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7화 〉 마망의 연회장1
* * *
미스트, 결국에는 기절할 때까지 해버렸어…….
“아으으으으…….”
미스트으으으~!
자기가 기절한 사이에 미스트가 씻겨주고 이것저것 다 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하던 레이시는 소리없이 아우성치며 발을 버둥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레아와 미르를 떠올린 레이시는 축 늘어지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고, 방에 들어오던 엘라는 레이시가 일어나려고 하자 레이시를 말리며 레이시를 침대에 눕혔다.
“애들 봐야 하는데…….”
“괜찮아. 방금 내가 재웠어. 에일렌은 아샤랑 미네르바, 두 사람과 함께 놀러 나갔고.”
“에…….”
엘라의 말에 눈을 꿈뻑이다가 이내 두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다면서 자리에 눕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옆에 앉더니 엎드려 보겠냐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대로 몸을 눕히고 한 손을 뻗어 엘라의 손을 잡았다.
“찜질해줄게.”
“네?”
“허리에 힘 다 풀렸잖아. 찜질해줄게, 엎드려봐.”
“아으으…….”
엘라의 말에 얼굴을 가리는 레이시.
엘라는 부끄러워하는 레이시의 모습에 킥킥 웃다가 레이시의 손등에 입을 맞추면서 베개를 건네주었고, 레이시는 엘라가 건네주는 베개를 주섬주섬 줍더니 하나는 골반에, 하나는 가슴에 받치면서 축 늘어졌다.
“뜨거우면 말해, 물 데워서 넣은 거라 뜨거울 수 있거든.”
“네에. 응으으읏……. 후에에에에~.”
엘라의 말에 긴장하던 레이시였지만, 찜질팩이 옷 위에 놓여서인지 긴장하던 것과는 다르게 그렇게 뜨겁지 않고 딱 기분 좋은 온기만을 전해주기 시작했다.
저절로 풀린 목소리가 흘러나올 정도의 온기.
“기분 좋아?”
“너무 좋아요오오오~.”
“푸훗, 그래?”
“네에~.”
“그럼 옆에 있을 테니까 물이 식으면 말해줘.”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책을 집어드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엘라의 손을 꽉 잡고 엘라도 옆에 있어주면 안 되냐고 물어봤다.
“누워서 책 읽기는 조금 자세가 불편해서.”
“으으응…….”
“키스는 해줄게.”
“아웃, 츕……, 츄웁…….”
책갈피를 끼우는 엘라의 모습에 팔을 짚고 요가하듯이 몸을 일으켜 세우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혀를 섞으면서 가볍게 레이시를 달래주었고, 짧은 키스가 끝나자 레이시는 다시금 허리가 나른해지자 축 늘어지면서 침대에 엎드렸다.
……아무래도 연속으로 하는 건 힘들지.
몸의 경우에는 스킬로 부상까지는 막아준다지만, 정신까지는 스킬이 지켜주지 못 하니까.
스킬이 진화한다고 해도 여전히 남아있는 허점.
미스트가 뭐라고 했더라?
스킬로 정신까지 커버해버리면 절정을 영원히 느끼지 못하니 정신만큼은 지켜주지 않는다고 했었던가?
언젠가 차를 마시면서 미스트가 했었던 말을 떠올리던 레이시는 눈을 깜빡이다가 한숨을 푹 내쉬다가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힘든 건 힘들긴 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좋은 걸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얌전히 엎드려서 찜질을 받다가 엘라가 읽는 책을 보고는 무슨 책이냐고 물어봤다.
“육아책.”
“헤에에~. 엘라가요?”
“왜? 나랑은 안 어울려?”
“그런 건 아니지만요. 아니, 안 어울리네요.”
“킥킥! 나도 그렇게 생각해.”
레이시의 농담에 키득키득 웃으면서 책을 덮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가 책을 덮자 왜 계속 안 읽는 거냐면서 손장난치기 시작했고, 엘라는 레이시 옆에 비스듬하게 눕더니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다.
“뭐, 애초에 에일렌이 아샤랑 미네르바에게 반해서 무도의 길을 걷겠다고 하면 그거 말리려고 읽는 거니까.”
“엘라도 이런 질투를 하는 군요?”
