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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445화 (445/542)

〈 445화 〉 집안일 배우기­2

* * *

그 뒤의 연회에서 레이시는 매일 똑같은 짓을 반복했다.

안에 들어가서 엘라와 함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 재산이나 위치만 보고 사람들이 다가오면 몰래 도망쳐서 입구의 사용인에게 엘라에게 돌아가자고 말하는 걸 부탁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자 연회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고, 국왕은 엘라에게 명령을 내렸다.

“엘라 파우스트 오라토리엄은 듀세리안 레드포트 라이드 오라토리엄의 명을 받들라. 그대는 전쟁 감시관으로서 도스토 연맹국과 신성왕국 간의 전쟁을 감시하여 국제법에 어긋나는 일이 없는지 확인하라.”

“명을 받겠습니다.”

전쟁의 어드벤티지는 각국의 사신들만 아는 상황에서 전쟁 서류에 국왕의 인장이 찍혔고, 모인 사람들은 명예로운 전쟁을 축하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해가 안 가요.”

“응?”

“전쟁이잖아요. 사람이 죽는데 어떻게 박수를 칠 수 있는 걸까요?”

“뭐……, 저 사람들에게 전쟁은 일종의 사업이니까. 사업이 잘 됐는데 박수를 안 칠 사람이 어디에 있어?”

“…….”

아샤의 말에 입술을 약하게 깨물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면서 아샤를 꽉 끌어안는 레이시.

에일렌은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미네르바의 품에서 과자를 먹다 말고 레이시에게 다가가 레이시의 손을 잡았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손길에 억지로나마 미소를 지어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안아줄까요? 에일렌.”

“웅, 나 손 닦고.”

레이시의 말에 미네르바에게 손을 잡고 쪼르르 화장실로 달려가는 에일렌.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피식 웃다가 아샤에게 머리를 기대고 아샤도 조심해서 다녀오면 좋겠다고 속삭였고, 아샤는 레이시의 말에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손을 잡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꼭 안 다치고 올게.”

“꼭이에요.”

“응, 꼭.”

약속을 했는데도 불안해하는 레이시의 모습에 아샤는 레이시의 손등에 입을 맞추면서 자기는 한 말은 지킨다면서 레이시를 다독였고, 레이시는 아샤의 입맞춤에 긴장을 조금 풀더니 아샤의 손을 꽉 잡고 다시 한번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속삭였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그래. 알았어. 꼭 조심할게.”

애초에 전투에 대해서는 내가 너보다 많이 알고.

아샤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레이시의 얼굴을 보고는 농담할 분위기가 아니란 걸 깨닫고는 그렇게 하겠다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후우, 끝났네. 돌아가자, 레이시.”

“으응……. 네에.”

“왜 그래? 레이시.”

“그냥요……, 이제 한 달이나 두 달은 못 보잖아요.”

멀리서 달려오는 에일렌을 안아주며 시무룩하게 있는 레이시.

에일렌은 레이시의 반응에 레이시와 엘라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울먹거리면서 엘라를 못 보는 거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에일렌의 눈에 물기가 맺히기 시작하자 에일렌을 대신 안아들면서 입을 맞추며 한 달 반 뒤에는 온다며 에일렌을 달래주었다.

“한 달은 얼마야아?”

“30일?”

“30일……?”

손가락을 펼치더니 이내 자기 두 손으로는 다 못 세자 에일렌은 더 크게 울먹거리며 엘라에게 얼굴을 파묻었고, 엘라는 그런 에일렌을 안은 채 오늘은 걸어서 돌아갈지 물어보면서 에일렌을 달래주었다.

“가다가 간식도 사가고, 응?”

“훌쩍…….”

엘라의 말에 간신히 울음기를 진정시키더니 걸어서 돌아가면 더 오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에일렌은 고개를 끄덕이며 엘라를 꽉 끌어안았고, 엘라는 에일렌의 포옹에 아샤와 미네르바에게 마차를 타고 먼저 돌아갈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두 사람은 에일렌을 힐끗 보더니 에일렌에게 자기들은 먼저 가볼 테니 에일렌은 엘라와 레이시, 두 사람과 함께 천천히 오라며 에일렌을 달래주었다.

“그럼 먼저 간다.”

“조심해서 들어가요.”

“응.”

레이시의 말에 손을 가볍게 흔든 다음 마차에 올라타는 아샤와 미네르바.

에일렌은 두 사람이 마차에 올라타자 눈가가 붉어진 채로 손을 흔들다가 마차가 떠나자 다시 엘라에게 얼굴을 파묻었다.

“그럼……, 에일렌은 과일 중에 뭐가 제일 좋아? 과일 사줄게. 말해봐.”

“딸기…….”

