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6화 〉 복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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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의 경우에는 조산이 꽤 많다.
배에 자리가 없기 때문인지, 그게 아니라면 모체에서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런 경우가 많았고 레이시도 그런 것 때문에 갑자기 진통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이거 심장에 나쁘잖아.”
“에, 에헤헤……, 죄송해요.”
“몸은 괜찮아?”
책을 대충 던져두고서 한숨을 푹 내쉰 엘라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레이시는 미르와 레아를 안고서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다.
“저는 괜찮아요. 아이들도 괜찮고요.”
“그래? 뼈는 언제 아문데?”
“며칠 걸린대요. 그동안에 가벼운 산책은 되는데 숟가락 이상으로 무거운 걸 들면 혼낸다면서 미스트가 신신당부했어요.”
“안전한 게 중요하니까.”
레이시의 뺨에 입을 맞추면서 수고했다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입맞춤에 배시시 웃다가 품에 안긴 두 아이를 바라봤고, 곤히 자는 아이들의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아직 몸이 아프다 못해서 관절이 다 뜯어질 것 같긴 하지만, 아이들을 보니 고통이 절로 잊혀질 정도로 행복감이 몰려온다.
나중에 밥을 달라고 울거나 그러면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모습을 볼 때만큼은 행복하다.
“에일렌도 이렇게 어렸었는데 이제는 혼자서 걷기도 하고……, 감회가 새롭네요.”
“그러게.”
“에일렌에게 가줄래요? 한동안은 같이 놀고 싶어도 같이 못 놀 테니까 에일렌이 섭섭해할 거예요.”
“응, 그럴게.”
레이시의 부탁에 걱정하지 마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가 방에서 나가자 침대 옆에 앉아서 자기를 돌봐주던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산후조리를 위한 음식을 준비하다 말고 레이시에게 다가가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조금 자요. 미르랑 레아, 낮에는 제가 돌볼게요.”
“으웅.”
“공주님도 가셨잖아요. 모두 한 번씩 뵈었으니까 주무세요.”
출산 후에 미네르바와 아샤, 엘라와 차례대로 이야기를 나눈 레이시.
진통도 길었던 데다가 꽤 난산이었기 때문에 미스트는 레이시를 강제로 눕힌 다음에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길에 어색하게 웃다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가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러자 레이시는 곧바로 잠들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수고했다며 평소보다 방을 따뜻하게 데운 다음 피가 묻은 수건과 출산에 쓴 도구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침대를 개조해볼까요…….”
동양식의 방처럼 침대도 그런 식으로 만들면 괜찮지 않을까?
사람이 빨리 회복하려면 따뜻한 게 중요하니까 그런 식으로 침대를 만들어두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따뜻한 공기로 데우면 침대에 손상도 덜 갈 테니까 말이죠.”
혼잣말을 하면서 방을 깨끗하게 치우고 미르와 레아에게 가는 미스트.
레이시의 침대 바로 옆 요람에서 곤히 자는 두 아기의 모습에 미스트는 잠시 아무 말 없이 미르와 레아를 바라보다가 이내 복잡한 마음이 들어 한숨을 내쉬면서 두 사람의 뺨을 조심스럽게 만졌다.
“후우우우…….”
“왜 그래?”
“……아, 공주님. 무슨 일이신가요?”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네가 이럴 거 같아서 온 거야. 이렇게 보여도 너보다 선배잖아.”
“아하하.”
엘라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는 미스트.
미스트는 자기를 쳐다보는 엘라를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피식 웃으면서 자기가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제가 아는 육아법은 전부 암살법이라서요. 어릴 때부터 먹는 양의 독을 천천히 늘린다거나 그런 거예요. 그런데 그런 걸 제 아이에게 할 수는 없잖아요.”
“평범하게 해, 에일렌에게 하는 것처럼.”
“할 수 있을까요?”
“못 할 것도 없지.”
엘라는 미스트의 질문에 당연한 걸 묻지 말라는 듯 피식 웃으면서 미스트의 등을 가볍게 두들겼다.
가볍게 두 번.
