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0화 〉 학교를 지었더니 명예직을 받았다2
* * *
“그으, 괜찮아? 에일렌이 왜 그래?”
“그게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는 곳에 갔다가 놀랐나봐요. 아하, 아하하하…….”
레이시가 여관에 들어오자 아샤는 에일렌을 바라보며 떨떠름한 얼굴을 했고, 레이시는 아샤의 시선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뺨을 긁었다.
미스트에게 맡길 수 있었다면 그랬을 텐데…….
레이시는 잠시 그렇게 생각해봤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에일렌은 투정을 부리고 있어서 레이시는 에일렌을 열심히 달래주기 시작했다.
하긴 생각해보면 그동안 에일렌이 너무 착했지.
아기답지 않게 칭얼거리지 않았었으니까.
이번 기회에 에일렌이 싫어하는 것을 알아냈으니까 오히려 이득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아샤하고도 오래 못 있을 거 같아요.”
“그건 괜찮아. 그것보다 일은 괜찮아? 학교는 어떻게 됐어?”
“잘 됐어요. 이제 루룬 씨가 상인들에게 일을 나누어주고 학교를 짓기 시작할 거예요.”
“그렇구나. 응. 그럼 빨리 씻어. 갈아입을 옷이랑 튜브는 들어가면 내가 가져다줄게.”
“고마워요오오오.”
아샤의 말에 배시시 웃으며 아샤의 볼에 입을 맞추는 레이시.
늘 하는 애정표현이었지만, 에일렌은 그런 레이시의 행동도 마음에 안 드는 건지 그대로 레이시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면서 자기에게만 뽀뽀하라는 듯 투정을 부렸고,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행동에 어색하게 웃다가 빠르게 온천에 들어갔다.
“안 뜨거워요?”
“먀우우!”
“아하, 아하하하…….”
에일렌의 말에 에일렌을 자기 가슴 위에 올려두는 레이시.
에일렌은 레이시의 가슴을 튜브처럼 꽉 잡은 채 레이시의 팔 위에 앉았고,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행동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에일렌에게 많이 놀랐냐고 물어봤다.
“퓨뷰뷰뷰뷰.”
“아하핫~ 간지러워요.”
레이시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레이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바람을 부는 에일렌.
레이시는 에일렌의 투정에 어색하게 웃다가 에일렌을 안아든 채 입을 맞춰봤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입맞춤에 눈을 깜빡이다가 다시금 레이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물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튜브 들고 왔어.”
“고마워요.”
“혹시 몰라서 에일렌 장난감도 들고 왔으니까 여기에 놔둘게.”
“네에. 고마워요~.”
아샤의 말에 에일렌에게 고무 오리를 건네줘보는 레이시.
에일렌은 고무 오리를 손에 꽉 쥐더니 저 멀리 던져버렸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행동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장난감을 다시 에일렌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러자 에일렌은 곧바로 장난감을 반대쪽으로 던져버린 다음 레이시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행동에 어색하게 웃다가 혹시 장난감이 싫은 거냐고 물어보며 에일렌을 달래기 시작했다.
“마망! 마마아앙!”
“마망이 좋아요? 오리도 싫구?”
평소에는 목욕하기 싫어할 때도 오리 장난감을 쥐어주면 좋다고 놀았었는데…….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에일렌을 바라보다가 에일렌이 얼굴을 완전히 포옥 파묻고 자기에게 칭얼거리자 못 말린다는 듯 에일렌의 뺨을 만지작거리면서 목욕을 이어나갔다.
“츗…….”
“으뮤웅. 오오.”
“네에?”
“도오오.”
“또 해줘요?”
한 번 말을 하기 시작하자 빠르게 말을 배우는 에일렌.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발달에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짓다가 에일렌의 볼에 마구 입을 맞춰주었고, 한참을 뽀뽀 세례를 즐기던 에일렌은 서서히 목욕물을 못 견디겠는지 물장구를 빠르게 치면서 밖으로 나가자고 말했다.
“그만 씻을까요?”
“먀웅!”
“그럼 비누칠 빨리하고 나가요.”
에일렌의 말에 레이시는 에일렌과 자기 몸에 비누칠한 다음 빠르게 몸을 씻은 다음 옷을 갈아입고 침실에 들어갔고, 이내 뜨끈거리는 바닥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후에에에에…….”