“딸기가 좋아?”

“웅.”

“그럼 딸기 먹으러 가자.”

에일렌을 한 팔로 안은 채 왕궁 안으로 들어가는 엘라.

에일렌은 엘라를 못 본다는 것에 눈물을 계속 글썽이면서도 처음 보는 풍경에 눈을 자꾸 돌리면서 신기하게 쳐다봤고, 엘라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왕궁의 식당에 들어갔다.

식사시간이 막 끝났는지 다들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식당의 사용인들.

엘라는 자기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려는 사용인들에게 앉아서 쉬라는 듯 손짓하다가 딸기와 작은 식칼을 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사용인들은 엘라의 질문에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제일 좋은 딸기와 작은 식칼을 건네주었다.

“엄마가 딸기 잘라줄게.”

“쿨쩍…….”

에일렌은 엘라의 말에 코를 훌쩍이면서 고개를 끄덕거렸고, 엘라는 에일렌이 자기 허벅지 위에 자리를 잡고 앉자 딸기의 꼭지를 따고 얇게 자르면서 접시에 올려두었다.

“에일렌은 엄마가 어디 가는 거 싫어?”

“싫어! 엄마랑 있을래!”

“그래? 엄마도 똑같아. 에일렌하고 마망하고 같이 있고 싶어.”

“그럼 가지마아아.”

“그건 안 돼.”

“왜에?”

엘라의 말에 딸기를 먹다말고 울먹거리는 에일렌.

엘라는 에일렌에게 딸기를 먹여주면서 에일렌과 함께 사는 집을 계속 에일렌의 집으로 해주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엄마가 안 가면 많은 사람들이 다칠지도 몰라.”

“에?”

“아까 할아버지가 뭐라고 이야기했을까? 에일렌은 기억해?”

“몰라…….”

“나쁜 사람들이 이상한 무기를 쓰는 게 아닌지 감시하라구 했지? 그런데 엄마가 안 가면 못된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웃…….”

엘라의 질문에 당황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일부러 대답을 피하듯 입술을 앙 다물고 엘라에게 얼굴을 파묻는 에일렌.

지금 엘라의 질문에 대답하면 엘라를 붙잡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에일렌은 엘라가 아무리 머리를 쓰다듬어줘도, 레이시가 자기 손을 잡아줘도 고개를 들지 않고 대답을 피했고, 엘라는 어리광을 부리는 에일렌의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대답해줄래? 에일렌?”

“시러어어. 에일렌 여기 없어.”

“그래? 그럼 내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누구야?”

“마, 마망이야.”

“푸훗, 마망이야?”

“웅. 그러니까 에일렌 없어. 묻지 마아.”

“에일렌이 대답해주지 않으면 엄마 울건데?”

“우엣…….”

그래도 엘라가 우는 건 싫었는지 곧바로 고개를 드는 에일렌.

엘라는 에일렌이 고개를 들자 가볍게 입술을 맞대면서 다 괜찮을 거라고 속삭였고, 에일렌은 엘라의 속삭임에 눈물을 글썽이다가 펑펑 울면서 엘라의 몸을 때려댔다.

기껏해야 어린아이의 투닥임.

엘라는 물론이고 당장에 길거리의 어린애들조차 별로 아파하지 않을 주먹질을, 엘라는 아무 말 없이 받아주다가 에일렌을 껴안아주었다.

“시러어어어! 가지 마아아아!”

“가지 마?”

“가지 마아아아!”

“최대한 빨리 돌아온다고 약속해도?”

“시러! 지금 같이 있을래애!”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다쳐도?”

“우, 우우우우우!”

“미안, 금방 돌아올게.”

엘라는 에일렌이 말을 잇지 못하자 사과하면서 에일렌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고, 에일렌은 엘라의 사과에 입술을 움찔 거리다가 이내 자기가 엘라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빼액거리며 크게 울기 시작했다.

발을 버둥거리면서 거의 숨이 넘어갈 듯 우는 에일렌.

엘라는 에일렌을 안아준 채 말 없이 등을 토닥이다가 에일렌이 지쳐서 축 늘어지자 다시 에일렌을 바라보며 입을 맞췄고, 에일렌은 엘라의 입맞춤에 숨을 몰아쉬다가 빨리 돌아오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10일 안에 와야해! 후끅……, 후끅……!”

“40일 안에는 올게.”

“10이이이이일!”

“으음, 그럼 3일에 한 번씩 영상 전송구로 얼굴 볼까? 한 번 할 때마다 30분씩.”

“그래도 안 오잖아아아아아! 시러어어어! 엄마랑 있을래애애애!”

