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2화 〉 학교를 지었더니 명예직을 받았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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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미스트 님께서 직접 마중을 나오실 필요는 없으신데, 마중을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뇨, 아멜리아는 레이시 님이 국왕님께 하사받은 도시입니다. 엘라 공주님의 메이드인 제가 직접 일을 직접 도맡아 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그나저나 저 뒤의 분들은…….”
“아, 대학원생들입니다. 그나마 젊은 애들이라 직접 짐을 들고 이동하기로 했었죠.”
“마차를 이용하라고 지원금은 적절하게 나왔을 텐데요?”
“교재를 미리 구매해서 오느라……, 아, 아하하하. 저희도 옷이랑 그런 것들은 거의 다 버리고 책을 짊어지고 오는 길입니다.”
교수 중에는 대학원생을 노예처럼 부리는 사람도 있다더니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아닌걸까?
미스트는 교수의 가방 안에도 빼곡하게 들어있는 교재를 보고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하양이에게 마차를 끌어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하양이는 미스트의 질문에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투레질을 하다가 미스트에게 간식을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스트는 쓰게 웃으면서 하양이의 다리에 보호구를 끼워준 다음 하양이의 입에 옥수수와 당근을 넣어주었고, 하양이는 미스트의 선 계약금에 얌전히 마차를 끌기 시작했다.
“오, 오오오…….”
“그럼 가는 길에 공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요?”
“아, 물론 괜찮습니다.”
“혹시 지금 학교의 설계도가 있습니까?”
“네, 여기에 있습니다.”
미스트의 말에 설계도를 내미는 교수.
교수가 만든 설계도는 건축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았는지 꽤 완성도가 높았다.
흠집을 잡으려면 안전 시설에 과하게 투자했다는 것인데, 그건 아이들을 키운다는 시설의 특수성을 생각해보면 별로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방비를 튼튼하게 한 다음 비상시에는 피난시설로 쓰면 되고.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설계도를 넘겨주면서 지금 인부들의 상태를 알려주면서 일은 내일부터 곧바로 진행될 거라고 말했고, 교수들은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교수들끼리 순번을 정하기 시작했다.
미스트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이야기가 정리되자 대학원생들의 얼굴을 보면서 레이시와 대학원생이 직접 만나지 못하게 막아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네? 왜죠? 명예교수직을 수여하려면 모두가 보는 앞이 좋지 않나요?”
“레이시 님은 지금 회임 중이시라 아이에게 악영향을 줄 행동은 피하려고 하시거든요. 분명 좋은 일인 건 확실하지만 너무 많은 분과 만나면 피로감을 호소하실 겁니다.”
“아, 아아, 그, 그거 축하드립니다. 그렇군요.”
처음에는 인간의 기준으로 생각하며 그게 가능하냐고 생각하던 교수.
하지만 미스트의 옆에 있는 아샤를 보자 레이시가 사람이 아니라 야차라는 걸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거렸고, 그럼 자기 중 한 명이 대표로 명예교수직을 수여하겠다고 말했다.
“그 부분은 조정이 가능한데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하면 좋겠습니다. 이쪽 체면도 있어서 왕족과 관련된 분에게 대충 교수직을 줬다고 소문나면……. 그, 그게 저희가 불경죄로…….”
“네, 그 부분은 레이시 님도, 저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제가 레이시 님과 이야기해서 조절해보겠습니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이는 교수.
아샤는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하양이가 투레질하자 시선을 돌려 마을을 바라봤고, 꽤 가까워진 마을과의 거리에 마차의 문을 두들기면서 신호를 줬다.
“슬슬 도착해, 미스트.”
“아, 벌써요?”
“‘벌써요?’가 아니라 레이시를 단상에 세우는 이야기로 한 시간이나 떠들었잖아.”
눈을 깜빡이면서 미스트를 바라보는 아샤.
