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4화 〉 집안일 배우기1
* * *
“하웁, 웁. 응후으읍.”
연회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공원.
그 공원에서도 후미진, 일부러 찾아오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곳에서 레이시는 엘라의 입맞춤을 받아주었다.
당장에 여기가 바깥이 아니라 집 안이라면 억지로라도 침대로 끌고 갔을 정도로 격한 입맞춤.
마치 잡아먹을 듯이 입술을 움직이면서 레이시의 혀를 깨물고 빨던 엘라는 레이시가 자기 팔을 잡고 툭툭 때리자 천천히 입을 떼면서 숨을 크게 내쉬었고, 레이시는 엘라가 입을 떼자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엘라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어 얼굴을 가렸다.
“좀 더.”
“시, 싫어요.”
“왜?”
“부끄러우니까요…….”
“사람도 없는데?”
“밖에서 이렇게 그……, 으으으, 이런 입맞춤을 하는 거 자체가 부끄럽다고요…….”
가볍게 엘라의 가슴을 투닥이면서 붉어진 얼굴을 더욱 붉히는 레이시.
레이시는 아무리 엘라를 사랑한다지만, 남들이 올지도 모르는 곳에서 이렇게 진한 키스를 하는 건 부끄럽다면서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투정에 움찔 떨다가 숨을 깊게 내쉬면서 레이시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투정.
진심으로 지금이 연회 중이라는 게 마음에 안 들 정도로 귀여운 레이시의 모습에 엘라는 한숨을 깊게 내쉬다가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조금만 산책하다가 돌아가자.”
“으응…….”
안타깝지만 키스는 여기까지.
이대로 둘만의 데이트를 더 이어가면 밖에서 하자거나 그런 헛소리를 자기도 모르게 할지도 모르니까 여기까지만 하자.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레이시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천천히 따뜻해지기 시작한 바람을 느끼면서 숨을 깊게 내쉬었다.
“좀 있으면 봄이죠?”
“응? 응. 그러네. 겨울에는 전쟁을 안 하니까.”
“우으, 전쟁 이야기는 금지! 에일렌이랑 미르랑 레아에 대한 거만 이야기해요.”
“그럴까?”
레이시의 말에 히죽 웃으면서 손을 잡는 엘라.
엘라는 전쟁이 얼마나 이어질지 생각을 해보다가 한 달이나 두 달 정도는 이어질 거라는 생각에 눈을 깜빡이다가 두 달 동안 에일렌이 얼마나 클지 기대된다면서 조심스럽게 깍지를 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배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엘라를 닮은 아이니까 그 사이에 마법 같은 걸 배울지도 몰라요.”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다 좋으니까 나처럼 흑마법은 안 익히면 좋겠어. 전체적으로 파괴에만 치중한 마법이라서 활용도가 떨어지거든. 나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다면 강제로 비틀어서 다르게 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럴 바엔 처음부터 활용 능력이 좋은 걸 익히면 좋잖아.”
“에헤헤, 그러게요. 나중에 스킬 보석 같은 걸 사달라고 하면 같이 구경 가야겠어요.”
“그러려면 아직 나이가 덜 찼지만.”
스킬이라는 건 일종의 축복.
신의 축복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나이가 차지 않으면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에일렌의 신체 나이를 생각 해본다면 아직 한참 남았다.
아마 내년이면 신체 나이가 8살까지 성장할 테니까 그땐 꼭 시간을 비워둬야겠지.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문득 일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년이라면 아슬아슬하게 빈 시간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내년까지 시간을 어떻게든 비워내서 에일렌의 첫 스킬을 같이 구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후우우우.”
“왜 한숨이에요?”
“그냥, 에일렌의 첫 스킬이 마법이면 좋겠는데 요즘 아샤에게 매달리는 걸 보면 격투술 같은 걸 배우고 싶다고 조를까봐.”
“에헤헤. 에일렌은 마법을 못 봤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그렇다고 수도 안에서 내가 마법을 쓸 수는 없잖아? 가볍게 쏴도 난리날 걸?”
“아, 아하하하……. 확실히 그러네요. 엘라의 마법은 엄청 크니까요.”
