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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403화 (403/542)

〈 403화 〉 도망치는 사람과 쫓는 사람­4

* * *

미스트가 엘라의 지시에 따라 소문을 퍼트리고, 상인들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처음 그 소문을 들었을 때와 다르게 점점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파티를 연 이유와 일주일이란 시간을 생각해본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아이를 위해서 연 파티이니까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서 축하받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게 보통 귀족, 왕족의 파티였으니까.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루룬과 엘레오놀조차 초대를 받지 못하자 상인들은 점점 이상하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어째서 초대장을 안 보내는 걸까?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루룬과 엘레오놀은 레이시의 의견에 찬성했는데……?

루룬과 엘레오놀이 초대를 받으면 두 사람과의 친분을 이용해서 초대를 받을 생각이었던 상인들은 그런 레이시의 행동에 당황하며 점점 초조해하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루룬에게 가서 레이시에게 초대를 받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사용인들을 레이시에게 보내기도 하는 상인들.

하지만 레이시는 그런 상인들을 철저하게 피해서 다녔고 결국 5일째 되는 날, 상인들은 여관 앞에 직접 모여서 레이시를 만나고 싶다며 줄을 서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돈을 주면서 직원을 회유하려고 했고, 어떤 사람은 자기가 어떤 상황인지 말하면서 동정심을 유발했으며, 또 어떤 사람은 자기가 누구인지 말하면서 여관 직원을 협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관에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루룬이 직접 훈련시킨 사람.

재력, 무력, 권력으로 협박하든 말든, 동정심에 호소해도 일말의 흔들림도 없이 상인들을 돌려보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에일렌과 놀다 말고 그 모습을 보고 엘라를 보며 입을 열었다.

“조금은 미안하네요.”

“응? 괜찮아. 어차피 저러는 게 저 사람들 일이니까.”

“저 사람들에게 수고했다고 팁 같은 거 줘도 되죠……?”

“응. 주고 싶으면.”

“팁 줘서 더욱 못 들어오게 해야겠어요. 미스트~ 제가 모은 돈 있죠? 혹시 지금 받을 수 있을까요?”

“공주님의 돈으로 내도 괜찮은데요?”

“제가 부탁해서 하는 일이니까 제 돈으로 내고 싶어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팁 금액은 보통 이 정도인데 어느 정도로 주시고 싶은가요?”

“이 정도로요. 어차피 저는 돈 안 쓰니까요.”

“알았어요. 이 정도면 되겠죠.”

레이시의 말에 돈을 건네주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가 건네준 돈을 받아들고서 직원에게 가서 팁을 일일이 나눠주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직원들은 레이시의 칭찬에 고개를 숙이더니 각자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레이시는 불편했던 마음을 덜어놓으면서 다시 에일렌에게 돌아갔고, 에일렌이 주변 이름을 부르는 연습을 하는 걸 보고는 쓰게 웃었다.

아직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도 못하는데 저렇게 조급한 걸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에일렌의 이름을 부르면서 팔을 벌렸고, 에일렌은 다른 사람들에게 시달린게 싫었는지 곧바로 레이시에게 아장아장 걸어가서 품에 안겼다.

“아하하…….”

레이시는 그 모습에 작게 웃다가 엘라와 미스트, 미네르바, 그리고 아샤에게 얼마나 괴롭혔냐고 물어봤고, 일행은 레이시의 질문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이시는 왠지 웃음이 튀어나와 작게 웃으면서 에일렌의 등을 토닥였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손길에 눈을 깜빡이다가 하품하면서 천천히 몸을 파묻었다.

“졸려요?”

“마마아앙…….”

“잘래요?”

“먀우.”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뺨을 비비는 에일렌.

레이시는 미스트에게 포대기를 받은 다음 에일렌을 등에 업고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했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자장가에 연신 하품을 하다가 그대로 축 늘어져서 레이시의 등 뒤에서 잠들었다.

“꽤 많이 피곤했나 보네요.”

“아하하……. 애가 재미있다고 웃으니까 조금 무리했나봐.”