미스트는 아샤의 시선에 싱긋 웃다가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다시 하자면서 교수들을 보냈고, 교수들은 미스트의 말에 그럼 다음 날 아침에 보자면서 마차에서 내릴 준비를 끝냈다.
그리고 아멜리아에 도착하자 루룬의 사용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교수들을 반겨주었고, 교수들과 대학원생은 사용인들의 인사에 미스트와 아샤에게 인사한 다음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나마 사람 취급을 받은 대학원생들인가보네.”
“그러게요.”
“저번에 봤었던 군사학 대학원생은 눈이 퀭해서 암살부대인줄 알았는데.”
나름 활기찬 뒷모습으로 떠나는 교수와 대학원생들.
두 사람은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자기가 우려하던 일은 안 일어나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레이시에게로 돌아갔고, 레이시는 모두와 함께 잠을 자다가 차가운 공기가 방으로 들어오자 눈을 뜨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으응……. 오셨어요?”
“마저 자도 괜찮은데.”
“에헤헤, 많이 자서 괜찮아요.”
하품을 늘어지게 하다가 아샤에게 팔을 벌리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의 애교에 난처한 듯 눈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레이시에게 다가가 레이시를 안아주었고, 레이시는 아직 졸음기가 다 가시지 않은 얼굴로 아샤의 목덜미에 뺨을 비비다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스트는요?”
“밖에서 차 끓이고 있어.”
“그렇구나. 이대로 가요.”
아샤는 레이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좀 더 자도 괜찮다며 말리다가 레이시가 이부자리를 정리하자 한숨을 내쉬면서 미스트에게 갔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일어날 줄 알았다는 듯 곧바로 차를 건네주었다.
“레이시, 일어나자마자 죄송한데 일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요?”
“후아암~ 네에. 무슨 일인가요?”
“방금 아샤하고 교수분들을 마중 나가고 왔어요. 내일이면 아마 공사가 시작될 건데 그 때 레이시에게 명예교수직 수여식이 있을 거예요. 거기에 나가서 인사해주실래요?”
“……?”
미스트의 말에 차를 마시는 모습 그대로 굳어버리는 레이시.
잠시 후 레이시는 눈을 깜빡이다가 대체 자기가 왜 명예교수가 되는 거냐며 물어보듯 손가락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켰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싱긋 웃으면서 단순 명예직이라 다른 무언가는 없을 거라고 말했다.
“아,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닌데…….”
“아하, 그런 이야긴가요?”
“네! 그, 그런 이야기에요!”
“남들이 어떻게 볼지 모르겠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레이시가 땅을 국가사업을 위해서 자신의 도시를 흔쾌히 내준 거니까요. 아무 실익도 없는 명예교수직이라면 내줄만 하다고 판단한 거겠죠?”
“……다른 도시의 여러분들은 따로 공간을 안 내주신 건가요?”
“네에~, 원래 있는 도시는 따로 떨어져 있지만, 보육원과 기초학교, 전문학교, 대학교 등등 다 있으니까요. 그들의 반발을 무시하고 시범 학교를 짓긴 좀 그렇죠. 그렇다고 국가에서 지원금을 주기도 뭣한 게 이건 굳이 없어도 되는 실험이라……. 학회는 학회 나름대로 국왕님이 지시한 프로젝트이니 꼭 해야겠고……, 그래서 그나마 줄 수 있는 명예교수직을 주는 거예요.”
“에에. 꼭 받아야 하죠?”
“네, 그래도 이거로 뭔가 일을 해야 한다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정말 아무런 권한도 없는 이름뿐만인 직책이거든요. 명예 기부자 같은 거예요.”
“으으으응~.”
한 달 동안 단념하는 방법을 배워서인지 미스트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다시 차를 마시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이제 단념한 거냐며 작게 웃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어차피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하는 수밖에 없지 않냐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미르랑 레아에게도 그 쪽이 더 나을 거고요.”
“아하하, 강해지셨네요”
“아하하…….”
