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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409화 (409/542)

〈 409화 〉 학교를 지었더니 명예직을 받았다­1

* * *

“켈룩켈룩…….”

연달아 기침하면서 종이를 보는 레이시.

미스트는 허리가 아프다며 칭얼거리는 레이시에게 마사지를 해주며 어색하게 웃었고, 아샤는 레이시가 기침할 때마다 따뜻한 물을 건네주면서 쭈뼛거렸다.

“괜찮아?”

“괜찮아요. 그것보다 으으응……, 너무 길어서 잘 안 외워지네요.”

레이시가 읽고 있는 종이의 정체는 상인들의 앞에서 읽을 것들.

엘라가 오라토리엄 왕국에 충성을 바치고 있는 것처럼 자신도 오라토리엄 왕국에 충성을 바치고 있고 이번에 지으려고 한 학교도 그런 의미에서 지으려고 했다는 것임을 알려주는 연설문이었다.

이런 게 꼭 필요한가 싶기는 했지만, 엘라가 필요하다고 말했으니까 외우고 있는 중이었지만, 아무래도 조금 긴 감이 없잖아 있었다.

국왕의 풀 네임과 엘라의 풀 네임을 말하면서 자기는 국가의 안영과 뭐시기를 바라고 있을 뿐인데 심한 반대를 맞아 슬프다는 내용.

딱히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조금 부풀어진 내용의 연설문.

이런 거로 상인들을 설득할 수 있는 걸까……?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이내 설득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미스트의 말을 떠올리고는 어깨를 으쓱였고, 엘라는 에일렌과 놀다가 밖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보고 레이시에게 어디까지 외웠냐고 물어봤다.

“으응, 거의 다 외우긴 했어요.”

애초에 맥락이 아예 없는 이야기가 아니었으니까.

레이시는 그렇게 말하면서 기지개를 켜다가 허리가 쑤시자 파르르 떨면서 네 발로 엎드리게 되었고,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몸을 받쳐주면서 쭈뼛쭈뼛 괜찮냐고 물어봤다.

“네, 네에에, 괜찮아요……. 그리고 아샤가 미안해할 필요는 없어요. 아샤는 부드럽게 해주셨고……. 굳이 미안해 해야 한다면…….”

조용히 엘라와 미스트를 바라보는 레이시.

다른 두 사람은 테크닉이 부족한만큼 반응을 살피면서 괴롭혀주었지만, 테크닉이 차고 넘치는 두 사람은…….

테크닉이 좋았던 만큼 근육에는 부담을 주지 않고 그냥 허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괴롭혔지…….

레이시는 목이 반쯤 쉬게 된 계기가 된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얼굴을 붉히며 허벅지를 비비적거렸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조금 잘못한 건 알고 있나봐요?”

“미안해~. 그렇게 너무 노려보지마.”

레이시가 자기를 빤히 쳐다보자 다가가서 입을 맞추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입맞춤에 키스로 떼우려고 한다며 투덜거리면서도 배시시 웃으면서 엘라에게 입을 맞췄고, 엘라는 에일렌이 팔을 버둥거리자 레이시에게 에일렌을 건네주었다.

“마마앙~.”

“우응, 켈룩, 에일렌~.”

“먀우?”

“에헤헤, 괜찮아요. 다른 엄마들이 너무 괴롭혀서 조금 지쳤을 뿐이에요.”

“에일렌에게 뭘 말하는 거야?”

“에일렌, 엘라 엄마에게 때찌 해주실래요?”

“때찌!”

모래성을 부술 때 매번 때찌때찌라고 말하면서 부수었기 때문일까?

에일렌은 레이시의 말을 듣자 팔을 열심히 휘두르면서 엘라의 팔뚝을 때리기 시작했고, 엘라는 에일렌이 자기 팔뚝을 때리자 당황한 얼굴로 에일렌의 공격을 받아주다가 레이시를 바라보며 볼을 빵빵하게 만들었다.

“흐흥~ 엘라 엄마가 잘못한 거잖아요? 마망을 힘들게 하고……. 그쵸오?”

“먀우응!”

“에헤헤, 그럼 언제 회의실로 가면 괜찮아요?”

“레이시가 다 외운 다음에. 그리고 오늘 내로만?”

“그럼 지금 가요. 어차피 더 붙잡고 있어봐야 안 외워질 거 같고……, 허리가 아픈 게 안 가셔서 빨리 씻고 자고 싶어요.”

