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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422화 (422/542)

〈 422화 〉 평범한 일상­4

* * *

“에헤헤헤…….”

자기 가슴을 입에 물고 열심히 입을 오물거리는 미르와 레아.

레이시는 그 둘의 모습에 헤픈 웃음을 흘리면서 마냥 좋다는 듯 웃고 있었고,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웃음에 못 말린다는 듯 쓰게 웃었다.

애가 저렇게 좋은 걸까?

하는 거라고는 먹고 자고 싸는 거밖에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아샤는 레아의 입에서 우유가 흘러나오자 곧바로 손수건으로 닦아주면서 레아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애, 슬슬 배 부른 거 아냐?”

“그냥 먹는 게 서툴러서 그래요.”

“그래?”

“네, 안 먹으려고 하면 알아서 입 떼고 안 먹어요.”

“흐으응…….”

입에서 흘러내릴 정도로 서툴게 먹다니…….

아샤는 레이시의 말에 작게 비음을 흘리다가 이내 미르와 레아가 먹는 걸 멈추자 레이시가 말한 대로라며 작게 감탄했고, 레이시는 아이들이 밥을 먹는 걸 그만두자 조심스럽게 등을 토닥이기 시작했다.

“꺄후욱.”

“방금 그게 트림한 거야?”

“네, 귀엽죠?”

“그러네.”

아기 고양이가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는 소리를 내더니 레이시에게 안겨서 곧바로 눈을 감는 미르와 레아.

아샤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소리를 죽여 웃다가 레이시를 도와 두 사람을 요람에 넣었고, 레이시는 미르와 레아가 잠들자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가 두 사람을 껴안은 채로 에일렌에게 가서 침대에 누웠다.

“졸려?”

“네, 조금 잘려구요. 조금만…….”

“편하게 자. 어차피 할 일 없어.”

침대에 누운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손길에 눈을 깜빡이다가 아샤의 손을 잡고서 잠들기 시작했고, 아샤는 레이시가 완전히 잠들자 눈웃음을 지으면서 레이시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넘겼다.

“주인, 자나?”

“응, 방금 막 잠들었어. 왜?”

“국왕……? 에게서 편지가 왔다. 여기에 적힌 게 보낸 사람 맞나?”

“아, 맞아, 응, 읽어봤어?”

“아니, 받는 사람이 없어서 안 읽었다. 그리고 편지는 엘라가 읽는 거다.”

“그래? 편지에 왼쪽 모퉁이에 문장이 몇 개 박혀있어?”

“우으으음, 인장이 어디에 있는 거냐? 못 찾겠다.”

“인장이 없으면 개인적인 일로 편지를 보낸 거니까 우리가 읽어도 괜찮아. 수신인이 없다는 걸 보면 우리 가족 전체에다가 보낸 편지일 거고.”

아샤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미네르바는 아샤를 빤히 바라보면서 엘라가 뭐라고 하면 아샤가 잘못한 거라면서 편지를 뜯었고, 아샤는 미네르바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국왕이 보낸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편지의 내용은 연맹국의 검성이 떠났으며 그 덕에 혼인 준비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흐으응…….”

점점 늦어지고 있는 느낌이지만, 적어도 내년 봄에는 결혼식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국왕.

아샤는 국왕의 전언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이내 눈을 가늘게 뜨면서 한숨을 깊게 내쉬었고, 미네르바는 아샤의 반응에 안 좋은 일이냐며 물어봤다.

“아니, 오히려 반대. 긴장이 풀려서 그런거야.”

“으응?”

“검성이 이 나라를 뜬다고 하네. 그 덕에 멈췄던 결혼식 준비도 다시 할 수 있게 됐고.”

“그렇군. 그럼 결혼은 언제 하는 거냐?”

“그거야 모르지. 곧 할 것 같기는 한데……, 우리가 얼마나 준비를 열심히 하든 주변 국가 정세가 엉망이면 결혼을 못 하거든.”

평범한 귀족의 결혼이라면 모를까 왕족의 결혼은 계승자가 아니더라도 주변 국가 정세를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본인들은 정치와 떨어져서 결혼을 한다고 치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여러 국가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이용해서 이리저리 연을 쌓고 정치적인 업무를 본다.

왕족으로서 누리는 것도 많으니 이런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다.

