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7화 〉 복귀2
* * *
“괜찮아요?”
“네?”
“암살자 가문이라니……, 저는 미스트가 힘든 건 싫어요.”
“으응, 그런 부분에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암살자 가문이 아니라 공작원을 키우는 작업이니까요. 이름만 사용하는 거예요.”
레이시의 걱정에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암살자가 아니라 군인을 기르는 거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전 미르랑 레아에게 독을 먹이고 뭔가 죽이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진 않으니까, 그런 부분의 일은 전부 패스할 거예요.”
“다행이다……, 가문을 복구시킨다고 하셔서 진짜로 놀랐다구요.”
“죄송해요.”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춘 미스트는 레이시가 걱정할만한 행동은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달래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배시시 웃다가 미스트를 꽉 끌어안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참이나 말없이 미스트를 끌어안던 레이시는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에 복귀하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에게 국왕과 협상한 내용을 말해주면서 레이시와 일정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아마 오전 6시쯤에 나가서 오후 2시쯤에 돌아올 거예요. 저는 메이드직도 겸임하고 있으니까 공주님이 공무를 보실 땐 옆에 있어야 하거든요.”
“으음, 아침은 드시고 나가세요?”
“네, 대신 바 형식으로 만들어야겠죠? 앉아서 먹을 시간은 좀 부족할 테니까요.”
“아쉽네요…….”
“대신 저녁은 같이 먹을 수 있잖아요. 그때는 꼭 레이시의 옆에 앉아서 같이 먹어요.”
손가락을 내밀며 웃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행동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이내 미스트의 손가락에 자기 손가락을 걸고서 꼭이라면서 다시 한번 약속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꼭 그러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크게 울기 시작하는 미르와 레아.
레이시는 그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애들이 왜 우는지 파악하고서는 상의를 벗고서 두 아이를 끌어안았고, 미르와 레아는 각자 눈앞에 있는 레이시의 가슴을 입에 물고 빨기 시작했다.
“수건 준비해드릴게요. 기저귀도 필요할까요?”
“네, 부탁드릴게요.”
레이시에게 안겨 밥을 먹는 미르와 레아의 작게 웃다가 육아용품을 가져다주는 미스트.
그런 다음 미스트는 시계를 흘깃 쳐다본 다음 저녁 시간이 다가온 걸 확인하고는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아샤는 군부대의 사람에게서 미스트가 캘러미티 가문을 복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미스트에게 말을 걸었다.
“국왕이냐?”
“네?”
“국왕이냐고.”
“후후, 그럴 리가 없잖아요. 아마 대신들이 국왕님에게 이것저것 졸라댔겠죠. 적당한 것이라면 무시하고 일을 진행하겠지만, 이번 일은 신성왕국과 연맹국이 편을 먹고 지랄하는 거라서 국왕님도 아예 무시할 수 없었을 거고요. 그래서 합의를 본 게 제 미들 네임을 바꾸고 교관으로 활동하게 하는 거였고요.”
“…….”
“왜 그러세요?”
“가문을 복구시키면 너에 대해서 아는 녀석들은 귀찮게 굴겠지?”
“당연하죠~, 거기에다가 저는 레이시에게 선물로 쥐어진 첩 같은 입장이니까 이런저런 사람이 들러붙겠죠?”
캘러미티 가문을 복구시킨다면 미스트는 곧바로 당주가 된다.
그것도 평범한 당주가 아니라 국왕 직속 부대를 훈련시키며 거기에 연이 닿아있는 최중요 인물 중 하나가 된다.
그런 인물이 첩으로 있으니 미스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첩 신세가 마음에 안 들지 않냐면서 밀회를 즐기자고 들러붙을 것이다.
“뭐, 이번 일만 잘 넘기면 레이시와의 결혼을 막을만한 사람이 없어지니 그냥 해야죠.”
“흐응.”
미스트의 말에 비음을 흘리는 아샤.
아샤는 미스트에게 정말로 그걸로 괜찮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아샤가 계속 질문하자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거냐고 물어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츤데레네요.”
“시끄러워, 도와줘? 말아?”
