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404화 (404/542)

〈 404화 〉 일하기 전에 휴식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1

* * *

엘라가 일주일의 말미를 주고 6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엘라가 제시한 날이 다가오자 상인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기로 했는지 레이시의 이름을 덜 부르는 대신 사람들을 여관 앞으로 불러서 이주를 준비했고, 레이시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면서도 볼을 빵빵하게 만들고 끝까지 모르는 척했다.

“그나저나 아샤, 무리해서 적응하려고 할 필요는 없는데…….”

“무리 아니야. 다치거나 그러지는 않잖아.”

“아니, 되게 불편해 보이는데…….”

“익숙해지려면 어쩔 수 없지,너도 처음 채찍 배울 때 내가 불편해서 울었었잖아.”

“아으응……, 그거랑은 좀 다른 거 같은데…….”

레이시와 이야기하면서도 엉덩이를 계속 들썩이면서 손바닥으로 바닥을 밀어내는 아샤의 모습.

레이시는 그런 아샤의 모습에 굳이 동양식 바닥에 익숙해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지만, 아샤는 레이시의 말에 움찔 떨다가 자기는 괜찮다며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자기 허벅지를 툭툭 쳤다.

그러자 레이시는 눈을 깜빡이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아샤의 허벅지에 앉았고, 아샤는 레이시의 배를 쓰다듬으면서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츗…….”

가볍게 입술끼리 맞닿았다가 떨어지는 입술.

아샤는 레이시의 입맞춤에 얼굴을 붉히다가 레이시를 꽉 끌어안고 밖의 사람들이 시끄럽지는 않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괜찮다면서 머리를 기대었다.

“아샤랑 있는 시간이 더 중요해요.”

“으응. 나도 그래.”

“에헤헤, ‘나도 그래.’에요?”

“……나는 그렇게 부끄러운 소리는 못 해.”

“해줘요.”

아샤의 말에 칭얼거리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의 말에 얼굴을 붉히다가 레이시의 귀에 미스트가 할 법한 이야기를 해주었고, 레이시는 귀를 간질이면서 작게 속삭이는 아샤의 말에 부르르 떨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아샤를 꽉 끌어안았다.

“히히히.”

“좋아?”

“네, 좋아요~.”

“……마음대로 해라.”

레이시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더니 레이시를 껴안고 바닥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모습에 작게 웃다가 아샤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는 하품을 늘어지게 했고, 아샤는 레이시의 하품에 똑같이 하품하다가 미스트는 어디에 있냐고 물어봤다.

“에일렌과 놀고 있을 거예요. 흐아아아아암……. 저는 에일렌 밥 먹이고 재우고 기저귀 갈아주고 씻기고……. 헤헤, 지쳤어요.”

“수고했어.”

“밖의 사람들만 없으면 더 좋을 텐데.”

눈을 깜빡이면서 괜히 샐쭉하게 입술을 내미는 레이시.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받쳐주더니 가볍게 입을 맞추면서 레이시를 달래주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언제 삐쳤냐는 듯 배시시 웃더니 아샤를 끌어안고 자리에 누웠고, 아샤는 레이시의 포옹에 당황하다가 이내 레이시를 안은 채로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첫날에는 가구가 하나도 없음에도 방마다 기능이 나누어져 있다는 것에 당황해서 헤맸지만, 아샤는 이제는 익숙하게 침실에 찾아가 따뜻한 곳에 이불을 깔고 레이시를 내려놓아주었다.

“조금 쉴까?”

“으응…….”

아샤를 끌어안고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레이시는 아샤의 손등에 입을 맞추더니 같이 자자면서 이불을 들었고, 아샤는 레이시의 손짓에 얼굴을 붉히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레이시의 옆에 누웠다.

“힘들어?”

“네?”

“이제 옷 입어도 조금 티가 나기도 하고, 잠도 부쩍 늘기 시작해서.”

“으응, 아직까지 그렇게 힘들다는 느낌은 안 드네요. 그래도 조금씩 잠이 느는 걸 보면 저희 애가 잘 크고 있다는 거겠죠?”

배시시 웃으면서 아샤에게 파고드는 레이시.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레이시의 배를 보고는 작게 사과했고, 레이시는 아샤의 사과에 눈을 깜빡이다가 괜찮다면서 아샤의 목덜미를 머리를 파묻었다.