레이시의 반응에 레이시의 배를 바라보던 미스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레이시의 옆에 앉아 손을 겹쳤고, 레이시는 미스트가 깍지를 끼자 가볍게 입을 맞추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에헤헤, 저녀어으븝!”
하지만 대화는 레이시가 헛구역질하면서 끝나버렸고, 레이시는 몰려오는 구토감에 곧바로 도망치듯 화장실에 들어가 토하기 시작했다.
에일렌 때는 안 그랬지만쌍둥이라서 그런 건지 꽤 심한 입덧.
미스트는 걱정하는 얼굴로 레이시를 뒤따라 갔다가 입을 헹구는 레이시를 보고는 수건을 들고 입가를 닦아주었다.
“우웨에에에에…….”
“많이 힘들어요?”
“으으응, 저는 괜찮은데 벌써 이래서는 애들 셋을 돌볼 수 있을까 걱정이네요.”
입가를 닦아내면서 사과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가 왜 사과하는 거냐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사랑한다며 레이시의 귀에 속삭였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속삭임에 얼굴을 붉히면서 미스트의 몸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아이는 같이 키우는 거니까 레이시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려고 하지 말아주세요.”
“에헤헤, 네에.”
“……수여식 때 화장실 근처에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해줄까? 아니면 미리 구덩이라도 파둬? 건축현장이라 3m 깊이로 파놓으면 아무도 모를 건데.”
레이시의 입덧에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그렇게 깊은 구덩이는 필요 없지 않겠냐며 어색하게 웃다가 1m 정도로만 구덩이를 파달라고 부탁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긴장감이 강해지면 그대로 토해버릴지도 모르니까…….
긴장감이 강해지거나 오랫동안 한 자세로 있으면 입덧이 심해진다고 생각한 레이시는 아샤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했고, 아샤는 레이시의 대답에 레이시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날, 다 같이 공사장을 방문한 레이시는 대학원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자 움찔 떨면서 대학원생의 얼굴을 바라봤다.
뭔가 꾹 참고 있는 모습이 마치 교수의 말이 없었다면 단번에 자기에게 달려들었을 모습이라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다가 시상대 위로 올라갔고, 교수는 레이시가 위로 올라오자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아멜리아에 땅을 내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레이시 루피너스 남작님의 결단이 없었다면 우리는 앞으로의 한 발자국을 걸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 아하하……, 도움이 되었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앞으로도 오라토리엄 왕국을 위해서 힘써주세요.”
“네, 이 늙은 몸이 제 꿈을 받쳐주는 한 열심히 후학을 양성하고 오라토리엄 왕국의 교육학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명예교수 학위를 건네주는 교수.
레이시는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공손하게 인사를 받는 게 영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게 웃었지만, 이것도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교수의 인사를 받아주었고, 교수는 레이시가 학위를 들어주자 두 달에 한 번씩은 수도로 보고서를 올리겠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열심히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그, 아이가…….”
“아,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오래 붙잡아 두었군요.”
“이건 엘라 공주님께서 힘내라고 주는 회식비에요. 맛있게 드세요.”
회식 한 번에 500만 하랑…….
일반 숙련공의 2달 월급에 레이시는 입이 짧은 것 같은 교수들이 과연 다 먹을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돈이 남으면 어련히 잘 쓰겠지 싶어 고개를 꾸벅 숙인 다음 엘라에게 다가갔고, 엘라는 레이시가 다가오자 레이시를 안아주면서 슬슬 아멜리아에서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왕궁에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미르와 레아를 보고 싶으니까.”
“으, 으응~.”
“떠날 준비는 우리가 할 테니까, 레이시는 인사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말하고 와.”
“네, 그럴게요.”
엘라의 말에 엘레오놀에게 다녀와도 괜찮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조심해서 다녀오라면서 아샤와 미네르바에게 레이시를 부탁했고, 레이시는 자기 호위로 붙은 두 사람의 손을 잡고서 엘레오놀이 일한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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