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5화 〉 와인과 샴페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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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습 메이드에서 벗어나면 어떻게 될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금방 도착한 도시.
레이시는 도시에 도착하자 기지개를 쭉 켜다가 여관의 예약은 자기가 하겠다고 말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미스트에게 레이시와 같이 가라고 말했다.
“괜찮으시겠어요?”
“뭐,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잖아.”
레이시가 앞에 있어서 영주와 인사하고 나서 도시를 산책하는 건데 뭐가 그렇게 힘들겠냐고 말하는 엘라.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필요한 일이 생기면 말해달라고 부탁했고, 엘라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이시에게 손을 흔들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응, 레이시도 무리하지 말고.”
“네.”
엘라의 말에 배시시 웃다가 마차를 직접 몰면서 미스트와 함께 여관을 찾는 레이시.
레이시는 미스트에게 어디로 가면 좋을지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질문에 이 정도 규모의 도시라면 귀족들만을 대상하는 여관이 있으니 거기로 가자고 말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도시 안을 돌아다니다가 손님은 적지만, 무척이나 깔끔하고 커다란 여관을 보고는 미스트의 손을 잡아당겼다.
“저기면 괜찮을까요?”
“네. 꽤 괜찮은 여관이네요. 레이시가 이번에 일을 처리해볼래요?”
“네!”
미스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여관의 바깥에 마차를 대고 마부석에서 내려간 레이시.
레이시는 미스트에게 들었던 주의점을 떠올리면서 미네르바와 함께 여관에 다가갔고, 여관의 주인은 딱 봐도 비싼 의류를 입고서 다가오는 레이시를 보고는 레이시를 마중나갔다.
그러자 레이시는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미스트가 말해준 대로 말하기 시작했고, 여관 주인은 여관을 통째로 빌리려고 하니 다른 손님이 있는지 물어보는 레이시의 모습에 힘 있는 가문의 자제의 메이드라고 생각하며 다른 손님들은 없다고 대답해주며 레이시를 접대했다.
“다른 직원분들도 전부 내보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럴 경우에는 보증금이 필요하게 될 건데 괜찮겠습니까?”
“네. 괜찮아요.”
“알겠습니다. 그럼 손님의 이름을 가르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는 엘라 파우스트 오라토리엄 공주님의 메이드인 레이시 루피너스 남작입니다.”
“그렇군요.”
“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나요?”
“아, 네. 서류를 들고 올 테니 잠시 기다려주세요.”
레이시의 말에 내색은 하지 않더라도 적잖게 놀란 여관 주인.
여관 주인은 레이시의 말에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정신을 차리고 여관을 빌리는 데 필요한 서류를 들고 오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여관 주인이 여관으로 들어갔다가 나와서 서류와 펜을 건네주자 서류를 읽다가 미스트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그러자 미스트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서류를 받아봤고, 서류에 레이시가 처리할 수 없는 부분이 보이자 싱긋 웃으면서 대신 처리해서 건네주었다.
“문장 보여주는 거 잊지 마시고요.”
“네에~.”
미스트의 말에 자기 제복에 있는 문장을 떼서 서류와 함께 건네는 레이시.
여관 주인은 레이시가 서류와 함께 엘라의 문장을 내밀자 문장이 진짜인지 감정하고 오겠다면서 자리를 비웠고, 레이시는 여관 주인이 자리를 비우자 마차를 안으로 들이고 마차에 앉아 멍하니 여관 주인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여관 주인과 함께 여러 사람들이 나와서 레이시에게 인사했고, 레이시는 여관 주인과 직원들의 인사를 받은 다음 미스트와 함께 여관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방이 많은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적네요.”
“그러게요. 아무래도 숙박보다는 사교에 대한 것을 좀 더 신경 쓴 여관 같네요. 와인과 샴페인이 특산물이니까 여행 목적으로 귀족들이 많이 올 테니까요. 이런 곳에서 모인 귀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맥을 만들게 돕고 돈을 받는 거죠.”
