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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384화 (384/542)

〈 384화 〉 번외 겸 생존신고(아샤의 과거)

* * *

“아…….”

야차의 존재에 대해서는 많은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의문점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 중 하나는 야차의 탄생에 대한 것.

그들이 동물이라기보다는 정령에 더 가까운 생명체라는 것을 몇백 회의 퇴치와 몇 건의 사회화 교육을 통해 알아냈지만, 그들의 탄생에 대한 것은 알 수가 없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처음부터 거기에 존재했다는 것처럼 태어난다는 것.

그 근방에 있던 존재들이 품고 있던 감정을 그대로 먹어치우면서 태어난다는 것.

그것은 알 수 있었지만, 그게 왜 시작하는지, 시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음…….”

그리고 그것은 아샤도 마찬가지였다.

산적의 탐욕과 산적이 납치한 여자의 탐욕이 뭉쳐서 태어난 아샤.

아샤는 산적들과 비슷한 옷을 입은 채 산적들이 여자에게 나쁜 짓을 하려고 할 때 갑자기 나타났고, 산적들은 갑자기 나타난 아샤의 모습에 당황하다가 아샤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자 아샤를 건들기 시작했다.

“어, 어이!”

“응? 음……, 잠시. 기다려. 지금 머릿속을 정리하는 중이니까.”

하지만 아샤는 그런 산적들의 손길을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젓다가 이내 눈을 지그시 감으면서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왜인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정보들.

아샤는 그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면서 지금 눈앞에서 자기를 건들고 있는 남성이 산적이며 자기를 강간하려 한다는 걸 깨달았고, 곧바로 팔을 뻗어 목을 꺾어버렸다.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손 안에서 생명이 빠져나가는 걸 느끼는 아샤.

그 순간 아샤는 자신의 근간이 되는 감정이 뭔지 깨달으면서 무기를 꺼내기 시작한 산적들을 하나씩 처리한 다음 겁에 질린 얼굴로 자기를 바라보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히이익! 사, 살려주세요!”

아샤가 자기 위에 올라타자 목을 졸라 죽이려는 건가 싶어서 겁에 질린 얼굴을 하는 여자.

하지만 아샤는 여자에게 죽이려는 게 아니라고 말하면서 여자의 옷깃을 만졌고, 여자는 아샤의 행동에 당황하다가 그래도 산적에게 당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는지 그대로 눈을 감았다.

“됐어. 일어나.”

“네, 네……?”

“일어나서 가라고.”

아샤의 말에 주춤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여자.

아샤는 그런 여자를 보면서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탐욕.

상대방을 죽여서라도 자기 욕망대로 살고 싶다는 탐욕과 무사히 살아나가서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다는 탐욕.

아샤는 계속해서 올라오는 자신의 감정에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감정을 갈무리하기 시작했고, 이내 산적이 들고 있던 도끼를 쥐고 휘두르며 자신의 몸에 새겨진 스킬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여자는 아샤가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직감하고는 위를 쳐다본 다음 침을 꿀꺽 삼키면서 아샤에게 다가간 다음에 아샤의 소매를 잡았다.

“응? 뭐야?”

“위에 산적들이 있어요. 이대로 나가면 제가 산적들에게 죽을 거예요. 염치가 없지만……. 부디 도와주세요.”

“……흐응.”

여자의 말에 고개를 위로 들어보는 아샤.

아샤는 확실히 자기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닫고는 눈을 가늘게 뜨다가 이내 눈을 지그시 감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너, 이름이 뭐야?”

“케, 켈시 브린트리즈……. 켈시 브린트리즈에요. 상인입니다.”

“좋아. 등 뒤에 딱 달라붙어 있어.”

아샤는 켈시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는 딱히 없었다.

산적과 비교하면 남자보단 아무래도 여자가 더 좋았기에 여자인 켈시의 부탁을 들어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켈시에게 있어서 행운.

켈시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단검을 들고 아샤의 등 뒤에 섰고, 아샤는 켈시가 등 뒤에 딱 달라붙자 위로 올라가며 산적들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억……!?”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산적.

아샤는 그 산적의 목을 가볍게 잘라낸 다음 멀리서 경종을 울리려는 녀석에게 그대로 도끼를 던져 머리통에 꽂아버렸다.

그런 다음 맨처음 죽인 산적이 들고 있는 칼로 장비를 바꾸는 아샤.

아샤는 눈을 가볍게 감았다가 이 근방에 산적이 20명 정도 남았다는 걸 확인하고는 칼을 허공에 가볍게 저은 다음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조급하게 움직이면 켈시가 자기를 따라오지 못한다.

그걸 몇 번이고 되새긴 아샤는 일부러 더 천천히 움직이면서 산적을 하나하나 죽이기 시작했다.

벽 뒤에 있는 녀석은 벽 채로 베어냈다.

활을 쏘는 녀석은 화살을 잡아 화살을 돌려줘서 눈을 관통시켜주었다.