“그렇게 계속 울면 엄마도, 마망도 너무 슬퍼. 그러니까 울지 말아줘. 오늘은 에일렌이 잠 안 자고 계속 있어도 같이 있어줄게. 응?”

엘라 뿐만이 아니라 레이시도 슬퍼한다는 엘라의 말에 에일렌은 레이시의 얼굴을 쳐다봤고, 레이시의 눈에 물기가 어려있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러다가 결국 엘라와 레이시를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에일렌은 울음을 꾹꾹 눌러 담으면서 눈물을 참아냈고, 엘라는 에일렌이 울음을 참아내자 이번에는 옆에서 같이 울음을 참던 레이시에게 레이시가 울면 안 되지 않냐며 피식 웃었다.

“에일레도 참으니까 마망도 참아야지. 응?”

“저는 안 울었어요…….”

“하지만 울려고 했지?”

피식 웃으면서 레이시의 입에 딸기를 넣어주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가 눈가를 훔치면서 딸기를 삼키자 자기 없이 지내본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면서 왜 마음 아프게 그러냐면서 레이시의 눈가를 닦아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참았던 눈물을 흘리면서 엘라를 꽉 끌어안았다.

그러자 엘라는 레이시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면서 레이시에게도 괜찮다고 계속 속삭여주었고, 레이시는 에일렌이 다시 눈물을 글썽거리자 억지로 눈물을 참고 배시시 웃었다.

“그러네요. 제가 울면 안 되네요.”

“배 안 고파? 으음, 주방장! 아직 일하는 시간이지?”

“네, 혹시 드시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미안하지만 내 아내가 내가 전쟁터에 감시관으로 가는 게 걱정되서 연회장에서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수프만 조금 먹었고. 그러니 조금 편하게 먹을 수 있는것을 만들어주면 좋겠어.”

“알겠습니다.”

엘라의 말에 남은 요리사 몇 명을 불러서 다시 주방에 불을 붙이는 셰프.

레이시는 자기 때문에 다시 일하자 셰프와 조리사들에게 사과하면서 자리에서 들썩였고, 셰프는 레이시의 붉어진 눈을 보고는 괜찮다며 웃다가 엘라와 편하게 기다리면 금방 요리를 대접하겠다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말 그대로 5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주방장은 보드라운 빵과 와인으로 끓인 수프가 나왔고, 엘라는 빵을 찢어 레이시의 입에 넣어주었다.

“커피도 부탁하지, 주방장.”

“네. 알겠습니다.”

“자, 에일렌도 밥 먹어야지? 밥 먹고 오늘은 자지 말고 엄마랑 마망이랑 같이 있자. 알았지?”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에일렌.

에일렌은 엘라가 마시는 커피에 관심을 보이다가 엘라에게 자기도 먹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말에 무심코 안 된다고 하려고 하다가 내일이면 엘라가 없어질 거란 생각에 우유를 많이 타서 먹어야 안 쓰다면서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엘라는 그렇게 말하면 에일렌이 싫어할 거라면서 에일렌에게 자기가 마시던 커피를 조금 먹여주었고, 에일렌은 상상을 초월하는 쓴맛에 발을 버둥거리면서 혀를 내밀었다.

“맛엄더어어…….”

“푸흐흐! 우유 잔뜩 타면 맛있어. 우유 타줄까?”

“웅…….”

에일렌의 말에 새 커피를 따르고 1 대 6 정도로 우유로 희석해주는 엘라.

꿀을 탄 우유에다 섞어서인지 조심스럽게 입을 댔던 것과 다르게 꼴깍꼴깍 잘도 삼키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작게 웃다가 같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작게 웃다가 근처에서 대기 중이던 사용인에게 에일렌을 포함한 일행들이 입을 옷을 부탁했고, 사용인은 엘라의 부탁에 10분만 기다리라고 말한 다음 밖으로 나갔다.

“그럼 배는 적당히 채웠어? 군것질하러 갈 거니까 너무 많이 먹지 마. 알겠지?”

“네에, 쿨쩍.”

“자, 흐응~.”

“흐으응!”

“후후, 울지 마, 알겠지? 귀여운 얼굴이 엉망이잖아.”

“훌쩍…….”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에일렌.

엘라는 에일렌을 다시 달래주다가 사용인이 옷을 들고 오자 에일렌과 레이시에게 옷을 입힌 다음 밖에 나갔다 오자면서 레이시에게 하양이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야시장에 가자. 오늘은 자지 말고 노는 거야. 알겠지? 에일렌.”

“네에…….”

시무룩한 목소리를 내지만 에일렌은 엘라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다 자는 밤에 깨어있다는 사실에 들떠서 엘라의 품에 안겨 자리에서 일어났고, 엘라와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배시시 웃다가 에일렌에게 옷을 걸쳐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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