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0화 〉 평범한 일상2
* * *
“이 녀석들이 그나마 네 제안에 따라줄 거야.”
다음 날, 미스트가 출근하기 전에 한 서류를 내미는 아샤.
미스트는 아샤의 서류를 받아들더니 한숨을 깊게 내쉬었고, 아샤는 미스트의 한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나름 쓸모 있는 군인들이라고 들었는데 말이죠.”
“…….”
“쓸모 있는 걸까요……. 30분 안에 나오면 괜찮다면서 독을 잔뜩 채운 방에 가둬뒀는데 몇 명이나 돌아올까요……?”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미스트.
미스트는 한참을 투덜거리다가 아샤에게 아샤는 정말로 그 군인들이 쓸만할 것 같냐고 물어봤고, 아샤는 미스트의 질문에 눈을 깜빡이다가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름 쓸만한 녀석들이잖아.”
“네, 나름이죠……, 근데 나름이라면 평균보다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평균 부류에 들어가는 거 아니었어요?”
“……그렇지, 보통은.”
“그게 평균인가요? 제가 볼 땐 병사로서도 평균 미만인데…….”
“특수부대원이잖아.”
“반쯤 명예직인 특수부대원이지만요.”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야.”
“그건 알고 있지만요.”
알고 있지만, 어떻게 화를 내지 않으면 군인들에게 화풀이로 수준 높은 교육을 시키다가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미스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내쉬었고, 아샤는 그런 미스트의 대답에 눈을 깜빡이다가 죽이지 않는 선에서는 뭘 해도 괜찮다면서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군인될 때 죽을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들었으니까 말이야.”
“아하하, 아샤, 잔혹하네요.”
“네가 할 소리는 아니잖아.”
한숨을 내쉬면서 적당히 갈구라고 말하는 아샤.
아샤는 적당히 괴롭히면 자기가 알아서 중재해보겠다고 말했고, 미스트는 아샤의 말에 아샤를 말리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샤는 아직 결혼 안 한 처녀로 보고 있으니까 아샤가 끼이면 더 복잡해져요.”
“그럼 엘라라도 불러주리?”
“공주님이 계시면 확실히 편하겠죠. 하지만 공주님은 공주님의 일이 있으니까 아샤는 레이시를 부탁할게요.”
“그래. 알았어.”
미스트를 도와주려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어봤지만 결국 도와줄 수 없는 일이라는 결론이 나기 시작하는 미스트의 일.
아샤는 그런 흐름이 조금은 갑갑한지 한숨을 깊게 내쉬었지만 이내 미스트의 걱정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 빨리 가보라면서 틱틱거리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아샤의 틱틱거림에 어린애도 아닌데 그런 반응은 조금 깨지 않냐며 놀리다가 왕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으응, 미스트는 갔어요?”
“응. 오늘도 훈련한다더라. 군인들이 미스트의 훈련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네.”
“아하하…….”
미스트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자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레이시.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도 미르와 레아를 안고서 내려오는 레이시의 모습에 아샤는 레이시의 품에서 아이를 받아 요람에 눕히고 에일렌은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고, 레이시는 아샤의 질문에 미네르바와 내려오고 있다면서 배시시 웃었다.
“신체 나이로 3살을 좀 넘으니까 이제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많아졌나 봐요. 이제 계단도 자기가 내려오고 싶다면서 저는 밑에서 기다리래요.”
“그래? 보러 갈까?”
“에헤헤, 네에.”
아샤의 말에 미르랑 레아를 힐끗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요람을 들어올리는 레이시.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행동에 놀라 레이시에게 다가가더니 그대로 대신해서 요람을 든 다음 포대기로 미르랑 레아를 안으라고 말했다.
“아, 아하하……. 그치만 둘이라서…….”
“줘 봐, 둘을 동시에 안을 수 있게 매줄게.”
“그럴 수 있어요?”
“부상자 들쳐 안을 때 쓰는 메듭법이지만, 조금만 고치면 아이도 안을 수 있어. 부상자를 안는 기술이라 목과 허리도 잘 받춰주고.”
“부탁할게요.”