자연스럽게 앓는 소리가 나오는 뜨끈한 바닥.
레이시는 이 바닥이 그리웠다면서 이불에 몸을 맡겼다가 에일렌이 일어나서 가슴을 만지작거리자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맘마 먹을래요?”
“맘마! 맘마!”
“에헤헤. 조금만 기다려요.”
아직 아침 겸 점심 시간이니까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에일렌에게 가슴을 물리고 등을 토닥여주기 시작했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손길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레이시의 모유를 빨아먹기 시작했다.
“후후, 맘마 먹고 코오 하는 거예요?”
“으웅…….”
벌써 졸리기 시작했는지 눈을 꾸벅꾸벅거리다가 이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자기 시작하는 에일렌.
레이시는 그런 에릴렌의 모습에 잠시 황당해하다가 웃음을 터트리면서 가슴을 닦은 다음 에일렌과 함께 이불 안으로 들어가 에일렌을 재우기 시작했다.
에일렌은 자면서도 떨어지기 싫은지 레이시의 팔을 꽉 잡았고,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다음부터 큰 소리가 나는 곳은 에일렌을 안 데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유식도 편식하지 않고 생선도, 고기도, 과일도, 채소도 잘 먹는데 설마 큰 소리가 나는 곳을 싫어할 줄이야…….
“에헤헤, 다른 건 다 의젓하면서 이런 부분에서 아기 같다니, 반칙이잖아요오오.”
내 딸이지만 왜 이렇게 귀여울까?
레이시는 자기가 팔불출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해서 에일렌의 검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다가 볼을 콕콕 찔렀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손길이 계속해서 느껴지자 편안한 얼굴로 새근새근 잠들기 시작했다.
“에일렌, 자?”
“네, 자요.”
미스트와 이야기하느라 뒤늦게 들어온 엘라는 그 모습에 레이시처럼 에일렌의 볼을 콕콕 찌르다가 외투를 벗으며 자기도 씻고 오겠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엘라의 외투를 받아주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괜찮아. 에일렌하고 자고 있어.”
“그치만 엘라는 일하고 왔는데 저만…….”
“괜찮으니까 자.”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추면서 레이시를 눕히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맙다면서 배시시 웃다가 다시 누워서 엘라가 나오기를 기다렸고, 엘라가 몸을 씻고 나오자 이불을 들어서 엘라가 들어오게했다.
“우웅, 미스트하고 무슨 일을 하고 오셨길래 이렇게 늦으셨어요?”
“일 관련해서 이야기했지. 학교 건설의 부지는 어떻게 되고 이런 것들 말이야.”
“그건 아멜리아의 사람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 일 아니에요?”
“맞아. 우리가 이야기한 건 국가에 보고하는 것. 그거랑 관련된 일이야. 국가의 연구자들이 5년 이상 연구했는데도 땅이 안 나와서 못 하던 실험이었으니까 레이시가 자신의 도시에 시험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해줬어.”
“그렇구나.”
엘라의 팔베개를 배고서 배시시 웃는 레이시.
레이시는 그 사람들이 기뻐하면 좋겠다면서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멍하니 레이시를 바라보다가 이내 웃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그러네. 그 사람들이 좋아하면 좋겠네.”
“우응? 왜 그런 반응이에요?”
“아니, 그냥. 레이시는 참 순수하다 싶어서.”
“으, 으으으응……?”
“그냥 그렇다고. 그 사람들도 좋아할 거야.”
그 좋아한다의 수준은 좀 많이 다르겠지만.
엘라는 레이시가 자기가 한 행동이 그 교육한 박사들에게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모르는 눈치자 키득키득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수마가 몰려오자 늘어지게 하품하다가 엘라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에일렌과 함께 꿈나라에 빠지기 시작했다.
“푸훗…….”
“공주님, 보고 끝냈습니다. 우선 대학원생들이 사전 조사차 온다고 하네요.”
“그래? 수고했어.”
“레이시는…….”
“자고 있어.”
“그렇군요.”
엘라의 말에 레이시와 에일렌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방의 온도는 괜찮냐고 물어보는 미스트.
엘라는 그런 미스트도 이것저것 신경 쓰지 말고 쉬라고 말하면서 레이시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면서 미소를 지었고, 미스트는 왠지 재미있어하는 엘라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레이시가 혹시 재미있는 일을 했는지 물어봤다.
