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1화 〉 계획 파괴자 미네르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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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날 이후 토끼 잠옷을 입고 잠을 자게 된 레이시.
레이시는 다음에 갈 도시인 세크트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서 토끼 잠옷을 입고 잤고, 그건 도착하기 하루 전날까지 이어졌다.
“아으으으…….”
“주인, 귀엽다.”
“우으으으!”
마지막 야영 날.
불침번을 서지 않는 미네르바는 토끼 잠옷을 입은 레이시를 끌어안으면서 레이시에게 귀엽다는 말을 계속해서 속삭였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칭찬 아닌 칭찬에 얼굴을 붉히면서 미네르바의 가슴팍을 때려댔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앙탈에 더욱 귀엽다는 말을 속삭이며 레이시를 끌어안았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애교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미네르바의 애교를 막는 걸 포기하고 다른곳으로 주의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미네르바.”
“응?”
“엘라에게 세크트……? 란 도시에 도착하면 저랑 같이 밥 먹고 싶다고 했다면서요?”
“주인은 싫나?”
“으응, 그런 건 아닌데요. 뭘 먹고 싶은지 못 들어봐서요. 뭐 먹고 싶은 음식 있어요?”
“나는 주인이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싶다.”
“저는 미네르바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싶은데요?”
“……우응.”
그리고 그런 레이시의 작전은 그럭저럭 들어 맞으면서 미네르바는 얼굴을 찌푸린 채 레이시의 질문에 대답하려고 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반응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계속해서 미네르바와 데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이는 아샤와 미스트가 맡아주기로 했으니 이번 데이트 때는 아이가 없을 때처럼 둘이서만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속삭여주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속삭임에 눈을 감빡이다가 날개를 펄럭이며 배시시 웃었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미소를 지었다.
“주인.”
“네?”
“고기 먹고 싶다.”
“아하하하……. 고기도 여러 개가 있잖아요? 어떤 고기가 좋아요?”
“음, 돼지가 좋다. 그 녀석들은 체력이 좋아서 사냥하기 귀찮지만, 사냥하면 맛있으니까. 닭이나 소, 사자 같은 것과도 다르다.”
“그래요? 그럼 돼지고기 하는데 찾아서 먹을까요?”
“응, 그러면 좋겠다.”
“그렇구나. 그런데 처음 가보는 도시라서 그런데 좀 헤매겠죠?”
“그럴 거 같다.”
“그럼 일찍 자야겠네요?”
“그렇다. 으응……, 주인, 이쪽으로 와라.”
“후후, 네에~.”
레이시와의 대화 도중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긴 한 건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미네르바.
하지만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꼬물꼬물 기어와서 품에 안기자 그저 좋다는 듯 배시시 웃다가 레이시를 껴안고 천천히 눈을 감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미네르바는 잠에서 깨자마자 레이시가 품에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주섬주섬 일어나 마차에서 내려 레이시의 냄새를 찾기 시작했고, 레이시의 냄새가 천천히 풍기자 곧바로 날개를 펼쳐서 레이시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일어나셨어요?”
그러자 반갑게 인사해주는 레이시.
레이시는 곤히 자고 있어서 깨우지 못했다면서 미네르바에게 말해주면서 미네르바를 안아주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팔을 벌리자 날갯짓을 멈춰서 곧바로 레이시의 앞에 착지했다.
레이시는 그 모습에 당황하면서 팔을 벌렸지만,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팔을 벌릴 때 허공을 발로 차면서 공중제비를 돌았고, 이내 주먹을 땅에 찍으면서 착지했다.
“주인, 애가 있으니까 조심해라. 그리고 내가 날다가 아무 이유 없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나?”
“으응, 그래도요. 다음부터는 천천히 착지해주세요.”
“……알겠다. 그건 내가 잘못했다.”