미스트는 엘라의 손길에 눈을 깜빡이다가 미르와 레아를 바라보다가 이내 배시시 웃으면서 두 사람을 만지던 손을 떼어낸 다음 일을 하러 가야겠다고 말했다.
“참, 그 일 말인데, 안 바쁘면 아빠한테 다녀와.”
“네?”
“레이시와의 일 때문에 의논할 게 있다나봐.”
“알겠습니다.”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국왕이 자기를 부른 이유를 추리하기 시작했다.
대체 왜 자기를 부르는 걸가?
왕가와 관련된 사람 중에 평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 때문에?
하지만 그건 국왕과 왕의 후계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
엘라처럼 왕가에 충성을 다하는 귀족과 같은 입장에선 꼭 귀족만이 배우자가 되는 건 아닐 텐데…….
내가 캘러미티 가문을 부활시키려고 생각하는 걸까?
그 부분이라면 전자의 추측보다는 훨씬 가능성이 있는 추측이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국왕이 직접 그렇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게 아니겠지.
아마 국왕 근처에 있는 녀석들이 지레 겁을 먹고 자기를 견제하려는 것이리라.
확실히 캘러미티 가문에서는 그들의 비리도 모으고 있었으니 불도 떼지 않은 굴뚝을 바라보는 건 아니겠지만…….
“겁쟁이네요.”
내가 발악해서 모든 걸 다 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하는 걸까?
미스트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이내 미네르바에게 레이시와 만날 때 주의할 점을 알려준 다음 왕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때와 다른 시선으로 자기를 쳐다보는 사람들.
어제 왕궁 안에서 텔레포트를 썼으니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자신을 미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자신의 권력을 키울 수 있는지 없는지 보는 그 미묘하면서도 익숙한 그 시선에 미스트는 한숨을 내쉬다가 국왕의 사무실로 들어갔고, 집무를 보고 있던 국왕은 주변 사람들을 물린 다음 미스트에게 의자를 권했다.
“아이는 잘 태어났니?”
“네, 무사히 태어났습니다.”
“그거 다행이구나. 혹여나 아이가 아프다면 말해. 약을 준비해주마.”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저를 부르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음, 네겐 싫은 이야기일수도 있다.”
“제게 공주님 곁에 있게 해주셨으니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미스트의 말에 잠시 눈을 감더니 고민하는 국왕.
미스트는 그런 국왕의 모습에 무슨 일을 부탁하려고 그러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검성을 떠올리고는 혹시 검성을 암살하기를 원하는 거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국왕은 그런 건 아니라며 고개를 좌우로 젓다가 이내 미스트에게 한 서류를 건네주었다.
“어?”
그리고 그 서류를 읽은 미스트는 순간 멍하니 입을 벌리고서 자기가 본 게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캘러미티 가문의 복귀에 관련된 내용.
그 미친 암살 가문을 다시 복귀시킨다는 내용에 미스트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이유를 물어보았고, 국왕은 미스트의 질문에 신성왕국과 연맹국의 내부 사정이 적혀 있는 서류를 내밀었다.
“이건……?”
“블루드의 추종자들이 서로 협력해서 연맹과 신성왕국의 전쟁을 부추길 모양이더구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활동중이고.”
“블루드 왕자님의 파면은…….”
“진행 중이지. 하지만 쉽지만은 않단다. 너도 알다시피 근처 왕국의 과반수의 찬성이 없다면 폐위시킬 수 없지.”
폭군의 탄생을 막기 위한 조약.
실제로 몇 번인가 이 조약으로 폭군을 막았기에 악법이니 상황에 안 맞는 조약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기에 국왕은 골치아프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고, 미스트는 그런 국왕의 반응에 손을 들며 의문점을 물어봤다.
“하지만 캘러미티 가문이 부활한다고 해서 지금 당장 상대 스파이들을 억제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이름이 중요한 게지. 내가 캘러미티 가문을 되살리겠다고 말하는 순간 상대방들은 캘러미티 가문의 부활을 신경 안 쓸 수가 없지. 거기에다가 다들 극비라고는 하지만 네가 캘러미티 가문의 모든 기술을 외우고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그러니 더욱 강한 억제제가 될 거야.”
