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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432화 (432/542)

〈 432화 〉 전쟁 사업­2

* * *

엘레오놀이 나가고 침묵이 감도는 저택.

에일렌은 그 침묵 속에서 레이시의 눈치를 보다가 엘레오놀이 마지막에 하고 갔던 인사를 따라하고 싶다고 졸랐고, 레이시는 에일렌 덕에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 배시시 웃었다.

“인사법 배우고 싶어요?”

“응!”

“그럼 내일 엘레오놀 씨가 오면 한 번 여쭤볼까요?”

“우웅!”

“그럼 착한 아이로 있어야겠죠?”

“핫! 에일렌은 착한 아이야!”

레이시의 말에 에일렌은 엘레오놀이 건네준 사탕을 입에서 오물거리다가 이내 사탕이 빠르게 녹아 사라지자 이를 닦으러 가겠다면서 미네르바를 불렀고, 레이시는 그 모습에 키득키득 웃다가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 게 보이는 엘라가 레이시를 반겼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모습에 침을 삼키다가 조심스럽게 엘라의 손을 잡으면서 괜찮냐고 물어봤다.

“괜찮아.”

들끓는 감정을 꾸역꾸역 억누르면서 대답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목소리에 엘라의 손등을 쓰다듬다가 엘라의 옆에 앉아 엘라를 안아주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포옹에 숨을 크게 내쉬다가 이내 레이시를 끌어안고 침대에 엎드렸다.

그러자 레이시는 엘라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면서 엘라를 토닥거려주기 시작했다.

“누구래?”

“도스토 연맹국의 사람이래요. 정보 출처는……, 엘레오놀 공주님의 애인이고요.”

“어떻게 반응했어?”

“엘라의 말이 그렇게 틀린 건 아니라고, 자기 시민들을 지킬 수 있으면 연맹에서 나오겠대요. 대의는 자기에게 있다면서…….”

“그래……. 준비해야겠네.”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무리하지 않고서는 행복하게 있을 수 없으니까 무리해야지. 당장에 에일렌에게 그딴 개소리를 저지른 녀석도 뭐라고 해야하고.”

할 일을 정리하다보면 쉴 시간이 없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레이시의 목덜미에 입을 맞춘 다음 고개를 파묻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엘라의 이마에 입을 맞추면서 엘라를 꽉 끌어안았다.

“괜찮아질 때까지 안아줄게요.”

“……아냐, 일해야지.”

레이시의 머리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는 엘라.

엘라는 아까와는 다르게 감정을 완벽하게 정리한 듯 상쾌하게 웃으며 미안했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힘들면 언제든지 안아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엘라는 피식 웃으면서 레이시의 뺨에 입을 맞춘 다음 미스트에게 가자고 말했고,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방에서 나와 집무실에 들어갔다.

“후우…….”

엘라와 미스트가 나가자 레이시는 혼자 남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국가와 국가 간의 일.

레이시의 상식이나 지식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손을 대지도 못하는 일이었기에 레이시가 아무리 고민해도 대답이 나오지는 않았고, 레이시는 그런 상황에서 한숨을 푹 내쉬면서 침대에 앉았다.

“마망!”

“아, 에일렌. 이 닦고 왔어요?”

“응! 후아아아아아~.”

“치약 냄새. 후후, 입도 제대로 헹궜죠?”

“네에~.”

“코오~ 할까요?”

“응! 미네르바 엄마랑도 같이 코오 할래!”

침대에 기어 오르더니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레이시의 손을 잡아당기는 에일렌.

금방금방 기분을 전환한 모습이라 레이시는 배시시 웃다가 에일렌에게 팔베개를 해주면서 에일렌과 함께 이를 닦고 온 미네르바에게 얼른 자자면서 팔을 벌렸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손길에 조심스럽게 침대에 누웠다.

“에헤헤.”

그러자 에일렌은 행복하게 웃으면서 두 사람의 손을 잡았고,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면서 에일렌의 배를 토닥여주기 시작했다.

톡­, 톡­.

힘을 빼고 손목만 움직이면서 전생에 어렸을 때 엄마가 해줬던 것처럼…….

그렇게 계속해서 에일렌을 토닥여주자 에일렌은 눈을 크게 꿈뻑이다가 이내 미네르바에게 안겨서 미네르바도 자기 엄마가 맞는지 물어봤다.

“엄마두 엄마 맞지?”

“……응. 맞다.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에일렌의 엄마다.”

“에헤헤……, 엄마아아.”