“도와주셨으면 하네요. 국왕님의 직속부대, 훈련시키신 적 있죠?”
“응, 그땐 전투 부분에서만 도와줬었지.”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고 저를 도와줄만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려주세요.”
“깨끗한 사람? 아니면 더러운 게 있는 사람.”
“더러운 게 있는 사람이 좋겠죠. 깨끗한 사람은……, 솔직히 말해서 속내를 알 수 없다는 거니까.”
“알았어, 3명 정도 추려서 가르쳐줄게.”
“감사해요.”
아샤의 도움에 싱긋 웃다가 저녁을 완성해서 식탁에 올려두는 미스트.
미스트는 자기는 레이시와 밥을 먹겠다면서 자리에서 방으로 올라갔고, 아샤는 미스트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엘라와 미네르바가 오자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먼저 먹기 시작했다.
“미스트는?”
“레이시랑 먹는다면서 작은 식탁에 2인분 들고 올라갔어.”
“그래? 레이시 몸 상태는 좀 어떤 거 같아?”
“몸은 괜찮아 보이더라. 근데 붓기가 에일렌 때보다는 느리게 빠질 거 같대.”
“흐응…….”
“그것보다 너는 미스트가 캘러미티 가문을 복구시켜야 한다는 건 알고 있어?”
“알고 있지, 설마 진짜 할 줄은 몰랐지만.”
직접 보지는 못 했었지만, 한 달 전부터 대신들의 움직임이 수상했었다고 말했으니까 대충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긴 했었다.
거기에다가 중간에 뒷세계의 가문을 없애고 왔으니까, 그 자리를 해외의 조직이 차지하는 걸 막아야 한다고 말했겠지.
안 봐도 뻔한 대신들의 모습에 엘라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수프를 입에 넣었고, 아샤는 엘라의 반응에 알면 뭐라도 미스트가 앞으로 겪을 일도 알고 있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엘라는 눈을 깜빡이면서 미스트라면 알아서 잘 처리할 거라고 말하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스트잖아.”
“그런 식으로 믿기만 하다가 문제 생겨서 대처하려면 늦잖아.”
“사이는 나쁘면서 잘도 챙겨준다?”
“시끄러워. 그래서 우리가 도와줄만한 일은 없어? 일단 나는 부대원 중에 미스트를 도와줄만한 사람을 찾는 일을 맡긴 했는데.”
“에일렌을 돌보는 것 정도는 해줄 수 있지.”
“…….”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마. 내가 전면으로 나서봤자 똑같이 귀찮은 일이 될 뿐이니까.”
“뭐……, 그건 그렇지만…….”
엘라의 말에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아샤.
미스트가 레이시의 첩이 된 게 약점이 되어서 이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데 엘라가 도와주겠다고 나서봐야 주변 귀족들에게 찌를 틈이나 줄 뿐이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성적인 이야기.
감성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노는 것처럼 보였기에 아샤는 머리를 긁으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엘라는 그런 아샤의 반응에 피식 웃으면서 그렇게 신경 쓰이냐고 물어봤다.
“질투나지는 않아?”
“질투?”
“너는 못 가지는 걸 미스트는 가졌잖아.”
“……흥, 그런 걸로 눈이 돌아갈 정도로 어리석진 않아. 탐욕을 부리긴 하겠지만……. 내게는 아이보다 더 소중한 게 있으니까.”
“말은 잘하네.”
“시끄러워.”
엘라의 웃음에 혀를 차면서 시선을 피하는 아샤.
그러더니 아샤는 자기는 미스트를 도와줄 테니 엘라는 마음대로 하라면서 손을 휘휘 내저었고, 엘라는 아샤의 손짓에 웃음을 터트리며 미스트가 만든 생선 구이를 입에 넣었다.
“나는?”
그러자 소외감을 느낀 듯 미네르바가 손을 들면서 자기는 뭘 하면 되냐고 물어봤고, 아샤는 미네르바의 말에 눈을 깜빡이면서 미네르바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마 없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정치에 관련된 일인데 미네르바는 정치에 대한 건 아무것도 모르잖아. 레이시를 옆에서 지켜주는 건 어때? 낮에는 미스트가 없을 거고 나도 없을 테니까.”
