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4화 〉 와인과 샴페인3
* * *
마차가 멈추고 야영을 준비하는 아샤.
미스트는 엘라와 이야기한 대로 엘라와 함께 레이시를 부르더니 레이시에게 손을 내밀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행동에 뭔가 짐작하고 있다는 듯 얌전히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본 엘라는 눈을 깜빡이다가 대충 예상하고 있었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앞뒤가 많이 생략된 엘라의 말을 이해하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뭔가 증거가 있냐고 물어보면 고개를 좌우로 저을 수밖에 없었지만, 미스트와의 아이가 생겼다.
왠지 모르게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말하자 엘라는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작게 웃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얼굴을 붉히다가 조심스럽게 엘라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화 같은 건 안 낸다면서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어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조심스럽게 엘라에게 기대면서 미스트에게 손을 내밀었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내민 손에 긴장한 듯 숨을 몰아쉬다가 천천히 레이시의 손을 잡고 가로세로 10cm 크기의 유리판을 올려뒀다.
치료마법으로 레이시의 몸에 다른 생명이 있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과 달리 레이시의 아랫배만을 스캔해서 살펴보기에 좀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도구.
레이시는 검사키트에서 뭔가 찌릿한 느낌이 들더니 이내 자기 아랫배 안쪽의 모습이 나오자 작게 감탄하면서 오버 테크놀러지라며 감탄하다가 이내 자기 아랫배에 있는 생명을 보고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미스트와 자신의 아이.
레이시는 자신의 배 안에 있는 생명을 보고는 미스트를 바라보며 팔을 벌렸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팔을 보고 움찔 떨더니 조심스럽게 레이시를 껴안아주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자기 곁에 있어 달라면서 어리광을 부리며 미스트를 꽉 껴안았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당황하다가 엘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고개를 꾸벅 숙인 다음 레이시를 안아주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셔도 저는 떨어지지 않을 건데.”
“그래도요. 안 돼요?”
“후후, 괜찮아요. 마음껏 어리광을 부려주세요.
레이시의 대답에 작게 한숨을 내쉬다가 레이시의 등을 쓰다듬어주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길을 느끼며 배시시 웃다가 미스트의 몸에 완전히 안겨서 눈을 감았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행동에 복잡한 얼굴로 레이시를 쳐다보다가 레이시를 껴안고 사랑한다고다시 한번 속삭였다.
그러자 레이시는 얼굴을 붉히면서 미스트를 올려다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레이시의 이마에 다시 한번 입술을 맞춰준 다음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고 물어봤다.
“으으응…….”
“편하게 말해봐요.”
“……아이 이름이요.”
“아, 응, 그러네요. 오늘 자면서 같이 이야기해볼까요?”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대답에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머릿속에서 아이의 이름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다시금 느껴지는 레이시의 시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남아있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펼치기 시작했다.
검지와 중지를 펼치고 v자로 만드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레이시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어 레이시를 빤히 쳐다봤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시선에 움찔 떨다가 작게 이름을 말했다.
“이, 이름…….”
“네?”
“이름……, 두 개 필요해요.”
“……네?”
레이시의 말에 잠시 당황하더니 침을 꿀꺽 삼키더니 레이시가 아직 품에 안고 있던 검사키트를 확인했고, 레이시의 말대로 레이시의 아랫배에 2개의 생명 반응이 확인되자 미스트는 입을작게 벌리며 충격에 빠졌다.
싫은 의미의 충격이 아니라 기쁜 의미의 충격.
미스트는 그런 충격에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레이시를 바라보다가 레이시가 꾸물거리자 작게 웃다가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레이시를 꼭 안아주었다.
“하나는 제가, 하나는 레이시가 지을까요?”
“…….”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대답에 레이시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끌어안고 레이시의 등을 쓰다듬어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포옹에 미스트의 허리를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미스트, 슬슬 저녁 먹자.”
