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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471화 (471/542)

〈 471화 〉 개선­3

* * *

“그렇게 너무 뚫어지게 보지 마세요.”

“으, 으응.”

놀자고 계속 달라붙는 에일렌에게 오늘은 곧바로 와서 피곤하니 내일 놀자며 떼어놓은 엘라는 방에서 옷을 갈아입으면서 원피스를 입고 있는 레이시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봤고, 레이시는 등에 꽂히는 시선에 움찔 떨면서 역시 안 어울리는 거 아니냐며 몸을 가렸다.

허벅지를 비비듯 다리를 쭈뼛거리면서 몸을 가리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크게 헛기침하다가 절대로 그런 건 아니라면서 손사래를 쳤고, 레이시는 엘라의 반응에 그럼 왜 그렇게 계속 보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은 못 말하는 이유야. 에일렌이 깨어 있으니까.”

“앗……, 우……, 바, 밤에요.”

“그나저나 왜 갑자기 원피스야? 나한테 새로운 취향을 만들어주려고?”

“그, 그게, 미스트가 이런 옷 입고 엘라한테 가면 좋아할 거라고 해서…….”

쭈뼛거리면서 엘라의 옆에 앉는 레이시.

레이시는 자기가 말하고도 조금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면서 눈을 이리저리 굴렸고, 엘라는 레이시의 옷차림을 바라보다가 진짜로 새로운 취향이 생길 것만 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평볌한 실내용 원피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 왜 이렇게 꼴리는 걸까?

원피스가 몸에 달라붙어서 굴곡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엘라는 레이시를 등 뒤에서 끌어안으면서 가볍게 배를 쓰다듬었고, 레이시는 다소 노골적인 그 손길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조심스럽게 엘라에게 기대기 시작했다.

“……에일렌은 아직 안 자지?”

“에일렌이 자도 낮에는 안 해줄 거예요.”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며 엘라의 볼을 꼬집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거절에 조금은 아쉽다는 듯 혀를 내밀다가 레이시를 껴안고 뺨을 비볐고, 레이시는 엘라의 애교에 엘라를 끌어안고 배시시 웃다가 엘라와 함께 침대에 누워 엘라를 바라봤다.

“왜? 낮잠 잘까?”

“으응. 네. 같이 자요.”

레이시의 말에 엘라는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가볍게 입을 맞추며 이불을 가슴팍까지 끌어당겼다.

전쟁터에서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함.

전쟁을 감시할 뿐이라 직접 전쟁에 참여하는 건 아니라 임시 막사에서 나름 편하게 지냈었지만, 그래도 피로가 쌓이는 건 멈출 수는 없었는지 엘라는 자기도 모르게 하품하다가 그대로 레이시를 껴안았다.

허리를 조심스럽게 껴안고 레이시를 바라보는 엘라.

엘라는 어깨끈이 스르르 흘러내리고 있는 레이시의 어깨를 보고 어깨끈을 다시 위로 올려준 다음 레이시의 얼굴을 바라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눈동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엘라를 꽉 끌어안았다.

“사랑해요.”

“응, 나도 사랑해.”

“재워드릴까요?”

레이시가 팔을 벌리면서 안기겠냐고 묻자 엘라는 레이시의 가슴골에 얼굴을 파묻고 눈을 감았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다가 엘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수고했으니 오늘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주겠다고 속삭였다.

“뭐든지?”

“네, 뭐든지.”

“안고 싶다고 하더라도?”

“으, 으응……, 해드릴게요. 밤에요.”

“쪽.”

레이시의 대답에 엘라는 장난스럽게 목덜미에 입을 맞추면서 뺨을 비볐고, 레이시는 엘라의 입맞춤에 목덜미를 붉게 물들이다가 엘라를 껴안고 눈을 감았다.

“우선 자요.”

“응, 그러자.”

레이시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금방 잠에 빠지는 엘라.

레이시는 완전히 곯아떨어진 엘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엘라와 함께 낮잠을 자기 시작했고, 뒤늦게 방에 들어온 미스트는 엘라와 레이시의 모습을 보고 작게 웃다가 커튼을 치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후우, 돌아왔다.”

“아샤 엄마아아아아아~.”

“그래, 에일렌. 잘 지냈어?”

“응! 안 울고 잘 있었어! 그래서 내일 엘라 엄마랑~ 레이시 마망이라앙~ 같이 놀러 갈 거야!”

“그래, 좋겠네.”

엘라와 다르게 완전 무장으로 집에 들어오는 아샤.

