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8화 〉 집안일 배우기5
* * *
“흐에에에에엥…….”
다과회에 다녀온 레이시와 한참을 잘 놀고 있는데 갑자기 울상을 짓는 에일렌.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반응에 당황하면서 왜 울먹이냐면서 에일렌을 달래주었고, 에일렌은 레이시가 안아주자 얼굴을 파묻으면서 우는 이유를 말해주었다.
“마망이랑 더 놀고 싶은데 졸려…….”
“네? ……풋! 아핫! 그래요? 그럼 내일 또 놀까요? 내일 엘라 엄마랑 통화하는 날이니까 내일 엄마랑 이야기하고 돌아오는 길에 조금 빙 둘러서 올까요?”
레이시가 웃자 에일렌은 레이시를 째려보며 입술을 샐쭉거렸다.
자기 입장에서는 나름 심각한 이야기라 진지하게 말했는데 내일 또 놀면 된다니……!
오늘 노는 건 오늘밖에 못한다.
그렇게 생각한 에일렌은 레이시의 가슴을 쭉 잡아당기면서 투덜거렸고, 레이시는 에일렌이 뾰로통하게 화를 내자 다시금 웃음을 터트리면서 에일렌의 뺨을 쓰다듬었다.
“오늘도 계속 놀고 싶어요?”
“웅!”
“하지만 졸린데?”
“으, 으으응…….”
“졸리면 엘라 엄마처럼 멋있는 어른이 못 된다고요?”
“핫!? 그, 그건 싫어…….”
“그럼 자러 가야겠죠? 마망은 내일도 에일렌의 옆에 있을 거니까 내일 또 놀아요. 내일은 블록 말고 다른 거로 놀까요?”
에일렌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웃는 레이시.
에일렌은 엘라를 떠올리듯 작게 앓는 소리를 내다가 레이시가 싱긋 웃자 엘라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천천히 블록을 내려놓고 레이시의 손을 잡아 끌었다.
“같이 치카치카…….”
“같이 할까요?”
“웅.”
“네에~ 같이해요.”
레이시가 싱긋 웃으면서 따라오자 에일렌은 레이시랑 똑같이 배시시 웃으면서 욕실로 들어갔고, 이내 칫솔에 어린이용 치약을 바르면서 자기도 일찍 자면 엘라처럼 될 수 있냐고 물어봤다.
“될 수 있죠? 에일렌은 엘라와 저의 딸이니까.”
“으응…….”
“왜요?”
“마망처럼 가슴도 커져?”
“……!? 우, 왜, 왜요오오?”
에일렌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에일렌을 바라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최대한 작게 보이게 몸을 비튼 다음 에일렌의 뺨을 쓰다듬었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질문에 입을 헹구면서 레이시의 가슴을 빤히 쳐다봤다.
뭔가……, 말은 못 하겠지만…….
“마망 가슴은 내 거니까 나는 가슴 안 커져도 돼.”
“아, 아하하하하.”
“가슴 커지면 영웅 놀이 잘 못 한다구 했어!”
“그건……,마리아 이모가 한 말인가요?”
“웅. 이모가 그랬어.”
“그건 마리아 이모가 가슴이 작아서 그래요. 아샤 엄마도 가슴 커도 잘만 놀아주잖아요?”
“……에!?”
레이시의 말에 에일렌은 아샤는 전혀 생각 못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마리아 이모가 거짓말을 한 거냐며 부들부들 떨었고, 레이시는 그런 건 그냥 봐주는 게 도리라면서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도오리이……?”
“으응, 그냥 우리끼리 비밀로 해둘까요?”
아샤가 나중에 알게 되면 어디서 에일렌에게 거짓말을 하냐고 굴려버릴 거 같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에일렌에게 손가락을 내밀면서 마망과 에일렌 사이의 비밀 약속이라고 말해주었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말에 거짓말의 충격에서 벗어나서 꺄르륵 웃으면서 레이시의 손가락에 자기 손가락을 걸었다.
“에헤헤, 엄마들한테도 말 안 할게!”
“고마워요. 쪽. 그나저나 이제 양치했으니까 씻고 잘까요?”
“으으응~.”
“목욕하기 싫어요?”
“욕조 뜨거워어어.”
“그럼 샤워만 하고 잘까요?”
“웅!”
하긴 나도 어릴 땐 목욕탕에 가는 건 싫어했었지.
다른 건 다 괜찮은데 목욕물 온도가 아이가 견디는 건 조금 쉽지가 않다.