“……뼈는 좀 어때?”
“이제 거의 다 제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는데 아직 아파요.”
“아픈데 그런 짓 좀 하지마. 내 심장 떨어트릴 일 있어?”
“에헤헤, 아샤는 강해서 안 놀라잖아요.”
“전투 중이 아니라면 나도 평범하게 놀라거든.”
아샤는 레이시의 말에 투덜거리면서 포대기로 매듭을 만들어서 미르와 레아를 동시에 안을 수 있게 해주었고, 레이시는 미르와 레아가 불편해하지 않는지 확인한 다음 배시시 웃으면서 다음에 매듭 법을 알려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래, 가르쳐줄게. 그래서 에일렌은?”
“으응~ 미네르바, 몇 개 째 내려왔어요?”
“2개? 아, 지금 3개가 됐다.”
“에에에에.”
미네르바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계단 안쪽을 바라보는 레이시.
그러자 에일렌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네 발로 뒷걸음질 치는 게 보였고,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힘내라고 응원해주었다.
“끄으응, 끄으으응……!”
계단 위에서 네 발로 엎드려서 발을 아래쪽 계단으로 열심히 뻗는 에일렌.
계단이 아직 무서운 건지 에일렌은 계단에 발을 올리고도 몇 번인가 계단을 밟은 다음 다른 발을 움직였고, 양쪽 다 다른 계단에 올라가자 팔을 이용해서 몸을 일으키고 다시 아래 계단을 쳐다봤다.
그런 다음 에일렌은 다시 계단에 엎드려서 아까 전에 했던 걸 반복하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노력에 싱글벙글 웃으면서 에일렌에게 팔을 벌려주었다.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중간부터는 나름대로 요령이 붙었는지 에일렌은 꽤 빠르게 계단을 내려와 레이시에게 도착했고, 에일렌은 자기를 보고 팔을 벌리던 레이시에게 안겨서 뺨을 비비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에일렌은 레이시에게 아래로 내려가라며 조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말에 내려갈지 물어보면서 에일렌의 뺨을 만지작거렸다.
“마망, 절루 가아.”
“저기로요?”
“웅!”
“에헤헤, 에일렌이 내려올 거예요?”
“웅!”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이시를 살짝 밀어내는 에일렌.
레이시는 에일렌의 손짓에 배시시 웃다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에일렌을 기다리기 시작했고, 엘라와 에일렌을 빤히 쳐다보다가 정말로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괜찮은 걸까 싶어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머리로는 이렇게 있어도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야 할 일은 하나도 없고, 기껏 하는 일이 생겨도 레이시와 에일렌, 그리고 미르와 레아를 지키는 게 자기 일이니까 여기에서 이렇게 레이시와 에일렌을 지켜보는 게 자기가 할 일이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멍하니 시간을 죽여도 괜찮은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아샤는 조심스럽게 레이시를 끌어안았고, 레이시는 아샤의 포옹에 눈을 깜빡이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아샤에게 몸을 기대면서 에일렌을 가만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흐에, 흐에…….”
“힘들어요?”
“할 수 이써어어.”
“에일렌이 할 수 있어요?”
“웅!”
어른과 다르게 전신을 이용하면서 계단을 내려오기 때문인지 에일렌은 숨을 헥헥 거리면서 천천히 내려왔고,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팔을 벌리면서 여기로 오면 안아주겠다며 에일렌을 응원해주었다.
“우우웅!”
“하나 남았어요! 힘내요오~.”
“도오차악!”
“참 잘했어요오~.”
“에헤헤!”
레이시에게 안겨서 머리를 만져지자 에일렌은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의 팔을 꽉 잡다가 이내 포대기에 안긴 미르와 레아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야아?”
“네?”
“누구야아아?”
“아아, 미르랑 레아요? 에일렌의 동생이에요.”
“동새앵?”
동생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해서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일렌.
레이시는 에일렌의 반응에 영웅이야기 말고도 다른 이야기를 읽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에일렌의 동생이에요.”
“우웅……?”
레이시의 말에 에일렌은 한참을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미르와 레아를 바라봤다.
