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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418화 (418/542)

〈 418화 〉 복귀­3

* * *

“으음…….”

새벽 3시 반.

미스트는 언제나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서 눈을 깜빡이다가 오늘부터는 아침 일찍 일을 나가야 한다는 걸 떠올리고는 빠르게 몸단장을 시작했다.

몸을 깨끗하게 씻고, 평소에는 입지 않는 정장을 입은 다음, 무기 몇 개를 숨겨두고…….

그렇게 준비를 끝마친 미스트는 레이시가 슬슬 일어나겠다 싶어서 레이시의 방으로 들어갔고, 아이들과 함께 자는 레이시의 모습에 홀린 듯이 천천히 레이시에게 다가갔다.

“쪽.”

“우, 우으응…….”

“일어났어요?”

“미스트…….”

“저, 일 갔다올게요. 레이시도 잘 있어요?”

“으응, 네에…….”

새벽에 자주 깨서인지 비몽사몽한 말투로 대답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미르랑 레이가 많이 울었냐고 물어보면서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젓다가 에일렌과 비슷하게 울었다고 대답했다.

“근데 2명이 다 따로따로 울어서 2번 깨서 그래요오…….”

“아하하, 그런가요? 미안해요. 금방 돌아올테니까 조금만 힘내주세요.”

“에헤헤…….”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배시시 웃다가 다시 하품하면서 침대에 누웠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춰준 다음 다시금 레이시를 재우고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은 무거운 발걸음.

피로하다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에 미스트는 매일매일 에일렌과 레이시를 뒤로하고 왕족과 귀족들, 그리고 서류와 씨름하는 엘라에 대해 새삼스럽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어떻게 그렇게 산뜻하게 뗄 수 있었던 걸까?

미스트는 도저히 풀지 못하는 의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왕궁 안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숨을 깊게 내쉬면서 지금은 일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연무장.

미스트는 국왕 직속 부대의 군인들이 안 보이자 연무장을 깔끔하게 치운 다음 향초를 피우고서 자리에 앉아 군인들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집합 시간에서 30분 정도 뒤에 한 명씩 연무장에 들어왔고, 미스트는 일부러 늦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들어오는 모습에서 일부러 기 싸움을 걸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마 메이드로 일하는 사람에게 배우라고 해서 자존심이 상한 거겠지.

여기에 모여있는 군인들은 전원이 귀족 자제임에도 불구하고 편안한 삶을 버리고 국가를 위해서 시궁창 같은 전장으로 들어간 사람들이니까.

이해할 수는 없지만,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이다.

그렇기에 미스트는 싱긋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군인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암살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칠 미스트 E 캘러미티입니다. 아샤 씨도 아니고 제게서 이것저것 배우는 것이 불만이시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

미스트의 인사에 입을 꽉 다무는 군인들.

미스트의 말대로 오라토리엄 최강의 기사라고 알려진 아샤가 아니라 일개 메이드에게서 뭔가를 배우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군인들은 미스트의 말에 눈을 흘기다가 알면 그냥 그대로 가는 게 어떻겠냐며 미스트를 비웃었고, 미스트는 군인들의 말에 난처하다는 듯 웃었다.

“죄송해요, 국왕님의 명령이라 어쩔 수가 없네요.”

“그럼 우리들의 훈련을 방해하지 말아주시죠.”

“네, 으음, 그건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여러분들, 일어서는 게 어려워지고 있지 않나요?”

“뭐……, 엇!?”

미스트의 말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군인들.

그러나 그 순간 군인들은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대로 고꾸라지면서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싱긋 웃으면서 그런 군인들 앞에 쪼그려앉았다.

“무향무취의 독이라도 혀에 닿으면 조금은 독의 맛이 느껴지는데 눈치도 못 채고 이렇게 무방비하게 들어오시다니, 정말 너무 무방비하세요~.”

“아, 윽……!?”

“이제 혀도 마비되셨나 보네요? 처음 들어왔을 때 도망치셨으면 조금 컨디션이 나쁘다는 수준에서 끝났을 건데.”

“어, 어더헤…….”

싱글벙글 웃으면서 군인들을 바라보는 미스트.

