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0화 〉 뱃놀이2
* * *
“넓어…….”
“그야, 큰 강이라고 했잖아?”
“이렇게 넓은 강인줄은 몰랐죠.”
한강의 세 배쯤 될까?
전생에 중국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 황하를 보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강을 바라보던 레이시는 눈을 깜빡이다가 루룬과 엘레오놀이 협력해서 다스리고 있던 도시, 아멜리아의 항구를 떠올리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분명 거기는 바다고 여기는 강인데 어째서 여기가 더 큰 항구를 가지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엘라를 힐끗 바라보면서 설마 저기에서 배를 빌리는 거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항구가 여러 개 있지? 저기에서 왕가의 문장이 박힌 항구를 이용하면 돼.”
“왕가가 이용해요?”
“상류에서 말을 태운 배를 타고 중간이나 여기 하류까지 내려와서 배를 정박시키고 다시 이동하는거야. 그러면 말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거든. 세크트에서 본 것처럼 와이번 같은 건 아무래도 범죄나 국방과 관련된 급한 일이 아니라면 안 쓰는 게 기본이니까. 그게 아니라면 가신들까지 다 합쳐서 한 번에 이동하기 위해서 배를 타기도 하고”
“어, 어으응…….”
“대충 그런 거야. 그럼 가자.”
“아, 네. 근데 나비랑 하양이도 탈 수 있을까요?”
“두 마리 합쳐서 몸무게가 얼마지?”
“……대략 11톤 정도요.”
등에 올라타면 2층에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크기의 호랑이와 그에 지지 않는 크기의 산양.
그 두 마리가 합쳐서 11톤이라는 몸무게라는 건 어떻게 보면 날씬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배에 올릴 수 있을지 없을지 의심되는 몸무게라 레이시는 엘라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못 태운다는 말을 들으면 계획이 다 깨져버리니까.
자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레이시는 엘라의 눈치를 살피면서 괜찮겠냐고 물어봤지만,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배를 가리키면서 저 정도의 배는 몇 명을 수용할 수 있을 거 같냐고 물어봤다.
“잘 모르겠어요.”
“으음, 그러니까 길이 40m에 높이 15m 폭 12m의 유람선이니까 45만 톤까지는 수용할 수 있어. 우리가 먹을 음식이나 이런 거 다 제외하고도 충분히 태울 수 있어.”
애초에 500명 정도는 가볍게 수용할 수 있는 배에 아이 포함 6명밖에 안 타는 거니 거기에서 사람 200명분 정도의 나비와 하양이가 올라탄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다.
엘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레이시는 생각보다도 대단한 배에 감탄하다가 걱정이 사라진만큼 기대하기 시작하면서 배시시 웃기 시작했다.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걱정은 다 덜어냈냐고 물어보더니 이내 해운 사업장으로 가서 커다란 유람선을 빌려 레이시와 다른 일행을 배에 태웠다.
“식품은 전부 챙겼습니다.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나 불러주십시요. 이 명패를 들고 가면 다른 곳에 있는 정박장에서도 저희 회사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
“그 외의 주의사항은 이 책자를 봐주십시오.”
“응.”
엘라에게 여러 책자를 넘긴 다음에 배가 항구를 떠날 때까지 계속해서 허리를 숙이고 있는 사장.
레이시는 그런 사장의 모습을 갑판 위에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엘라에게 다가가 무슨 책을 받았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별 중요한 건 아니라면서 레이시에게 책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레이시는 눈을 깜빡이다가 잘 모르겠다면서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다.
레이시가 알아들을 수 있었던 건 배의 적재량과 배 위에서 쓰는 깃발 신호 같은 것뿐, 배의 운용방식이나 마정석의 출력이라거나 배의 속력이라거나 그런 건 도통 알아듣기 어려웠다.
거기에다가 배의 출력은 한 시간에 몇 km를 갈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몇 노트의 속력을 지녔다고 표시되어 있으니, 아무래도 이해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렇기에 레이시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책자를 내려놓았고,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었다.
“빨간 깃발만 외우면 돼.”
“빨간 깃발요?”
“뭘 거 같아?”
“……위험하다?”
“맞아. 그것만 외워. 다른 건 ‘당신과 배를 가까이 대고 교류하고 싶습니다,’라거나 그런 쓰잘데기 없는 신호밖에 없으니까.”
“아하하하…….”
“그럼 강으로 가볼래? 아니면 바다로 가볼래?”
“으으응, 엘라가 가고 싶은 곳이요.”
“그럼 강 중앙까지 올라가볼까?”
레이시의 말에 싱긋 웃으면서 미스트에게 신호를 주는 엘라.
미스트는 엘라의 신호에 배를 운전하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배가 천천히 움직이자 신기하다는 듯 배를 바라보다가 이 배는 대체 어떤 식으로 운용되는 거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배의 키가 있는 곳에 마석을 박아넣고 회로를 심어둬서 노와 프로펠러가 움직이게 만든 거야. 닻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뒀고.”
“그렇구나.”
기판 같은 건가?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이내 자세한 건 그냥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갑판에 있는 선베드에 누워봤고, 엘라는 레이시가 선베드에 눕자 자연스럽게 옆자리를 차지하면서 레이시에게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강인데.”
“네?”
“강인데…….”
“으응?”
“강이라고. 물가잖아?”
물가면 따로 입어야 하는 옷이 있는 게 아니냐고 물어보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집요한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그렇게 수영복을 입어줬으면 하는 거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진지한 얼굴로 그럼 그거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 어디에 있냐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레이시는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엘라를 쳐다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엘라의 볼을 잡아당기다가 잘 몰라도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 거라고 말하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뭔데?”
