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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353화 (353/542)

〈 353화 〉 와인과 샴페인­2

* * *

와인과 샴페인의 도시로 가기로 정해지자 엘라는 피투이 백작에게 가서 떠나겠다고 이야기하러 갔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와 함께 하양이와 나비에게 밥을 먹여주면서 도시를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미스트와 아샤가 미리 준비하고 있었는지 금방 끝나는 준비.

레이시는 준비가 끝나자 마차 안에 앉아서 축 늘어졌고,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많이 피곤한 거냐면서 레이시를 껴안았다.

그러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하는 레이시.

레이시는 엉덩이를 만지작거리다가 조심스럽게 팩을 건네준 다음 찜질을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침대에 엎드린 레이시의 원피스를 들췄다.

아직 미스트의 흔적이 가득 남은 레이시의 엉덩이.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엉덩이를 보고는 질투심에 눈을 살짝 찌푸리다가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레이시의 엉덩이에 찜질을 해주기 시작했다.

“흐아아아~.”

“좋나? 주인.”

“네, 따뜻해서 기분 좋네요.”

“…….”

“왜요?”

“다음에는 나도 이렇게 해도 되나?”

“……네?”

볼을 빵빵하게 부풀인 채로 레이시를 노려보는 미네르바.

처음에는 질투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레이시의 반응에 미네르바는 역시 질투하고 싶다는 생각에 레이시의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손장난에 엉덩이를 가리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 너무 거칠게만 하지 않으면요.”

한 가지 조건이 붙긴 했지만, 허락을 받았다.

그걸로 만족하기로 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엉덩이에 약을 발라주면서 다른 일행을 기다렸고, 레이시의 찜질이 끝날 때 쯤 오는 세 사람을 보고는 늦다면서 눈을 찌푸렸다.

늦게 출발하는 것 자체야 아무래도 좋은 일지만,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미네르바는 만약 그런 거라면 미리 말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세 사람을 쳐다봤고, 마차에 올라탄 엘라는 일을 처리하고 오느라 늦은 거라고 대답해주었다.

“레이시가 체포한 녀석을 처리하는 게 은근 시간이 걸렸거든.”

“그런가? 뭔가 문제가 있었나?”

“세뇌가 너무 강하게 걸려서 감정 상태가 하나로 고정되어 있었거든. 그래서 그 녀석을 이용하기로 했어. 그 녀석 자체의 실력은 꽤 괜찮은 편이었고.”

“괜찮은 거예요? 그거.”

“응? 음……, 레이시 네가 신경 쓰인다면 안 할게.”

“아뇨. 그런 건……, 그런 건 괜찮아요. 조금 불쌍하긴 하지만, 에일렌을 해하려고 한 사람이니까요. 저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다는 것만 안다면 딱히 뭐라고 할 생각은 없어요.”

“그래?”

예전과 다르게 꽤 거친 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대답에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잠시 망설이다가 엄마로서 하는 말이니 이 정도는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며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어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눈을 가늘게 뜨고 조심스럽게 뺨을 비비적거렸다.

“다른 사람들도 도와주고 싶지만, 에일렌이 먼저니까요.”

“그건 그래. 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레이시랑 에일렌이 먼저야.”

“에헤헤…….”

“그럼 다음 도시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예습이나 해볼까? 어차피 또 한 일주일은 마차 안에 있어야 하고.”

“그럴까요? 분명 와인과 샴페인의 도시라고 했죠?”

샴페인이라는 건 특정 지역에서 나는 포도로 만든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하던가…….

어쩌면 지형이 비슷한 걸지도 모르겠다.

대학교를 다닐 때 교양과목으로 배웠던 정보를 떠올리던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엘라에게 거기는 많이 덥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어떻게 알았냐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지도를 보여줬다.

그러자 분화구 안에 도시를 지은 것만 같은 풍경이 펼쳐졌고, 레이시는 그 지형에 엄청 덥겠다면서 어색하게 웃다가 여기에서도 축제 같은 게 열리냐고 물어봤다.

“아뇨, 축제는 안 열릴 거예요.”

그러자 마부석과 마차를 연결하는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미스트의 목소리.

미스트는 레이시의 질문에 대신 답해주기 시작했다.

“거기는 이제 막 포도를 수확하고 와인으로 만들 준비를 시작할 테니까 한참 일하고 있을 거예요.”