“꼭 아이가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음, 미안해. 신경 쓰게 했네. 자자.”

둘만 남으면 언제나 하는 대화.

언제나 같은 문답이 오가는 대화지만, 레이시는 언제나 부드럽게 웃으면서 아샤를 달래주었고, 아샤는 레이시의 위로에 늘 얼굴을 붉히면서 자신의 미숙함을 탓했다.

전투에 대한 건 자기가 압도적으로 잘 할 수 있는데, 왜 이런 거에선 레이시를 이기지 못할까?

나는 탐욕으로 태어났고, 레이시는 연정에서 태어나서……?

듣기로는 레이시는 멧돼지를 죽이고 토했고, 나는 태어나자마자 사람을 죽이고도 태연하게 다음 행동을 생각했으니까.

태생의 차이인가…….

나름 설득력 있는 가설이라고 생각한 아샤는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어주다가 조심스럽게 레이시의 입술에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아샤의 입맞춤에 눈을 깜빡이다가 아샤를 끌어안으면서 여러 번 짧게 입을 맞추다가 천천히 아샤의 위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레이시가 뭘 원하는지 알 것 같은 분위기.

아샤는 그 분위기에 얼굴을 붉히다가 레이시를 받아들이기 위해 레이시의 팔을 약하게 잡았고, 레이시는 아샤가 자신의 애정표현을 받아주자 아샤의 셔츠 단추를 풀고 드러난 쇄골을 약하게 깨물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아샤와 레이시는 거의 동시에 몸을 들썩인 다음 흐트러지기 시작한 옷차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레이시 씨, 계신가요?”

“자나?”

“이, 일어나 있어요오~.”

헛기침을 하면서 앞섬을 여미는 레이시.

엘라와 함께 온 루룬은 조금은 다급해 보이는 레이시의 모습에 입가를 가리더니 자기가 안 좋은 때에 왔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루룬의 질문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아샤의 뒤에 숨기 시작했다.

“아으으으, 그, 그래서 무슨 일이세요?”

지금 이 시간이라면 보통, 상인들과 있을 시간인데…….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아샤의 등 뒤에서 고개만 살짝 내민 채 루룬을 바라봤고, 루룬은 조금 쓰게 웃더니 상인들과 슬슬 협상해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이대로 계속 거절해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조금 그렇잖아요?”

“으으으응…….”

“제가 중재했으니 심하지 않은 조건은 무조건 수용하게 해줄게요.”

“그치만 저번에도 말했는데 저는 딱히 학교에 뭔가 조건을 달고 싶지 않아요. 그냥 여기에서 잘 자라고 잘 먹으면 그걸로 충분한 걸요.”

학교에 어른들의 사정이 개입하는 순간 쓰레기가 된다.

대학은 어른과 학생 그 사이에 있어서 그런 부분이 부각되었고, 그 때문에 꽤 많은 고생을 했었다.

교수님들은 그걸 사회생활이라고 했지만……, 그런 사회생활은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는 안 배우면 한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루룬의 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루룬은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엘레오놀이 말했었던 것도 신경이 쓰이냐고 물어봤다.

“아무래도 조금은요…….”

애초에 자기는 자기 세력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은 필요 없다,.

굳이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들이 엘라를 흉보지 못할 정도의 사람만 있으면 아무래도 좋다.

그리고 그런 기준은 루룬이 자신을 지지해주면서 조건을 충족했으니, 이제 그런 스트레스 쌓이는 일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정치인 같은 일은 질색이다.

잘하든 못하든 욕을 받아먹고 한 번 실수에 수십 명의 미래가 오락가락하고…….

그러니 싫다.

레이시는 그렇게 말하면서 협상을 꼭 해야 하는 거냐면서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시선에 잠시 고민하다가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하라고 말했다.

“난 딱히 상관없어. 전에도 말했지만 루룬이 이 정도 일을 수습하지 못할 정도로 실력이 부족하지도 않고, 물을 갈면 다음에는 네게 충성적인 사람으로 준비해올 지도 모르잖아?”

“그것도 싫은데…….”

“그럼 이번 상인들과 협상하는 거지.”

히죽 웃으면서 능숙하게 레이시를 설득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가 자기를 반쯤 놀리고 있다는 걸 눈치챘지만, 어느 쪽을 고르든 싫어질 거라는 엘라의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 루룬을 바라봤다.

“부우…….”