동생이라는 건 대체 뭘까?
가족이라는 걸 보면 마망하고 다른 엄마하고 같은 관계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 애들은 나보다도 작은데…….
“우웅! 우우우웅…….”
미르와 레아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무단히도 애쓰기 시작하는 에일렌.
하지만 에일렌의 지식으로는 동생이라는 것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고, 결국 에일렌은 생각하는 걸 포기한 다음 아장아장 소파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동화책……, 다른 것도 읽어줘야 겠네요.”
“영웅이야기만 읽어줬었지?”
“아무래도 그걸 제일 좋아했으니까요.”
아샤는 레이시의 말에 엘라의 자식 아니랄까봐 그런 것만 좋아한다면서 쓰게 웃었고,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배시시 웃다가 그럼 미르랑 레아는 미스트를 닮을 거 같냐고 물어봤다.
“어……, 그건 좀 무서운데…….”
레이시의 말에 곧바로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왜 그러냐면서 미르랑 레아를 천천히 요람에 내려두었다.
“애들은 어때?”
“네?”
“몇몇 애들은 성격이 까탈스러워서 밤에 자주 깬다 하던데 어떠냐고. 에일렌 때도 힘들어했잖아.”
“그 때는 혼자서 다 하려고 했으니까요. 지금은 미네르바가 매일 밤 도와주고 낮에는 아샤가 도와줘서 괜찮아요.”
아샤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배시시 웃는 레이시.
레이시는 아샤에게 미르와 레아를 부탁한다고 말한 다음 기저귀와 여분의 옷을 준비하더니 이내 에일렌에게 먹일 밥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아샤는 앞치마를 두르고 꽤 익숙한 모습으로 요리를 준비하는 레이시를 보고는 눈을 돌려 미르와 레아를 바라봤다.
레이시와 미스트의 딸.
……이긴 했지만 자는 모습만 보면 솔직히 말해서 과연 이 아이들이 미스트의 딸이라는 실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어떤 생명체든 아이일 때는 나름 귀여운 모습이 있다지만, 그런 걸 생각해도 미스트의 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얌전하고 너무 귀여웠다.
“이런 애들이 나중에 커서 미스트처럼 변한다 이거지?”
……자기가 생각했지만 너무 끔찍한 상상이다.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저으면서 최대한 밝게 생각하기 위해서 미르와 레아를 미스트처럼 만들지 않을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결국 교육밖에 없나…….”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다.
태어날 때 받았던 천성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죽는 야차가 아이의 성격을 바꿔보겠답시고 교육학을 배우려고 하다니…….
물고기가 물에서 살기 싫다면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연습을 하는 꼴이다.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자기가 생각해도 퍽 웃긴 일이라며 고개를 좌우로 젓다가 이내 미르와 레아의 요람을 빤히 쳐다보면서 두 사람의 교육을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에일렌은 아샤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자 쪼르르 달려가 아샤에게 안겼다.
“엄마!”
“응? 왜? 에일렌.”
“심심해.”
“미네르바 엄마랑 안 놀고?”
“같이 놀래!”
“나랑도?”
“웅!”
“뭐하고 놀래?”
“우웅, 우웅…….”
아샤의 말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에일렌.
뭘 하고 놀면 좋을지 모르는 모습에 아샤는 에일렌이 자기와 놀아주려고 자기에게 안겼다는 걸 깨닫고 헛웃음을 흘리다가 이내 미네르바와 레이시를 불렀다.
“에일렌이 같이 놀고 싶다고 해서 미네르바에게 미르랑 레아를 맡기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아, 네! 에헤헤, 에일렌, 아샤 엄마랑 조심히 놀아요.”
“웅!”
“아샤, 에일렌을 잘 부탁할게요.”
“그래. 맡겨줘.”
아샤와 에일렌의 뺨에 입을 맞춘 다음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말하는 레이시.
에일렌은 레이시의 뽀뽀에 배시시 웃더니 아샤의 손을 잡아끌면서 영웅놀이를 하자고 조르기 시작했고, 아샤는 에일렌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일단 에일렌을 따라 저택 마당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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