그런 걸 잘 알고 있는 레이시는 샤워 정도면 괜찮겠지 싶어서 빠르게 에일렌을 씻겨주었고, 에일렌은 레이시가 몸을 닦아주자 옷을 입고 레이시가 나오길 기다렸다.
“자러 갈까요?”
“웅!”
그리고 레이시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자기 자리를 찾아가듯 레이시의 품에 안기는 에일렌.
레이시는 어리광을 부리는 에일렌의 모습에 작게 웃다가 에일렌을 안아주었고, 에일렌은 아까 가슴 이야기를 해서인지 그대로 레이시의 가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는 눈을 감았다.
“쿠우우우…….”
“아핫, 간지러워요.”
“푸후우우우~ 에헤헤……. 졸려어어, 마망.”
“네, 금방 재워드릴게요.”
에일렌의 칭얼거림에 에일렌을 애들 방에 데려다주고 침대에 눕혀주는 레이시.
처음에는 떨어져 자는 걸 싫어했지만, 자기 방에 자기 물건이 생기자 에일렌은 금방 혼자 자는 것에 익숙해져서 혼자서 자기 시작했다.
“자장가아…….”
“네에, 에일렌. 어떤 노래를 불러드릴까요?”
“사랑하는 우리 아가!”
“에일렌은 그 노래를 좋아하네요.”
에일렌의 요청에 침대 옆에 앉아 에일렌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레이시.
에일렌은 아까까지 자기 싫다고 칭얼거리거나 꺄르륵 웃었던 것이 거짓말처럼 스르르 잠들었고, 레이시는 에일렌이 잠들자 이마에 입을 맞추고 밖으로 나가 미르와 레아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아직 마력 앓이 중이라 자는 도중에도 몸을 뒤척이다가 깨서 칭얼거리는 두 아이.
레이시는 그런 애들의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면서 아이들의 뺨을 만졌고, 미스트는 그래도 저번보다는 나름 침착해진 레이시의 반응에 작게 웃다가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괜찮아요. 병이 아니니까요.”
“으응, 그건 아는데…….”
안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우리 엄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르와 레아를 달래주었고, 미르와 레아는 레이시의 체온을 느끼자 칭얼거리는 건 멈췄어도 배가 고프기 시작했는지 레이시의 옷을 잡고 벗기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셔츠의 단추를 빠르게 풀어서 가슴을 먹여주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가 불편하게 아이를 안은 채 밥을 먹여주자 포대기로 두 아이를 고정해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도움에 미소를 짓다가 앞으로 저런 편지가 얼마나 올지 물어봤다.
“꽤 자주? 아니면 엄청?”
“네?”
“편지는 질릴 정도로 올 거예요. 처음에 앞서서 나온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 의해 떠밀렸거나 급한 사람들이죠. 반대로 실력이 있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천천히 사람들을 보내서 레이시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조사하겠죠.”
“…….”
“그 요청들을 전부 다 거절할 수는 없어서 이번에는 레이시에게 집안일을 배워보겠냐고 말한 거예요.”
“그렇구나……. 많이 오는군요.”
아이를 안고 있는데도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화를 내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감정 기복에 이것이 사랑과 관련되어 있어서 레이시가 이런 반응인가 싶어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어주며 레이시의 이름을 불렀고, 미스트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레이시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미르와 레아를 바라봤다.
일란성 쌍둥이라 완전히 똑 닮은 두 아이의 모습에 레이시는 작게 웃다가 이내 미르와 레아를 위해서라도 그 사람들을 밀어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아이들도 내년 정도에는 에일렌처럼 걸어 다니고 웃고 놀겠죠?”
“네. 공주님도, 아샤도 그걸 보기 위해서 나갔고요.”
“그러네요.”
미스트의 말에 레이시는 배시시 웃다가 둘이 같이 입을 떼자 미르 먼저 등을 토닥여서 트림을 시켜주었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애들을 트림시키는 걸 보고는 레아를 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러자 배도 부르고 아픈 것도 가셔서인지 다시 자기 시작하는 미르와 레아.
레이시는 그런 두 아이의 배를 쓰다듬어주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칭얼거리기 시작하자 기저귀를 갈아준 다음 기지개를 켰고, 미스트는 미르와 레아가 푹 잠들자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손을 잡고 몸을 밀착하기 시작했다.
“으응…….”
“오랜만에 할까요?”