“그렇구나.”
“네, 나중에 레이시도 이런 곳에 올지 모르니까 한 번 배워두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청소가 끝난 소파에 앉았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에게 뱅쇼를 해주겠다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조심스럽게 미네르바를 보더니 미네르바와 함께 미스트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고, 미스트는 와인을 커다란 주전자에 붓고 끓이다가 두 사람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며 그렇게 몰래 구경하지 않아도 된다며 손짓했다.
“에헤헤…….”
“근데 조금 오래 걸릴 거예요.”
“네?”
“몇 시간 동안 알코올을 날려야 하거든요. 한 2시간 정도 끓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요?”
“네. 알코올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날아가지 않거든요. 2시간 정도 끓여도 5% 정도는 남아요. 지금 도수가 3~4도 정도인 와인을 쓰고 있긴 하지만요.”
그래도 레이시의 몸을 생각해서 그 정도는 약불에 뭉근하게 끓여야 할 것 같다고 말하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알람을 맞추더니 레이시와 미네르바를 데리고 2층의 발코니에 두 사람을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다과를 준비해서 포도 쥬스를 따라주었고, 미네르바는 다과를 보고는 레이시의 눈치를 살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시선에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배시시 웃으면서 과자를 먹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미스트의 과자가 제일 맛있다면서 레이시에게도 과자를 먹여주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발코니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미스트.”
“네.”
“엘라랑 아샤, 영주님을 보러 간 거 아니죠?”
“네?”
“으응, 그러니까 두 사람이 영주님을 보러 갔으면 저런 사람들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레이시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미스트는 긴장한 얼굴을 하고서 자기가 있는 쪽을 바라보는 사람을 볼 수 있었고, 미스트는 그 사람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레이시를 바라봤다.
“어떻게 알아냈어요?”
“응? 으으으음……, 그냥? 뭔가 알게 됐어요.”
사람을 죽이고 난 이후부터 감각이 몇 배는 예민해졌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그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다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다가 레이시가 자기를 바라보자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레이시의 말이 맞다고 말해주었다.
“말하기 힘든 일을 하러 갔어요.”
“그렇구나.”
“으음~, 뭐라고 하지 않는 건가요?”
“저를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요.”
자기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그런 걸 하러 갔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잠시 씁쓸하게 웃다가 미네르바에게 머리를 기대면서 눈을 감았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어깨를 감싸주더니 조심스럽게 날개로 레이시의 몸을 안아주었다.
“따뜻하네요.”
“그런가?”
“네. 미네르바의 날개는 언제나 따뜻해서 기분이 좋아요.”
“에헤헤…….”
“그럼, 저희가 영주님에게 가야하지 않을까요?”
“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저런 사람을 보냈다는 건 영주님이 이쪽으로 온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래요? 저희 보고 오라고 말하려고 저런 사람을 보내는 거 아니에요?”
“아하하, 한 나라의 왕족보고 오고 가라고 하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어요? 그것도 공무를 위해서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도 아니고 그냥 놀러 온 왕족을 대상으로? 아예 안 만나는 일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렇게 보고 당황하고 있으면 영주 쪽에서 알아서 올 거예요.”
볼케릭처럼 왕권을 강화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왕족이나 아이야트나 슈레이처럼 왕위 후계자라서 만나는 순간 특정 포지션을 취하게 되는 왕족의 경우에는 만나지 않으려고 피하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엘라나 실로트 같이 왕권과 거리가 멀고 각자의 일을 알아서 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만나지 않고 피할 이유가 없다.
특히 오라토리엄 왕국의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엘라라면 더더욱 그럴 이유가 없다.
나중에 차기 국왕이 왕좌에 오르고 엘라가 은퇴한 이후 귀족으로 끌어당길 수만 있다면 단숨에 귀족의 세력이 커져서 좀 더 편하게 부를 쌓을 수 있는데 왜 망설일까?
