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0화 〉 계획 파괴자 미네르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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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습격이라는 이벤트는 있든 없든 별 상관이 없었다.
중요한 건 불칸과 불칸의 데이 드렁커와 함께 아갈레타 가문이 있는 도시로 가는 것이었고, 습격받는 것은 그런 일련의 계획에 이유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왕족이 일반 상인과 일주일 동안 동행하는 것과 왕족이 지나가던 길에 습격당한 상인과 일주일을 동행하는 것은 설득력이 다르니까.
그렇기에 엘라는 미스트와 함께 미네르바가 있을 법한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1km이상 떨어진 곳에서부터 퍼져나오는 피 냄새에 머리를 붙잡았다.
이 정도 거리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피 냄새가 나는 걸 보면 사냥감으로 뭔가 내기를 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네르바가 있는 곳으로 가자 여기저기 흩어진 사람이었던 것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고, 엘라와 미스트는 그 풍경에 앓는 소리를 하면서 미네르바를 불렀다.
“불렀나?”
그러자 미네르바는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채 나타났고, 엘라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면서 도적들은 전부 죽였냐고 물어봤다.
“전부는 아니다?”
“나머지는?”
“저기.”
레이시가 보통은 전부 죽이지 않고 한, 두 사람은 살려둬서 대장이라고 불린 사람들은 죽이지 않고 살려뒀다고 말하는 미네르바.
엘라는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미네르바를 칭찬했고, 미네르바는 엘라의 칭찬에 으쓱해하다가 엘라의 칭찬보다는 레이시의 칭찬이 듣고 싶다면서 아까부터 천으로 닦던 것을 엘라에게 내밀었다.
“두개골이네? 이거 곰?”
“나비가 먹고 있는 거 머리만 떼어내서 가죽하고 살을 벗겨봤다.”
“잘 안 닦이는 부분이 있는데……. 핏자국이야 멋지니까 남겨둬도 살점 같은 건 남겨두면 악취만 나니까 미스트에게 뒤처리 맡기자.”
“흠, 알겠다.”
레이시의 머리보다 살짝 커다란 곰의 두개골.
박제 처리를 하면서 좋은 장식품이 되겠다 싶어서 엘라는 미스트에게 뼈를 던져주면서 미네르바의 이름을 새겨달라고 부탁했고 미네르바에게는 살려둔 사람은 어디에 있냐고 물어봤다.
“여기다. 강에서 먹게 했다.”
“어푸, 푸헉!?”
“잘 잡아뒀네.”
“고기를 상하지 않게 하는 법이다. 너도 배워두면 좋다.”
“아니, 난 상하기 전에 마법으로 아예 얼려버리면 그만이니까 이런 보관 방법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은데.”
“……흥, 그래도 레이시는 나를 더 칭찬할 거다!”
“그래?”
몸통에 줄을 매달아서 간신히 숨을 쉴 수 있게만 해놓은 다음 강물에 넣어버린 미네르바.
엘라는 산적들이 숨겨진 칼로 줄을 끊고 도망치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산적을 강물에서 끄집어냈고, 물에서 나온 산적의 팔을 보자 왜 산적들이 도망치지 않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피가 흐르면 과다출혈로 죽으니까 상처를 내지 않은 미네르바.
하지만 그 반동인지 미네르바는 산적들의 관절이란 관절은 다 뽑아버린 다음 팔과 다리를 이상한 방향으로 엮어버렸고, 엘라는 산적들이 용케 기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산적들의 얼굴을 바라봤다.
“사, 살력……, 살려주세요오오오! 저 미친 하피 새끼! 으아아아악! 사람 살려어어! 저, 저기 살려주세요오오!”
“시끄러워. 그 정도로 사람 안 죽어.”
앞으로 한 시간 정도 강 안에서 둥둥 떠다니게 내버려뒀으면 저체온증이나 쇼크로 죽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몸 상태로는 사는 것보다 죽기가 더 힘들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나비와 미네르바의 테이머인 척 산적에게 다가가 미네르바를 왜 건들였냐면서 협박했고, 산적은 엘라의 말에 기겁하면서 잘못을 빌기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비싼 술을 파는 상인이 있다고 해서 돈을 얻으려고 했습니다! 아가씨처럼 강한 모험가님께서 계셨다면 덤비지 않았을 겁니다!”
“미네르바를 덥친 이유는 뭐지?”