“그렇다고 미친 암살자 집단을 되살릴 수 없잖아요? 그리고 정보조작은 잡무부, 전투부, 암살부, 정보조작부……. 이 네 개의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야만 어떻게 시도할 수라도 있는 거고요.”
“음, 그렇지. 그러니 처단자 가문으로 되살리려고 한다네. 즉, 미스트 T 캘러미티가 아니라, 미스트 E 캘러미티가 되어줬으면 하네.”
“익스큐셔너……. 흐음, 알겠습니다.”
“받아주는 겐가?”
“레이시와 결혼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는 거죠?”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국왕의 부하들이.
이번 일은 국왕이 직접 생각해냈다고 보기에는 너무 겁쟁이의 일처리 방식이다.
국왕이라면 자기 특수부대를 움직여서 조용히 처리할 테니까.
그러니까 이건 국가의 힘을 강하게 보이려고 하는 겁쟁이들의 방식이다.
미스트의 추측은 정답이었는지 국왕은 미스트의 말에 쓰게 웃더니 희생해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싱긋 웃더니 귀족으로서의 지원은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지원자들은 기사가 아닌 군인 쪽에서 받아주시고요. 하루에 8시간 이상 근무는 하지 않겠어요.”
“8시간은 좀 짧지 않나?”
“정보체계는 국왕님의 부대의 것을 그대로 사용할 테니 제가 가르쳐줄 건 별 거 없을 거예요. 굳이 따지자면 독과 암살법 정도겠죠? 그것만 배워도 도망칠 때 충분할 테니까요.”
“연기나 다른 부분은 안 가르쳐주는 겐가?”
“그건 재능의 영역이니까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샤먼이라도 부르시는게?”
“음……, 알겠네. 그럼 다음에 보지.”
국왕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이고 저택으로 돌아가는 미스트.
저택으로 돌아간 미스트는 식은땀을 흘리며 힘들어하는 레이시를 보고 이마를 닦아준 다음 아까 떠올랐었던 아이디어대로 침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에 완성된 침대.
레이시는 하루를 꼬박 잔 다음에 일어나 레아와 미르에게 젖을 물렸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싱긋 웃더니 침대를 다른 것으로 바꾸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레이시, 몸 상태는 어떤가요?”
“괜찮아요. 엉덩이가 아직 조금 아프지만요.”
“뼈가 그렇게 금방 아물진 않으니까요. 그래도 레이시의 몸이라면 오늘 점심에는 걸어 다닐 수 있을 거예요. 배도 금방 꺼질 거고요.”
레이시의 배를 쓰다듬어주며 많이 아프냐고 물어보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질문에 그렇게 많이 아프지는 않다며 배시시 웃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조금 따뜻하게 하면 금방 나아질 거라며 레이시를 새로 만든 침대에 앉힌 다음 침대 헤드 근처에 있는 마석을 조작했다.
“앗, 따뜻해진다.”
“동양의 온돌? 그걸 보고 따라해봤어요. 참 신기하네요. 침대 자체를 따뜻하게 만든다는 발상을 어떻게 한 걸까요?”
“에헤헤, 그러게요.”
“온도가 뜨겁지는 않나요?”
“네, 괜찮아요.”
“다행이다. 레아와 미르는 어때요?”
“둘 다 에일렌보다 좀 많이 먹네요.”
가슴을 세게 빨리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미스트를 바라보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자기가 일을 하게 되었다고 말해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축하한다고 말하면서 무슨 일을 하게 되었냐고 물어보았다.
“캘러미티 가문의 복구요.”
“……네?”
“하루 7시간 근무에 보험 적용되고 이것저것 다 들어간 좋은 직장이에요. 대신 점심에는 좀 쓸쓸해지겠네요. 혹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이 호루라기를 뜯어주세요. 그럼 곧바로 레이시에게 달려갈 테니까요.”
레이시의 손에 비상 연락용 호출기를 쥐어주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미스트를 올려다보면서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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