미스트는 지금 개인 훈련하는 것은 딱히 터치하지 않겠다더니 자리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고, 군인들은 그런 미스트의 말에 숨을 고르더니 마력으로 독을 몰아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쿠헉!”

“마력은 안 쓰시는 게 좋아요. 딱히 몸에 무리가 간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세포 단위로 몸이 찢어지는 고통을 맛보실 테니까요.”

“컥……! 커헉……!”

“그렇다고 포기하시진 말고요. 이대로 10분만 지나가면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저 말고 전원 심장마비로 죽어요.”

미스트의 말에 눈에 띄게 당황하는 군인들.

미스트는 군인들이 당황한 게 피부로 느껴지자 눈을 아래로 흘깃 내렸다가 군인들에게 해독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마력을 혈관 전체에 담는다는 느낌 말고 피에만 담아서 이물질을 태운다는 느낌으로 독을 해독해보세요. 그럼 몸의 열이 38도까지 치솟긴 하지만 덜 아플 거예요. 그것도 못하신다면 훈련 중 순직으로 죽으시구요. 1계급 특진이니까 가문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으, 윽, 꺽…….”

숨을 연신 껄떡대면서 몸을 비틀기 시작하는 군인들.

미스트는 굼벵이처럼 구르는 군인들의 모습에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가 평범한 인간은 이래서 문제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자기가 말했다고 곧바로 자기가 가르쳐준 방법을 쓰는 사람이나, 그게 싫다고 억지로 고통을 참아가며 미련하게 몸 전체에 마력을 두르고 독을 해독하는 사람이나…….

아샤처럼 강하다면 어떤 방법을 쓰든 상관 없다.

아샤라면 애초에 중독되지도 않겠지만, 중독되더라도 거의 1초도 지나지 않아서 이 독을 전부 해독한 다음에 자신의 목을 치러 올 테니까 어떤 방법을 쓰든 딱히 뭐라고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해독하는 데만 세월아 네월아고 해독하면서 올라오는 통증도 제대로 참아내지 못해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모습.

정말이지 한숨만 튀어나오는 한심한 모습이라 미스트는 어디서부터 정신을 건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군인들이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하자 수고했다면서 박수를 쳐주면서 정답에 가까운 해독방법을 알려주었다.

“사실 신경계를 마력으로 마비시킨 다음에 해독해서 일어나면 괜찮아요. 이 부분은 스킬이 없으면 위험하지만……, 특수부대원이시니까 그 스킬 정도는 배워두는 게 좋아요. 아니면 자기 몸으로 수백 번 정도 마비시켰다가 푸는 연습을 하던지요.”

후자의 방식으로 연습하면 절반 이상은 연습하다 교회의 신세를 지겠지만……, 미스트에게 그 부분은 알 바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억지로 떠맡게 된 일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미스트는 군인들이 씩씩거리면서 자기에게 다가오자 눈을 깜빡이면서 화난 거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여기에 들어오기 전에 언제 어디서 독에 당할지 모른다고 말해줬잖아요? 거기에다가 저는 암살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했었죠? 그 말은 여러분들에게 몇 번의 죽이지 않을 정도의 암살시도를 하겠단 말이에요. 그런데 왜 저에게 화를 내시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군인을 바라보는 미스트.

군인은 미스트의 말에 움찔 떨다가 입술을 꽉 깨물고는 미스트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미스트는 그 주먹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만년필을 꺼내 군인의 주먹에 꽂아주었다.

“끄아악!?”

만년필이 반 이상 가려질 정도로 세게 찔러버린 미스트.

군인의 주먹은 중지와 약지 사이가 불룩 튀어나와 기괴한 모습이 되었고, 군인은 주먹이 변형되자 비명을 지르면서 주먹을 감싸쥐었다.

“참 이상하시네요. 처음에는 메이드라 무시하더니 이제는 그 메이드가 자기를 죽이려고 해서 화를 내시는 건가요? 배우고 싶은 건가요? 아니면 배우고 싶지 않은 건가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군인의 주먹을 망가트리는 미스트.

레이시처럼 귀여우면 모르겠지만, 귀엽지도 않고 사랑스럽지도 않은 군인들의 행태에 미스트는 귀찮다는 듯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이내 그냥 전부 죽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자기가 가문을 복구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귀족들은 별 말을 안 할 거고 훈련 받다가 순직하는 건 꽤 자주 있는 일이니까, 전부 죽여도 딱히 문제는 없을 것이다.

