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457화 (457/542)

〈 457화 〉 짐승의 시간­1

* * *

“그럼 치카치카하고 올라가요~.”

“네에에~.”

저녁을 먹고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에일렌은 배가 빵빵해져서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는지 하품하며 레이시에게 얼굴을 비볐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에일렌과 함께 욕실에 들어가 같이 양치질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자기가 할 수 있다면서 칫솔을 양손으로 잡았다가 한손으로 잡으면서 이리저리 돌려가며 이를 닦는 에일렌.

레이시는 잔뜩 애쓰는 에일렌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다가 에일렌이 이를 다 닦을 때까지 같이 이를 닦았고, 에일렌이 입을 헹구고 세수까지 끝내자 같이 밖으로 나갔다.

“으응? 미네르바는요?”

“아, 제가 일을 부탁했어요. 새벽녘에는 돌아올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네?”

미스트의 말에 살짝 당황하는 레이시.

무슨 일이기에 이런 늦은 시간에 나가는 걸까?

안 그래도 지금 자기를 위협하는 사람도 있는데 굳이 지금 나가야 하는 걸까?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시선에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괜찮다고 다독여주었다.

“미네르바는 충분히 강하고 부탁한 일도 부엉이로 변신해서 관찰하는 거니까요.”

“으응, 그래도…….”

“그리고 직접적인 전투는 피하라고 말해뒀으니까 레이시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안 다치겠죠?”

“당연하죠.”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싱긋 웃는 미스트.

미스트는 레이시에게 미네르바가 그렇게 쉽게 당할 사람 같냐고 물어보면서 레이시를 안심시켰고, 레이시는 미스트가 계속해서 달래주자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너무 위험한 일은 시키지 말아달라면서 미스트에게 머리를 기댔다.

“그냥 감시에요, 감시.”

“감시?”

“네, 저는 집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처리해야 해서 못 나가고, 또 미네르바는 부엉이로 변신할 수 있어서 저보다 경계심을 덜 사거든요.”

“아하……. 그런데 미네르바는 변신하면 크지 않나요?”

“작은 모습으로도 변신할 수 있대요. 전투력이 약해지는 디메리트가 있지만, 어차피 구경만 하는 건데요, 뭘.”

레이시의 걱정에 미스트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우물쭈물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늘 밤에는 자기가 미르랑 레아를 돌볼 테니 미스트는 일찍 자라고 말했다.

“미네르바가 오는 거 보고 자려고 그러죠?”

“으, 으응. 티 났어요?”

“후후, 레이시의 생각이라면 뭐든 아니까요. 츗……,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피곤하면 잠깐잠깐 눈도 붙이고 그래요.”

가볍게 입을 맞추며 방으로 들어가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가 방으로 들어가자 컵에 커피를 따른 다음 미르와 레아가 자는 방으로 들어가 영유아 발달을 연구한 책을 읽으면서 미네르바를 기다렸다.

한 시간, 두 시간…….

성벽에 어설프게 걸쳐 있던 달이 하늘 높게 뜨고 방 안을 밝혀줄 때쯤이 되자 창문을 열고 들어오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가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왔냐면서 팔을 벌렸고,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자지 않고 자기를 기다리고 있자 당황하면서도 인간의 형태로 변해 레이시를 껴안아주었다.

“으응, 안 자고 뭐 하나?”

“미네르바 기다렸죠. 위험한 일을 한 건 아니죠?”

“위험하진 않았다. 거리는 충분히 두고 가만히 쳐다보기만 했으니까.”

“시어머니 말씀이죠? 그냥 무시해요.”

가볍게 입을 맞추며 미네르바의 등을 쓰다듬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입맞춤에 얼굴을 붉히다가 미스트가 부탁한 일이라 들어주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지금은 뱀을 보낼 뿐이지만 나중에 엄한 일을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건 볼케릭 왕자님이 어떻게든 해주신다니까 미네르바가 굳이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런 인간보단 내가 더 믿음직스러우니까.”

그러니 걱정을 덜고 믿어주라고 말하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미네르바의 뺨을 쓰다듬어주다가 가볍게 입을 맞추면서 미네르바를 말리는 걸 멈췄다.

“그래도 조심해주세요. 아시겠죠? 다치면 저도 아프다고요.”

