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1화 〉 전쟁 사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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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샤의 보고를 들은 엘라가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어처구니가 없다는 것이었다.
제정신인가?
아니, 아이들만 있다고 해도, 이 파티의 주인공인 내 딸에게 그딴 소리를 했다고?
그것도 동등한 입장은 아니더라도 나와 같이 레이시의 아내라고 허락하고 있는 미네르바에게?
그 정도의 주의사항도 주지 않는 멍청이가 여기에 있다고?
엘라는 자기가 지금 다른 국가의 사절단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샤를 쳐다봤고, 아샤는 잔소리 했을 평소와 다르게 엘라의 마음에 공감한다는 듯 떨떠름한 얼굴로 눈을 피했다.
“일단, 애들끼리의 말이지?”
“네, 상대방도 이제 8살이 되었을법한 어린애라…….”
“……우선 파티는 여기까지. 어차피 일주일이나 계속할 테니까 하루 정도는 없어도 괜찮겠지. 미안하게 됐군. 에일렌을 달래야 해서.”
엘라의 말에 탄성을 내지르면서 에일렌과 레이시를 바라보는 사람들.
이미 이야기를 나눈 베스티야 왕국의 사람들이야 원하는 걸 이미 얻었기에 아무래도 좋다는 눈치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대체 에일렌을 울린 애가 누구의 애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쌍심지를 켜고 아이들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범인을 찾아내기에는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꺄르륵 웃으면서 어른들을 흉내내고 있을 뿐이었다.
에일렌에게는 심한 말이긴 했지만, 다른 애들에게 몬스터가 어떻게 사람의 엄마가 되는 거냐며 놀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일 테니까.
그렇기에 사람들은 애들 다음에 애들의 수행원들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아이들과 다르게 수행원들은 전원 얼굴이 사색이 된 채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리고 있었으니까.
아마 이 자리가 정리되고 나서 따로 추궁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그럼 가겠다. 미안하군. 파티는 마저 즐겨라.”
엘라가 일행과 함께 연회장에서 나가자 끝나는 침묵.
다들 체면을 차리고 있긴 했지만,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범인을 찾고 있었고, 엘레오놀은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 반응에 부채를 펼쳐 입가를 가리며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전쟁을 반대하는 입장의 엘레오놀에게는 잘 된 일.
처음에는 신성 왕국과의 전쟁이겠지만, 그 다음에는 오라토리엄 왕국과의 전쟁이겠지.
대체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리고 오라토리엄 왕국과 전쟁해서 볼 수 있는 이득이 뭐가 있다고…….
엘레오놀은 저절로 튀어나오려는 한숨을 꾹 눌러 담으면서 미소를 짓다가 이내 도스토 연맹국의 사신들이 자기에게 다가오자 부채를 접고 미소를 지었다.
“공주님.”
“어머, 전쟁을 반대할 땐 언제고 지금 와서 공주님이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같은 왕국의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도스토 연맹국은 말 그대로 여러 나라가 하나의 국가의 형태를 띄고 있는 곳.
사신들은 엘레오놀의 나라인 쿨리아와는 대적하는 나라의 사람들이었며 또 엘레오놀이 전쟁을 반대할 때 엘레오놀을 비난했었던 사람들이었기에 엘레오놀은 사신들의 태도 변화를 비웃으면서 와인을 입에 머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겉으로는 호의적으로 대하는 태도를 유지한 채 그들을 비난하는 엘레오놀.
“애초에 이번 파티에 저를 부를 때 저는 여기에 오기만 해도 괜찮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원래라면 저는 아멜리아 안에서 아멜리아를 발전시킬 계획이었다고요. 그거로 쿨리아 왕가의 재산을 불리려고 했고요. 그걸 방해한 주제에 제게 레이시 씨와 연결고리를 놔달라니……. 웃기네요.”
싱긋 웃으면서 사신들을 바라보는 엘레오놀.
사신들은 엘레오놀의 말에 움찔 떨다가 도스토 연맹국을 위해서 어떻게 힘을 써줄 수 없겠냐고 물어봤고, 엘레오놀은 사신들의 제안에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면 가능하다고 말해주었다.
“그게 뭐죠?”
“하이 킹의 왕가인 도스토 가문의 1년 세수를 제게 건네주신다면 생각해볼게요. 전쟁에서 불리한 조건을 받아 패배하면 그 정도의 패널티를 받으니 딱 적당하죠?”