“날개를 줄까?”

“웅! 날개 이불로 잘래.”

“알겠다.”

에일렌을 품에 안고 날개로 덮어주는 미네르바.

에일렌은 미네르바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더니 이내 금방 새근거리면서 자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모습에 흐뭇하게 웃다가 미네르바에게 고맙다며 가볍게 입을 맞췄다.

“……주인.”

“응?”

“나는 에일렌의 엄마다. 피는 안 섞였지만,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첩이라거나 그런 건 모른다.

다른 종족이 피를 신경 쓴다거나 사람에 속할 수 있는 인종과 사람에 속할 수 없는 몬스터의 차이가 뭔지도 솔직히 잘 모른다.

솔직히 그런 건 알고 싶지도 않다.

중요한 건 자기가 레이시의 가족이며 레이시의 아이는 전부 자신의 아이라는 것, 그리고 자기가 엄마라는 것 정도였다.

“나는, 에일렌의 엄마로 있을 수 있을까?”

“……물론이죠. 미네르바도 우리 가족이에요. 평범한 그런 가족과는 다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가족이에요. 그렇죠?”

“응, 맞다.”

레이시의 말에 싱긋 웃더니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팔을 잡아끌며 거리를 좁혔고, 레이시는 입술이 닿을 정도로 좁혀진 거리에 미네르바의 콧잔등을 가볍게 깨물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미르와 레아가 울면 곧바로 튀어나갔다가 들어오며 몇 번이고 잠을 깬 밤.

하지만 레이시는 이상할 정도로 몸이 개운하다고 생각하면서 기지개를 켰고,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옷을 갈아입자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미네르바는 에일렌과 함께 자주세요.”

“응?”

“자고 일어났는데 저하고 미네르바하고 둘 다 사라져있으면 그렇잖아요. 오늘은 에일렌하고 계속 같이 자주세요.”

“그게 오늘 내 일인가?”

“네, 지금 제 부탁이에요.”

“그럼 그렇게 하겠다.”

에일렌을 품아 안고서 이불을 가슴께까지 끌어올리는 미네르바.

내심 레이시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미네르바는 히죽 웃으면서 에일렌을 끌어안았고, 에일렌은 자는 와중에도 미네르바의 포옹을 느꼈는지 배시시 웃으면서 뺨을 비비기 시작했다.

“쿡쿡, 귀여워라…….”

레이시가 손으로 뺨을 찌르자 입술을 우물우물 거리다가 다시 잠에 빠지는 에일렌.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사람이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거냐며 한동안 에일렌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엘라의 방에 갔다.

“일어나셨어요?”

“응, 간밤에는 어땠어?”

“미르랑 레아가 칭얼거려서 자주 깨긴 했는데 괜찮아요. 다들 착한 애들이라 금방 잠들었어요.”

“그래? 너는 어때?”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네요.”

정말 기묘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

그렇게 말한 레이시는 몸이 개운한 걸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기지개를 쭉 켜면서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행동에 피식 웃더니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오늘은 도스토 연맹국과의 일을 해결해볼까…….”

“으응, 전쟁과 관련된 일이었죠?”

“응. 레이시는 신경 안 써도 되는 일이야.”

애초에 레이시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기도 하고.

엘라가 그렇게 말하자 레이시는 이번에 결정되는 일에 따라서 몇 천 명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침을 삼키면서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말 없이 레이시의 등을 토닥이면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라며 레이시를 달랬다.

생각을 하면 힘들어지는 일이다.

그러니까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마라.

에일렌과 미르, 레아에 대해서만 생각해줬으면 한다.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느껴지는 엘라의 부탁에 레이시는 떨떠름한 얼굴을 하면서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싱긋 웃더니 미스트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어제 입은 파티 드레스와는 다른, 정장 차림의 엘라와 미스트.

엘라는 레이시가 뭔 짓을 해도 대화를 들을 수 없는 거리를 벌리자 안심한 듯 이번 사업에 대한 걸 물어봤고, 미스트는 엘라의 질문에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어떻게 나오고 있어?”

“어떻게 하실지 고민하시는 거 같았어요. 적당하게 이익을 볼 생각이라면 적당히 두 국가에게서 로비를 받고 원하는 대로 전쟁을 허락하면 되는데 연맹국에서 좀 도발을 했어야죠.”

“도스토 연맹국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전쟁을 걸면?”