“네? 그럼 저희가 가면 조금 민폐인게…….”

“괜찮아요. 농민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이러는 것만 아니라면 농민들에게 직접 부담이 가지 않을 거니까요. 저희가 어디까지나 그 도시에 가는 건 겉으로는 엘라 공주님의 휴가를 위해서고 속으로는 그 도시 안에서 사는 마피아들과 접촉하기 위해서예요.”

“으응, 그랬죠……. 근데 저희가 가는 곳에서는 반드시 뭔가 일이 일어나서요.”

“아하하, 하긴 그건 그래요.”

지금까지는 일이 너무 크게 터져서 그대로 주저앉은 사람이나 일이 끝나고 축제를 여는 사람들만 만났지만, 이번에는 일을 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레이시는 한숨을 내쉬면서 사람들을 걱정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아마 괜찮을 거라면서 술에 대해서 공부나 하자고 말했다.

레이시가 술을 즐기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어느 정도 마셔야 취하는지는 알아두는 편이 앞으로 여러모로 편하고 또 실수하지 않도록 도와줄 테니까.

미스트가 그렇게 말하자 레이시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엘라에게 와인하고 다른 술의 차이점이 뭐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가장 큰 건 숙취라고 말해줬다.

“가장 큰 특징은 숙취가 세다는 거네.”

“네?”

“럼이나 위스키처럼 증류해서 만드는 증류주는 숙취가 적은 편인데 와인은 발효주라서 숙취가 세. 럼으로 취하면 조금 속이 더부룩하다고 느끼고 끝나는데 와인으로 취하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더라고. 경험담이야.”

“으응, 이번에는 그렇게 마시면 안 돼요.”

“알아. 음, 그리고 포도향이 센 걸 마시면 ‘의외로 안 취하는데~?’라고 생각하면서 홀짝거리다가 앉은 자리에서 기절하는 사람도 종종 있으니까 과음은 금물이야. 참고로 도수를 확인하는 방법은 잔을 빙글빙글 돌린 다음 와인 방울이 얼마나 촘촘하게 떨어지느냐로 확인하면 돼. 촘촘하면 촘촘할수록 도수가 세.”

“그렇구나.”

“알코올 없이 맛만 즐길려면 즐길수도 있어. 뱅쇼 같은 걸로. 그렇지? 미스트.”

“네. 시나몬 스틱 같은 향신료나 사과나 오렌지 같은 과일의 향을 깊게 머금게 하려고 저온에 오래 끓이니까 무알코올에 가깝게 돼서 잘 안 취할 거예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행이라고 말하는 레이시.

이 몸으로 환생하고 나서부터는 이상하게 알코올에 약해진 느낌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럼 자기는 그걸 마시겠다고 말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따뜻한 음료인데 괜찮겠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코올 도수도 낮고 천천히 맛을 느끼게 되어서 오히려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 대답에 작게 웃으면서 그럼 맛있는 뱅쇼를 해주겠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가 웃는 걸 보고는 똑같이 배시시 웃다가 에일렌과 함께 손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는지 레이시는 에일렌을 끌어안고 잠에 빠지기 시작했고, 엘라는 한 시간이면 오래 버텼다 싶어 키득키득 웃다가 레이시를 눕힌 다음 미네르바에게 레이시를 맡겼다.

그리고는 자기는 밖으로 내려서 나비의 위에 올라타는 엘라.

미스트는 그런 엘라를 보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미스트의 말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어보겠다면서 입을 열었다.

“일단 우리가 가는 곳에 확실히 범죄 조직이 있는 거지? 나름 강한 녀석이 아니라면 곤란한데.”

“있어요. 연합체 형식으로 있지만요.”

“응?”

“수도처럼 한 도시의 뒷골목을 전부 장악한다고 해도 세력의 크기는 그다지 안 크잖아요? 거기에다가 그 도시는 교역이 활발해서 도시간 교역만 잡으면 도시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게 가능해서 다른 도시의 녀석들을 방해하기 위해 연합체를 만들었어요.”

“그런 다음 거래의 안전성을 위해서 다른 도시의 범죄 조직과 연합을 만들었다는 거네?”

“네. 딱히 암살 조직은 아니지만, 아갈레타의 세력을 그대로 없앨 수 있으면 그들도 꽤 좋아하겠죠. 그러니 아갈레타와 거래를 한 번 시도해본 다음 실패한다면 그대로 없애버리도록 하죠.”

