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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411화 (411/542)

〈 411화 〉 학교를 지었더니 명예직을 받았다­3

* * *

미스트와 아샤의 보고가 있고 나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가을의 마지막 달이 되었고, 그동안 레이시의 배도 조금씩 부풀기 시작했다.

“으으으응……, 아이 이름 정해야 하는데…….”

이걸로 임신 2개월하고도 보름.

에일렌은 레이시의 배가 부푸는 게 영 신기한지 레이시의 배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면서 레이시의 배를 만지작거렸고, 미스트는 에일렌이 그렇게 할 때마다 움찔움찔 떨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자기가 엘라와 비슷한 상황이 될 줄이야…….

다른 건 몰라도 자기는 엘라처럼 이름을 못 짓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미스트는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레이시의 눈치를 살폈고, 엘라는 그런 미스트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서류를 읽었다.

왕궁에서 지원해줄 테니 대학원생과 교수를 보내기 전까지는 학교의 터만 다지고 짓지는 말아 달라고 부탁한 것 때문에 한 달 동안 터만 다진 상황이 적힌 서류.

엘라는 그런 서류의 내용에 기지개를 켜면서 아샤를 불렀고, 아샤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엘라에게 다가갔다.

“왜?”

“그, 대학원생들은 조금 진정한 거 같아?”

“……뭐, 다들 노력은 하는 거 같은데…….”

“안 된다는 거네?”

“대학원생 중에는 이번 사업으로 박사가 되겠다면서 5년 이상 구른 녀석도 있을 테니까 진정할래야 할 수 없는 거겠지.”

엘라의 말에 씁쓸하게 웃는 아샤.

자기는 공부를 잘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농담으로 교수에게 죄를 저지른 대학생들이 전부 대학원생이 된다는 말을 하는 걸 보면 편하지는 않겠지.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엘라에게 레이시와 대학원생을 떼어놓을지 물어보았고, 엘라는 아샤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레이시의 얼굴은 보여줘야지. 기껏 사람들을 불렀는데 레이시의 지지세력으로 못 만들면 조금 아쉽잖아.”

“괜찮을까……?”

“행사장에 나가는 정도의 일이니까 괜찮겠지. 얼굴만 보여주면 되는 일이야.”

“하긴.”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샤.

아샤는 엘라에게 그럼 그렇게 하겠다면서 미스트와 가볍게 투닥거리는 레이시를 바라봤고, 아이의 이름으로 신나게 떠들어대는 두 사람의 모습에 아샤는 눈을 깜빡이다가 어깨를 으쓱인 다음 밖으로 나가 미네르바를 찾았다.

나비와 사냥을 끝내고 왔는지 입가에 피와 살점을 잔뜩 묻힌 나비와 발에 피가 잔뜩 묻은 미네르바.

아샤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대체 뭘 죽이고 온 거냐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미네르바는 루룬이 죽여도 되는 녀석들을 그림으로 보여줬다면서 종이를 내밀었다.

“몬스터를 제외하고는 너무 죽이지 마. 몬스터는 던전에서 꾸역꾸역 나오지만 동물은 그게 아니니까.”

“응, 알고 있다.”

미네르바는 아샤의 말에 그래서 덩치 큰 몬스터만 죽였다고 말하면서 아샤에게 구슬을 던져줬고, 아샤는 미네르바가 던진 구슬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몬스터의 체내에서 생산된 고급 마석이라는 걸 깨닫고는 뭔가 가지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봤다.

“마석을 팔면 돈이 꽤 나올 건데.”

“주인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

“레이시라면 네가 쓰라고 할 테니까 원하는 물건이나 말해.”

“으으응……, 딱히 없다. 아샤가 가져라.”

“그래도 돼?”

“나는 그런 거 쓸모 없으니까, 아샤가 가져라. 대신에 다음 식사 시간 때 주인 옆자리에 앉게 해주면 좋겠다.”

“알았어.”

아샤의 말에 한참을 고민하던 미네르바는 아샤와 식사 시간의 자리를 거래하고 나서 나비와 함께 마구간 옆에 달린 말을 씻기는 곳으로 갔고, 아샤는 미네르바에게 도와준다면서 먼저 피만 씻고 온천에 들어가라고 말했다.

“뜨거운 물은 싫은데.”

“바닥이 따뜻한 건 참아도?”

“바닥이 따뜻한 건 자주 있는 일 아닌가? 돌 위에서 낮잠을 자면 따뜻해서 기분이 좋다.”

