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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446화 (446/542)

〈 446화 〉 집안일 배우기­3

* * *

“재밌게 놀았다아~.”

“네, 정말요.”

아침 해가 밝아 오르자 야시장에서 빠져나오는 엘라와 레이시.

에일렌은 야시장에서 산 고깔 모자를 쓴 채로 싸구려 장난감을 양손 가득 꽉 쥐고서 엘라에게 안겨 새근새근 자고 있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을 잡은 채 천천히 저택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안 가면 좋겠어요.”

“그러면 다음에 못 놀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지금은 시간이 안 가면 좋겠네요.”

헤어지기 전에 한 달 동안의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실컷 놀고, 실컷 먹고, 실컷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래도 헤어질 시간이 찾아오자 좀처럼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가 없다.

좀 더 사랑을 나누고 싶고, 좀 더 온기를 나누고 싶다.

잠을 자지 않고 피로가 쌓인 탓인지 원초적인 애정을 나누고 싶다.

하지만……,지금은 그럴 수 없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레이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엘라의 손을 잡았고, 엘라는 다시 에일렌이 깨어 있을 땐 흘리지 않는 눈물을 보이는 레이시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짓다가 저택에 도착하면 30분 정도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때 이야기를 나누자고 말하며 레이시를 달랬다.

“그러니까 집에 갈때까지만 참아.”

“네…….”

엘라의 말에 급하게 눈가를 훔치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눈물을 닦자 가볍게 입을 맞춘 다음 저택으로 돌아갔고, 저택에 있던 미스트와 다른 사람들은 레이시의 얼굴을 힐끗 보더니 에일렌을 받아들고 조용히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40분 뒤, 제 2 내벽 남쪽 성문에서 보자.”

“그래, 미안.”

“됐어.”

아샤만이 한 마디의 말을 꺼낸 다음 밖으로 나가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2층으로 올라가는 사람들.

레이시는 그런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이제 진짜 한 달 넘게 헤어지겠구나 싶어서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면서 엘라에게 몸을 파묻었고, 엘라는 아무 말 없이 레이시의 몸을 꽉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처음 군부의 일 때문에 한 달 넘게 헤어졌을 때와 다르게 꽉 달라붙어도 엘라는 아무런 말 없이 계속해서 레이시를 달래주었고, 20분 넘게 흐느낀 레이시가 지쳐서 늘어지기 시작하자 엘라는 레이시의 얼굴을 들어준 다음 레이시의 눈물과 콧물을 닦아주었다.

“예쁜 얼굴이 엉망이네.”

“으응……! 후으응……!”

“레이시, 한 번만 웃어줄래?”

엘라의 말에 울음을 억지로 삼키고 웃어보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웃음에 피식 웃으면서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엘라의 입맞춤에 다시 고개를 아래로 파묻은 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눈을 감았다.

“레이시.”

“후끙……. 네.”

“사랑해.”

“저두, 흐윽……, 흐윽……! 사랑해요……!”

“응, 조심해서 갔다올 테니까, 에일렌이랑 잘 지내고. 다른 귀족들이 귀찮게 할 거지만, 레이시라면 잘 견딜 수 있을 거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아내니까. 믿고 있어.”

“우응……!”

“울보가 다 됐네.”

레이시의 목소리에 물기가 다시 스며들기 시작하자 엘라는 레이시의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시계를 힐끗 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시선에 눈을 같이 힐끗 돌렸다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단 걸 깨닫고 다시금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러자 엘라는 아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면서 레이시의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신호를 줬고, 레이시는 엘라의 신호에 평소와는 반대로 먼저 입을 맞추며 엘라의 몸에 올라탔다.

울어서 붉어진 눈을 보여주기 싫다는 듯 눈을 꼭 감고서 손바닥으로 엘라의 얼굴을 더듬는 레이시.

그러면서도 레이시는 입을 벌렸다가 오므리면서 엘라의 혀를 탐하는 걸 멈추지 않았고, 조금은 탐욕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키스를 이어갔고, 엘라는 레이시의 호흡에 맞춰 키스를 받아주다가 레이시가 천천히 눈을 뜨자 입을 떼면서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어주었다.

