

“쓸모 없는 땅이라도 샀으니까 써야겠지?”

“으, 으응~ 캠핑장……? 저번처럼 드래곤을 쓰러트리고 호수에 갈 필요는 없잖아요.”

“별장, 좋지. 그동안 별장은 한 번도 안 지었거든.”

“안 쓰니까요?”

“응. 안 쓰니까. 그리고 별장보다는 야영을 더 많이 했으니까. 어렸을 땐 지금보다 일을 몇 배로 빡세게 했거든.”

“아, 들었어요. 사교도 집단부터 시작해서 전투와 관련된 일은 모두 하셨다면서요?”

“응, 그 외의 것은 머리를 굴리는 게 아무래도 귀찮았거든. 그리고 내가 완벽하게 장악할 수도 없고. 정치질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닌데 훨씬 덜 해도 좋고. 뭐……, 그래도 슬슬 은퇴할 각을 잡아야지. 레이시랑 돌봐야할 애도 생겼고.”

아이가 없고 사랑하는 사람도 없었다면 정착한다거나 그런 짓은 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레이시와 에일렌이 있다.

언제까지고 밖을 막 돌아다니면서 살 수는 없다.

“보통 외부로 막 돌아다니는 원정단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40 전후로 후계자를 양성하고 60이 넘으면 개인 의견에 따라 현장을 돌아다닐지 은퇴할지를 정하는데……, 뭐, 나는 나니까 은퇴해도 별 상관은 없을 거야.”

“아하하하……. 후임은 있어요?”

“아니? 없는데? 그것보다 누가 나처럼 일할 수 있겠어? 애초에 내가 맡은 직책도 나만을 위해서 없는 직책을 만들어낸 거야.”

7에서 8레어의 전투 스킬을 지닌 사람이라면 몇몇 있지만, 그것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돌아다니면서 이명이 붙은 스킬까지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나라에는 없다.

미스트와 아샤가 있긴 하지만 두 사람 다 적당히 일하다가 자기와 같은 수순을 밟을 테니까 자기가 하던 일은 군부에서 고스란히 떠맡게 되겠지.

아니, 원래 군부에서 해야 하는 여러 일을 나혼자 해결한 거니까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해야 하나?

“뭐, 내가 일하지 않았을 때도 기반은 다 닦여 있었으니까 괜찮을 거야.”

“으응.”

“은퇴하고 나면 레이시가 산 땅에 저택이라도 지어서 여름 휴가를 보내고 겨울에는 왕궁에 돌아와서 지내자. 음, 학교도 보내고 말이야.”

“에헤헤, 네에~.”

“뭐, 슬슬 블루드도 한계인 거 같고.”

“……사교도 집단 말하는 거죠?”

“음, 그거 말고도암살집단도 고용한 거 같고 무를 추구하는 미치광이 집단도 구한 거 같아. 아마 몬스터도 많이 사역하고 있겠지. 동서 전쟁이라도 일으키고 싶은 걸까?”

“어음……. 동서 전쟁이요?”

“편의상 그랑메르 강을 기준으로 동대륙 서대륙으로 나누는데, 한 3000년 전에 전쟁이 있었어. 그때 대륙 인간의 6할이 죽는 전쟁이 일어났다던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암살자에 죽을 뻔 했을 때 그 이야기를 해주면서 아주 신나했었던 걸 보면 전쟁을 재현하고 싶은 거 아닐까?”

“그럴까요? 많은 사람이 죽을 건데.”

“그 녀석은 그걸 원하는 거야. 그냥 죽이고 싶은 거지.”

애초에 어릴 때부터 기사들끼리 패싸움을 붙여서 왕궁 안에서 피바람을 불게한 녀석이다.

한 때는 이해하려고 애써봤지만, 세상에는 이해할 수 있는 종류의 사람만 있는 게 아니고 블루드는 명백하게 이해할 수 없는 부류의 인간이다.

아마 오우거가 대륙의 인간 90%를 죽일 수 있는 전쟁을 일으켜줄 테니 엉덩이를 대달라고 한다면 기꺼이 엉덩이를 내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 엘라는 순간 자기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이미지에 헛구역질하면서 하여튼 아마 1년 이내로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말해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긴장하면서 자기도 도와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음, 애들이랑 같이 있어 줘. 그리고 미네르바도 빌려주면 좋겠고.”

“네, 그럴게요.”

미네르바가 있어서 이긴다거나 그러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부상을 줄이는 편이 좋겠지.

몸에 갑자기 흉터가 생기거나 그러면 에일렌이 무서워할 테니까.

엘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럼을 마시다가 이내 자기가 퍽 많이 바뀌었단 생각에 키득키득 웃다가 구운 야채를 먹는 레이시에게 손짓하기 시작했다.

“왜요?”

“적당히 먹고 들어갈까?”

“읏…….”

“그 원피스, 미스트가 입힌 거야?”

“그, 으응. 네에.”

“예쁘네.”

“우으…….”

엘라의 칭찬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배시시 웃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어주다가 그래도 레이시가 입기에는 조금 야한 것 같다면서 키득키득 웃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농담에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면서 엘라의 뺨을 잡아당겼다.

“맨날 그런 거만 생각하구.”

“부인을 사랑하는 건데 뭐 어때?”

“으으응…….”

“조금만 더 먹고 들어가자. 알았지?”

엘라는 어깨를 감싸던 손을 아래로 내려 레이시의 허리를 감싸며 능글맞게 웃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엘라에게 몸을 맡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엘라는 언제쯤 빠져나갈지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엘라가 주변 눈치를 보기 시작하자 작게 웃으면서 엘라가 빠져나갈 수 있게 엘라에게 술을 건네주면서 여독이 남았는데 너무 마시면 안 좋다고 핀잔을 주었다.

“뭐어, 그렇겠지?”

미스트의 핀잔을 기다렸다는 듯 받아드는 엘라.

아샤는 그런 되지도 않는 두 사람의 연기에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노려보다가 들어갈 거면 그냥 들어가라며 한숨을 내쉬었고,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하아.”

“죄, 죄송해요오…….”

“미안해할 거까진 없어. 부부의 일이니까. ……나도 레이시의 아내인 거 맞지?”

“에헤헤, 네에~.”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아샤에게 미안하다는 듯 뺨을 비비면서 애교를 부렸고, 아샤는 레이시의 애교에 가볍게 입을 맞추면서 됐다며 피곤할 테니 얼른 자라며 레이시를 엘라와 함께 저택안으로 밀어넣었다.

“와~ 배려심~. 역시 아샤! 레이시의 귀염둥이네요!”

“컥!?너 진짜 쳐죽는다!?”

“아하하~. 죽여보세요~.”

“아아악!”

“아, 아하하하…….”

“이런 풍경도오랜만이네.”

“그러게요……, 아, 아하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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