“……나는 강한데.”
“물리적인 강함보다는 다른 게 필요하니까. 엘라랑 집에서 레이시를 지켜줘.”
“부우…….”
뭔가 무력한 기분에 투덜거리는 미네르바.
아샤는 미네르바의 반응에 머리를 긁다가 어쩔 수 없다며 사과했고, 미네르바는 아샤의 사과에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면서도 레이시는 자기가 독점할 거라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으……, 그래라.”
미네르바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어처구니없다는 듯 미네르바를 보게 되는 아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샤는 미네르바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고, 미네르바는 아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자기도 똑같이 식기를 정리한 다음 몸을 씻고 레이시에게 갔다.
“주인, 있나?”
“네, 있어요.”
문을 빼꼼 열더니 고개만 내밀어 레이시를 바라보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고개를 내밀었다가 숨기는 걸 반복하는 미네르바의 행동에 키득키득 웃다가 무슨 일이냐면서 미네르바에게 팔을 벌렸고,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팔을 벌리자 쪼르르 달려가서 레이시에게 안겼다.
“에헤헤……, 주인. 미스트는 어디갔나?”
“밥 먹은 거 치우러 갔어요.”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레이시는 미네르바를 자주 못 안아줘서 미안하다며 달래주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입을 맞추면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주인, 주인……, 언제쯤 산책할 수 있나?”
“미스트의 말대로라면 며칠 정도만 있으면 회복할 수 있대요. 늦어도 5일 정도면 된대요.”
“그런가, 그럼 5일 뒤에는 산책할 수 있나?”
“네, 미스트가 일 끝내고 와야만 할 수 있지만요.”
레이시의 대답에 미네르바는 그래도 좋다면서 레이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비벼댔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애교에 작게 웃다가 하품하며 미네르바에게 사과했다.
“졸려서 먼저 자도 괜찮을까요?”
“으응, 알겠다. 옆에 있을 테니 같이 자자.”
레이시의 말에 레이시가 아직 부상 중에 있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요람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고 눕더니 날개로 레이시를 껴안았고, 레이시는 오랜만에 덮는 날개 이불에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가 몸을 돌려 미네르바에게 안겨 잠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레이시의 숙면은 오래 지나지 않아 끝나고 말았다.
“빼애애애앵!”
큰 소리로 울면서 발을 버둥거리는 레아와 미르.
레이시는 그 두 사람의 울음소리에 곧바로 눈을 뜬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고, 옆에 누워있던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일어나자 동시에 일어나서 레이시에게 도와줄지 물어봤다.
“죄송해요……, 두 사람 좀 제 품에 안겨주시겠어요? 목 받쳐줘야해요.”
“알겠다. 주인.”
레이시의 부탁에 미네르바는 미스트가 에일렌을 안을 때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미르와 레아를 레이시의 품에 안겨주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에게 고맙다고 말하면서 애들을 달래주기 시작했다.
“배가 고픈 건가?”
“아니요, 제가 안 안아줘서 우는 거예요. 안기면 기분 좋잖아요.”
“흐으으응…….”
“에헤헤, 그래도 미네르바가 도와줘서 살았어요. 안 그러면 다른 사람 불렀거나 제가 일어나서 요람에 갔어야 했을 텐데.”
“……헤헤.”
레이시의 칭찬에 환하게 웃으면서 자기가 내일 밤에도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미안하다는 듯 미네르바에게 안겼다.
“내일은 아침에도 부탁할 거 같은데…….”
“괜찮다. 나는 주인의 미네르바이니까.”
“고마워요. 정말로.”
“에헤헤~.”
레이시의 감사인사에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배시시 웃는 미네르바.
자신의 몸을 부드럽게 안아주는 미네르바의 손길에 레이시는 아이들을 재우다가 애들과 함께 미네르바의 품에서 잠들기 시작했고,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조심스럽게 레이시를 침대에 눕히고 앉은 채 자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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