“으음~ 뭐, 에일렌과 레이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지.”
“공주님도 차암, 꼭 이럴 때는 참 심술궂네요. 그냥 말해주세요.”
“그냥 레이시가 너무 순수해서.”
“아…….”
“레이시는 아마 자기가 몇 명의 대학원생을 구했는지 전혀 모를 거야.”
“아하하하, 그렇군요. 으음, 그래도 그 부분은 몰라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럼 너도 그거 비밀로 할 거야?”
국가사업을 실험하지 못하자 교육학회가 내건 감투인 명예교수.
이름만 들으면 나름 꽤 괜찮은 감투였다.
교수가 되려면 10년이 넘는 공부를 한 다음 박사의 아래에서 논문을 내는 둥 온갖 개고생을 하고 대학에서 실적을 내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이름이니까.
거기에다가 이번에 발행하는 교수직은 국가에서 발행하는 교수직이니 명예교수 중에서는 최상급에 가까운 명예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게 끝.
학회에 초대받을 수 있다는 장점 말고는 영지에도, 그리고 가문에도 아무런 실익이 없다.
따라서 기존에 영지에 있는 학교들을 허물고 새로 학교를 지을 만큼의 이익이 없어서 새 학교를 실험할 만큼의 커다란 도시를 지닌 영주들은 학회의 제안을 거절했고, 학회도 아쉽지만 그래도 영주들을 이해한다는 태도로 연구만 계속 이어갔다.
그런데 그런 연구자들에게 레이시가 땅을 주겠다고 말했다.
왕에게 하사받아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굴릴 수도 있는 그 땅을 거의 무료로 국가의 연구를 위해서 주겠다고 말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학회에서는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왕족이 움직이면 도시 하나가 시끄러워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엘라는 새삼스럽게 이 소란스러움이 재미있다며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췄고,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정말로 그렇다며 배시시 웃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저는 마저 연락을 취하러 가겠습니다, 공주님.”
“수고해줘.”
“네.”
엘라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밖으로 나가는 미스트.
아샤는 미스트가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같이 가자면서 미스트의 옆에 섰고, 미스트는 아샤가 자기를 따라오자 배시시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통화하고 싶은 사람 있나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레이시가 놀라지 않도록 너무 호들갑 떨지 않게 주의를 주려고.”
“세상에~, 그게 그렇게 쉽게 됐으면 제가 이렇게 고민할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안 할 거야? 너도 그런 걸 하려고 추가 연락을 하는 거면서.”
아샤의 말에 혀를 빼꼼 내밀더니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새침스럽게 걷는 미스트.
아샤는 그런 미스트의 모습에 헛웃음을 들이키더니 한 대 맞고 싶어서 그런 거냐고 물어보며 눈을 찌푸렸고, 미스트는 아샤의 말에 무섭다는 듯 호들갑을 떨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전에 아샤가 그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무서워서 뭔가 제대로 말하기는 하겠어요?”
“너보다는 덜 무섭거든.”
“제 가문은 극비이기 때문에 평범한 학자 여러분들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제 진실에는 못 닿는데 아샤는 전설이 많잖아요. 전설의 20대 1 맨손 격투는 몇 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도 왕궁에서 소문이 자자하다고요?”
히죽 웃던 미스트는 칼을 든 사람을 맨손으로 그렇게 죽일 듯이 패는 게 어디에 있냐면서 아샤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고, 아샤는 미스트의 손짓에 눈을 깜빡이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주먹을 쥐었다가 손에 힘을 풀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때리면 미스트의 놀림대로 넘어가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이내 손을 풀면서 미스트에게 빨리 일이나 하자고 말했고, 미스트는 아샤의 반응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어쩌죠?”
“왜?”
“박사랑 대학원생분들이 저희가 진정하라고 진정할까요? 아샤도 아시잖아요? 그, 박사분들이라면 몰라도 대학원생분들은…….”
“……아. 하긴……, 걔들은 휴가를 눈앞에 두고 며칠 연달아 철야한 공병 같은 느낌이지…….”
“…….”
“…….”
불편한 침묵이 흐르는 미스트와 아샤의 사이.
두 사람은 이 불편함 속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서로 눈치를 바라보다가 이내 일단 이야기를 한 다음 생각하자면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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