아샤는 투구를 벗고 테이블에 앉았고, 미스트는 아샤에게 차가운 레몬 물을 건네주면서 오면서 발견한 사교도 집단이 있냐고 물어봤다.

“아, 있긴 했지. 전부 죽였지만.”

“얼마나 있던가요?”

“글쎄? 30명 이상 죽이고서는 안 세었어. 귀찮잖아.”

“흐으음…….”

“한 가지 확실한 건……, 아무래도 밑준비가 끝난 거 같네.”

“네?”

“블루드 말이야. 서쪽에서 개지랄을 떨다가 밑준비가 끝나서 이쪽으로 온 거 같아. 저번에 레이시를 건든 건 엘라가 레이시와 있으면서 약해지지 않았는지 확인한 거고.”

“흐으응…….”

“죽을 자리를 고르려는 모양이야.”

“부하들이 직접 말하던가요?”

“아니, 죽이고 보니까 몸에 메시지를 새겨뒀더라.”

물리적인 힘으로 맞서 싸운다면, 블루드 본인이나 블루드의 부하들이나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아마 서쪽에서 준비해서 만든 사신이나 언데드, 그런 것들도 엘라와 맞서 싸운다면 전쟁터에서 죽은 녀석과 별반 다르지 않은 미래를 맞이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물을 마신 다음 술은 없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아샤의 말에 에일렌이 아직 안 자니까 술은 안 된다면서 음료수를 내려놓았다.

“갑옷 벗겨드릴까요?”

“응? 아, 응. 부탁할게.”

아샤가 스스로 어깨 갑주를 벗자 옆으로 다가와서 아샤의 갑주를 벗기기 시작하는 미스트.

혼자서 못 벗는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한 달 내내 이런 갑옷을 입어서인지 아샤는 만지기도 싫다는 듯 갑옷을 바라봤고, 미스트는 아샤의 시선에 킥킥 웃다가 창고에서 마네킹을 꺼내와 갑옷을 전시했다.

“아샤가 이 갑옷을 입으면 그냥 괴물로 보이겠네요. 분명 한 손에 하나씩 도끼를 쥔 채 괴성을 지르면서 돌진했을 거예요.”

“난 전쟁에 참가 안 했으니까 엘라 옆에서 구경만 했거든?”

“알고 있어요. 놀리려고 하는 말이에요. 한 동안은 또 못 놀릴 테니까요.”

“…….”

“안심하세요. 무사히 다녀올게요.”

“누가 뭐라고 했어?”

미스트의 말에 혀를 차면서 음료수를 들이키는 아샤.

미스트는 아샤의 반응에 자기가 없을 때 레이시를 부탁한다면서 눈웃음을 지었고, 아샤는 미스트의 반응에 잔을 가볍게 돌리다가 시끄럽다며 잔에 남은 걸 입에 털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줄게.”

“아하하, 말씀은 고맙지만, 아샤 씨는 뒷세계의 거래 방법은 전혀 모르잖아요?”

“그건 모르지만 전부 죽이고 협박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후후, 그건 맞긴 하죠.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제대로 못 할 테니까 제가 알아서 해볼게요. 한 달 정도 뒤면 돌아올게요.”

“…….”

“저 없다고 우시는 거 아니죠?”

“언제 갈거야? 갈 거면 레이시가 엘라랑 다 논 다음에 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미스트에게 지금 당장에 가지 말라고 말하는 아샤.

미스트는 아샤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왜 그렇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고, 아샤는 다 알면서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미스트의 모습에 혀를 차면서 하여튼 지금 당장은 안 된다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후후, 알았어요. 지금 당장 가지는 않을게요. 안심해요.”

“누가 네가 신경 쓰인대?”

“푸훗.”

아샤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피식 웃으면서 지금 당장 갈 생각은 아니라고 말하는 미스트.

아샤는 미스트의 대답에 미스트를 조용히 흘겨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위를 올려다봤고, 미스트는 아샤의 시선에 아샤는 레이시보러 안 가냐고 물어봤다.

“지금? 레이시랑 엘라랑 한참 좋을 땐데 방해하기 싫어.”

“사실은 레이시가 다른 사람하고 웃으면서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을 보기 싫은 거면서.”

“……맞을래?”

“푸핫, 맞기 싫으니까 저녁이나 준비할래요.”

여기에서 레이시와 다른 부인과 함께 사랑을 속삭이는 걸 질투하는 사람은 아샤밖에 없다.

엘라는 애초에 자기만 바라보고 있으면 일 년에 몇 개월은 꾸준히 같이 보지 못할 테니까 애인을 사귀어도 좋다고 공언한 상태고, 자기는 엘라의 메이드로서 엘라의 허락을 받고 레이시와 사귀고 있는 상태.