“다른 건 다 아무래도 괜찮으니까너랑 에일렌에게만은 집착하는 거야.”
“에헤헤~.”
엘라는 레이시의 웃음에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다가 다시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엘라의 입맞춤에 고개를 아래로 숙이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엘라가 한 것처럼 엘라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엘라를 꽉 안으면서 검성도 갔으니 이대로 평화롭게 살면 좋겠다고 속삭였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렇게 쉽게는 안 되겠지만.”
“네? 왜요”
“으음, 타국의 사자들이 올 거야. 연맹국에서는 너랑 친한 엘레오놀 공주를 보낼 거고 성왕국에서도 사람을 보내겠지. 남쪽 왕국에서도 사람이 올라오겠지. 전부 미르와 레아의 탄생을 축복한다는 명목으로.”
“그래요……?”
엘라의 말에 떨떠름한 얼굴을 하는 레이시.
마음 같아서는 엘레오놀 외에는 전부 거절하고 있다.
하지만 엘라의 얼굴을 보자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레이시는 엘라에게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오는지 알고 있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간단한 거라고 말해주었다.
“블루드 그 개새끼 때문이지.”
“읏.”
“뭔 수작을 부렸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블루드의 폐위를 반대하는 국가가 꼭 나와서 폐위도 못 시키고, 그렇다고 억제하려고 해도 중립국이니까 할 수 있는 수단이 적어서……. 후우. 뭐, 이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그들이 오는 이유는 연맹국에서의 개짓거리 때문이야.”
“네?”
“정확하게는 나와 너를 달래기 위해서 오는 거야. 내가 전장에 안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엘라는 자기가 말하면서도 짜증이 치밀어오르는지 말할 때마다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짜증섞인 목소리를 냈다.
마치 레이시가 궁금해하지 않았다면 말하지 않았을 거란 듯…….
그렇게 거친 목소리를 내던 엘라는 레이시가 자기를 바라보자 레이시의 뺨을 콕콕 찌르다가 다시금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규모는 작겠지만, 연맹국과 신성왕국은 전쟁을 일으킬 거야. 아마 국경의 형태도 조금 바뀌겠지. 10여 년 전부터 맞부딪치고 있었으니까 평야에 모여서 전쟁을 일으키고 진 쪽은 국경 근처의 마을 5개 정도를 넘기겠지. 그런데 전쟁이라는 건 유쾌한 짓이 아니잖아? 굳이 따지자면 없는 쪽이 좋고.”
“그렇죠…….”
“그러니까 전쟁을 일으킬 땐 주변국의 협력을 받고 명예롭게 전쟁하는 편이야. 그렇지 않고 도시와 성에 쳐들어가서 공성전을 펼치면 미래의 자원인 시민도 죽고, 죽지 않아도 괜찮을 사람들도 죽으니까.”
엘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시.
전쟁이라는 건 원래 일반적으로 다 죽는 거 아닌가?
그 통제되지 않는 폭력성 때문에 전쟁이라는 건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인데…….
전생의 상식과 다른 일에 레이시는 이해가 잘 안 된다는 눈으로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시선에 잠시 말을 멈추고 레이시를 바라봤다.
“이해 안 되는 부분 있어?”
“네? 아……, 네.”
“어디가?”
“전쟁이라는 거 일어나면 원래 다 죽지 않아요?”
“음, 가끔 느끼는 건데 레이시는 과격한 부분이 있는 거 같아.”
“네? 아, 아하하하…….”
“뭐, 레이시의 말대로 그냥 닥치는 대로 전쟁을 일으키는 거라면 시민이고 뭐고 다 죽이지. 하지만 그러면 주변 국가가 전쟁을 일으킬 거야. 시민들도 그런 국가의 왕은 따르기 싫다면서 반란을 일으킬 거고, 그래서 기본적으로 지도자들끼리 전쟁을 협약한 다음 병사들만 보내. 병사들은 돈을 받는 이유가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 돈과 편의, 존경을 얻고 있는 거니까.”
“그렇군요.”
“하여튼 협약에 맞춰서 전쟁해야 하는데, 블루드 그 새끼를 폐위시키지 않는 것처럼 전쟁을 반대할 수도 있으니까 전쟁이 꼭 필요한 입장에서는 협약을 어떻게든 성공시키려고 할 거야. 협약을 무시하고 전쟁을 일으키면 각국에서 1000명 아래로 이루어진 특수부대를 보낼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저희에게 온다는 거군요.”