미스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시에게 이곳의 영주를 맞이해보겠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잠시 고민하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제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제게 온다면 사실 할 이야기가 아무 것도 없다는 거잖아요? 그리고 저는 술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요. 그렇다면 저보다는 미스트가 나을 거 같아요.”
“음, 그런가요? 이번 건 훈련의 의미도 있으니까 다시 한번 생각해봐요.”
“그래요? ……으으음~, 그래봤자 뭔가 딱히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 같지는 않은데.”
대화를 나누려면 공통점이라는 게 필요한데 이곳의 영주와 자신과 무슨 연관점이 있을까?
굳이 따지자면 엘라가 있겠지만, 레이시는 엘라를 정치의 도구로만 사용하려고 하는 사람과 친근하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왕족의 일원으로서 생각하면 다소 무책임한 발언이지만 어차피 엘라와 그 일행은 정책을 만들지도 않고 영지를 직접 다스리지도 않는다.
거기에다가 받는 돈도 엘라가 하는 일에 맞춰서 왕국에서 정한 정말 최소한의 돈만 받고 있는데 그런 엘라에게 선택의 영역에 있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자기 생각을 말하면서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뭐가 전보다 당당해진 레이시의 태도에 눈을 깜빡이다가 배시시 웃었다.
전처럼 주변의 의견에 따라서 끌려다니는 것보다는 지금이 더 낫나?
거절하는 이유도 합당하고…….
미스트는 그런 생각에 당당한 얼굴로 의견을 물어보는 레이시의 뺨에 입을 맞춘 다음 영주의 일은 자기가 처리하겠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그냥 인사만 하고 돌려보내는 거냐고 물어봤다.
“네, 레이시의 말대로 딱히 친분을 쌓을 필요도 없고 그래서요.”
“으응. 그래요?”
“네. 솔직히 여기의 영주와 친해져도 술에 대한 정보만 조금 얻고 끝날 텐데 공주님을 제외하면 그렇게 술을 취미로 마시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다지 의미는 없잖아요.”
“아하하…….”
“아마 이대로 내버려 두면 저녁쯤에는 올 거 같으니 저는 뱅쇼를 만들러 가볼게요.”
“네, 조심해요~.”
미스트의 말에 미스트의 볼에 입을 맞춘 다음이 기지개를 켜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따라서 일어난 다음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다과를 한 번에 삼켰다.
“맛을 즐겨도 좋을 텐데.”
“주인이랑 같이 먹는 게 좋다.”
“다음에는 그렇게 말해요. 어차피 저 한가하니까요.”
“알겠다. 그래서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할 거냐?”
아까부터 바깥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신경 쓰고 있던 레이시.
갑자기 감각이 개발되어서 어떻게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이었기에 미네르바는 레이시에게 어떻게 할지 물어봤고, 레이시는 자기 상태를 파악한 미네르바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미네르바의 입가를 정리해주면서 대답했다.
“저분들을 돌려 보내주시겠어요? 참! 저번처럼 기절시키면 안 돼요. 알겠죠? 저번에도 그냥 정중하게 돌려 보내주라는 거였지 기절시켜달라는 게 아니었다고요.”
“으읏! 그, 그 때는 실수였다!”
“아하하……. 알겠죠? 이번에는 적당히 돌아가달라고만 말해주세요.”
“그렇게 하겠다.”
레이시의 말에 얼굴을 붉히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가 난간을 넘어서 1층에 착지하자 손을 흔든 다음 에일렌에게 갔고, 요람에서 일어나서 재미있는 게 없나 확인하던 에일렌은 레이시가 보이자 바로 팔을 벌리며 배시시웃었다.
“마망!”
“안아줄까요?”
“마아~!”
“네에, 어디로 가볼까요오~.”
에일렌의 애교에 배시시 웃으면서 에일렌을 안아주는 레이시.
에일렌은 레이시의 품에서 이리저리 움직여서 자세를 잡더니 레이시의 몸을 잡아당기며 가고 싶은 곳을 말해줬고,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손장난에 웃으면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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