“뭐냐니요? 그러니까……, 저희 언제까지 돌아다닐지?”
“그거야 검성이 사라질 때까지지. 근데 우리가 여기에서 뭔가 할 수 있어? 우리가 뭔가를 해서 빨리 돌려보낼 수 있으면 그러겠는데 우리가 가서 뭔 짓을 하면 우리와 대화할 수 있다고 지랄할 건데?”
“……그러면 다른 거?”
“다른 거라면 어떤 거?”
“다른 거라면……. 그러니까……. 뭔가 있지 않을까요? 마음 편하게 휴식한다거나?”
“내 마음의 편안함을 위해서 수영복을 입어줘.”
레이시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대면서 웃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눈을 깜빡이다가 가슴을 가리면서 엘라에게 작게 변태라고 매도했다.
그러자 엘라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에게 입어줄 거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다가 이내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너무 노출 심한 옷은 싫어요.”
“응, 평범한 비키니로 할게.”
“그게 평범하지 않은 건데…….”
비키니가 평범하다니…….
엘라도, 미스트도, 그리고 아샤도 몸매가 좋은 편이니 비키니를 입어도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비키니가 평범한 수영복이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자기가 엘라를 설득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한숨을 내쉬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한숨에 피식 웃으면서 배의 조종을 멈추고 내려오는 미스트에게 레이시의 수영복을 가져다 주라면서 말했다.
그러자 미스트는 엘라가 무슨 말을 했는지 단번에 알아차리면서 레이시를 데리고 아래로 내려가서 레이시에게 몇 가지 수영복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미스트가 건네주는 수영복을 받아들다가 얼굴을 붉히면서 다들 왜 이렇게 노출도가 높은 옷을 입는지 모르겠다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싫어요?”
“솔직히 말하면요. 노출이 심하잖아요.”
“푸훗, 그렇구나. 그렇지만 레이시의 몸은 아름다우니까 보여줘도 괜찮지 않을까요?”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웃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칭찬에 얼굴을 붉히다가 꼭 그렇게 말해야 하냐면서 투덜거리다가 미스트에게 안겨서 뺨을 부비적거리면서 최대한 노출도가 적은 옷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미스트는 작게 웃으면서 레이시에게 수영복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이내 몸에 착 달라붙는 스패츠와 스포츠 브래지어 형식의 수영복을 꺼내서 레이시에게 건네주었다.
확실히 다른 수영복보다는 노출도가 적은 수영복.
그렇기에 레이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 수영복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수영복으로 옷을 갈아입자 레이시를 데리고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하양이와 나비도 몸을 눕힐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파라솔을 꺼내 배에다가 설치하기 시작했다.
“오일 발라줄까?”
“변태.”
“왜 바로 변태라는 거야?”
“그런 걸 할 생각 아니었어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엘라를 바라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엘라가 뭘 할 줄 안다면서 웃음을 터트렸고, 엘라는 레이시의 웃음에 들켰다면서 어깨를 으쓱이다가 이내 엘라도 옷을 갈아입고 나와 레이시의 옆에 누워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었다.
뺨을 간질이다가 천천히 레이시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눈가를 파르르 떨다가 입을 가리면서 엘라의 손을 치웠고, 엘라는 레이시가 손을 치워내자 아쉽다는 듯 웃다가 레이시의 입술을 가볍게 훔친 다음 레이시에게 팔베개를 해주면서 레이시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레이시가 자기 품에 안기자 엘라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려서 레이시의 가슴을 가볍게 움켜쥐었고, 레이시는 가슴을 쥐는 엘라의 행동에 움찔 떨면서 엘라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기 시작했다.
“우, 우으으응…….”
평소 침대에서 하는 것과 똑같은 행동.
하지만 장소가 변해서인지 레이시는 아무래도 부끄럽다면서 몸을 비틀다가 엘라를 올려다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시선에 미스트에게서 책을 건네받다 말고 레이시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풉…….”
그러다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의 뺨을 가볍게 만지작거리다가 이렇게 귀여운 사람을 애 엄마라는 걸 누가 믿겠냐면서 레이시를 놀리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엘라의 볼을 가볍게 잡아당기다가 이내 다 모르겠다면서 에일렌을 데리고 와서 에일렌과 함께 놀기 시작했다.
“후후……, 진짜 귀엽다니까.”
“자랑인가요?”
“너, 진짜 의외로 인내심이 약하구나?”
“저도 놀라고 있으니까 말하지 말아주세요.”
싱긋 웃는 얼굴로 대화를 피하는 미스트.
엘라는 미스트의 의외의 일면에 놀라면서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엘라의 웃음에 정말 자기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고개를 좌우로 젓기 시작했다.
분명 처음 레이시를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엘라가 레이시를 버리면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하고 레이시에게 성적인 기술을 배우게 해서 그런 용도의 메이드로만 있게 하려고 했던 거 같은데 어째서 이렇게 됐을까……?
미스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숨을 푹 내쉬면서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에일렌의 손을 잡고 흔들어주었다.
그러자 자기도 모르게 엘라에게 보였던 것과는 다른 미소를 지으면서 레이시의 머리카락을 빗어넘겼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길에 작게 웃다가 미스트는 낚시 안 하냐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낚시요?”
“네.”
아샤를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자기는 아샤가 낚인 걸 요리할 생각이라며 레이시의 입술에 입을 맞추면서 레이시를 눕혔다.
“음료수 드릴까요? 에일렌도 마실 수 있는 거로요.”
“네에, 부탁할게요.”
“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레이시의 부탁에 미스트는 작게 웃다가 배 안의 부엌에 들어갔고, 레이시는 미스트가 부엌에 들어가자 에일렌과 블록을 가지고 놀면서 미스트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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