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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381화 (381/542)

〈 381화 〉 인어 이주 계획­3

* * *

“좀처럼 좋은 이름이 안 떠오르네요.”

“아, 아하하하…….”

미스트의 말에 어색하게 웃는 레이시.

레이시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미스트의 얼굴에 작게 사과하며 눈이 아프니 쉬어도 되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한 시간이나 흐른 시간.

아무리 한 달이라는 여유 시간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계속 글을 읽었다는 사실에 미스트는 헛기침을 크게 하다가 레이시의 눈을 따뜻한 수건으로 마사지해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마사지에 눈가를 파르르 떨다가 선베드에 축 늘어졌다.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솔직히 인간적으로 눈이 너무 아프다.

그냥 훑어가며 읽었다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 집중해서 글을 읽다 보니 너무 힘들다.

따뜻한 수건의 온기가 눈에 스며들자 어떻게 할 수 없이 몸이 녹아내릴 정도로.

레이시는 의지와 상관없이 축 늘어지는 몸에 한숨을 깊게 내쉬다가 파도의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자 미스트에게 바다에서 멀리 나왔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은근히 멀리 나왔다고 말해주었다.

“슬슬 육지가 안 보이기 시작했어요.”

“에에~. 정말요?”

미스트의 말에 놀라 눈을 가리고 있던 수건을 내리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행동에 싱긋 웃더니 망원경을 건네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망원경을 받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육지를 찾기 시작했다.

“아, 진짜 멀다.”

“그렇죠?”

망원경으로 봐도 한참 작게 보이는 육지.

사람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리 나온 배에 레이시는 신기해하면서 눈을 깜빡였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배시시 웃다가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하양이와 나비를 달래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중간중간 다른 섬에 정박한다고 해도 나비와 하양이에게는 조금 답답할 테니까 레이시가 잘 달래줘요.”

“네에~.”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하양이와 나비에게 가는 레이시.

레이시는 나비와 하양이에게 다음 섬은 언제쯤 도착할 거라면서 그동안 참아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나비는 레이시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갑자기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비의 이상행동에 놀라 당황한 레이시였지만, 이내 나비가 잠수하더니 배보다 몇 미터 앞에서 고개를 빼꼼 들자 눈을 깜빡이다가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호랑이는 고양잇과 동물답지 않게 물을 좋아한다던가?

동물원에서 헤엄치는 호랑이를 tv로 광고하던 걸 떠올린 레이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나비에게 너무 멀리 가지는 마라며 손을 흔들었고, 나비는 레이시의 말에 대답하듯 다시 바닷속으로 사라지더니 배 옆에 나타나서 커다란 물고기를 위로 던져주었다.

자기가 먹을 거라는 걸까?

레이시는 나비가 던진 물고기를 빤히 바라보다가 너무 많이 낚지는 마라며 손을 흔든 다음 에일렌과 함께 나비의 헤엄을 지켜봤고, 에일렌은 나비가 바닷속으로 사라졌다가 계속 나타나자 꺄르륵 웃으면서 박수치기 시작했다.

“재미있어요?”

에일렌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에일렌의 뺨을 살짝 꼬집어주는 레이시.

에일렌은 레이시의 손길에 고개를 돌리더니 레이시를 꽉 끌어안으면서 다시 나비를 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에일렌이 나비를 보고 재미있어하자 한참을 멍하니 나비의 헤엄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0분 정도가 흐르고 나비는 점점 지치기 시작했는지 마지막으로 낚은 물고기를 배 위로 던진 다음 그대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뛰어올라 배에 착지했다.

얼마나 튼튼한 건지 몸무게가 톤 단위로 움직이는 나비가 착지해도 작게 출렁이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변화도 없는 배.

레이시는 배의 안전성에 감탄하다가 이내 나비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물을 털어내자 에일렌을 감싸 안아 가려준 다음 웃음을 터트리면서 나비를 진정시켰다.

“바닷물씻겨줄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르륵.”

레이시의 말에 자기가 낚은 물고기를 한 입에 으깨 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나비.