싱긋 웃으면서 엘라를 바라보는 미스트.

엘라는 미스트의 웃음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른 질문을 이어서하기 시작했고, 엘라와 이야기를 주고받던 미스트는 엘라가 건넨 한 질문에 얼굴을 살짝 굳히면서 마차 안을……, 정확하게는 레이시를 바라봤다.

아직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레이시.

에일렌을 껴안고 자고 있다가 몸을 뒤척이면서 담요를 끌어당겨 에일렌을 감싸주는 레이시의 모습에 미스트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만약 자기가 말한 게 맞다면 일정을 조절해야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이가 태어난 곳이 마차면 조금 그렇잖아.”

어차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웬만해서는 집에서 태어나서 침대에서 지내게 하고 싶다.

엘라가 그렇게 말하자 미스트는 어색하게 웃다가 아직 레이시가 자기 아이를 밴 건지 안 밴 건지도 모르지 않냐며 대충 말을 얼버무렸고,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샤는 미스트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때까지 그런 이야기를 안 하다가 ‘아니겠죠~?’라고 말하는 건 너도 뭔가 짐작이 가는 게 있다는 거 아냐? 그동안의 잠자리와는 뭔가 다른 감각이 들었다거나.”

“…….”

“……아냐?”

“아뇨, 아샤도 의외로 날카롭네요. 이런 부분에서는 영 둔할 줄 알았는데.”

“무슨 생각으로 그런 발언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싸우자는 거지?”

“칭찬이에요.”

싱긋 웃으면서 아샤를 바라보는 미스트.

아샤는 미스트가 자기에게 화풀이하자 어처구니가 없단 얼굴로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그런 아샤의 시선에 움찔 떨다가 이내 얼굴에 철판을 깔고 계속해서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엘라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다가 이내 나중에 야영할 때 검사를 해보자면서 미스트에게 도구가 있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엘라는 키득 웃으면서 야영지까지 얼마나 남아있냐고 물어봤고, 아샤는 엘라의 질문에 아마 네 시간 정도가 지나면 도착할 거라면서 미스트를 바라봤다.

능글맞게 웃으면서 미스트를 바라보는 아샤.

미스트는 그런 아샤의 시선에 처음으로 아샤에게 놀리는 거로 진 거 같다며 한숨을 푹 내쉬다가 마차 안에서 자고 있는 다시 한번 레이시를 쳐다봤다.

이번에는 레이시의 얼굴이 아니라 담요로 가려진 레이시의 아랫배를 바라보는 미스트.

미스트는 저번에 레이시와 잤을 때를 떠올리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얼굴을 가렸고, 엘라는 그런 미스트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왜 그러냐며 미스트를 놀렸다.

“레이시랑 똑같은 말 하게?”

“……그런 것도 있고, 공주님과 아샤가 이렇게 사람을 놀리는 걸 좋아한 줄은 몰랐네요.”

“아하하핫!”

“하아아아…….”

“잘 되겠지. 아샤도 나도 놀리기는 엄청 놀리겠지만, 너를 도와주기는 할 거니까.”

“놀리는 건가요?”

“응, 너도 나 놀렸잖아. 레이시가 없을 때.”

레이시가 있을 때 놀리면 레이시가 부끄러워한다면서 안 놀린 주제에.

엘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스트를 보며 키득키득 웃었고, 미스트는 자기가 날린 부메랑이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다며 속으로 한숨을 깊게 내쉬다가 일단 확인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 아니냐며 이야기를 정리하려고 했다.

“네가 그런 말 할 땐 대부분 그런 일이거든.”

“난 네가 그렇게 티 나게 거짓말하는 거, 처음 봤어. 국왕이랑 카드 게임 할 때도 안색 하나 안 바꾸고 사기 친 녀석이.”

“애초에 네가 제일 잘 알 거 아냐? 안 그래? 아샤.”

“나는 모르지, 레이시랑 아이를 가져본 적이 없는데.”

“하긴 그렇겠다. 하여튼 내 의견으로는 그런 말을 하는 시점에서 이미 성공한 거야.”

“끄으으응…….”

물론 변명이 통하는 일은 없었지만.

힘들다.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계속 웃는 엘라와 은근슬쩍 웃고 있는 아샤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면서 조심스럽게 임신 검사 키트를 꺼내 손에 쥐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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