“하, 하피가 너무 요염해서……! 여자가 없는 생활을 견디기 힘들어서 그랬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흐응, 그래? 미스트! 이 녀석의 말을 녹음해. 거짓말 판별 마법도 사용하고. 그리고 넌 다시 한번 그 말을 그대로 말해.”
“힉!”
“알겠습니다.”
자기가 범죄를 저지르려고 했다는 사실을 고백하게 된 산적.
이대로 죄를 엘라에게 그대로 고하면 운이 좋아야 노역형이고 운이 나쁘면 태형 이후 노예로 신분 격하가 일어나기에 산적은 자기가 모아둔 게 있으니 제발 그것만은 봐달라며 빌었지만, 돈이나 보물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던 엘라는 한 번만 더 헛소리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다음 산적에게 죄를 고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산적은 눈가를 떨면서 미스트를 올려다봤고, 미스트가 입은 옷을 보고는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다.
옷의 재질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딱 봐도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는 고급스러운 옷자락.
잘못 건들어도 뭔가 단단히 잘못 건들었다는 걸 직감한 산적은 그래도 죽는 것보다는 노예가 되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잘못을 고하기 시작했고, 엘라는 그런 산적의 모습에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식은땀을 흘렸다.
자칫 잘못해서 미네르바가 모두를 죽였다면 다른 계획을 사용해야 할 뻔 했다.
그렇게 되도 일이 어렵게 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귀찮은 일은 피하는 게 좋았기에 엘라는 미네르바에게 죽이지 않아서 고맙다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의기양양한 얼굴로 가슴을 쭉 내밀었다.
“흥! 나에게 좀 더 고마워해도 좋다!”
“아, 이 정도면 충분해.”
“……부우. 미스트라면 좀 더 나에 대해서 칭찬해줬다.”
“애냐.”
미네르바의 반응에 엘라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미네르바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나중에 레이시랑 둘이 식당을 잡아줄 테니 저녁 데이트라도 즐기라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엘라의 말에 만족한다는 듯 날개를 펄럭이다가 나비에게 돌아갔다.
이유는 입에 피를 묻힌 채 돌아가면 레이시가 싫어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미네르바는 자리를 뜨는 엘라와 미스트에게 레이시에게 잘 말해달라며 부탁한 다음 나비에게로 날아갔고, 엘라는 그 모습에 기지개를 켜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다행이야, 안 그러면 없는 도적 찾아서 여기저기 들쑤실 뻔 했어.”
“네에~, 정말로요. 하지만 이걸로 어떻게 잘 처리할 수 있게 됐네요.”
“그러게. 정말 다행이다.”
미네르바가 레이시를 따라할 정도로 레이시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큰 문제가 될 뻔했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다가 미스트와 함께 레이시에게 돌아갔고, 에일렌을 재우고 등을 토닥여주던 레이시는 두 사람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네르바는요? 데리러 간 거 아니었어요?”
“아, 응. 나비가 식사 중이라서 그냥 내버려두고 왔어. 참, 이건 미네르바의 선물.”
“힛!? 아, 아아……. 두개골…….”
“곰 먹고 있더라, 나비. 머리뼈 크기 보면 한 1톤급 곰 같던데.”
“……어음, 맛있게 먹으면 됐죠.”
이 세상에서는 더 이상 곰이 멸종위기종이라거나 보호해야만 하는 동물이 아니니까…….
거기에다가 호랑이가 곰을 사냥해서 먹는 건 자연의 일이니까, 거기에다대고 뭐라고 하는 것도 이상하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저 뒤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은 누구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잠시 레이시의 눈치를 살펴보다가 입을 열었다.
“미네르바가 산적을 만났어. 미네르바가 예뻐서 강간하려고 했대.”
“……미네르바는 괜찮아요?”
“응, 몸에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어.”
“다행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는지 안 물어봐?”
“죽였겠죠?”
엘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시.
레이시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미네르바가 셋이나 살려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미네르바의 흉내를 내면서 장난스럽게 으르렁거렸고, 엘라는 조금 대담해진 레이시의 모습에 싱긋 웃다가 신경 안 쓰냐고 물어봤다.
“전에는 많이 힘들어했잖아. 억지로 괜찮은 척 하는 거라면 무리하지 않아도 좋아.”
“정말로 괜찮아요.”
“진짜?”
“네, 적을 해치지 않으려고 애 쓰다가 미네르바나 엘라가 다치는 게 더 싫어요.”