레이시는 나비의 대답에 미스트에게 물을 만들어달라고 말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부탁에 고양이용 샴푸를 꺼내주면서 나비를 아예 씻기라고 말했다.

그 말에 레이시는 커다란 비닐 장판을 깔고 나비를 그 위에 엎드리게 한 다음 샴푸질을 해주기 시작했고, 나비는 몸에 낯선 감각의 샴푸가 닿자 눈을 깜빡이다가 레이시를 꼬리로 툭툭 치기 시작했다.

“조금만 참아요. 안 그러면 나중에 따끔따끔해질 거라고요?”

산 채로 소금물에 절여지는 건 아프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피부가 햇빛에 약해지기에 레이시는 샴푸를 듬뿍 짜서 나비의 몸을 씻겨주기 시작했고, 나비는 레이시의 말을 알아들은 건지 아니면 그냥 포기한 건지 그대로 축 늘어져서 자기가 낚은 물고기를 전부 입안으로 집어넣고 엎드려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한숨을 푹 내쉬면서 차라리 자라면서 나비의 이마를 문질러주는 레이시.

힘은 좀 더 들겠지만, 나비가 버둥거리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한 레이시는 나비의 몸에 열심히 비누칠하기 시작했고 등과 엉덩이, 앞발에 비누칠을 끝내고 나비의 옆으로 갔다.

“자, 하나, 두울~!”

쪼그려앉더니 나비의 배를 잡고 빙글 돌리는 레이시.

나비는 들썩이는 자기 몸에 당황하다가 레이시가 자기를 눕히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배를 드러내며 발랑 누웠고, 레이시는 나비가 몸을 눕히자 배와 다리, 목덜미에도 비누칠한 다음 비눗물을 씻기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집 한 채보다 커다랗기 때문인지 아무리 깨끗한 물로 씻겨도 끊이질 않는 비눗물.

레이시는 그 비눗물에 땀을 뻘뻘 흘리다가 한참 후에 깨끗한 물이 나오기 시작하자 그대로 축 늘어져서 물을 털어달라고 부탁했고, 나비는 레이시의 명령에 그대로 몸을 부르르 떨면서 몸에 묻은 물기를 털어냈다.

“흐아아아…….”

“수고했어요. 뒷정리는 제가 할 테니까 쉬셔도 괜찮아요.”

“네에…….”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욕실에 들어가서 몸을 씻는 레이시.

인어들은 레이시가 들어가자 미스트에게 레이시가 육지의 사람 중에서는 어느 정도로 강한 거냐면서 물어봤고, 미스트는 인어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왜 그런 질문을 하냐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이시는 딱히 위험한 짓을 하지 않는다.

애초에 성격이 남을 해치지 않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으면 조금 힘들어도 그 방법을 선택할 정도로 순하다.

그러니 레이시가 힘이 얼마나 센지는 물어봐도 그다지 소용 벗다.

미스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인어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고, 인어는 미스트의 질문에 레이시가 안전한 건 경험으로 대충 알 것 같다고 말하면서 그걸 알면서도 레이시가 어느 정도로 센지 알고 싶어하는 이유를 말해주었다.

“거기에서도 여기에 있는 사람들처럼 우리에게 우호적이면 좋겠지만 안 그럴지도 모르니까 미리 알아두게. 만약 저 레이시라는 여자가 약한 축에 속한다면…….”

“걱정하지 마세요. 레이시는 마음만 먹으면 어지간한 적이라면 혼자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니까요. 대부분은 여러분 수준과 비슷해요.”

“그런가?”

“네, 강한 사람은 강하고, 약한 사람은 약해요. 그리고 레이시는 성격이 너무 착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무척이나 강한 편에 속하고요.”

에일렌을 위해서는 기꺼이 어금니를 드러내고 그럭저럭 잘 훈련된 살인청부업자들을 상대로 상처 없이 이겼을 뿐만이 아니라 암살자로서의 이점을 버리고 앞으로 튀어나왔다고는 하지만 아갈레타 가문을 이겼으니 상위 0.01% 안에 들겠지.

아직 검성이나 그런 사람을 상대로는 이기지 못하겠지만, 일반인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하다.