“그렇다면 그 다음은 저희일 거예요. 신성 왕국과 연맹국은 서로 공멸할 수 있을 정도로 막상막하의 무력을 지니고 있잖아요. 그건 각 나라의 시민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그런데 전쟁에서 패배한다? 그렇게 된다면 연맹국의 귀족들은 신성 왕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건 오라토리엄 왕가에서 자기에게 불리한 조건을 걸어서 그런 거라며 선전포고를 해올 거예요.”

“그럼 전쟁이 일어나겠네.”

“네, 그리고 그렇게 전쟁이 일어난다면 저희를 따로 다른 곳에 보내려고 애쓰겠죠. 암살 시도를 하는 둥 해서 국왕님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레이시와 에일렌, 그리고 미르와 레아를 지키기 위해서 저희들을 따로 이사를 보내겠죠.”

“그리고 우리나라와 연맹국이 전쟁을 한다면 블루드가 활개치겠지.”

“네, 신성 왕국의 수하를 이용하여 자기들이 이긴 건 자기 장군들의 활약 덕분이라면서 도스토 연맹국을 강도 높게 비판할 거고, 베스티야에서는 좋은 사업 기회를 얻기 위해서 전쟁을 부추기겠죠.”

“그렇다면 블루드는 전쟁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서 베스티야도 전쟁에 휘말리게 할 거고.”

“나라 4개가 전란에 휩싸이겠죠. 도스토 연맹국의 연맹은 분해되면서 내란까지 생기고 신성왕국은 교회와 가장 거리가 먼 베스티야 왕국과 미칠 듯이 갈등을 빚겠죠. 그러다가 국가 연합이 사라지면서 중립국이라는 입장이 사라진 오라토리엄 왕국을 신성 왕국, 베스티야 왕국이 연합하여 칠 거고요.”

“그렇다고 해서 나나 아샤, 그리고 네가 나서면…….”

“국가 연합 시절에 썻던 서류를 들먹이면서 저희를 비난하겠죠. 그런 다음 저희만을 죽이기 위한 연합군이 생길 거고요.”

“…….”

도스토 연맹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전쟁을 걸면 어떻게 될까?

엘라는 미스트의 대답에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하면서 머리를 굴려봤지만, 내나 지금과 비슷한 말한 것과 비슷한 일이 될 거라는 결론에 한숨을 푹 내쉬면서 자기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전쟁을 허락하지 않고 최대한 시간을 끈다.

그러면 연맹국 내부에서 엘레오놀이 도스토 연맹국에서 빠져나오고 쿨리아 왕가와 함께 오라토리엄 왕국으로 망명한다.

도스토 연맹국에서는 연맹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쿨리아 왕가를 공격할 거다.

그 뒤에는 엘레오놀의 준비가 얼마나 완벽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엘레오놀이 관리를 잘 해둬서 쿨리아 왕가의 백성들을 구원하는 형식이 된다면 전쟁에 참전할 수 있고, 그렇다면 검성을 포함한 도스토 연맹국에게 경고를 한 번 날린 다음에 전부 죽이면 된다.

사람을 구하기 위한 전쟁이니까 어디까지나 도적 토벌의 연장선이다.

엘레오놀의 준비가 부족하다면 전쟁의 형식은 도덕과 도리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이익에서 시작된 전쟁의 형식이 되어 연맹에서는 쿨리아 왕가와 그곳의 사람들을 죽이겠지.

어제 엘레오놀이 대답한 걸 생각해본다면, 엘레오놀도 작정하고 행동하는 것 같았다.

“좋아. 정했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공주님.”

“아버지와 오라버니, 그리고 언니에게 의논해야지. 실질적으로 나라를 굴리는 사람은 그 셋이잖아? 엘레오놀이라면 벌써 망명 희망을 말했을 거고, 이미 받아들일 준비를 끝냈을 거야. 아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엘레오놀이 내건 조건은 자기 사람들의 안전과 쿨리아 왕가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엘레오놀이 망명하는 것으로 내는 세금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간단한 일을 하는 것으로 영토와 땅, 재산, 그리고 상업 기술이 들어온다는데 거절할 정도로 그 세 사람은 멍청하지도, 무능력하지도 않으니까.

그렇기에 엘라는 세 사람에게 일처리를 맡기자고 말했고,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럼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15분 뒤에 집무실로 와주세요.”

“그래.”

어떻게 될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한 번 원하는 대로 놀아주지.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 미스트를 바라보며 한숨을 깊게 내쉬며 이번 전쟁에서 자기가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이익이 뭔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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