의아하다는 표정을 좀처럼 지우지 못하는 미네르바에게 설명을 끝낸 아샤는 기지개를 쭉 켜다가 이 일은 레이시가 일어나면 생각하자면서 레이시의 옆에 누웠고, 미네르바는 그에 질세라 반대편에 누워 레이시와 에일렌을 날개로 덮어주며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을 감고 얼마나 잤을까?

레이시의 귀에는 미르와 레아가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곧바로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워서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흐아아암…….”

기저귀에 대소변을 봤나 싶어서 확인해봤지만 그러지는 않은 미르와 레아.

배가 고픈 것 같지도 않고, 단순히 안아달라는 걸까…….

서로 껴안고 있음에도 칭얼거리는 걸 본 레이시는 못 말린다는 듯 웃다가 두 사람을 껴안고 포대기를 몸에 두르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아샤는 자리에서 일어나 레이시가 포대기를 매는 걸 도와주었다.

“으응, 좀 더 자지.”

“난 원래 낮잠 안 자. 레이시는 더 안 자도 돼?”

“네, 괜찮아요. 저는 엄마니까요.”

“흐응.”

레이시의 말에 포대기를 매어주면서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입맞춤에 배시시 웃다가 미르와 레아를 어르고 달래주기 시작했고, 아샤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차를 끓이기 시작했다.

“엘라와 미스트는 언제 오더라…….”

미스트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엘라는 좀 일찍 올 수 있을 거 같은데…….

레이시가 낮잠도 제대로 못 자는 모습에 엘라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차가 충분히 우려나자 컵에 차를 따른 다음 미지근해질 때까지 식힌 다음 위로 올라갔다.

“다시 자네?”

“내려놓으면 금방 깨요.”

“그래? 그럼 차 같은 거 못 마시겠네?”

“에헤헤, 그렇죠, 뭐.”

레이시의 말에 아샤는 한숨을 내쉬다가 차를 테이블에 내려놓은 다음 외투를 입었다.

“어디 가시게요?”

“응, 엘라를 좀. 지금쯤이면 할 일은 다 끝냈을 테니까 데리러 가려고.”

“으응, 민폐 아닐까요?”

“민폐는 매일매일 간식을 사오는 그 녀석들이고. 지금 집에 있는 거 반도 못 먹었는데 또 사오면 처리하기 곤란해.”

미스트가 있으니 간식은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겠지만, 지금 레이시에게 필요한 건 간식이 아니라 일손.

그러니 아샤는 레이시에게 엘라가 다른 곳에 들리지 않고 곧바로 올 수 있도록 잡아 오겠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아샤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말했다.

“금방 올게.”

“천천히 와요. 저는 괜찮아요.”

“그런 말 듣고 가만히 있는 녀석이 어딨어.”

레이시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기면서 군화를 신는 아샤.

아샤는 레이시에게 추우니 들어가라고 말한 다음 문을 나선 다음 왕궁으로 들어가 시계를 확인했다.

지금 이 시간에는 왕과의 알현이 끝날 무렵인가…….

검성이 돌아갔으니 한참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국왕의 알현실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고, 국왕의 알현실에 도착한 아샤는 안에서 또 쓸데없이 폼을 잡고 이야기하는 국왕과 대신들의 모습에 헛웃음을 들이키면서 알현실 앞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다들 편하게 욕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텐데…….

전쟁터에 던져넣으면 욕부터 나갈 인간들이 저렇게 격식을 차리는 모습을 보자 아샤는 웃기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다가 국왕과 몇몇 대신들의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사람들은 전쟁터에 떨어지더라도 지금과 같은 자세를 취하겠지.

그러니까 들어갈 수가 없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저런 사람들은 무시하면 안 되는 부류의 사람들.

최소한 적이 되지 않기 위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하아, 귀찮네…….”

“저……, 아샤 님, 안에다가 알려둘까요?”

“아니, 됐어. 백작 나부랭이가 안에 들어가봐야 귀찮은 일이 될 뿐이야. 근데 나 백작이 맞던가……?”

“…….”

“뭐, 레이시랑 결혼하면 레이시의 루피너스 가문으로 들어가게 되니까 아무래도 좋지만.”

남들은 평생 노력해도 못 얻는 작위를 가지고 아무래도 좋다니…….

알현실 앞을 지키던 사용인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아샤를 바라보다가 아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기를 쳐다보자 아무것도 아니라며 정자세를 취했고, 아샤는 그런 사용인의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멍하니 엘라를 기다렸다.