거기에다가 미네르바는 애초에 남자를 공유하는 습성이 있는 하피라 아무래도 질투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아샤만은 달랐다.

야차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 살아서인지 평범한 사람 같은 부분이 몇 곳인가 있었고, 때문에 이런 식으로 놀리면 꽤 재미있는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너무 놀리면 얻어맞겠지만……, 재미있는 건 어쩔 수 없어서 매번 벌집을 건들이듯이 아샤를 놀리고 만다.

“후후.”

“……그렇게 계속 놀릴 거면 저녁에 줄 술이나 구해놓고 웃어.”

“네에, 그럴게요. 사신은 역시 기분 나쁘던가요?”

“구역질 나.”

아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술 종류는 뭐가 좋겠냐고 물어보는 미스트.

아샤는 미스트의 질문에 위스키나 럼으로 달라고 말했고, 미스트는 아샤의 말에 차게 마시는 게 좋냐고 물어보며 잔을 꺼내들었다.

“위스키 락이 없으니까 얼음으로 대신할게요.”

“마음대로 해. 어차피 취하는 느낌만 내려고 마시는 거지 맛을 보는 게 아니니까.”

“그런 부분은 공주님을 안 닮았으면 했는데.”

“시끄러. 너는 와인?”

“네, 마신다면 저랑 레이시는 와인을 마시지 않을까 싶네요. 도수가 아주 낮은 거로요.”

독이라고 따진다면 알코올도 독.

어차피 취할 수 없다면 레이시와 함께 오래 마시도록 도수가 낮은 술을 마실 거라고 말했고, 아샤는 미스트의 대답에 눈을 깜빡거리다가 그래도 자기는 럼이 좋다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잔뜩 취할 때까지 마실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지만, 적어도 몸에 안 좋은 걸 마신다는 느낌은 들어야 술을 마시는 느낌이 들 테니까.

“그동안 별일 없었고?”

“공주님과 같은 이야기를 하네요.”

“다치거나 싸우거나 그러진 않았겠지?”

“싸우긴 싸웠죠. 알티네 왕비님과. 다른 왕비님들이 겁을 먹고 도망치지 않을까 모르겠어요.”

“……안 다쳤고?”

“누가요? 레이시가요? 그 사람들은 마리아 씨보다 약한데요?”

“저기, 마리아도 꽤 강한 편이거든?”

“후후, 알아요. 하지만 마리아 씨도 어떻게 못 하는 사람이 적당히 싸우고자 생각하는 레이시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진은 기사단도 레이시가 명백한 잘못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움직일 수도 없을 거고.”

“정치적인 압박은?”

“저희가 그런 게 통하던 입장인가요~? 그러려면 국왕님부터 먼저 어떻게 하고 와야하는데 알티네 왕비님의 세력으론……, 그렇죠?”

지금은 죽고 없는 첫 번째 왕비가 대외적인 적을 잠재우기 위해서 결혼했다면 알티네 왕비는 내부의 적을 잠재우기 위해서 결혼한 상대.

새로 즉위한 왕의 기세를 꺾으려는 귀족들을 진정시키고 국왕파와 귀족파의 세력을 진정시키기 위해 귀족파의 세력 중 가장 컸었던 공작 가문 중 한 곳을 선택해 결혼한 사람이다.

당연하지만 그런 그녀가 내세울 수 있는 건 살아있는 왕비 중 가장 오래 왕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과 헤르덴 공작 가문의 힘밖에 없고, 그런 것과 동떨어진 레이시로서는 알티네가 아무리 공격해도 아무 충격을 받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대놓고 무력으로 잠재우자니 일단 레이시 본인의 무력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엘라가 오라토리엄 왕가에 해주는 일을 생각해보면 쉽게 건드리지도 못한다.

“그러니까 따돌림을 시키려고 사교계 퇴출이라는 수단을 쓴 거겠죠.”

하지만 그것도 엘레오놀 때문에 물거품.

왕비를 거스르는 것은 무섭지만, 명령도 아니고 유행에 늦을 바에는 몰래몰래 엘레오놀과 만나서 엘레오놀과 친분을 쌓는 게 낫다.

거기에다가 엘레오놀은 연맹에 있을 때와 다르게 약한 모습으로 연기하는 중이니까 좋다고 몰려들겠지.

애초에 시작부터가 잘못 된 견제였다.

미스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저녁을 준비했고, 아샤는 미스트의 설명에 마음을 놓으면서 아직 뭉쳐있던 어깨를 풀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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