“그래? 그럼 부축해줄게. 이리와.”

레이시의 말에 레이시의 허리를 받쳐주면서 걷는 엘라.

레이시는 허리를 받쳐주는 엘라의 손길에 배시시 웃으면서 엘라에게 몸을 기댄 채 걷기 시작했고, 엘라는 회의실에 도착하자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춘 다음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회의실 안에 있는 사람은 저번보다는 숫자가 조금 줄어있었다.

루룬에게서 잘리는 것보다는 스스로 나가서 다른 곳에서 가서 장사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걸까?

나쁜 생각은 아니다.

스스로 나온 사람은 뒤에서 뭐라고 수군거리든지 일단 스스로 나온 사람이라는 이름을 댈 수 있고, 그렇다면 직장을 구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조금 성급했다.

루룬이 설득을 했고 이번 일로 학교를 짓기 시작하면 국가 사업에 참여했다는 기록을 남길 수도 있는데…….

뭐, 자기가 신경 쓸 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레이시의 허리를 받쳐주면서 레이시를 자리에 앉혔고, 상인들은 레이시의 품에 안긴 에일렌을 보면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루룬이 왕궁의 특급정보랍시고 레이시가 엘라의 아이를 낳았다는 말을 했을 땐 헛소리인줄 알았다.

여자끼리 몸을 섞는 걸 좋아한다고 알려진 엘라가 양성구유 스킬을 습득했다고는 보기 어려우니까.

하지만 무슨 바람인지 레이시의 품에는 엘라와 레이시를 똑 닮은 아이가 안겨서 신기한 듯 종이를 잡고 휘적거리고 있었고, 엘라는 그런 에일렌을 정말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누가 봐도 부모자식간의 관계.

아니, 이 경우에는 여자 둘이서 아이를 낳았으니 모자관계라고 해야할까……?

하여튼 심상치 않은 관계라는 건 확실하고, 문제는 자기들이 일주일 전쯤에 레이시에게 했었던 행동들.

상인들은 조금 무례할 정도로 레이시를 압박했던 걸 떠올리고는 침을 삼키며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상인들의 시선이 자기에게 집중되자 헛기침하면서 엘라를 바라봤다.

“괜찮아. 편하게 말해.”

“네에. 그러니까……. 저는 이번에 실망했습니다. 저는 오라토리엄 왕국에 충성을 바치는 엘라 파우스트 오라토리엄 공주님의 배우자가 될 사람으로 오라토리엄 왕국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왕국보다는 자기 이익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 슬펐습니다.”

미스트가 작성해준 발표문.

레이시는 그 발표문을 읽으면서 상인들의 얼굴을 바라봤고, 미스트의 말대로 상인들의 얼굴이 시시각각 일그러지자 속으로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루룬 마케르크 남작 영애의 설득으로 다시, 콜록, 크흠, 다시 한번 건의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학교를 콜록콜록, 죄송해요. 물 좀 마시고 해도…….”

“네, 괜찮습니다.”

레이시가 연달아 기침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는 상인들.

그렇게 가만히 계속 쳐다보자 레이시의 눈가가 이상하게 붉은 게 보였고, 상인들은 레이시의 모습에 설마 일주일 동안 운 거냐면서 움찔 떨었다.

아예 일리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야차는 감정적인 동물이니까.

그 감정에 먹히지 않아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충격에 일주일 동안 내내 울고 상처를 받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야차의 생태에 대해서 정확하게 모르는 만큼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점점 의심을 키워가기 시작했고, 상인들은 점점 안색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공주의 배우자로 선정된 사람에게 기 싸움을 걸어서 울렸다.

당장에 불경죄로 잡혀가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큰일이었기에 상인들은 루룬을 바라보면서 어떻게든 해달라며 부탁하기 시작했고, 루룬은 상인들의 반응에 상인들을 확실히 휘어잡을 수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하루만에 대체 어떻게 했으면 목이 상하는 거냐며 어이없다는 듯 레이시를 쳐다봤다.

“크, 크흠…….”

그러자 시선을 피하면서 엘라에게 안기는 레이시.

루룬은 레이시의 반응에 어색하게 웃다가 대충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이시에게 계속 말해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루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루룬 님께서 재고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셔서 다시 한번 제안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학교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요?”

“네! 가능합니다!”