쓰게 웃으면서 시선을 피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가 눈을 피하자 엘라의 볼을 가볍게 꼬집은 다음 방을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에일렌이 완전히 잘 때까지 기다렸고, 이내 에일렌이 완전히 축 늘어지자 에일렌을 안은 채로 자리에 앉았다.

“그냥 처음부터 앉아서 재우면 안 돼?”

“그래도 되는데 이러는 편이 일찍 자더라고요.”

“그래?”

“네, 조금은 흔들려야 빠르게 자요.”

어째서일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이는 그러는 게 일찍 잔다고 말한 레이시는 에일렌의 뺨을 찌르다가 잘 자면 됐다면서 배시시 웃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웃음에 같이 웃다가 밖의 사람들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다.

“글쎄요? 엘라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 나는 레이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해.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번 일은 내가 레이시가 하면 좋겠다~싶어서 부탁한 거고, 꼭 하지 않아도 괜찮은 일이니까.”

“그럼 안 만날래요. 만나면 ‘다시 생각해보니 학교를 짓는 건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같은 소리밖에 안 할 거잖아요. 처음부터 학교를 짓는 건 좋은 생각이었는데……. 필수 시설이잖아요. 왜 반대했는지 진짜 이해할 수 없어요.”

볼을 빵빵하게 만든 채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는 레이시.

이번에는 단단하게 화났다면서 엘라에게 안긴 레이시는 엘라와 미스트가 뭐라고 말해도 절대로 만날 생각이 없다며 샐쭉하게 입술을 내밀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미소를 짓더니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럼 조용히 시킬까요?”

“네? 으응,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요. 그냥 엮이기 싫어요.”

“그렇군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가 웃자 조금 심하게 말했나 싶어 괜히 눈치를 보다가 이내 마음을 단단히 먹고 고개를 좌우로 저은 다음 에일렌을 꽉 끌어안았다.

여기에서 마음이 약해지면 다음에는 에일렌 가지고 뭐라고 할지 모른다.

조금 과한 망상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엘라와 미스트, 그리고 아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런 일이 아예 없다고는 못할 수준이었기에 레이시는 마음을 단단히 먹자고 속삭인 다음 에일렌을 재웠다.

“그리고 어차피 제가 안 지어도 루룬 씨나 엘레오놀 공주님이 알아서 지어줄 거예요. 학교랑 보육원은 필수잖아요?”

“뭐, 그건 그렇지.”

레이시의 입장에서는 아멜리아에 학교가 지금 레이시의 명령으로 지어도, 루룬과 엘레오놀이 필요에 따라서 지어도 별 상관없다.

에일렌이 여기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국가에서 내려온 명령도 아니니까.

하지만 아멜리아 사람들은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원래 어차피 지어야 하는 건물.

이왕 짓는 거라면 레이시가 말해서 왕가의, 정확하게는 자신의 지원을 받으면서 학교를 짓는 게 이득이었다.

하지만 그걸 레이시에게 말하게 했고, 레이시가 평범한 귀족 메이드인줄 알았던 상인들은 레이시에게 싸움을 걸고 말았고, 결국 왕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것만 따지면 그럭저럭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레이시를 건들이는 바람에 자기를 화나게 만들었고, 그 때문에 전체적인 물갈이가 일어날지도 모르게 됐다.

루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살아남을지도 모르겠지만, 루룬의 반응을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았으니까 아마 여기에서 왕족의 지원을 얻지 못하면 싹다 갈려나가겠지.

뭐……,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지만.

엘라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꾸물꾸물 기어가서 에일렌과 함께 엘라의 품에 파고들었다.

“에헤헤…….”

그러고는 레이시는 헤픈 웃음과 함께 아무튼 자기는 모르니까 저 사람들이 알아서 학교를 지을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말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그러자면서 에일렌에 이어 레이시를 재우기 시작했다.

에일렌과 마찬가지로 금방 잠드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자자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싱긋 웃었고, 미스트는 엘라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정말로 가만히 내버려둘 거냐고 물어봤다.

“내버려둬도 상관 없잖아.”