창으로 거리를 재는 녀석은 창날을 잡아당겨서 이쪽으로 끌어당기고 주먹으로 머리를 터트렸다.

경험은 없었지만, 스킬의 덕분인지 아샤는 본능적으로 싸우는 방법을 알 수 있었다.

칼이라는 건 대고 밀거나 당기지 않으면 베이지 않는다.

창은 거리가 멀 때는 무척 유용하지만 붙어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무기가 된다.

활은 사선에 적을 끼워두면 쏘지 못하고, 몰래 암습하듯 쏴도 등골이 바짝 서면서 궤적을 알 수 있다.

그러니 그대로 움직이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조금 움직이자 산적들은 전원 죽은 채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아샤는 야차였다.

달리는 건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보다 빠르며 힘은 각종 창작물에서 힘을 상징하는 오우거보다 강하며 체력은 몇 시간이고 사냥감을 쫓아서 죽이는 헬 하운드도 지칠 정도로 이미 완성되어 있는 종족.

아무리 방금 태어나 경험이 전무하다해도 생명을 앗아가는 온갖 스킬로 무장되어있는 야차를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않은 산적들이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설령 켈시 외에 짐이 몇 개는 더 있고 산적들이 만전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산적들은 아샤를 이길 수 없었다.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과 야차의 차이였다.

아샤도 그것을 느끼고는 켈시를 힐끗 쳐다봤고, 켈시는 아샤의 시선에 고개를 몇 번이고 꾸벅 숙이면서 감사인사를 전했다.

“됐고, 어디야?”

“네?”

“짐승들도 못 이길 거 아니야? 데리고 가줄게.”

“아……, 가, 감사합니다. 저기에요.”

아샤의 말에 당황하다가 아샤의 호위를 받아 숲에서 빠져나오는 켈시.

그 이후로 켈시는 한동안 마을에서 요양하면서 아샤와 이야기를 자주 나누기 시작했고, 아샤는 켈시와 이야기하면서 산에 있던 산적들이나 탈영병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건 마법도구네요.”

“그래?”

산적들의 기지를 털면서 나온 물건들을 감정을 받으면서 켈시와 이야기를 나누는 아샤.

아샤는 혀에 끼우는 피어싱에 눈을 깜빡이다가 혀에 구멍을 뚫어줄 수 있냐고 물어봤고, 켈시는 아샤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의사를 불러와 아샤의 혀에 구멍을 내고 피어싱을 끼워주었다.

“그나저나 아샤. 아샤는 언제까지 산적들을 해치울 거예요?”

“……글쎄?”

“요즘에 아샤가 산적들을 죽이면서 국가에서 나서기 시작했대요. 이 나라 최강의 마법사이신 엘라 공주님께서 당신을 노리고 있다는 소리도 나오니까 슬슬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어떤가 싶어서요. 저희 상단에 와주셔도 괜찮고요. 아샤가 준 물건들을 팔아서 상단이 커졌으니까 모두가 이해해줄 거예요.”

“…….”

“아샤?”

“됐어. 내가 가긴 어딜 가겠어?”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샤.

아샤는 피어싱은 고맙다고 말하면서 몸을 돌렸고, 켈시는 그런 아샤의 모습에 시무룩하게 어깨를 늘어트리다가 이내 조심하라고 말하면서 다시 한번 주의하면서 마을로 돌아갔다.

“오, 네가 이 근방에서 장사를 한다는 켈시지?”

“아……, 에, 엘라 파우스트 공주님을 뵙습니다!”

“흥? 내가 엘라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나를 알아?”

“네, 오라토리엄 왕국의 국민으로서 엘라 파우스트 오라토리엄 공주님을 모를 수는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 네가 상인이자 산 속에 사는 야차와 아는 사이니까 그런 거겠지?”

“……!?”

“딱히 죽이려고 온 건 아냐. 다른 오라버니들이나 언니들은 몰라도 나는 사회화가 되어 있다면 야차든 몬스터든 공평하게 기용하려고 하는 거니까.”

엘라의 말에 당황한 듯 엘라를 바라보는 켈시.

엘라는 그런 켈시의 반응에 켈시가 뭔가 알고 있다는 걸 직감하고는 켈시에게 얌전히 아는 걸 말하라며 켈시를 압박했고, 켈시는 엘라의 압박에 입술을 깨물다가 자기가 아는 것을 그대로 엘라에게 말해주었다.

“그래, 알았어. 수고해. 상인.”

켈시에게 손을 가볍게 흔든 다음에 산으로 올라가는 엘라.

켈시는 엘라와 미스트가 올라가자 잔뜩 긴장한 채로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상단의 용병들을 모으고 엘라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힉……!?”

그리고 쏟아지는 검은색 빛무리에 켈시는 숨을 삼키면서 숲 안쪽을 바라봤고,갑자기 자기 앞에 익숙한 손이 나타나 자기 눈을 가리자 당황하며 움찔 떨었다.

“뭐야? 왜 왔어?”