“응, 그렇지. 지금 전쟁을 반대하는 건 우리나라밖에 없으니까.”
엘라가 참전하는 순간 전쟁에는 의미가 없다.
양쪽 다 엘라를 거스르는 순간 죽겠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한숨을 내쉬면서 엘라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어리광에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등을 토닥여주었다.
“뭐, 하여튼 지금 나와 검성이 맞부딪친 것 때문에 협약이 실패할 거 같으니까 미르와 레아를 구실 삼아 오려고 하는 거야.”
“그렇군요…….”
“싫어?”
“네. 당연하죠. 아무리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전쟁이라도 사람이 죽는다는데…….”
현대인이라면 아마 모두가 반대하지 않을까?
현대인은 자기 밖에 없으니까 누가 공감해주지는 않겠지만…….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누가 자기 가족을 건들지 않는 이상은 누구도 해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레이시를 뒤에서 끌어안으면서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췄다.
“뭐, 그건 나도 동감이지만 그렇게 쉽지만은 않아서.”
“으응…….”
“내일 시간 비워줘.”
국왕님과 만나는 건가…….
레이시는 엘라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엘라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엘라에게 칭얼거리기 시작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투정에 레이시의 등을 토닥이면서 조금만 더 힘내자고 속삭였다.
“에일렌을 위해서라도 조금만 힘내자.”
“으응, 알았어요.”
자기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에일렌에게 칼끝이 갈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한숨을 내쉬면서 정치는 정말로 싫다고 생각하면서 미르와 레아에게 갔고, 두 사람이 곤히 자는 모습에 배시시 웃으면서 엘라를 바라봤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응?”
“으응, 많은 사람들이 미르와 레아를 축하하러 온다면서요. 그렇다면 저를 만나서 이야기하지 않겠어요? 그렇다면 제가 할 일이 있을 거고. 말해주시겠어요?”
“……음, 무리한 일은 시키고 싶지 않았는데.”
“제 아이를 위해서니까요. 마망이니까 힘내야죠.”
레이시의 말에 쓰게 웃다가 이내 레이시가 원하는 대로 일을 가르쳐주는 엘라.
조금 머리가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할만한 일에 레이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피식 웃더니 가장 힘든 일은 따로 있다고 알려주었다.
“뭔데요?”
“드레스 입기.”
“네……?”
“그 자리에는 메이드로 참석하는 게 아니라, 내 약혼자로 참석하는 거잖아. 당연히 드레스를 입어야지.”
“에…….”
“미스트가 오늘 일 갔다 오면서 드레스를 맞추러 갈 거야. 레이시는 드레스를 싫어하겠지만……, 조금만 참아줘.”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를 껴안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웃음에 얼굴을 붉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경우에는 뭐라고 말하든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그렇기에 레이시는 노출이 심하지 않은 드레스로 부탁한다고 말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노력해보겠다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히이이잉…….”
“레이시는 드레스 같은 건 싫어하더라.”
“으으으, 딱히 싫어하는……, 싫어해요…….”
한숨을 푹 내쉬면서 오늘도 몇 번이나 옷을 갈아입어야 하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10벌 정도는 옷을 계속 입어야 한다고 말해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축 늘어지면서 아까 했던 각오가 무색하게 다시금 엘라에게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킥킥, 아까는 엄청 멋졌는데 이제는 다시 귀여워졌네.”
“아으으으! 그치만……, 그치만 드레스는……, 뭔가……, 뭔가 조금 그런걸요…….”
“푸핫!”
제대로 말도 못 하는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던 엘라는 최대한 얌전한 드레스로 준비해줄 테니 한 번만 입어보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면서 레아와 미르를 바라봤다.
“……아, 아이를 위해서니까요.”
“응, 그래. 힘내.”
“마망이 힘낼게…….”
“킥킥!”
엘라의 웃음에 한숨을 푹 내쉬다가 이내 미르와 레아를 보며 미소를 짓는 레이시.
아이를 위해서니까 드레스 정도는 입어줄 수 있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미르와 레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엘라와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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