“…….”

뭐, 그렇게 쉽게 될 리가 없나?

전부 죽이면 귀족들이 이번에는 자기도 훈련을 관찰하겠다면서 난동을 피울 게 뻔하고, 그렇게 된다면 더러운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레이시와 있을 시간을 일부러 줄이는 짓 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군인의 주먹에서 만년필을 뽑은 다음 구멍이 뚫린 주먹을 치료해주었다.

“후으으으……, 그나저나 곤란하네요. 아샤 씨처럼 강하지도 않고 애매하게 약한 주제에 강한 척하는 사람들을 개조하는 방법은 모르는데요.”

눈을 가늘게 뜨면서 군인들을 바라보는 미스트.

군인들은 처음과는 다르게 미스트에게 확실하게 공포를 느끼면서 주춤거렸고, 미스트는 그런 군인들의 시선에 싱긋 웃으면서 오늘은 가볍게 OT만 하려고 했으니 이대로 해산하자고 말했다.

“그럼 이 방에서 나간 이후로 각자 훈련하시면 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다음에 향초를 두어 개 더 피운 다음에 밖으로 나가는 미스트.

미스트는 나가기 전에 30분 안에 안 나가면 험한 꼴을 보게 될 거라며 주의준 다음 보고를 위해서 국왕에게 갔고, 미스트의 보고를 들은 국왕은 떨떠름한 얼굴로 그렇게 심각하냐고 물어봤다.

“네에~ 물론이죠. 캘러미티 가에 태어났다면 5살이 되기 전에 전원 죽었을 거예요. 정말 뛰어난 군인인 건 맞나요?”

“뛰어난 군인은 맞네. ‘지금’ 훈련을 하든 실전에 투입되든 ‘아무래도 좋은’ 군인 중에선 말이지.”

“어머나. 그런 거군요.”

“뭐, 진짜로 당장에 실전에서 뛰어도 되고 자네의 이름만으로 캘러미티 가의 진실에 도달할 수 있는 자들은 이미 내가 굴리고 있다네. 두 나라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렇군요.”

국왕의 손가락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미스트.

나름 뛰어난 사람을 준비해준다고 했을 땐 훈련이 편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지금 차출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서 나름 뛰어난 녀석들이라면…….

귀찮게 됐다.

“차라리 지금 암흑가에 굴러다니는 녀석을 국왕님의 부하로 삼는 게 더 좋을 걸요?”

“하하, 그러기엔 뒤가 너무 구려서 안 되네. 병사도, 귀족도, 그리고 나도.”

“그렇군요.”

“뭐, 일단 나름 필요한 존재로 훈련시켜보게나. 레이시에 대한 건 귀족들을 설득해줄 테니.”

“정말이지, 가문을 복구 시켜놓으면 저는 일선에서 물러날 거예요. 메이드는 주인의 일정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미스트의 말에 싱긋 웃으면서 열심히 해달라고 부탁하는 국왕.

미스트는 국왕의 말에 한숨을 내쉬다가 레이시와 먹을 간식을 사고 돌아가자고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옮겼고, 이내 카페에 도착하자 자기가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어머, 미스트 님, 절 기억하시나요?”

“네에, 공주님의 연회에 몇 번인가 참가하셨죠. 분명 프리굴리아 가문의 영애셨죠?”

“네! 기억해주셔서 감사해요. 손에 들린 건…….”

“다과랍니다. 공주님께서 주문하셨기에.”

“그렇군요, 이번에 저희 가문에 온 셰프가 솜씨가 뛰어난데 쿠키를 먹어보지 않으시겠어요? 오라토리엄 왕국 주최의 경연 대회에서도 우승 경력이 있는 뛰어난 셰프랍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는 일개 메이드, 공주님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입장이랍니다.”

귀족 도련님 같은 경우엔 수상한 자신감으로 먹이를 찾아다니지만, 영애들 같은 경우에는 거미처럼 우연을 가장해서 먹이와 만난다.

……정말이지 싫은 습성.

미스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웃음을 지으며 자기를 보며 재잘재잘 떠드는 영애를 바라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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