미네르바의 말에 미네르바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배시시 웃다가 레이시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서 오늘은 데이트라면서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웃음에 똑같이 웃다가 나비와 하양이가 아침밥을 먹을 때까지만 기다려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음, 괜찮다.”
“고마워요.”
“데이트다. 에헤헤…….”
“네, 데이트에요.”
어차피 다른 사람들의 방해없이 데이트를 할 수 있기 때문일까?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시를 껴안고 나비와 하양이가 밥을 먹는 걸 가만히 지켜봤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행동에 배시시 웃다가 미네르바와 깍지를 끼고서 멍하니 하양이가 밥을 먹는 걸 지켜봤다.
의외로 배를 빵빵하게 채우지 않는 나비와 반대로 배를 꽉 채우고 있는 하양이.
복스럽게 먹는다는 말이 어울리는 식사장면에 레이시는 사과를 베어 물다가 미네르바에게 정말 맛있게 먹지 않냐면서 키득키득 웃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레이시에게 뺨을 비비기 시작했다.
“간지러워요.”
“내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헤에에~, 나비랑 하양이에게 질투해요? 미스트랑 엘라에게는 안 하구?”
“다른 사람들은 오늘 레이시하고 데이트하지 못한다. 하지만 쟤들은 아니다. 쟤들은 주인의 시선을 끌잖나. 그건 싫다.”
“아하하하……. 그래도 미네르바가 위니까 봐줘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무리의 주인이니까 더욱 용납할 수 없는 거다. 주인.”
미네르바는 레이시 무리의 우두머리는 자기인데 어디서 우두머리의 애인을 노리는 거냐면서 투덜거렸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자기는 깡패 같은 게 아니니 레이시 무리라고 말하지 말아달라며 미네르바를 끌어안았다.
“가족이지 무리라거나 이런 걸로 불리기 싫어요.”
“무리와 가족이 다른가?”
“음, 어감이 다르죠?”
“……사람의 말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무리나 가족이나 똑같은 말인데.”
“아하하, 하여튼 저희는 서로 부탁하는 가족이지 상하복명하는 무리는 아니에요. 알겠죠?”
“으음, 알겠다. 우리는 가족이다.”
고개를 끄덕이다가 레이시가 싱긋 웃자 패밀리라고 말하면서 농담까지 해보는 미네르바.
하지만 미네르바의 패밀리라는 발언은 레이시로 하여금 다른 의미를 떠올리게 만들었고, 레이시는 패밀리라는 단어를 몇 번 떠올리다가 웃음을 터트리면서 조심스럽게 미네르바에게 머리를 기댔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하양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멍하니 바람을 쐬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부드러운 손길에 눈을 깜빡이다가 조심스럽게 미네르바의 품에 파고들었다.
앉아있는 곳이 좁아서 조금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미네르바를 껴안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포옹에 눈을 깜빡이다가 레이시를 자기 허벅지에 앉힌 다음에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아랫배에 손을 올리더니 얼굴을 붉히면서 언제 안정기에 들어가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질문에 눈을 깜빡이더니 얼굴을 붉히면서 미네르바의뺨을 쓰다듬었다.
“한 달 정도는 있어야 할 거 같아요.”
“으응…….”
“하고 싶어요……?”
“하고 싶다.”
하긴 미네르바치고는 오래 참았지…….
그런 생각에 레이시는 얼굴을 붉히다가 천천히 미네르바의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댔다가 떨어지면서 지금은 이걸로 참아달라고 부탁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부탁에 얼굴을 붉히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관계 없이 성욕을 꾹 참는 건 나름 익숙하다.
그리고 지금 레이시의 안에는 레이시와 미스트 사이의 아이가 있으니 레이시의 무리, 가족으로서 레이시를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한 미네르바는 숨을 몇 번 고르다가 레이시의 아랫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면서 참을 수 있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는 미네르바의 모습에 조금은 미안하다는 듯 뺨을 쓰다듬었다.
“맞아, 미네르바. 그 말할 게 있는데요…….”