잘은 모르지만 마음만 먹으면 한 방에 성을 무너트릴 수도 있지 않을까?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음에 밖에 소풍 같은 걸 나갈 기회가 있으면 에일렌에게 보여주자고 말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아샤는 조금 치사한 것 같다며 투덜거렸다.
“나도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걸 조금이라도 익힐 걸 그랬어.”
“에헤헤, 다음에 보여주면 되죠. 영원히 못 보여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뭐, 그건 그렇지…….”
“그럼 다음에 에일렌하고 같이 소풍이라도 가요. 엘라가 마법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엘라가 어떤 마법을 쓸 수 있는지 보여줘요.”
배시시 웃으면서 그러니까 꼭 다치지 말고 무사히 돌아오라고 말하는 레이시.
엘라는 조금은 불안한 눈으로 자기를 쳐다보는 레이시의 시선에 말없이 레이시의 뺨을 잡고 있다가 다시금 레이시의 입술을 가볍게 깨물면서 레이시를 다독여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입맞춤에 말없이 엘라를 꽉 끌어안고 가볍게 뺨을 비비면서 엘라에게 안겼다.
“돌아갈까?”
“네에~.”
한참을 서로를 껴안고 있다가 먼저 입을 여는 엘라.
엘라는 슬슬 돌아가자면서 레이시의 손에 깍지를 낀 채로 연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레이시는 엘라의 뒤를 쪼르르 따라 조심스럽게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다른 사람들이 혹여나 쳐다볼까봐 조심스럽게 연회장으로 들어가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그러면 더 쳐다본다면서 레이시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급하게 당당하게 연회장에 들어갔다.
“크크크큭!”
“웃지 마요. 저는 심각하다구요.”
“하지만 귀여운걸.”
“으응…….”
“평소랑 다른 옷을 입어선지 너무 귀여워.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또 반할 수 있을 거 같아.”
“이미 저한테 반하셨으면서.”
“그건 그렇지. 그래도 내가 널 좋아한다는 걸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다니……, 기뻐.”
“으으으으……. 매일 그렇게 말해주잖아요.”
엘라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아양 떠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아양에 피식 웃으면서 노린 거라면서 레이시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한 잔 하겠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얼굴을 붉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마시고 싶은 건 아니지만, 마시지 않으면 여기에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생각에 레이시는 주변에 있던 사용인을 불러 엘라와 함께 잔을 들고 가볍게 부딪쳤고, 엘라는 레이시와 가볍게 목을 축이면서 술이 약하니까 한 잔이나 두 잔 정도만 마시라면서 레이시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렇게 술을 마시고 있자 엘라의 곁으로 점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몇 겹으로 쌓이는 인파에 멍하니 있다가 근처에 엘레오놀이 보이자 슬쩍 눈웃음을 지으며 인사했다.
그러자 똑같이 눈웃음을 짓더니 인파를 헤치고 다가오는 엘레오놀.
레이시는 엘레오놀이 다가오자 일은 잘 해결됐냐고 물어봤고, 엘레오놀은 레이시의 질문에 피식 웃으면서 잘 해결되었다고 대답했다.
“연맹국에서도 도스토 하이 킹의 의견에 사사건건 반대 의견만 내던 저와 쿨리아 왕가의 사람들을 내쳐내고 전쟁을 할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영지는 추후 투표에 부친다는데 이번 일에서 중립국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베스티야 왕국에 부탁할 거고요. 아마 투표 결과는……, 안 봐도 알겠죠?”
“으응, 망명하시는 거 힘드실 텐데 괜찮으세요?”
“이대로 도스토 연맹국에 있어도 미래가 없으니 힘들더라도 미래를 쫓아야죠. 레이시 씨는 괜찮으신가요?”
“네?”
“엘라 공주님께서 저렇게 다른 분들에게 싸여 있잖아요?”
“아, 으응, 괜찮아요. 엘라는 다른 누구보다도 저를 좋아하니까요.”
싱긋 웃으면서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레이시.