“레이시, 자. 재워줄게. 피곤하잖아.”

엘라의 말에 에일렌처럼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투정부리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투정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계속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레이시를 재우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자면 안 된다고 중얼거리면서도 천천히 눈을 감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완전히 잠들어서 새근거리기 시작하자 엘라는 레이시의 머리맡에 쿠션을 둔 다음 이불을 덮어주었고, 미스트는 엘라에게 출정복을 건네주면서 부탁할 일이 있냐고 물어봤다.

“레이시, 잘 지켜줘. 뭔가 많이 약해지는 거 같더라.”

“한 달 조금 넘게 떨어지는 건데도요?”

“감정을 주는 근원 하나가 사라지는 거잖아. 사람으로 따지면 강제 단식하는 걸 테니까 많이 지칠 거야.”

“알겠습니다.”

“에일렌도 잘 돌봐주고. 동생이 생겨서 짜증도 많이 내더라. 그동안은 내가 있으니까 참은 모양이지만 야시장에서 놀면서 달래주니까 레이시한테 짜증 많이 냈어. 그리고……. 다른 정신 나간 년들이 레이시를 괴롭힐 거니까 그년들은 적당히 조져. 내 말이 무슨 말이 알지? 죽지 않는 선에서는 뭔 짓을 해도 괜찮아.”

“물리적인 목숨만 보존하면 되나요?”

“응. 레이시를 공격하면 그냥 완전히 묻어버려.”

눈빛을 차갑게 식힌 채 적의를 불태우는 엘라.

레이시를 두고 일하러 가는 게 마음에 안 드는 만큼 적의를 대놓고 불태우는 엘라의 모습에 미스트는 고개를 숙인 채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고, 엘라는 미스트의 대답에 숨을 깊게 내쉬다가 눈가가 붉어져있는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럼가볼게. 더 있다간 발이 안 떨어질 거 같아.”

“알겠습니다. 안전을 빌게요.”

“……뭐, 아샤도 있으니까 모쪼록 조심할게. 다치면 에일렌이 싫어할 거야.”

“후후. 그러네요.”

“그럼 간다.”

마지막으로 갑옷을 차려입고 자리를 뜨는 엘라.

미스트는 엘라가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정리한 다음 허리를 숙여서 엘라를 배웅했고, 두 사람이 사라져서 허전해진 저택의 분위기에 레이시가 힘들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단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감정을 먹고 사는 사람에게 저택이 이런 식으로 비어버리면, 확실히 더 크게 공허함을 느끼겠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일은 일이니까.

왕족으로서 누리는 걸 생각해보면 지금 이 일은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에일렌을 껴안고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미네르바에게 레이시를 맡긴 다음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레이시가 일어난 건 그 다음 날이었다.

소파에서 에일렌을 꼭 끌어안고 자던 레이시는 미르와 레아의 울음소리에 벌떡 일어나 2층으로 황급히 달려갔고, 미스트는 잠이 덜 깬 얼굴로 부스스하게 달려오는 레이시의 모습에 괜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마력 앓이에요. 슬슬 앓을 시기가 됐어요.”

“아, 아아…….”

“레이시, 조금 씻고 오실래요? 부스스한 모습도 예쁘지만, 엄마가 부스스하면 애들이 놀릴 거예요.”

“앗, 읏…….”

“에일렌은요?”

“아, 아직 자요…….”

“그럼 먼저 씻고 나와요. 알겠죠?”

“네에.”

미스트의 연달아 튀어나오는 질문에 천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는지 레이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듣다가 욕실로 들어갔고, 미스트는 미르와 레아가 잠들자 아래로 내려가 에일렌이 깨진 않았는지 확인하러 내려갔다.

그러자 텅 빈 소파가 미스트를 반겼고, 미스트는 이불과 쿠션만 남은 빈 소파에 눈을 깜빡거리다가 욕실로 발걸음을 옮겨 가볍게 노크했다.

“에일렌과 함께 있나요?”

“네? 네. 에일렌하고 같이 씻고 있어요.”

미스트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한 레이시.