“하지만 얻을 수 있는 기반을 없애는 것도 조금 그렇지 않나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저런 사람들이 기반이 되어봐야 그다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야. 아마 후작 이상의 귀족이나 4급 이상의 직책을 지닌 공무원, 그리고 다른 왕족이 뭐라고 하면 곧바로 저울 위에 올리겠지.”

그리고 그런 식으로 서로 저울 위에 올라가면, 레이시는 아마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레이시를 볼 때 레이시가 가진 가치는, 어디까지나 자신에게서 나오는 부가적인 가치밖에 없으니까 아마 저울에 올려둔다면 그 어떤 상대가 올라오든 상대방쪽으로 기울 것이다.

“루룬은 안 그러겠지만.”

그러니가 루룬 같이 충성도가 높은 부하를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은 조금 멀리해야 한다.

엘라는 그렇게 말했고, 미스트는 그런 엘라의 말에 차라리 부하들이 배반하지 못하게 다른 장치를 생각해두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냅둬.”

그러자 야사는 그대로 미스트를 말렸다.

미스트가 무슨 제약을 둘려고 할지 모르겠지만, 미스트가 장치를 만들어주면 레이시가 미스트와 같은 수준의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인식된다.

그렇게 된다면 어중간한 사람은 레이시에게 수작을 부리지는 않게 되겠지만, 반대로 작정하고 덤비는 사람은 늘어날 것이다.

이게 엘라의 일이라면 말리지 않겠지만, 레이시에게 그런 짐을 건네줄 수는 없다.

아샤는 그렇게 말하면서 물을 마셨고, 미스트는 아샤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그건 그렇겠다면서 쓰게 웃었다.

“너무 공주님 기준으로 생각한 거 같네요.”

“레이시 기준으로 생각하라고.”

“아샤에게 이런 소리를 듣다니, 흑흑, 메이드장 자리에서 은퇴해야 할 거 같아요.”

“메이드라고 해봐야 레이시랑 너 밖에 없거든? 그리고, 은퇴하면 뭐하게?”

“레이시의 첩?”

“그게 직업이냐?”

“레이시와 매일 밤을 즐겁게 보내면 직업이지 않을까요? 직업이라는 건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살려서 일정 기간동안 계속해서 종사하는 일을 말하는 거잖아요? 제 몸은 레이시를 기쁘게 하는 적성도, 능력도 있으니까 충분히 직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에 생계를 위해서라는 단어가 빠졌잖아, 등신아.”

“생계가 위험할 정도로 저금을 안 하지는 않았거든요.”

싱긋 웃으면서 아샤는 저금을 얼마나 했냐고 물어보는 미스트.

아샤는 자기를 놀리는 미스트의 말에 한숨을 내쉬다가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며 입 좀 닥치라고 말했고, 미스트는 아샤의 말에 설마 아샤는 레이시의 몸을 즐겁게 해줄 첩이 될 수 없는 거냐며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조용히 미스트의 옆에서 승리자의 비웃음을 짓기 시작했고, 아샤는 두 사람의 웃음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미네르바가 미스트에게 사회에 대한 걸 배우더니 알게 모르게 미스트에게 물들고 있다.

좀 닮아도 좋은 사람을 닮을 것이지 왜 저런 사람을 닮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아샤는 이불을 들고 와서 레이시의 몸에 덮어주었고, 엘라는 아샤에게 사이가 좋다며 키득 웃은 다음 베개를 들고 와 레이시의 머리를 받쳐주었다.

“이런 형식의 집도 괜찮네. 원하는 곳에 곧바로 누워서 이렇게 있을 수 있고.”

“별장은 이런 형식으로 지을까요?”

“그러자.”

“후후, 아샤 씨는 곤란하겠네요. 아샤 씨는 아직 동양의 이 온방 방식이 안 익숙한 것 같으니까요.”

아샤만 내버려두고 레이시와 지내겠다는 듯 눈웃음을 치는 미스트.

아샤는 그런 미스트의 눈웃음에 짜증을 내면서 의자가 있으니 자기도 지낼 수 있다고 말했고, 미스트는 아샤의 말에 히죽 웃으면서 열심히 하라며 응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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