여전히 아샤의 뒤에서 볼을 부풀이는 레이시.

레이시는 한참을 고민하듯 레이시의 뒤에서 루룬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면서 협상을 해보겠다고 말했고, 루룬은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꾸벅 숙이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렇다면 언제 만날까요?”

“으, 으음, 모레요?”

“모레나요?”

“저도 말을 정리해야 하니까요. 기분대로 움직였다고 보이면 조금 그렇잖아요…….”

“아하, 알겠습니다.”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를 바라보는 루룬.

레이시는 루룬이 자기를 뚫어질 듯 쳐다보자 입을 우물거리면서 왜 그러냐고 물어봤고, 루룬은 레이시의 질문에 말없이 웃다가 정말 글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냐고 물어봤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질문의 의도.

이번에는 아샤도 같이 얼굴을 붉히면서 입술을 깨물었고, 루룬은 레이시와 아샤의 반응에 임신 중에는 조심하라며 손을 흔들고 밖으로 나갔다.

“아으으으으…….”

그리고 루룬이 나가자 이번에는 엘라가 레이시를 말없이 쳐다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시선에 어색하게 웃다가 천천히 눈을 피했다.

“왜? 난 아무렇지 않다니까?”

“그, 그게에에에에~.”

길게 목소리를 늘리면서 어색하게 웃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이 재미있어 조금 더 놀리듯이 레이시를 빤히 쳐다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시선에 입을 우물거리다가 이내 다시금 아샤의 뒤에 숨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엘라의 시선이 아샤에게로 돌아갔고, 아샤는 엘라의 시선에 움찔 떨다가 왜 쳐다보면서 괜히 적대적으로 말해보았다.

“계속 쳐다보면 때린다.”

“부끄러워?”

“……뭐, 뭐가.”

“부끄럽냐고.”

“…….”

“부끄럽지?”

“……닥쳐줘.”

“부끄럽네, 부끄럼쟁이 아샤.”

“제발 좀 닥치라고 했잖아. 씨발아…….”

거친 욕설.

하지만 엘라는 그런 아샤가 귀여울 뿐이라며 키드득 웃어댔고, 아샤는 엘라의 웃음에 얼굴을 가리고 레이시를 자기 몸으로 가렸다.

그 모습에 엘라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앉는 건 힘들어도 눕는 건 잘하는 것 같다면서 아샤를 칭찬해주었고, 아샤는 엘라의 웃음에 입술을 꽉 깨물다가 그대로 중지를 강하게 튕겼다.

맞으면 보통으로는 안 끝난다는 듯 거센 소리를 내는 딱콩.

엘라는 그런 딱콩에 왜 그렇게 화를 내냐면서 기지개를 쭉 켜다가 미스트랑 미네르바는 에일렌과 모래 놀이를 하러 갔으니 한 시간 뒤에 하자면서 방 안을 힐끗 둘러봤다.

“방이나 좀 꾸밀까? 이틀 뒤부터는 다시 일해야 하니까.”

“아, 우읏…….”

“사용인들에게 팁 꾸준히 줘서 그런 방을 꾸며달라고 말해도 잘 꾸며줄 거야.”

팁 같은 건 어디까지나 덤, 중요한 건 팁을 받든 말든 서비스를 한다는 마음이 중요하다.

이런 곳의 직원과 사용인들을 교육할 땐 그런 이야기를 한다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 덤을 주는 쪽으로 기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팁을 주면 주는 만큼 서비스는 좋아질 수밖에 없고 레이시는 온천 여관에 숨어있는 동안 팁을 많이 뿌렸기에 인기가 많은 상태였다.

그 사실은 당장에 상인들을 쫓아내는 태도만 봐도 명백했으니까, 잠자리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해도 그 사람들은 망설이지 않고 준비해주겠지.

그리고 잔돈을 적당히 해먹어도 좋다고 말한다면 더더욱 잘 할 거고.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가방을 뒤적거려 수표를 꺼낸 다음 준비하고 올 테니 레이시에게 미네르바와 미스트에게 말해달라고 부탁했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아샤의 손을 꽉 잡았다.

“아샤, 너도 가줘.”

“……하아.”

엘라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다가 레이시의 손을 잡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가 자신의 손을 잡아주자 얼굴을 더욱 붉히다가 엘라가 나가자 쭈뼛거리면서 에일렌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