엘레오놀은 태연한 얼굴로 꽤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레이시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다가 씩 웃으면서 의외로 대담하다면서 레이시를 칭찬했고, 레이시는 엘레오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부부끼리 사랑하는 것에 대담할 것도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저는 결혼을 안 해봐서 모르겠네요.”
“에헤헤, 엘레오놀 공주님도 결혼하시면 알게 되실 거예요.”
“그으, 그런가요?”
레이시의 대답에 드물게 당황하는 엘레오놀.
엘레오놀은 자기도 자기 애인과 결혼하게 되면 저렇게 변하나 싶어 눈을 깜빡이다가 다른 가문의 영애들이 몰려오기 시작하자 레이시에게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면 이야기를 하자고 말한 다음 사람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이시는 자기만 덩그러니 놓인 걸 확인하고는 눈을 깜빡이면서 구석진 곳에 앉아 엘라와 엘레오놀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구경했고, 혼자 남은 레이시를 바라보던 영애들은 레이시를 보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레이시에게 애교를 부려서 레이시에게서 단물을 뽑아먹는 게 좋을까?
아니면 엘라에게 매달려서 단물을 뽑아먹는 게 좋을까?
둘 중 어느 사람을 좀 더 홀려먹기 쉬울까?
그런 생각을 이어나가던 영애들은 레이시가 혼자서 술을 마시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우선 레이시를 건들인 다음에 생각하자면서 레이시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으응?”
그 모습을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쳐다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에게 다가오는 영애들이 좋은 생각을 품고 있지 않다는 걸 느끼면서 천천히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점점 빠르게 따라붙는 사람들.
레이시는 그 사람들의 모습에 작게 혀를 찬 다음 여기가 3층이라는 걸 떠올리고는 숨을 깊게 마신 다음 베란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다음 커튼을 쳤다.
그런 다음 레이시는 자기 몸이 가려진 사이에 그대로 뛰어내려 연회장에서 빠져나왔고, 완전히 뒤집힌 옷자락을 다듬기 시작했다.
“후아……. 뭔가 꺼림칙한 사람들이네…….”
산적이나 도적들에게서 느꼈던 뒤틀린 애정과는 다르지만, 그것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끈적거리고 질척거리는 애정.
저런 것에 엮이면 좋은 꼴은 못 볼 게 뻔했기에 레이시는 한숨을 내쉬다가 구두가 먼지로 더러워진 걸 보고는 손수건으로 닦아낸 다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숨을 내쉬는 순간 숲 안쪽에서 인기척을 내면서 한 남자가 나왔고, 레이시는 그 남자 뒤에 옷이 헝클어진 여자가 숨어있는 걸 보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어, 어어어……. 레, 레이시 나, 남작님?”
“어? 아, 죄, 죄송해요. 싫은 사람들이 쫓아와서 도망치다 보니까……. 아하하하……. 그, 데이트 마저 하세요.”
연회장 근처의 정원이 다소 폐쇠적인 형태로 지어진 이유는 이런 거 밖에 없긴 하지.
엘라가 말했었던 내용을 떠올리고는 레이시는 얼굴을 붉히다가 황급히 정원을 빠져나갔고, 남자는 레이시의 말에 똑같이 어색하게 웃다가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다시금 정원 안으로 숨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어색하게 웃다가 옷이 더러워진 걸 확인하고는 이걸 핑계로 돌아가면 되겠다고 생각하는 레이시.
“정말이지 싫다아아아…….”
엘라와 엘레오놀은 어떻게 이런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까?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옷에 묻은 나뭇잎을 떼어내면서 다시금 연회장에 들어갔고, 사람이 왔다는 걸 알려주는 사용인은 분명 나간 적이 없던 레이시가 태연하게 다시 들어오는 모습에 당황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왔냐고 물어봤다.
“에헤헤, 비밀이에요. 그것보다 엘라에게 제 옷이 더러워졌으니 같이 돌아갈 수 있겠냐고 물어봐주실래요? 조용히요.”
“네? 네…….”
레이시의 말에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사용인.
레이시는 그런 사용인의 모습에 못할 짓을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머리카락에 붙은 나뭇잎도 마저 떼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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