“……그래? 그래도 따뜻한 물로 씻어야 레이시가 좋아할 거 같은데. 피 냄새는 찬물로 씻으면 잘 안 빠진다고.”

“으, 으윽…….”

아샤의 말에 신음하다가 한숨을 내쉬던 미네르바.

하지만 이내 아샤의 말대로라면서 미네르바는 몸을 씻으러 발걸음을 옮겼고, 아샤는 미네르바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비가 그르릉거리는 소리에 나비의 털에 샴푸를 발라서 씻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비의 털을 깨끗하게 씻기고 말리자 루룬이 다가왔고, 아샤는 루룬이 보이자 나비에게 커다란 공을 주면서 놀라고 말한 다음 루룬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아샤 씨, 레이시 씨는 어디에 계시나요?”

“응? 왜? 무슨 일 있어?”

“학교터를 다 다져서 인부들이 교수님들이 언제 오냐고 난리라서요. 레이시 씨나 공주님께서 한 번 정리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런 거라면 내가 할게.”

“괜찮으시겠어요?”

“은퇴했다고는 하지만 전 벽천화 기사단의 단장이고 엘라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얼굴하고 이름이 팔린 상태니까 내가 나와도 괜찮겠지. 그리고 내가 엘라의 전속 기사가 되었다는 건 1년 조금 넘은 일이니까 여기까지 이야기가 전해졌을 거야.”

“음, 상인들은 전부 아는 눈치였죠. 그럼 아샤 씨가 해도 괜찮겠네요.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응. 다른 애들은 바쁘니까 안 돼.”

“레이시 씨의 임신 때문에 그렇죠? 야차는 참 특이하네요.”

“종족 번식의 관점에서 보면 야차보다는 인간이 더 이상해.”

몸은 더럽게 약한 주제에 아이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엄청 오래 걸기고 아이를 낳는 것도 다른 동물보다 훨씬 위험하게 낳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야차가 4개월 만에 아이를 키우고 낳는 것은 인간의 그것보다는 훨씬 합리적이었다.

“내가 볼 땐 배가 아직도 안 부푼 네가 더 신기해.”

“전 아직 3개월이니까요.”

“야차 3개월이면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서 안에 있는 아이가 움직이는 것도 느낄 수 있어. 에일렌 때 그랬거든.”

“어머, 그런가요?”

“그것보다 빨리 일이나 하자. 잠시만 기다려.”

갑옷을 입고 나오더니 루룬에게 가자고 말하는 아샤.

루룬은 아샤의 완전 무장은 오랜만에 본다면서 작게 웃다가 아샤와 함께 인부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갔고, 인부들은 완벽하게 다진 땅에 앉아서 육포를 뜯다가 아샤를 보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아샤를 바라봤다.

대도시에서 일했었던 경험이 있는 반장과 작업감독 중 몇 명은 멀리서나마 본 적이 있는 아샤의 모습.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아샤 특유의 한쪽 뿔이 부러진 모습에 사람들은 허리를 90도로 꾸벅 숙이면서 아샤에게 인사했고, 아샤는 그런 사람들에게 손을 들어 편하게 있으라고 말한 다음 공사진행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공사 진행이 더뎌져서 여러 손해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 손해액은 어느 정도라고 예상하지?”

“그, 그게……. 저희들 모두의 손해액을 생각하면 3~4억 하랑 정도…….”

“그런가? 그 돈의 일부는 국가가 배상해줄 것이다. 그러니 조금 더 참아주도록.”

“그, 학자 선생님들은 언제 오는 겁니까?”

“학자들은 오늘 저녁이나 내일 아침이면 오겠지. 왕궁과 통화를 했을 때 얼마 뒤에 온다고 말했었다.”

“끄응.”

“그것보다 오늘 당장에 할 일이 없으면 다음에 있을 공사를 대비해서 회식이나 하는 게 어떤가? 고기는 내가 사주지.”

“저, 정말입니까?”

“정말이다. 수고했다. 사비로 고기와 음료를 사줄 테니 오늘은 편히 쉬도록.”

아샤의 말에 눈치를 보는 인부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인부들은 아샤와 루룬이 회사 사장보다는 높은 직급이라고 생각하면서 어색하게 웃으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고, 아샤는 인부들이 불만을 잠재우고 모이기 시작하자 루룬에게 미네르바가 얻은 마석을 건네주었다.

“이걸 줄 테니까 적당히 고기랑 음료수를 사서 건네줘.”

“마석이네요? 꽤 고급인데…….”

“돈 모자라면 말해.”