레이시의 말에 힘차게 대답하는 상인들.

상인들은 자기가 먼저 건설사업에 참가하고 싶다고 앞다투어 손을 들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상인들의 모습에 엘라에게 작게 상인들의 얼굴에 철판이라도 깐 것 같다고 속삭였다.

그러자 엘라는 피식 웃으면서 상인이라는 직업은 원래 철판을 깔지 않으면 못하는 직업이라면서 레이시의 등을 쓰다듬다가 학교를 만들 계획을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여기 적힌 내용이 학교 건설 계획입니다.”

미스트의 도움을 받으면서 만든 계획서.

미스트는 레이시가 생각한 것에 몇 가지를 기능을 더 한다면 예전부터 오라토리엄 왕국에서 시험하려고 했었지만, 실험에 동참하지 못해 실험하지 못한 국가사업이 될 거라며 계획서를 만들어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을 떠올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아직 이 도시는 제대로 된 학교가 지어지지 않았죠. 그래서 오라토리엄 왕국의 현명한 박사님들께서 만드신 새로운 형태의 학교를 짓고 싶습니다. 아멜리아는 사람도 충분하고 다른 학교의 견제도 없으니까 국가 사업을 실험해보기엔 충분할 겁니다.”

“그렇군요.”

이걸로 엘레오놀도 연맹국의 다른 왕들에게 보고할 때 명분이 서는 거겠지.

상인들은 경력이 생기고, 루룬은 왕가의 지원을 받고, 엘레오놀은 명분이 생기는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뿌듯한 얼굴로 잘 부탁한다고 말했고, 상인들은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이시가 보는 앞에서 자신이 사업을 지원하고 싶다고 다시금 싸우기 시작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콜록. 니다.”

“네. 몸조리에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도움을 요청해주시길 부탁합니다.”

레이시의 쉰 목소리에 작게 웃으면서 레이시를 배웅하는 루룬.

레이시는 루룬의 배웅에 어색하게 웃다가 회의장을 빠져나오자마자 엘라의 어깨를 투닥투닥 때리면서 볼을 부풀렸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품에 안겨있다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에, 에엣!? 에일렌, 어디 아파요?”

“빼애애애애앵!”

“어른들이 소리치는 곳에 있어서 놀랐나봐.”

“아, 아으으…… 죄송해요. 하지만 떼어놓고 갈 수가 없었어요. 정말 죄송해요오오.”

엘라에게 투정을 부리다가 당황하면서 에일렌을 달래는 레이시.

에일렌은 레이시가 엘라가 아니라 자기에게 신경을 쏟자 천천히 울음을 멈추고 레이시에게 안겨 부비적거리기 시작했다.

“으으으응……, 많이 놀랐어요?”

“쿡쿡, 많이 놀란 거 같네, 얼른 돌아가자.”

“네에.”

레이시에게 얼른 돌아가자면서 레이시의 허리를 받치고 걷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다시 한번 투정을 부리다가 시선을 떼자마자 울먹거리는 에일렌의 모습에 다급하게 에일렌을 달래며 꼬옥 안아주었다.

“으으응, 마망이 잘못했어요, 화 풀어주지 않을래요?”

“으뱌아앙!”

“아아아~ 자, 잘못했어요, 오늘은 마망이 하루내내 꼬옥 안아줄게요. 네?”

“아하핫! 에일렌에게 혼난대요.”

“으우우우……. 너무해요……. 이거 따지고 보면 엘라 때문인데. 아, 아야! 에일렌, 마망이 잘못했다니까요오~?”

“아하핫!”

두 사람이 화기애애하면서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계속 투정을 부리는 에일렌.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행동에 아프다고 칭얼거리면서도 꾸준히 에일렌을 달래주었고, 엘라는 처음 보는 에일렌의 투정이 마냥 귀여워 에일렌의 볼을 콕콕 찌르기 시작했다.

“뱌우!”

“아하핫! 깨물기도 하네.”

“아, 안 아파요?”

“별로? 마력으로 상처는 안 입게 방어하고 있으니까.”

“으으으…….”

“빼애애앵!”

“자, 잘못했어요! 아이 참~, 에일렌. 잘못했어요오~.”

그렇게 놀랐던 걸까?

레이시는 에일렌이 평소와 다르게 투정을 심하게 부리는 에일렌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다가 오늘은 하루 내내 에일렌과 붙어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온천으로 돌아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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