“으응, 알겠다. 들키면 도망치겠다.”

애초에 미스트가 전투는 금지라고 해둬서 할 생각이 없긴 했지만 레이시에게 걱정 받는 상황이 마음에 들었던 미네르바는 날개를 파르르 떨면서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켜보기만 하는 거예요?”

“그렇다. 싸우거나 그러는 건 미스트가 밑 준비가 끝나기 전엔 안 된다고 했었다. 그래서 도망치기만 한다.”

“그렇구나. 잘 했어요.”

“에헤헤……. 그런데 이상한 게 뱀을 보낸 이후부터는 뭔가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기색이 안 보인다.”

“네?”

“뱀을 보냈으니까 암살자도 보낼 수 있으니 경계하라고 했지만, 그 저택에서 나가는 사람들 중에 암살자는 없었다. 독을 가진 동물도 없었다.”

“그래요……? 으으응, 뭐, 저를 사교계에서 퇴출시키겠다고 했으니까 거기에 집중하는 거겠죠. 그리고 암살자를 안 보낸다면 그게 더 좋은 거잖아요.”

미네르바의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레이시에게 칭찬을 받고 싶은데 일부러 모르는 척 했단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레이시가 웃으면서 자기를 안아주자 부르르 떨면서 헤실헤실 웃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미르와 레아를 힐끗 보는 미네르바.

아직은 작은 아이.

제대로 몸도 뒤집지 못하고 기는 것도, 걷는 것도 하지 못하는 연약한 아이.

미스트와 레이시의 아이이지만……, 애초에 공동 육아를 하는 하피에게 있어선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미네르바가 미르와 레아를 바라보는 건 두 아이가 빨리 자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빨리 저 두 아이가 에일렌만큼 자라나서 레이시가 신경 쓰지 않게 되어 자기와의 자식 계획을 가져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던 미네르바는 갑자기 몸 안에서 불끈거리는 감각이 들어 레이시의 허리춤을 쓰다듬으면서 분위기를 잡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눈빛이 애교를 부리는 것에서 발정기의 그것으로 변하자 흠칫 떨며 미네르바를 밀어냈다.

“애, 애들이 있는데…….”

“……으응. 다른 방으로 가면 되지 않나.”

“그러면 애, 애들이 울 때 못 듣잖아요.”

“우읏…….”

레이시의 말에 미네르바는 잠시 변명을 생각해내듯 입을 우물거리다가 이내 마땅히 떠오르는 변명이 없자 한숨을 푹 내쉬면서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다.

“에일렌은 귀엽고 미르랑 레아도 어떻게 클지 기대되지만……, 이런 건 싫다.”

“아, 아하하…….”

“레이시랑 하고 싶다.”

호칭이 바뀌면서 완전히 스위치가 들어갔다는 걸 말해주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반응에 얼굴을 붉히다가 미네르바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다음에 시간 나면 꼭 둘이서 하자면서 미네르바를 진정시켰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얼굴을 붉히다가 조심스럽게 레이시에게서 떨어졌다.

그러더니 레이시에게 잠시만 있으라고 말하더니 미네르바는 밖으로 나가서 미스트에게 갔고, 미스트는 미네르바가 얼굴을 붉힌 채 문을 열자 이불을 반쯤 내린 에일렌에게 이불을 덮어주면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

“내일 시간 만들어주라. 낮이든 밤이든 상관 없으니까.”

“내일이요?”

“응, 일 했으니까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잔뜩 상기되어 있는 얼굴에 묘하게 거칠어진 숨소리,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미네르바의 날개에 묻어있는 꽃의 향기.

미스트는 미네르바가 레이시랑 하고 싶어서 안달나다 못해 발정 가까운 상태가 되자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간을 만들어주겠다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미스트의 허락에 기뻐하다가도 이내 무리하는 거 아니냐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에일렌이야 외출을 자주 하지만 미르와 레아는 아직 한참 어린 어린애인데…….

그렇게 생각하던 미네르바는 천천히 진정하더니 정말로 괜찮은 거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미네르바의 질문에 허공에서 커다란 유모차를 꺼내면서 싱긋 웃었다.