“아뇨, 이 정도면 충분해요. 인부 분들이 300명을 넘어서 조금 애매하지만요.”

평범한 남자나 여자가 300명 모여서 고기만 먹는다고 친다면 450인분을 준비하면 충분히 먹겠지만, 인부들이니 최소 600~700인분은 준비해야겠지.

조금 돈이 모자랄 수는 있겠지만……, 엘라와 아샤에게 손을 벌릴 정도로 돈이 모자라지는 않다.

그렇게 생각한 루룬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마석을 건네줘서 고맙다고 말했고, 아샤는 루룬의 인사에 손을 휘휘 저으면서 고기나 제대로 먹여주라고 부탁했다.

“그럼 나는 가볼게.”

“그럼 저를 따라오시겠어요?”

“우왓!? 미, 미스트 씨? 오, 오랜만이네요. 그 등장 방식.”

“놀라게 했나요? 죄송해요. 그런데 아샤는 하나도 안 놀랐네요?”

“……하아. 그림자에서 나타나지 마. 그로테스크하거든?”

점막에서 손이 쭉 뻗어나오더니 뚝뚝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나오는 미스트.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지만 우아함을 유지하고 있는 게 미스트답다면 미스트다운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아샤는 손도끼를 뽑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졌지만, 일단 한 번 참은 다음 미스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아샤에게 학자들이 오고 있으니 마중을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저랑 아샤, 둘이서 나가면 괜찮을 거 같아요.”

“그래? 그럼 가자……. 하아. 갑옷 벗기 전에 말이지.”

“알았어요. 루룬 님, 죄송했습니다.”

“아, 아니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루룬의 인사에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쉬는 아샤.

아샤는 미스트를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평범하게 자기를 찾아올 수도 있지 않았냐면서 왜 굳이 그림자를 타고 왔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아샤의 질문에 싱긋 웃으면서 중간에 아샤가 버릇처럼 흔적을 지워대서 찾기 귀찮았다고 말했다.

“저는 편한 방법을 뒤로 하고 귀찮은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이 아니라서요.”

“그래도 사람들이 놀라잖아.”

“인부들은 못 봤고, 루룬 씨는 침대에서 몇 번인가 제가 이렇게 나타나는 걸 봤으니까 괜찮아요. 오늘도 단순히 조금 놀랐다 뿐이고요.”

“퍽이나 그러겠다. 임산부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라고.”

가볍게 투덜거리면서 하양이의 등 위에 올라탄 아샤는 미스트에게 오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되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아샤의 질문에 교수 3명과 대학원생 10명, 일반 선생 15명과 보육선생 15명이 온다고 말해주었다.

“……교수랑 대학원생은 둘째치고, 선생이 그 정도로 충분하려나?”

“네, 아멜리아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아직 나이가 3살이니까요. 선생들은 와서 교재부터 만들겠죠. 기본적인 법령과 수학과 과학, 문학과 예술과 관련된 교과서를요. 제가 만든다고 한다면 1개월도 안 걸리고 만들겠지만……, 대학원생과 선생들이 교수의 컨펌을 받아가면서 교과서를 만든다고 한다면 2년 정도 걸릴 테니 딱 맞는 시간이에요. 보육 교사는 딱히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 없고요. 그 사이에 아멜리아의 거주민에서 선생을 뽑을 테니 선생의 수가 부족할 걱정은 안 해도 괜찮아요.”

“그러려나? 네 말대로라면 조금 빠듯할 거 같은데.”

“네, 그렇답니다. 그리고 만약 실패해도 교수의 실패. 저희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답니다.”

“하기야…….”

가까운 사람의 실패에 동정심을 느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책임소재까지 올라간다면 미스트의 말대로 레이시에겐 아무런 책임이 없다.

책임이 있다면 아멜리아라는 도시를 건네줬었는데도 실패한 교수에게 있겠지.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한숨을 내쉬다가 문득 대학원생들이 떠올라 대학원생은 지금 어떤 상황이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아샤의 질문에 우뚝 멈추더니 하양이의 등을 쓰다듬었다.

“조심하세요.”

“……?”

“어쩌면 레이시를 중심으로 하는 신흥 종교가 나올지도 몰라요.”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뭐, 대학원생의 광기는 엄청나다는 거죠. 저로서는 몇 년이나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못하는 게 이상한 일이지만요.”

“…….”

미스트가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조금 심할 정도려나…….

그렇게 생각하던 아샤는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은 다음 하양이의 등을 다시 두들겨 출발 신호를 알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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