레이시는 한참을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미스트에게 고맙다고 말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작게 웃다가 몸을 녹이고 나오면 밥을 준비해주겠다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러자 레이시는 에일렌의 뺨을 쓰다듬어주면서 씻고 밥을 먹자고 속삭였다.

“머기 시러…….”

“으응, 싫어요?”

“시러…….”

레이시의 가슴을 입에 문 채 웅얼거리는 에일렌.

레이시의 가슴골에 얼굴을 파묻고 투정을 부리던 에일렌은 한참을 웅얼거리다가 다시 눈물을 글썽이며 엘라를 보고 싶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말에 움찔 떨다가 조심스럽게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잠시 말을 골랐다.

“마망도 보고 싶네요.”

“마망두우우……?”

“네, 40일이나 떨어지는걸요. 마망도 울고 싶어요. 그래도 저희가 울면서 기다렸단 걸 알면 엘라 엄마가 슬퍼할 거니까 어제 운 걸로 만족할래요.”

“……으우?”

레이시의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일렌.

레이시는 에일렌의 반응에 피식 웃더니 에일렌의 이마에 입을 맞추면서 웃으면서 엘라를 기다려보자고 말했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서글퍼 보이는 웃음에 고개를 떨어트리다가 이내 이해는 못 했어도 여기에서 울면 레이시도 슬퍼할 거란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엘라가 없는 것도 싫지만, 지금 당장 옆에 있는 레이시가 슬퍼하는 건 더 싫다.

에일렌은 자기 나이에 맞는 이유로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웃음에 똑같이 환하게 웃다가 에일렌과 손장난을 치면서 종일 소파에서 자면서 굳었던 몸이 풀리자 에일렌의 몸을 닦고 밖으로 나갔다.

“오늘 아침은 수프에요. 두 사람 다 하루 내내 잤으니까 고기는 못 줘요.”

“아, 아하하…….”

미스트가 단호한 목소리로 잔소리하자 어색하게 웃던 레이시는 에일렌이 자기 옆자리에 앉자 조심스럽게 에일렌을 자기 허벅지 위에 앉히고 이번 주에만 이렇게 하고 밥을 먹자고 속삭였다.

“엘라 엄마가 이러면 어리광쟁이랬는데…….”

“그건 엘라가 어리광을 부려줬으면 해서 그런 거예요. 그러니까 이번 주에만 이렇게 밥 먹어요. 알겠죠?”

레이시의 말에 잔뜩 눈치를 보다가 이내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의 허벅지에 자리를 잡고 앉는 에일렌.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에일렌이 수프를 먹는 걸 보고는 에일렌을 위해서라도 힘내야겠단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에일렌에게 밥을 먹이는 레이시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옆에 앉아서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무슨 편지에요?”

“네? 아, 쓰레기요.”

“네?”

“후후, 공주님이 없어졌다고 레이시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의 편지에요. 에일렌에겐 별로 좋은 이야기는 아니죠.”

미스트는 쓰게 웃으면서 이런 일을 왕가에서는 은어로 집안일이라고 말한다면서 곤란하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설명에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미스트를 바라보다가 작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엘라가 없다고……. 하, 정말이에요?”

“물론이죠.”

내가 그렇게 헤프게 보였나?

그야 여러 사람하고 사귀고 있지만, 국왕님도 아내를 몇이나 두고 있고 귀족들은 대부분 애인을 만들어두고서…….

아니, 그러기 때문인가?

레이시는 뜨겁게 달아오르는 현기증에 한숨을 푹 내쉬다가 에일렌이 자기를 쳐다보자 배시시 웃으면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달래주면서 미스트를 바라봤다.

“으음, 레이시.”

“네?”

“집안일 배워볼래요?”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는 미스트.

미스트는 직접 사람을 처리하는 방법은 배우지 않더라도 거절하는 방법은 적당히 배우면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면서 레이시를 설득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편지를 받아들고는 이내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때에 기회랍시고 달려드는 사람에게 강하게 거절하는 방법 정도는 배우고 싶다.

레이시가 그렇게 말하자 미스트는 그럼 약속을 잡아주겠다면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미스트가 답장을 쓰는 걸 보고는 살짝 짜증내면서 눈을 돌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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