“그런 말도 안 되는……!”
“왜요? 신성 왕국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유리한 조건이 꼭 필요하잖아요? 연맹국과 신성 왕국의 전투력은 엇비슷하고 누가 어드벤티지를 얻느냐에 따라서 승패가 갈리니까.”
“……엘레오놀 공주님. 그렇게 된다면 왕가 간의 힘의 불균형이 일어납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잖습니까?”
“어머, 그래요? 몰랐네요.”
“네?”
“이미 균형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으니까요. 북부와 중앙 간의 생활 수준 차이만 봐도 모르시겠나요? 매번 연맹에 대한 충성을 보이라면서 이것저것 달라고 하기만 하고……. 그 요청을 듣는 게 얼마나 지긋지긋하신지 아시나요? ……아~ 아시겠구나. 그 편지, 전부 당신들이 썼으니까요.”
“…….”
“저에게 손을 벌리지 않으면 당장에 망할 상단이 몇 개이고 굶어 죽을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요? 10만 명 이하로 통계가 잡히면 좋을 텐데 말이죠.”
아니, 사실 그 사람들이 죽어도 좋다.
어차피 자기 아래의 사람들도 아니고 쿨리아 왕가가 다스리는 땅의 사람들은 40~50여 년 전부터 이어진 연맹의 착취로 인해 중앙 도스토 왕가에 대한 반발심이 강해진 상태다.
오죽하면 차라리 오라토리엄 왕국의 신하로 들어가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그 말들 때문에 도스토 왕가에서 자기에게 아멜리아에서 나오고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얼마나 지랄을 했었었는지…….
엘레오놀은 그 부분부터 명확하게 만들지 않으면 자기는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고, 도스토 연맹국의 사신들은 그런 엘레오놀의 행동에 당황한 얼굴을 하기 시작했다.
엘레오놀이 조금 반항적인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중대한 상황에서 이렇게 나온다니……!
“도스토 연맹에 대한 애국심은…….”
“15년 전……, 아직 제가 어렸을 때 도스토 왕가에서 보낸 사람이 집에 쳐들어와서는 다짜고짜 집기부터 시작해서 재산이 될만한 것은 거의 다 뺏어갔었죠? 그 덕에 저희 왕가는 한동안 저희 신하와 비슷한 생활을 보냈답니다. 물론 다 이겨냈지만요.”
“그, 그건 모든 왕가가.”
“잠꼬대는 자면서 해주세요. 여기까지 해준 것만 봐도 제가 성자 같지 않나요?”
도스토 왕가가 그렇게 한 이유는 자기에게 적대적인 왕가를 흡수하기 위해서였다.
그때부터 아마 전쟁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겠지.
조금이라도 숨기면서 진행했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나오지 않았을 텐데.
너무 어렸었기에 그랬던 거겠지.
하지만 그 때문에 지금 이렇게 됐다.
그렇게 생각한 엘레오놀은 사신들의 얼굴이 시시각각 새하얗게 변하는 걸 보고는 부채를 가볍게 흔들면서 축객명령을 내렸고, 사신들은 엘레오놀의 명령에 엘레오놀에게서 떨어져서 각자 어떻게 할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엘레오놀은 품에서 사탕을 챙긴 다음 레이시의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레이시 씨에게 엘레오놀 공주가 왔다고 말해주시겠어요? 도스토 연맹국 사신들의 움직임을 알려주러 왔다고 하면 오실 거예요.”
“음, 알겠습니다.”
레이시의 저택을 지키는 기사단에게 부탁해서 저택으로 들어가는 엘레오놀.
레이시는 에일렌을 안은 채 엘레오놀에게 인사했고, 엘레오놀은 레이시의 인사에 싱긋 웃다가 천천히 에일렌에게 다가갔다.
“귀여운 얼굴이 엉망이네요.”
“우으으으…….”
엘레오놀이 말을 걸자 얼굴을 숨기는 에일렌.
에일렌은 모르는 자기를 빤히 쳐다보자 레이시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숨었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행동에 배시시 웃다가 마망의 친구라면서 에일렌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그러자 에일렌은 한결 경계심을 낮추면서 엘레오놀을 바라봤고, 엘레오놀은 차분하게 자기를 바라보기 시작한 에일렌에게 사탕을 건네주면서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다음에 그런 나쁜 말 한 사람은 이모가 처리해줄게요.”
