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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383화 (383/542)

〈 383화 〉 해적들과의 해상전­2

* * *

하양이를 엘라에게 맡기고 배로 돌아간 레이시는 자기를 보자마자 다급하게 달려오는 미스트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미스트를 진정시켰다.

“저 안 다쳤어요.”

“정말이죠!?”

“네, 안 다쳤어요. 죄송해요. 엘라와 미스트가 가끔 마탄으로 신호를 주고받아서 따라 했었는데……, 놀래켜서 정말 죄송해요.”

“정말 안 다쳤죠?”

“네, 안 다쳤어요.”

자신의 뺨을 연신 어루만지면서 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미스트.

레이시는 잔뜩 놀란 미스트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다가 자기는 정말 괜찮다면서 미스트를 진정시켰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손길에 천천히 진정하고서는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다음부터는 그런 짓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아, 아하하……. 많이 놀랐어요?”

“놀라기만 했겠어요? 그래서 무슨 일이에요?”

“해적들을 발견했어요.”

“……네?”

“해적들을 발견해서 제압한 다음 엘라를 부르려고 했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엘라 흉내를 냈어요.”

“그렇군요. 다음부터는 저희를 호출할 수 있는 도구를 준비해야겠네요.”

미스트는 레이시의 설명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는지 머리를 부여잡다가 따로 도구를 준비해주겠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심스럽게 미스트에게 안겼다.

“그나저나 앞으로 어떻게 할까요?”

“네?”

“해적을 발견했잖아요. 육지였으면 다른 곳으로 사람을 보냈는데 여긴 해상이잖아요. 섬이긴 하지만……, 어떻게 처리해야 해요?”

“그러네요. 보통 해적은 즉결 처형이에요. 해군이 배를 나포하고 해적들을 체포한 거라면 감옥에 가둘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은 그런 게 아니니까 즉결 처형이 기본이에요.”

일단 자기가 타고 있는 배에 해적들을 태울 수는 없다.

지금 엘라가 빌린 배는 군함이 아닌 유람선인데다가 설령 군함을 타고 있다고 해도 사람이 워낙 없어서 해적들을 감시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즉결처형이 기본 원칙이다.

애초에 해적들의 경우에는 죄질이 나쁘니 만나자마자 배를 격침시켜도 딱히 다른 말을 듣지 않는다.

뭔가 소리를 듣는다면 왜 굳이 배를 침몰시켰냐는 질문 정도.

그 때문에 미스트는 지금쯤이면 해적들이 전부 죽었을 거라고 대답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혹시 근처에 다른 해적이 있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다.

“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 그게……. 보, 보통 산적들은 그렇게 하잖아요?”

전생에 봤었던 영화를 떠올리고 말하려다가 전생 이야기라는 걸 떠올리고는 간신히 말을 바꾸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이 두려워하는 사람의 반응이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레이시가 발견한 해적들이 함단을 이루고 있는 해적이라고 해도 저들이 무슨 임무를 맡았는지에 따라 다르겠죠. 만약 저들이 보물을 숨기는 역할을 받았다면 저희가 저들의 배를 불태우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순간 공격을 받겠죠.”

그렇게 되면 전부 해상전이 돼서 엘라가 전부 쓸어버릴 거라고 말하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설명에 어색하게 웃다가 해상전은 지상에 있을 때와 뭔가 다르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엘라라면 별반 다른 게 없을 거라고 말했다.

“애초에 저 멀리서 마법으로 배를 없애버릴 테니까요. 근접전에서 조금 약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실력 좋은 마법사는 무적이라고요?”

“그, 그렇구나…….”

배라는 게 통째로 지울 수 있는 물건이었던가……?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그렇게 생각하다가 엘라라면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대답에 여기에서 이러지 말고 배의 안으로 들어가자고 말했다.

“밖은 바람이 많이 부니까 안 좋아요. 해적들이 보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안으로 들어가죠.”

“네. 그나저나 저도 참 운이 없지 확률로만 따지면 3.3%라는데 어떻게 곧바로 해적을 만났을까요?”