“아, 아샤! 손이!”

“괜찮아.”

손바닥을 관통한 단검.

켈시는 그제야 아샤가 자기를 지켜주기 위해서 손을 뻗었다는 걸 깨닫고는 비명을 질렀고, 아샤는 손바닥에 꽂힌 단검을 한 번에 뽑아버리고 용병들의 무기를 빼앗아 들었다.

“후우우우…….”

“아하하, 생각보다 강하네. 그래서 내 부하가 될 생각은 있어?”

“시끄러워. 차라리 혀 깨물고 뒤지지. 씨발.”

엘라의 말에 혀를 가볍게 차면서 그대로 앞으로 달려가는 아샤.

아샤는 엘라에게 칼을 그대로 잡아 던져 엘라의 반격을 유도하더니 엘라가 마탄을 쏘아내자 그 마탄의 그림자로 몸을 가리며 돌진했고, 엘라는 짐승 같은 아샤의 반응에 휘파람을 불더니 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며 마법을 사용했다.

“흑마법 제 6위계­중력조작.”

“끅……!”

순간 발목이 비틀거리더니 살짝 느려지는 아샤.

미스트는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단검을 던졌고, 아샤는 화살보다 빠르게 날아오는 단검을 보고는 검의 폼멜로 단검의 궤도를 틀었다.

그 순간 미스트가 아샤의 발밑에서 튀어나오더니 아샤의 발목을 잡고 그대로 잡아당겼고, 아샤는 무릎까지 땅에 박히자 마력을 주먹에 휘감고 땅을 후려쳤다.

굉음과 함께 마치 절벽에서 커다란 돌이 떨어진 듯 크레이터가 생기는 땅.

아샤는 그 크레이터 안에서 자세를 잡았고, 엘라는 그 모습에 감탄하다가 점점 더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며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흑마법 제 7위계­천격.”

눈앞이 안 보일 정도로 수많은 마탄.

아샤는 그런 마탄을 보고는 작게 헛웃음을 치다가 칼로 마탄을 쳐내면서 억지로 공격을 뚫고 지나가기 시작했고, 엘라는 그런 아샤를 보고 감탄하다가 앞으로 달려가서 아샤의 뿔을 잡고 추가타를 날렸다.

“흑마법 제 7위계­형벌의 송곳니!”

“이런 썅……!”

못 피할 공격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 아샤였지만 언제 공격한 건지 아샤의 발등에는 커다란 바늘이 꽂혀있었고, 아샤는 그대로 마법을 휘감은 엘라의 주먹질에 그대로 쓰러졌다.

“강하네. 그나저나 내가 이겼으니까 강한 사람만 따르겠다던 이 녀석의 말은 지킨 거겠지?”

“그러네요. 정 안 되면 다시 하면 되고요.”

“고, 공주님! 너무하세요! 어째서 2 대 1로……!”

“이 녀석이 부탁했으니까 하는 거야.”

손을 털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엘라.

켈시는 그런 엘라의 말에 황당하다는 얼굴을 하다가 기절한 아샤를 지키듯이 앞을 막아섰고, 엘라는 켈시의 행동에 사회에 섞여들어갈 수 있다는 걸 인식하며 한 발 물러섰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네?”

“그 녀석이 일어나면 누굴 따라갈지 그 녀석이 정하게 하자고. 어때? 이러면 만족해?”

엘라의 말에 당황하다가 자신을 반쯤 죽인 사람을 따라갈 리는 없겠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이는 켈시.

엘라는 켈시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럼 그렇게 하자면서 아샤를 회복시켜주었고, 아샤가 회복하자 켈시와 함꼐 아샤에게 다가가 아샤에게 누구를 따라갈지 물어봤다.

그리고…….

…….

“그때 네가 공주님을 따라간다고 해서 엄청 놀랐어.”

“그래? 미안하게 됐네. 약속은 약속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어.”

“후후, 그래도 그 뒤로 행복하게 지내는 거 같아서 정말 다행이야.”

아샤의 사과에 작게 웃는 켈시.

아샤는 켈시의 웃음에 멋쩍게 머리를 긁다가 이내 화장품을 받아들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켈시는 아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렇게 레이시라는 여자가 좋은 거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아샤는 부끄러운 듯 눈을 돌리면서 손을 휘휘 내저으면서 대충 얼버무렸고, 켈시는 아샤의 반응에 정말 좋아한다면서 아샤를 가볍게 놀렸다.

“그럼 다음에는 언제 올 수 있어?”

“글쎄? 언제 끝날지는 잘 모르겠는데……. 최대한 휴가를 내볼게.”

“그러지는 말고. ……다음에 또 보자.”

“그래, 또 보자.”

아샤의 말에 손을 가볍게 흔드는 켈시.

아샤는 그런 켈시의 배웅을 받으면서 어느새 엄청나게 커진 상단을 바라보다가 품에 넣어둔 향수를 조심스럽게 챙긴 다음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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