싱긋 웃으면서 에일렌을 달래는 엘레오놀.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혼내준다도 아니고 처리한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엘레오놀이 자기를 보고 웃자 레이시는 깊게 파고드는 걸 멈추기로 한 다음 엘레오놀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
“도스토 연맹국의 소식을 들고 왔다고 들었는데……. 그, 엘라가 지금 조금 화난 상태라 제가 대신 들어도 될까요?”
“그러고 보니 엘라 씨는 어디에 계신가요?”
“위층이요.”
“어머, 으음~ 제가 이렇게 느낄 정도면 단단히 화났나 보군요.”
“네, 잡히면 그 사람들이 원하는 건 절대 들어주지 않겠다면서 씩씩거리고 있어요.”
무슨 수를 쓰든 전쟁을 막고 불만만 고조시킨다.
그것만으로도 일이 끝난다.
“그……, 그리고 엘레오놀 씨의 영토가 오라토리엄 왕국으로 편입될지도 모르겠대요. 순 엘라의 말이지만.”
“엘라 씨가 알려주라고 했었나요?”
“네.”
스스로 머리를 굽히고 귀족이 되어라.
사람에 따라서는 말한 레이시를 곧바로 공격할 수도 있을 정도로 위험한 발언이지만, 엘레오놀은 엘라의 말을 딱히 부정할 생각이 없다는 듯 시원하게 웃으면서 레이시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말했다.
“저희 나라가 연맹국이라는 건 아시죠?”
“네.”
“연맹국은 여러 나라가 하나로 합쳐진 나라죠. 따라서 연맹국의 안에는 여러 개의 왕가가 있고 중앙의 하이 킹을 중심으로 돌아가요. 그런데 저희 왕가는 조금……, 음, 착취를 당했죠.”
“네? 어째서요? 미스트가 말해준 대로라면엘레오놀 공주님의 영지는…….”
“네, 북부의 눈투성이의 영토죠. 좋다고는 말을 못 하는, 불모지에 가까운 땅이에요.”
“그런데 어째서…….”
“저희가 교역으로 돈을 많이 벌었거든요. 웃기지 않나요? 식량의 수확이나 그런 건 다 따지지 않고 세금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려고 하고.”
“…….”
“그래서 제 할아버지의 때부터 저희 영지의 사람들은 도스토 왕가에 대한 적개심이 치솟던 상황이었답니다. 그게 가장 크게 터졌을 때가 15년 전 왕가 통합작전 때고요. 그때는 제가 사람들을 간신히 진정시켰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어서요.”
“그게 지금인가요……?”
“네. 하여튼 엘라 씨에게 전해줬으면 하는 말인데…….”
“네.”
“내일 도스토 연맹국의 사람들이 올 거예요. 한 아이와 함께.”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단번에 엘레오놀이 말하는 아이가 누구인지 알아차리는 레이시.
레이시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다가 에일렌을 울린 아이가 도스토 연맹국의 사람이냐고 물어봤고, 엘레오놀은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연맹국의 아이와 놀다가 그랬다는 군요. 제 애인이 말한 거니까 틀림 없어요.”
“……전쟁하려고 하는 사람들인데요?”
“국경 근처의 귀족들을 제외하면 그냥 사업으로 보고 있어요. 일반 병사를 파견하고 이기면 공을 챙기고 지면 중앙 왕가에서 피해 보상금을 받고……. 그러니까 친하게 지낼만도 하죠. 친하게 지내야 만약의 사태 때 자기 목숨줄은 챙길 수 있으니까요.”
“하아아아…….”
엘레오놀의 말에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레이시.
그러다가 에일렌이 자신의 목을 끌어안자 레이시는 언제 화를 냈냐는 듯 배시시 웃으면서 에일렌을 달래주었고, 엘레오놀은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작게 웃다가 엘라에게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럼 저는 내일 그 사람들을 엿먹일 준비를 해야겠어요. 15년이나 절을 했으면 많이 했으니 이제 슬슬 정해야겠죠. 대의명분은 저희 쿨리아 왕가에게 있으니까요.”
그럼 내일 오겠다면서 우아하게 드레스의 끝자락을 잡고 인사하는 엘레오놀.
레이시는 엘레오놀의 말에 숨을 크게 내쉬다가 내일 보자면서 엘레오놀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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