“네, 금방 갈게요. 레이시. 혹시 먹고 싶은 음식이 있나요?”
“으응, 없어요, 미스트가 먹고 싶은 거로 먹고 싶어요.”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싱긋 웃더니 그럼 스튜를 끓이고 오겠다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미스트가 자리를 뜨자 레이시를 등 뒤에서 껴안고서 날개로 레이시를 껴안았다.
미네르바는 볼을 부풀이더니 다음에는 자기가 레이시와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미네르바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사과하며 미네르바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러자 빵빵하게 부풀인 뺨에서 바람을 빼면서 시무룩하게 고개를 좌우로 젓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레이시에게 아이가 생기는 건 좋은 일이지만, 조금은 조급해져서 안달이 난다고 말했다.
“하피는 어차피 무리의 우두머리이자 어미가 자식을 낳고 무리를 이루니까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지는 걸 질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질투심이 너무 많이 난다. 주인이 내 아이를 낳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아, 아하하하…….”
“으으응, 주인…….”
뺨을 비비면서 약간은 묘한 분위기의 애교를 부리기 시작하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요염한 목소리에 얼굴을 붉히다가 미네르바에게 몸을 기대면서 눈을 지그시 감고 몸을 기대기 시작했다.
“그럼 다음에 힘내봐요. 알겠죠?”
“응. 같이 노력하자.”
레이시의 말에 배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미네르바.
엘라와 미스트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아샤에를 보고는 아샤는 저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은 거냐고 물어봤고, 아샤는 엘라와 미스트의 질문에 어째서 안 물어보나 싶었다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는 아마 불임 아니면 난임일걸?”
“응?”
“야차끼리 가족을 이루었다는 기록 있어?”
“음…….”
“없지? 애초에 야차가 임신한 것도 레이시를 보고 ‘야차도 가능하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마당에 그런 기록이 있을 리가 없지. 그러니까 추측만으로 해야 하는데 어떻게 될 거 같아?”
야차가 태어난다고 생각하기에는 야차의 존재 자체가 감정이 뭉쳐서 태어난 반 정령이다.
반은 생명이니 야차가 태어날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는 있지만……, 아마 높은 확률로 불임일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안 그래도 임신이 힘든 야차와 야차 간의 아이이니 상당한 난임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한 아샤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자기는 아이를 꼭 가지는 것보다는 레이시와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만족할 거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눈을 깜빡이다가 어떻게든 될 거라면서 아샤를 위로하는 엘라.
아샤는 엘라의 위로에 눈을 깜빡이다가 헛웃음을 들이키면서 손을 휘휘 내저었고, 엘라는 그런 아샤의 손짓에 눈을 깜빡이다가 스튜가 다 됐으니 레이시를 불러오라며 아샤를 보냈다.
“그나저나 너는 왜 아까 전부터 그렇게 고민하는 거야?”
“……아, 그게……. 이름을 2개 짓기로 해서요.”
“아기? 쌍둥이야?”
“네, 이란성 쌍둥이인 것 같아요.”
“축하해. 그나저나 이름으로 그렇게 고민하는 거야?”
“네.”
“후후, 내 입장이 되니까 이름을 짓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겠지? 내가 괜히 4개월이나 끙끙 앓았던 게 아니라고.”
“하아아아…….”
엘라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거리는 미스트.
기껏해야 아이의 이름, 사람의 이름을 2개 짓는 것뿐이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레이시와 자신의 아이라고 생각하자 간단한 이름도 어떻게 정하기 힘들어서 망설이게 되었고, 그 감각에 레이시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엘라에게 조언을 해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그러자 엘라는 자기가 쓰던 노트를 건네주었고, 그 노트의 정체가 뭔지 알고 있는 미스트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노트를 펼쳤다.
“거기에서 적당한 이름을 고르면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쉽게 말씀하셔도…….”