에일렌을 조심스럽게 안으면서 그러니까 정말로 괜찮다면서 엘라를 안심시키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배시시 웃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웃음에 똑같이 눈웃음을 치다가 산적들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다.
“저 사람들에게 묶도록 해야지. 우리 마차는 죄인을 호송할만한 곳이 없으니까. 대신 보상금의 일부는 저 사람들에게 주고. 우리는 3만 받고 저 사람들이 7을 받게 할 거야. 돈 같은 건 우리에겐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이야기고 일주일 내내 범죄자를 감시한다는 건 의외로 힘드니까.”
“엘라가 그렇게 정했으면 괜찮아요. 엘라는 안 다쳤죠?”
“우리가 갈 땐 미네르바가 지위가 높아 보이는 저 세 사람만 남기고 다 죽였었어.”
“그렇구나. 돌아오면 미네르바를 달래줘야겠네요.”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험한 일을 했으니까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달래줘야겠다고 말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자기는 안 해줄 거냐면서 레이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레이시는 얼굴을 붉히면서 일이나 하고 오라면서 엘라를 밀어냈고, 엘라는 레이시의 완곡한 허락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불탄에게 가서 산적을 넘겨줬다.
“자, 이 녀석들이 산적들이야. 구면인지 아니면 초면인지 모르겠는데 이야기는 경비병에게 어떻게 지어내서 말해. 산적들에겐 미스트가 저주를 걸어서 너네들이 한 말대로 생각하게 될 거야.”
“네, 네헷…….”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엘라가 마차에 들어가자 산적들을 보고 혀를 차는 불탄.
그야 선물용으로 쉽게 팔아먹을 수 있는 술을 들고 간다고 소문을 냈으니 달려들만도 하지만, 상대를 봐가면서 덤벼야지 하피가 있다고 그걸 그대로 덮치려고 하다니…….
불탄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를 잘못 골랐다며 고개를 좌우로 젓다가 멍하니 침을 줄줄 흘리는 산적들을 싸구려 마차에 쑤셔 넣은 다음 부하들에게 감시하라고 명령을 내렸고, 마차 안에서 불탄의 움직임을 감시하던 미스트는 엘라에게 산적을 마차에 넣었다고 말해주었다.
“아, 그래? 수고했어. 미스트.”
“감사합니다, 공주님.”
레이시의 무릎베개를 배고서 손을 흔드는 엘라.
미스트는 그런 엘라의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다가 그런 모습으로 있으면 상을 줘도 받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너도 하고 싶어? 하지만 나 다음에는 미네르바야. 그리고 그 다음에는 아샤. 넌 마지막.”
“어머, 질투이신가요?”
“응. 레이시의 배에 네 아이가 있으니까 당분간은 스킨십은 참아줘.”
어차피 레이시는 저녁에 미스트에게 가서 미스트의 품 안에서 잘 것이다.
매일 밤 아이 이름을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로 떠들다가 굿모닝키스도 전부 미스트의 독차지.
그건 아무래도 치사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볼을 부풀리면서 레이시의 허벅지에 얼굴을 파묻고 다 모른다고 말했고, 미스트는 그런 엘라의 모습에 싱긋 웃더니 레이시의 옆에 앉아 레이시에게 입을 맞췄다.
“웁, 으으우웁……. 응쯉, 쯉…….”
미스트가 혀를 집어넣자 처음에는 당황하는 듯 하더니 이내 금방 눈을 감고 미스트의 혀를 받아들이는 레이시.
레이시는 엘라가 눈을 흘기면서 레이시의 허벅지를 깨물자 움찔 떨면서 천천히 미스트와의 키스를 끝내고 얼굴을 붉혔고, 엘라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레이시와 입을 맞추면서 아무리 그래도 자기를 투명인간 취급하지 마라며 레이시를 밀어넘어트렸다.
“흐꺙!? 자, 잘못했어요……. 아하하하…….”
“흥…….”
“미, 미스트도 뭐라고 해줘요.”
“음~, 공주님.”
“왜?”
“레이시에게 동물 잠옷 입히려고 하는데 바니랑 고양이, 어느 쪽이 귀여울까요?”
“…….”
“미, 미스트으으으으!?”
“아핫~.”
상쾌하게 웃으면서 잠옷을 꺼내는 미스트.
미스트는 엘라가 쳐다보든 말든 레이시에게 어떤 게 더 좋냐고 물어보더니 엘라를 껴안고 누워있는 레이시의 뺨에 입을 맞추면서 엘라를 계속해서 도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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