“으응, 그러네요.”

“인어분들은 괜찮을까요? 경고를 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럴게요. 레이시는 배 안에서 에일렌하고 대기해주세요.”

“네.”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아래로 내려가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가 아래로 내려가자 숨을 깊게 고른 바닷물 위를 걸어 인어에게 다가갔다.

“휴식 중인데 괜찮을까요?”

“무슨 일이야?”

“해적들이 있는 것 같으니 당분간은 저희 배에서 300m 정도 떨어져서 오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만약 다른 해적들이 없거나 저희가 다 정리를 한다면 깃발을 들어서 신호를 보내드릴게요.”

“깃발?”

“네, 초록색 깃발을 2개 올리면 저희 배에 붙어서 이동해주세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인어.

인어는 일단 미스트의 지시에 따르겠다고 말하면서도 해적이 뭐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사람 말을 할줄 아는 인어가 한 명 밖에 없을 정도로 사람과 단절된 인어라라는 걸 떠올리고는 꽤 위험한 존재라고 말해주었다.

“동족이 노예가 된 걸 봤다면서요? 만약에 배 위로 끌려간 거면 그렇게 끌고 간 사람이 해적일 거예요.”

“……그, 그런 거야?”

“네. 그럴 거예요.”

미스트의 말에 덜덜 떠는 인어.

미스트는 인어의 반응에 다시 한번 쉴 때는 배 근처에서 쉬고 배가 출발하면 300m정도만 떨어지라고 말해주었고, 인어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동료들에게 돌아가서 미스트에게 들었던 말을 그대로 전해주기 시작했다.

“돌아왔어.”

“어떻게 하셨나요?”

“전원 사형. 어렵지 않지. 레이시가 눈치채지 못하게 전부 마법으로 시체도 안 남겼으니까 레이시에게 시체는 없다고 말해줘. 참, 겸사겸사 숲의 조사를 했는데 독초는 없어. 위험한 생물 자체가 없는 섬이야.”

“수고하셨습니다, 공주님.”

“뭘. 레이시는?”

“안에서 에일렌과 함께 대기하라고 명령해뒀어요.”

“명령……,그래, 알았어. 미스트, 나는 미네르바랑 같이 레이시를 돌볼 테니까, 너는 아샤와 함께 해적들이 뭘 하고 있는지 살펴봐줘.”

“심문은 안 하셨나요?”

“전부 살려달라고 빌기만 해서 심문할 분위기가 아니었어. 아샤가 지금 배를 뒤지고 있을 테니까 아샤를 도와.”

“네, 알겠습니다. 공주님.”

엘라의 지시에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빠르게 움직이는 미스트.

엘라는 미스트가 사라지자 미네르바에게 자기에게서 피 냄새가 나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엘라의 질문에 피도 안 튀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거냐며 어처구니없어 하다가 이내 엘라의 몸 냄새를 맡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애초에 마법으로 처리했으니까 피 냄새가 날 리가 없지 않나?”

“그렇기는 한데 만약에 해적의 술냄새 같은 게 몸에 배였으면 향수라도 뿌리고 들어갈 생각이었지.”

“음, 하지만 안 난다.”

“그래. 다행이네. 너는 혹시 모르니까 이거 뿌리고 와.”

미네르바에게 향수를 건네 준 다음 배 안으로 들어가는 엘라.

엘라는 배에 들어서자마자 레이시의 이름을 부르면서 레이시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 시작했고, 이내 배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방에서 레이시의 목소리가 들리자 문을 열고 레이시에게 갔다.

에일렌을 안은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해적은 다 처리했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다른 해적들은 없는지 물어봤다.

“그건 아샤랑 미스트가 조사하고 있어.”

“미네르바는요?”

“냄새가 배인 거 같아서 향수 주고 왔지. 에일렌에게 나쁜 냄새를 맡게 할 수는 없잖아.”

“안 다쳤죠?”