“뭐, 거기에 있는 이름을 보다보면 ‘이게 나와 레이시의 아이의 이름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이름이 있을 거야. 그걸 레이시에게 말해주면 되지 않을까?”
“운에 맡기는 건가요…….”
엘라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더니 노트를 빠른 속도로 읽어보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가 읽고 있는 노트를 보고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미스트도 그 노트를 보는 거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질문에 다급하게 노트를 아공간에 던져넣은 다음에 스튜를 내밀었다.
“뜨거우니까 천천히 드세요.”
“미스트…….”
“네?”
“……아, 아하하하…….”
어색하게 웃으면서 눈을 피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눈을 깜빡거리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자른 빵을 건네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가 어떻게든 피하려고 하자 배시시 웃으면서 미스트의 옆에 앉아 미스트를 빤히 바라봤다.
“왜 그러세요?”
“미스트.”
“네?”
“애 이름, 예쁜 걸로 지어주세요. 알겠죠? 쌍둥이 엄마?”
“……레이시, 레이시까지 놀리지 말아 주세요. 이거 은근히 힘드네요.”
엘라를 힐끗 쳐다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는 미스트.
미스트는 엘라의 기분을 이제는 이해하겠다면서 레이시의 볼을 가볍게 잡아당겼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애교 섞인 장난에 배시시 웃다가 미스트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스튜를 먹기 시작했다.
평소와 다를 것 하나 없이 몸짓 하나하나가 귀여운 애교.
하지만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 때문인지 미스트는 레이시가 배시시 웃을 때마다 가슴이 아플 정도로 두근거렸고, 레이시는 미스트가 자기를 바라보며 얼굴을 붉히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미스트의 뺨에 손을 올렸다.
“아파요?”
“네? 아, 아니요. 괜찮아요.”
“그렇지만 얼굴이 붉은걸요?”
평소에는 아무리 애교를 부려도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상냥하게 웃어줬던 미스트이기에 레이시는 미스트를 걱정하면서 뺨을 쓰다듬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손이 닿자 절로 파르르 떨리는 자기 몸에 앓는 소리를 내다가 레이시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그리고는 이내 크게 심호흡하면서 미친 듯 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진정시켰고, 미스트는 얼굴에서 느껴지던 열기가 가시자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정말 괜찮아요. 아까 불을 조금 가까운 곳에서 쐬어서 그래요.”
“그래요?”
“네, 파이어 스틱이 오래 쓰다 보니까 상태가 안 좋아졌나봐요. 다음에 도시에 들리면 새 부싯돌이나 파이어 스틱을 살까봐요.”
“그렇구나, 이것도 소모품이구나.”
“네, 당연하죠. 이렇게 긁어서 불똥을 만드는 거니까요.”
카락카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는 파이어스틱.
레이시는 그 모습을 보고 이 정도로도 모자라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새 파이어스틱은 이것보다 훨씬 화려하게 불똥이 튄다고 대답해주었다.
“밤에 긁으면 꽤 예쁘니까 레이시도 취미용으로 사볼래요?”
“네? 화재의 위험 같은 게 있지 않을까요?”
“괜찮아요. 마법을 인챈트해서 불똥이 튀는 것만을 보기 위한 파이어스틱도 있으니까요.”
“에에~. 그래요?”
“네, 하나 사드릴까요? 별로 안 비싸요. 10만을 안 넘기니까요.”
“……비싸잖아요. 저 한 달에 150만 하랑밖에 못 받는데.”
“아……, 레이시 아직 견습 메이드였죠?”
“네.”
올려야 하겠다고 생각하면 사건이 터지고, 직책을 바꿔야 하겠다고 생각하면 또 사건이 터지고…….
그래서 레이시는 아직도 견습 메이드로 지내고 있었고, 미스트는 그 사실을 떠올리고는 어색하게 웃다가 다음에 왕궁으로 돌아가면 직위를 바꾸자면서 레이시의 뺨에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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