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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429화 (429/542)

〈 429화 〉 마망의 연회장­3

* * *

“에일렌도 드레스를 입고 싶대.”

“네? 그랬어요?”

레아와 미르에게 밥을 먹여준 다음에 아래로 내려 온 레이시.

두 사람에게 밥을 먹이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기에 레이시가 내려왔을 땐 이미 다들 밥을 다 먹고 레이시를 기다리고 있었고, 레이시는 그 모습에 어색하게 웃다가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미스트는 설거지 중이고 아샤는 에일렌하고 놀아주는 중. 그리고 나랑 미네르바는 드레스 보는 중이었어. 레이시도 볼래?”

“밥 먹고요. 그나저나 용사 놀이를 해서 드레스 같은 거엔 관심이 없어 보였는데.”

“자기는 공주님이니까 드레스를 입어야 하더라. 정확하게 말하면 공주님은 아닌데.”

“에? 그래요?”

“응, 공주는 왕의 딸, 그중에서도 왕위 계승권과 관련된 사람에게 주는 호칭이야. 일하니까 받는 호칭이랄까? 그런 거지.”

“헤에. 그럼 뭐예요?”

“현녀 정도겠네.”

왕의 손녀이니까 그 정도 호칭으로 부르지 않을까?

엘라는 잠시 그렇게 생각하다가 레이시가 접시를 비워가고 있자 미네르바와 다시금 에일렌에게 선물할 드레스로 어떤 게 좋겠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카탈로그를 보면서 어떤 게 좋은 건지 전혀 모르겠다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주인은 어떤 게 좋아보이나?”

“으음, 잘 모르겠네요. 에일렌에게는 다 어울릴 거 같아서요.”

“풋! 그래?”

“네에, 정말요. 에일렌은 귀엽잖아요.”

마음 같아서는 엘라나 자기의 색이 들어간 드레스를 입히고 싶긴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다른 옷들이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에일렌이라면 어떤 옷이라도 잘 어울리겠지.

그렇기에 레이시는 한참 고민하면서 카탈로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깨끗하게 비운 식기를 치우면서 싱긋 웃었다.

“에일렌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죠.”

“그럴까요?”

“네에, 지금 아샤랑 있으니까 가서 물어보고 와요.”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배시시 웃으면서 아샤와 놀고 있던 에일렌에게 갔고, 에일렌은 레이시를 보고 환하게 웃다가 이내 짐짓 삐진 척하면서 아샤에게 얼굴을 파묻었다.

“에에~ 마망 안 볼 거예요?”

그 모습이 피식 웃으면서 에일렌의 볼을 콕콕 찔러보는 레이시.

내 아이긴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나 귀여운 건지…….

부모가 아이를 놀리는 마음을 이제는 알겠다면서 에일렌의 뺨을 계속해서 찌르던 레이시는 에일렌이 자기를 바라보자 에일렌의 겨드랑이에 손을 집어넣고 번쩍 들어주었다.

“으꺄앙! 마마아앙!”

“에헤헤, 이래도 마망 안 볼 거예요?”

“우, 우우우…….”

“푸훗, 왜 그래요? 이제 에일렌이 입을 드레스 뭐 살지 이야기해야죠?”

“앗! 으, 으규욱!”

“쿡쿡.”

드레스라는 말에 눈을 빛내더니 그래도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 모르는 척 하는 에일렌.

레이시는 에일렌의 반응에 왜 그렇게 삐졌냐면서 엉덩이를 토닥여주었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손길에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울먹거리면서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다.

“안아줄까요?”

“웅…….”

“왜 그럴까요? 우리 에일렌. 뭔가 싫은 일 있어요?”

“동생 싫어.”

“에에~ 싫어요? 귀엽잖아요.”

“몰라아아~! 싫어어어~!”

“푸풋. 마망은 에일렌이 동생도 좋아하면 좋겠는 걸요.”

“으, 으우우. 그치만 마망은 맨날 레아랑 미르만 보러 가잖아.”

“두 사람은 아직 아기니까요.”

“나두 아기할래.”

“푸훗! 물론이죠. 에일렌도 마망이 사랑하는 아가에요.”

레이시는 에일렌을 달래주면서 빨리 드레스를 보러 가자고 말했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말에 조심스럽게 눈치를 바라보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식탁에 앉은 에일렌은 레이시와 함께 카탈로그를 바라보다가 레이시와 엘라는 어떤 옷을 입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에일렌의 질문에 카탈로그에 있는 것을 가리켜주었다.