귀를 약하게 깨물면서 자기의 짐승 귀는 쫑긋거리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제안에 얼굴을 붉히다가 애들 앞에서는 안 된다면서 천천히 미스트에게 다가갔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당연하다면서 가볍게 입을 맞추면서 레이시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레이시의 이런 모습은 솔직히 말해서 미르랑 레아에게도 보여주기 싫으니까요.”
“딸에게 질투하시는 거예요?”
“딸이라도 질투하는 거예요.”
미스트는 요염하게 웃더니 레이시의 입술을 가볍게 깨물면서 아이들이 완전히 자면 다른 방으로 가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부끄러워하면서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스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대, 대신 다 자면이에요…….”
“네에~ 다 자면요. 츗.”
“으응~.”
“이렇게 저를 사랑하는데 편지를 보내다니, 그 사람들은 정말로 보는 눈이 없네요.”
“……에헤헤.”
미스트의 말에 헤프게 웃더니 레이시는 미스트에게 머리를 기대고 조용히 눈을 감았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면서 레이시를 안아주었다.
“일이 많을 거예요.”
“으응.”
“힘들어도 힘내주세요.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미스트가 이렇게 안아주기만 해도 저는 행복한 걸요.”
“그렇게 귀엽게 말하기만 하고~.”
“꺄항~. 아직 애들 다 안 자잖아요.”
미스트가 엉덩이를 만지자 아양을 떨면서 미스트의 손을 치우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앙탈에 키득 웃다가 조금만 더 참아보겠다고 속삭였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속삭임에 얼굴을 붉히다가 미스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 좀 마시고 올게요.”
“네. 아, 혹시 가능하시면 저도 차 좀 주시겠어요?”
“네, 잠시만요.”
도란도란 손장난을 치면서 한참을 이야기하던 레이시는 목이 조금 마르자 이젠 진짜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일어나자 문 열고 조심하라면서 손을 흔들었다.
“문 열고요?”
“네. 그럼 조심해요.”
차를 끓일 때 조심하라는 걸까?
레이시는 이해가 안 되는 미스트의 주의에 그렇게 생각하다가 부엌으로 내려갔고, 이내 자기를 바라보는 미네르바를 발견하고는 미스트가 왜 그런 식으로 주의를 줬는지 깨닫게 되었다.
질투심으로 가득한 미네르바의 눈빛.
레이시는 미스트는 밖에서 미네르바가 자기들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미네르바에게 다가갔고,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가까이 오자 물이 끓기 전까지는 자기 품에 있으라면서 팔을 활짝 벌렸다.
그러자 레이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얌전히 미네르바의 품에 안겼고, 미네르바는 레이시를 꽉 끌어안은 다음 레이시를 날개로 감싸고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나에게 소홀해진 거 같다.”
“네?”
“여럿이서 해도 괜찮지만 나두 주인이랑 둘이서만 하고 싶다.”
“으응~, 한동안 둘이서는 못 했었죠…….”
“그렇다.”
칭얼거리듯 투정을 부리던 미네르바는 잠시 레이시의 목덜미를 빤히 쳐다보다가 목덜미에 입을 맞추면서 나중에 둘이서 데이트하자는 약속을 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투정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고개를 돌려 미네르바와 입을 맞췄다.
“죄송해요. 신경 못 써줘서.”
“으응……. 아니다. 미안하다. 주인.”
“사랑해요.”
다시 한번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자 미련이 잔뜩 남은 손길로 천천히 레이시를 놓아주는 미네르바.
처음에는 손가락을 하나씩 떼다가 물이 끓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미네르바는 탄식을 내쉬면서 레이시를 완전히 놓아주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가 자기를 놓아주자 미네르바를 꽉 안아준 다음에 차를 들고 위로 올라갔다.
“미네르바의 투정이 별로 안 심했나 보네요?”
“우으……, 알고 있었어요?”
“네, 소리가 났으니까요.”
“으으응……, 나중에 데이트하기로 했어요. 다른 사람하고 같이 해도 괜찮지만, 이번에는 저와 단 둘이 데이트하고 싶대요. 그래서 나중에 그러기로 했어요.”
“12일 정도 뒤에 일정이 비는데 해드릴까요?”
“미스트에게 너무 부담을 주는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저는 괜찮아요. 오늘 저녁에 값을 톡톡히 받아낼 거니까요.”
레이시의 허벅지를 만지며 웃는 미스트.
레이시는 입술을 촉촉하게 적시면서 음흉하게 웃는 미스트의 미소에 얼굴을 붉히다가 미르와 레아는 완전히 자고 있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른 방으로 갈지 물어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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