미스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인어들의 걱정을 덜어주었고, 인어는 미스트의 설명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궁금한 게 있다며 또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럼 너희들은 뭐하는 사람이기에 그렇게 강한 사람과 함께 있는 거야?”

“한 나라의 최강자와 그의 일행이죠.”

“어. 그렇구나. 최고의 전사집단이라는 거야……?”

“비슷하죠.”

“지상의 인간은 여자가 강한가보네…….”

“아뇨, 보통은 남자가 강해요. 저희가 조금 비정상적인 거죠. 그래도 저희는 당신에게 적대적이지 않으니 정말 다행이죠?”

“으, 으응…….”

미스트의 말에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인어.

미스트는 인어의 반응에 피식 웃더니 이주하면 사람들하고 교역할 생각 아니었냐고 물어봤고, 인어들은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자기들은 노예가 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어머, 노예라니……, 그런 일을 당했었나요?”

“아니, 하지만 그런 일을 당하는 동족을 본 적이 있어. 우리는 우리에게까지 마수가 뻗기 전에 도망쳤고.”

“그렇군요. 뭐,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아멜리아에서 그런 일을 했다는 게 공주님의 귀에 들어가면 공주님이 친히 모든 걸 쓸어버릴 거라서요.”

“……그래.”

미스트의 말에 침을 꿀꺽 삼키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인어.

미스트는 바짝 긴장한 인어의 모습에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며 손을 흔들다가 배를 운전했고, 인어는 배의 뒤를 따라서 천천히 헤엄치며 따라가기 시작했다.

참방참방 거리면서 배를 따라오는 인어들.

미네르바는 인어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레이시를 따라서 아래로 내려간 다음 씻고 나오는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옷을 갈아입었다.

“역시 주인은 그 옷이 어울린다.”

“에헤헤, 역시 그래요?”

집사복을 입고서 허리춤에 채찍을 감아두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이시를 꽉 끌어안다가 레이시를 침대에 눕힌 다음 멍하니 눈을 깜빡였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졸리면 조금 낮잠이라도 자겠냐면서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일렌을 데려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릴래요?”

“으응, 알겠다.”

미네르바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어트리자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뺨에 입을 맞춰주면서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한 다음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엘라에게 부탁한 에일렌을 데리고 온 레이시는 늘어지게 하품하면서 눈을 꿈뻑이는 에일렌을 안은 채로 미네르바의 옆에 앉았고,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옆에 앉자 조심스럽게 레이시를 옆에 눕힌 다음 레이시의 배를 만지작거렸다.

아직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 느낌.

하지만 점점 부푸는 걸 느낄 수 있는 배에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목덜미를 약하게 깨물면서 레이시를 세게 끌어안았다.

“흐우우우…….”

“으, 으응~. ……조금 조급해져요?”

“……으웅.”

레이시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대답에 작게 웃다가 에일렌이 잠들자 에일렌을 요람에 내려놓은 다음 미네르바의 품에 안겼다.

“그럼 미스트와의 아이가 에일렌만큼 크면 노력해볼까요? 저희.”

“……아니. 그러길 원하는 건 아니다.”

지금도 힘든 걸 아는데 셋이 넷이 된다면 얼마나 더 힘들까?

미네르바는 그 정도는 빈약한 자기 상상력으로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대답에 배시시 웃으면서 미네르바의 입술에 입을 가볍게 맞대었다가 떨어졌다.

“참아줘서 고마워요.”

“으응, 주인…….”

“네.”

“일주일 뒤에 작은 섬에서 쉬는 것 맞나?”

“미스트 말로는 인어들의 회복을 위해서 조금 쉰다고 하네요.”

“……거기에서 주인하고 자고 싶다.”

“아, 아하하……. 그럴까요?”

“응. 그러고 싶다.”

미네르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레이시는 수첩을 펼치고는 자기 일정을 확인하다가 이내 몸에 힘을 축 빼고 미네르바에게 몸을 기대기 시작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몸을 기대자 자기 날개를 이불 삼아 레이시를 재우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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