“이게 마망이 입는 옷이고 이건 엄마가 입는 옷. 이건 일단 기본 모델이고 주문을 넣으면 추가로 이것저것 장식을 달거나 하지.”

“우웅, 그런 거야?”

“응, 사람마다 어울리는 장식이 다르니까 다르지. 그리고 입는 사람이 뭘 원하는지에 따라도 다르고. 에일렌은 드레스에 뭐 하고 싶어?”

“우웅…….”

에일렌은 엘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마망하고 엄마 그림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엘라는 에일렌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드레스에 사진을 달면 이상하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으으응……, 이상해?”

“에일렌이 원한다면 해줄게. 그래도 궁금하네. 보통은 옷에 사진 같은 거 안 붙이잖아.”

“제일 좋아하니까!”

“그래?”

“웅! 엄마랑 마망이 제일 좋아!”

“쿡쿡, 나도 에일렌이 제일 좋아. 그래도 옷에 사진은 이상하지? 그러니까 엄마랑 마망이 좋아하는 꽃을 달아줄게. 어때?”

“우우웅~!”

“사진은 가방에. 알겠지?”

“웅!”

엘라의 말에 기쁜 듯 웃으면서 엘라를 꽉 끌어안은 에일렌.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이는 닦았냐고 물어봤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말에 ‘핫’하고 소리를 내다가 이제 닦으려고 했다면서 꾸물꾸물 아래로 내려가 욕실로 달려갔다.

“아하하하.”

“그럼 옷 준비하러 갈까?”

“지금요?”

“응, 내일은 파티회장 체크하고 이런저런 일이 있으니까. 조금 졸립겠지만 참아줘.”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춘 엘라는 레이시에게 일정을 하나씩 말해주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일정에 한숨을 푹 내쉬면서도 엘라에게 기대어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레이시는 주문한 드레스를 받기 위해 에일렌을 안고서 왕궁 내에 있는 재단실을 찾았고, 레이시와 에일렌은 직원의 도움을 받아 드레스를 입어봤다.

“정말 잘 어울리십니다!”

“아……, 네.”

저번에는 칭찬은커녕 노려보기만 했으면서…….

레이시는 갑자기 많아진 직원의 칭찬에 떨떠름한 얼굴로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시선에 피식 웃더니 직원 한 명을 불러 뭔가 귓속말을 속삭여주었다.

그러자 단숨에 얼굴이 사색으로 물들더니 엘라에게 사과하기 시작한 직원.

레이시는 그 모습에 대체 무슨 말을 한 거냐고 물어보면서 드레스가 어떠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별로 험한 이야기는 안 했다면서 레이시의 드레스를 살펴보다 좋다며 싱긋 웃었다.

“에일렌도 예쁘네. 꽃이 정말 잘 어울려.”

“요정 같아?”

“요정보다 예쁘네. 옷 3벌 주문했으니까 오늘은 그 드레스 입고 갈까?”

“응!”

“3벌이나 주문했어요?”

“응, 어제 잘 때까지 드레스 이야기해서 그냥 쭉 입혀보게. 아샤랑 놀 때 불편하다고 칭얼거릴 테니까 체육복 챙기라고 말해뒀어.”

드레스를 입었으니까 자기가 걷겠다며 레이시의 손을 피하는 에일렌.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에일렌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에일렌의 뒤를 따라갔고, 에일렌은 엘라를 힐끗힐끗 뒤돌아보면서 아샤가 있는 벽천화 기사단에 갔다.

“우와~! 에일렌, 오늘은 차려입었네?”

“마리아 씨.”

“안녕하세요. 엘라 공주님, 레이시 남작님.”

“아하하하……. 편하게 이야기해요.”

“에일렌, 오늘도 대장하고 훈련하러 왔어?”

“응!”

“네~라고 해야지?”

“아, 으, 네에~.”

에일렌은 레이시의 말에 다급하게 말을 바꾸더니 나중에 보자며 손을 크게 흔들었고, 레이시는 에일렌이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손을 흔들며 에일렌을 배웅해주다가 에일렌이 안으로 들어가자 한숨을 내쉬면서 걱정스럽다는 듯 기사단 연습실을 바라봤다.

“왜?”

“아뇨, 그냥……, 드레스를 입고 아샤랑 놀 수 있어요?”