“응, 미네르바라면 레이시가 걱정해서 오히려 더 화낼 거 같은 걸? 자기가 그런 녀석들에게 다칠 줄 알았냐면서.”

“그래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걸요?”

엘라의 성대모사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레이시.

레이시는 나비와 하양이를 섬에 풀어놔도 되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위험한 생물군은 발견되지 않았고, 두 마리가 돌아다니면서 부족한 경비의 역할을 해준다면 도움이 될 테니까.

“대신 무리는 시키지 마.”

“네, 그럴게요.”

엘라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배 갑판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나비에게 가는 레이시.

나비는 레이시가 다가오자 배를 까뒤집으면서 레이시에게 애교를 부렸고, 레이시는 그런 나비의 턱을 가볍게 간질어주다가 이 섬에서는 마음껏 뛰어놀아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눈으로 레이시를 쳐다보는 나비.

하지만 레이시가 고삐를 풀어주고 나비가 레이시의 애완동물이라는 증표만 남겨두자 그대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숲 안으로 달려갔고, 레이시는 나비에게 조심해서 놀아달라고 부탁했다.

“주인.”

“미네르바, 괜찮아요?”

“응, 나는 안 다쳤다. 주인은 괜찮나?”

“네, 저도 미네르바 덕분에 괜찮아요.”

레이시의 웃음에 똑같이 배시시 웃더니 레이시를 안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바닷바람이 세게 불자 날개로 레이시를 안아주면서 안으로 들어가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래로 내려가 다시 엘라에게로 돌아갔다.

“아샤랑 미스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서 편해지거나 귀찮아지겠네.”

“네?”

“만약 해적들이 식량 보충을 위해서 왔다거나 개인적인 정비를 위해서 왔다고 한다면 굳이 무리해서 우리에게 오지 않을 거거든. 그런데 만약에 보물을 위해서 왔다고 한다면 무리해서 우리에게 덤벼들 수도 있어.”

“으응……, 유람선이니까 도망치기 어렵겠죠?”

“음, 굳이 도망칠 필요는 없지. 그냥 귀찮다고.”

어깨를 으쓱이면서 전투 자체는 쉬울 거라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뭐가 됐든 안 싸우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엘라에게 얼굴을 파묻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하긴 싸우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말하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대로 두 사람이 올 때까지 조금 쉴까?”

“그래도 괜찮을까요?”

“응, 아니면 샌드위치라도 만들고 기다릴까?”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여기에서 괜히 쉬라고 말하면 레이시가 더 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겠다 싶어 미스트가 언제 먹어도 괜찮다면서 냉장고에 넣어둔 햄을 꺼내 자르기 시작했다.

“레이시는 빵을 구워줘.”

“네~.”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빵을 자르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자기는 뭘 하면 좋겠냐면서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미네르바의 말에 양배추를 건네주면서 잎을 뜯고 식수로 씻어달라고 부탁했다.

“나만 이상한 일을 시키는 거 같다.”

“아니에요. 중요한 걸요?”

“그런가?”

“네, 부탁드릴게요.”

레이시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배시시 웃으면서 그러겠다고 말하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대답에 볼에 입을 맞춰준 다음 버터를 잘라서 자른 빵을 굽기 시작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옆에서 햄을 구우며 샌드위치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저희 돌아왔어요~.”

“미스트~. 괜찮아요? 안 다쳤어요?”

“네, 괜찮아요. 참, 레이시. 저희 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느쪽부터 듣고 싶어요?”

“……네?”

“좋은 소식부터?”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에게 얼른 선택하라 말하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좋은 것부터 말해달라고 부탁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사람 머리만한 진주를 레이시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뭔가요?”

“인어들의 보물이에요. 이게 있으면 해류 조절이 어느 정도 가능하고 바다 과일의 농사가 잘 된대요.”

“어……, 나쁜 소식은 이게 해적의 물건이라는 건가요?”

“네~, 정답~.”

“…….”

“아무래도 대형 함단하고 싸워야 할 건가봐요. 저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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