“응? 뭔가?”
“그게……, 저, 이번에 아이 낳고 나면 애들이 좀 클 때까지는 아이를 가지지 않을까봐요. 애들도 돌봐야 하고 그래서……, 죄송해요…….”
엘라의 아이, 미스트의 아이, 다음은 미네르바의 아이.
누가 말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정한 것도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다음은 미네르바 차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레이시는 우물쭈물 망설이다가 미네르바에게 가족계획에 대해 생각해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고개를 끄덕거리기 시작했다.
아마 자기가 생각하는 이유와는 다르겠지만, 가족을 늘리거나 그러는 건 무리의 우두머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고유 권한이다.
거기에다가 자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엘라나 미스트 사이에서 가진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아이를 가지는 속도를 늦추겠다는 거니 뭐라고 할 생각도 없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한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쭈뼛거리자 자기 생각을 그대로 말해주면서 다시금 레이시에게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얼굴을 붉히다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사실 둘도 힘들다고 생각하고 에일렌이 7살 때까지는 둘째까지만 키우자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쌍둥이라서…….”
“7년만 참으면 되나?”
“아, 아뇨. 그러니까 신체 나이로요. 7살이면 부담감이 아무래도 줄어드니까요.”
“음.”
5살 때까지는 눈을 떼지 않고 계속 지켜보면서 넘어지지는 않는지, 이상한 걸 주워 먹지는 않는지 주의 깊게 쳐다봐야 하지만, 7살쯤 되면 적어도 이상한 걸 주워 먹거나 그러지는 않고 길을 잃지 않는지, 위험한 곳에 가지는 않는지만 찾아보면 되니까 셋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나이를 먹으면 에일렌도 개인 시간을 가질 테니까 셋째를 돌볼 시간이 늘어날 테니 셋째도, 넷째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레이시는 그렇게 말하면서 진지한 얼굴로 가족계획을 말하기 시작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계획을 듣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 사이에 레이시를 안는 건 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으응, 그거는 괜찮아요. 그래도 미네르바가 자기 아이는 왜 안 가져주는 거냐면서 안달할까 봐 말하는 거예요. 자기는 안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말하는 건 싫으니까. 정말 좋아하는 거 알죠?”
“……에헤헤.”
레이시의 말에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를 꽉 껴안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포옹에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하양이가 밥을 다 먹었으니 돌아가자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나비의 고삐를 잡고 천천히 마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미스트.
미스트는 두 사람에게 앞으로 3시간 정도만 마차를 더 타면 세크트에 도착할 거라면서 데이트에 필요한 용돈을 레이시에게 건네줬고,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돈주머니를 받아 가방에 넣자 며칠 전에 자기가 죽였었던 산적이 떠올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가방에 넣어두면 도둑 안 맞나?”
“네?”
“산적을 봐서 물어보는 거다.”
“아, 괜찮아요. 가방 자체를 뺏어서 도망치는 거면 어쩔 수가 없는데 가방을 칼로 찢어서 돈을 뺀다거나 그런 건 못하거든요.”
그거 외에 돈을 꺼내는 순간 그대로 주머니를 낚아채는 거라면 미네르바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바가지를 쓴 것 같다면 엘라에게 말하면 알아서 해결할 수 있다.
미스트는 그렇게 말하는 한편 미네르바에게 자세한 가격을 알고 싶으면 불탄에게 가서 한 번 물어보라고 말했다.
회색 영역에서 활동하는 반 범죄집단이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상인이니 대략적인 시세는 알고 있으니, 불탄에게 말한 것과 가격이 상이하게 차이가 난다면 바가지니 말하면 된다고.
미스트가 그렇게 말하자 미네르바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불탄에게로 갔고, 레이시는 불탄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는 미네르바의 모습에 데이트가 그렇게 기대되는 거냐며 어색하게 웃다가 오랜만에 직접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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