“인형 놀이면 몰라도 영웅 놀이는못 하지. 마법사 영웅이라면 그냥 마법을 날리면 되지만, 격투기는 못 해. 그러니까 미리 체육복을 챙겨서 줬다니까?”

“아하하하…….”

엘라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할 일이나 하자고 말하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국왕에게 갔고, 국왕은 약속보다 조금은 이르게 온 두 사람을 반기며 차를 건네주었다.

“조금 빨리 왔구나.”

“네, 아무래도 귀찮은 일이 될 거 같아서 빨리 도움을 받기로 했어요.”

“아하하…….”

“레이시도 앉거라.”

“네, 그러니까……, 아버님.”

예전에는 장인어른이라고 부를 줄 알았는데…….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국왕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국왕은 레이시의 말에 눈을 크게 깜빡거리다가 다시 한번 말해줄 수 있냐고 부탁하기 시작했다.

“아버님……?”

“나를 그렇게 불러주는 건 레이시 밖에 없단다……. 아흑……. 국왕님, 국왕님……. 아들도 그래, 다들 국왕님으로 부를 뿐 그렇게 정겹게 불러주지 않아…….”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는 국왕.

아무래도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는지 국왕은 레이시에게 다시 한번 그 호칭으로 자기를 불러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국왕의 반응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원하는 대로 아버님이라고 다시 한번 말해주었다.

“주접은 거기까지 떨고 빨리 어떻게 할 건지부터 이야기해요. 에일렌도 참석한다고 말했으니 경비는 3배로 늘리고요.”

“넌 내 딸인데 왜 그렇게 차갑니?”

“딸의 아내에게 집적대지나 마세요. 사위 사랑은 장인이 한다는 것도 아니고…….”

“어흐흑, 레이시이이~.”

“아, 아하하, 엘라. 너무 그렇게 몰아세우지 말아요. 안 그래도 파티 때문에 머리가 아프실 건데 저희도 이러면 국왕님이 너무 힘들잖아요.”

“그러라고 있는 국왕 자리야.”

혀를 차면서 국왕을 바라보는 엘라.

엘라는 정확하게 몇 개국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지, 그리고 몇 명이 자기와 레이시를 보고 싶어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하면서 국왕을 바라봤고, 국왕은 그런 엘라의 말에 자기 딸이지만 너무 냉혹하다며 우는 시늉을 하면서 타국에서 온 사신들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처음에는 얌전히 그 이야기를 듣는 엘라와 레이시.

하지만 5분이 지나도 멈추지 않는 국왕의 목소리에 레이시는 당황한 기색으로 국왕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국왕은 레이시의 반응에 어색하게 웃다가 시선을 피했다.

“신성왕국과 연맹국에서도 진심이라는 거겠지. 사막 왕국도 마찬가지고…….”

“어, 어째서요……?”

“전쟁으로밖에 풀 수 없는 앙금이 있고, 또 전쟁은 큰 비즈니스가 되니까.”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는 국왕.

국왕은 이 이야기는 많이 알아도 그다지 좋지 않을 거라면서 대충 얼버무린 다음 반드시 인사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을 제외하면 다들 이번 기회에 인맥을 만들려고 할 뿐이니 적당히 무시해도 좋단다.”

“…….”

“무슨 문제 있니?”

“그, 인사해야 하는 사람이 총 20분인 거죠?”

“음, 그래. 인사만 하면 되니까 많지 않지?”

“…….”

당연하다는 듯 웃으면서 레이시를 쳐다보는 국왕.

레이시는 국왕의 웃음에 어색하게 웃다가 어떻게 대답할지 망설였고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무리라면 무리라고 말하면 된다면서 레이시의 손을 잡았다.

“아니에요. 그냥 인사하고 얼굴을 외우는 거니까 20분 정도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어요.”

“그래?”

“네.”

“흐응, 그럼 열심히 해보자.”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레이시의 말처럼 그냥 인사만 하면 어떻게든 되는 일이니까 내가 옆에 있으면 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레이시의 손을 쓰다듬으면서 국왕과 함께 파티를 준비하면서 각국의 사신들을 어떻게 맞이할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레이시는 그 옆에서 열심히 필기하면서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며칠 후.

“후우, 후우. 하아아…….”

“그렇게 긴정할 필요 없다니까?”

“그, 그래도요.”

“자, 가자.”

“네.”

“엘라 파우스트 오라토리엄 님! 그리고 레이시 루피너스 님 입장하십니다아!”

일단 겉으로는 레아와 미르의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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