알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났다.

애초에 국가의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고 국왕이 건제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하는 일종의 쇼니까 오래 이어지지 않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커다란 문에서 우르르 사람이 몰려 나오는 걸 바라보고 있자, 엘라는 아샤를 발견하고는 무슨 일이냐며 아샤에게 다가갔다.

“레이시한테 뭔 일 있어?”

“아니,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네가 빨리 돌아가야 할 거 같아서.”

“응……?”

“또 간식이니 뭐니 이상한 걸 사올까봐 데리러 온 거야. 간식 집에도 많으니까 빨리 돌아가서 레이시 애 돌보는 거나 좀 도와줘.”

“아~, 그런 거? 음, 일단 알았어. 가자.”

아샤의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엘라.

엘라는 돌아가는 길에 쉴새없이 에일렌은 잘 있는지 물어봤고, 아샤는 엘라의 질문에 한숨을 내쉬면서 맨손 격투를 가르쳐주었다고 대답했다.

“아하핫! 레이시가 황당해 했겠는걸?”

“너는?”

“나? 나야 뭐……, 에일렌이 원하면 격투기든 마법이든 궁술이든 마음대로 배우라고 하고 싶네. 그리고 힘이 세면 좋잖아?”

“적어도 나쁘진 않지.”

“그렇지? 그러니까 나 정도로는 강해졌으면 좋겠네.”

“흐응.”

그게 가능할까…….

“실전이 없을 테니까 무리 아냐?”

“아, 그건 그런가?”

에일렌이 엘라 수준으로 강해지려면 최소한 목숨을 10개 정도는 가뿐히 버릴 수준의 실전을 겪지 않으면 안 된다.

안 그러면 스킬에만 의존하던 그 새끼들처럼 될 테니까.

하지만 엘라가 에일렌이 그런 전장에 그냥 가도록 허락해줄까?

자기도 암살시도를 당해서 몸이 그렇게나 망가졌는데?

아샤는 퍽이나 잘도 그렇게 하겠다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엘라는 아샤의 반응에 입을 꾹 다물다가 이내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다.

자기가 생각해도 에일렌을 단련시킬 각오가 안 된 거겠지.

“뭐, 걔가 신체적으로 완성되어도 진심으로 강해지려고 한다면 훈련시켜주지. 그쯤 되면 자기 목숨을 걸지 말지 정도는 알아서 할 수 있을 거고. 일단 마도 폭격부터 시작할까?”

“……맘대로.”

“너도 도와줘, 마법사의 약점은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적이니까 무술을 사용하든 마법을 사용하든 거리를 벌릴 수 있게 해줘야지.”

“응, 알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어느새 도착한 저택.

엘라는 레이시에게 잘 지내고 있냐고 물어보면서 안으로 들어갔고, 레이시는 엘라의 목소리에 ‘쉬잇~.’거리면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애들 금방 잠들었어요.”

“응? 아샤는 아까부터 자고 있었다던데?”

“그건 얕은 잠. 이건 조금 깊은 잠. 지금 깨면 9시쯤에나 잘 거예요.”

“그렇구나.”

레이시의 말에 머리 위의 수인 특유의 귀를 쫑긋거리고 있는 레아와 미르를 바라보는 엘라.

엘라는 아이는 참 복잡하다면서 에일렌은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고, 레이시는 슬슬 깼을 거라면서 위를 가리켰다.

“조용히 놀아주세요?”

“응, 그럴게.”

겸사겸사 격투보다는 마법이 더 좋다는 걸 알려줘야하기도 하고.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곳에서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기 시작한 엘라는 씩 웃더니 위로 올라갔고, 아샤는 엘라의 표정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면서 찻잔을 잡았다.

“다시 데워줄게.”

“고마워요.”

“이정도로 뭘. 미스트는 아직 훈련 중이더라.”

“중간에 봤어요?”

“중간에 들렸는데 달리기 훈련을 하고 있었어. 전신에 독충을 매달고.”

“……?”

“듣기로는 고통에서 정신을 잃지 않는 걸 단련한다더라. 20초 내로 100m 못 뛰면 다시래.”

미스트, 대체 무슨 훈련을 하는 건가요…….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미르와 레아가 꼼지락거리자 다시 발을 움직이며 자장가를 불러주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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