“안 그래도 국왕님께서 미르와 레아도 보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해서 한 번 가봐야 해요. 벽천화 기사단의 여러분들이라면 암살자들을 막을 수 있고, 에일렌은 제 옆에서 안 떨어질 테니 괜찮을 거예요. 그리고 왕궁 안에는 볼케릭 왕자님이 눈을 부라리고 계시니까 알티네 왕후님도 활동하기 힘들고요.”

“으, 으응…….”

“너무 미안해하지 마요. 이것도 가족으로서 할 일 중 하나잖아요?”

많은 부부가 아이를 가진 후 부부싸움이 늘어나는 건 아이를 가지면서 관계를 덜 가져서가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한다.

그런 심리학 논문을 떠올리던 미스트는 싱긋 웃으면서 미네르바도 자기 가족이니까 자기에게 기대도 좋다고 말해주었다.

“미스트으으으.”

“어머, 어머. 후후. 네에, 네에. 많이 참았죠? 그럼 내일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시간을 비워드릴게요. 국왕님도 오랜만에 휴가를 냈다고 했으니까, 아침과 점심을 같이 먹고 들어올 수 있을 거 같아요.”

“응, 고맙다.”

품에 안긴 미네르바의 등을 두들겨주다가 다른 장난감도 준비해줄지 물어보는 미스트.

미네르바는 미스트의 말에 움찔 떨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그건 자기가 정하고 싶다고 말했고, 미스트는 미네르바의 말에 싱긋 웃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네르바에게 열쇠를 건네주었다.

미네르바는 부부관계를 위한 방의 열쇠를 받고는 연신 침을 꼴깍 삼키다가 다시 레이시에게로 돌아갔다.

“레이시, 시간 만들었다.”

“네?”

“미스트가 내일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비워준다고 했다. 그러니까 하자.”

레이시를 꽉 끌어안고 마구 애교를 부리면서 얼굴을 붉히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행동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아이들이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미네르바의 말에 허벅지를 비비적거리면서 미네르바를 꽉 끌어안았다.

“으, 으응, 그, 그럼 내일.”

“내, 내일.”

결국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내일 부부관계를 하자고 속삭이는 레이시와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원하는 걸 얻어내서인지 터질듯한 얼굴로도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포옹이 세지자 얼굴을 붉히면서 미네르바를 꽉 끌어안았다.

“그, 그럼! 나, 나는 씻고 자겠다. 레, 레이시도 늦지 않게 자라.”

“네, 네에~.”

레이시의 대답에 미네르바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천천히 방에서 빠져나갔고, 이내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게 몸을 씻은 다음 침실에 들어가서 내일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뜬 미네르바는 시계를 확인하고 아직 새벽 4시라는 걸 확인하고는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앞으로 3시간…….

3시간이나 버틸 수 있을까?

미네르바는 그렇게 생각하며 하양이와 나비가 있는 곳으로 갔고, 거기에서 사육사 옷을 입고 축사를 청소하는 레이시의 뒷모습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평소에도 봐왔던 뒷모습이지만,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엉덩이랑 허리쪽으로 눈이 간다.

어째서일까…….

평소에는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같이 아침을 먹을 땐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같은 생각만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옷 아래에 있는 보드라운 살결, 그리고 흐트러질 숨소리만이 떠오른다.

“으, 으으으…….”

앞으로 3시간.

앞으로 3시간만 더 참자.

레이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하던 미네르바는 숨을 깊게 내쉬며 레이시에게로 갔고, 하양이의 몸에 빗질을 해주던 레이시는 미네르바가 다가오자 반갑게 맞이하면서 잘 잤냐고 물어봤다.

“자, 잘 잤다.”

“으읏.”

그 질문에 미네르바는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지만, 미네르바는 자기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고 말았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대답에 미네르바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고는 얼굴을 붉히면서 천천히 눈을 돌렸다.

“3, 3시간 남았잖아요……?”

“으, 으응! 참겠다.”

“네, 차, 착하다…….”

미네르바가 참겠다고 말하자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손길에 레이시의 등을 끌어안고 거친 숨을 내쉬었고, 레이시는 평소보다 조금 더 아래에 올라와 있는 미네르바의 손에 얼굴을 붉히며 미네르바를 꽉 끌어안아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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