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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352화 (352/542)

〈 352화 〉 와인과 샴페인­1

* * *

“아으으으…….”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자 천천히 눈을 깜빡거리는 레이시.

레이시는 한참을 몸을 뒤척거리다가 허리와 엉덩이가 찌릿­하면사 아프자 움찔 떨면서 천천히 눈을 떴고, 이내 자기 눈앞에 미스트가 있는 걸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동시에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다.

어젯밤의 기억은 도저히 맨정신으로 소화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그렇게 조금 거칠게 했던 것은 그렇게까지 못 받아들일 건 아니었다.

그런 것도 못 받아들이기엔 이미 너무 야한 플레이를 몇 번이고 반복했었으니까 몸을 섞었던 그 기억만큼은 어떻게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마 옆에 누워있는 미스트나 다른 일행들이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태도로 대해주기만 한다면 금방 극복할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레이시가 어제 미스트에게 매달리면서 했었던 말들은 그렇게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종류의 부끄러움이 아니었다.

옆에서 떨어지지 말아 달라고 조르고, 잠을 자고 있었음에도 중간에 깨면서 미스트가 자기 옆에 있는지 확인한 데다가, 떨어지려고 하면 울먹거리면서 미스트의 손을 붙잡고…….

어린애도 아니고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레이시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고, 미스트는 옆에서 계속 꼼지락거리자 잠에서 깨서 레이시의 상태를 살핀 다음 장난스럽게 레이시의 엉덩이를 때렸다.

“햐앙!?”

그러자 새된 소리를 내면서 엉덩이를 손으로 가리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그렇게 좋냐고 물어보면서 레이시를 껴안았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질문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앙탈을 부리기 시작했다.

“왜 그래요? 레이시.”

“아, 아으으……, 부끄럽게 그러지 마요.”

“싫어요. 이렇게 안 있으면 레이시가 불안해하잖아요?”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귀를 약하게 깨무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숨결이 귓가를 간질이자 이상한 비음을 내면서 몸을 굳혔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레이시의 엉덩이를 쓰다듬고 레이시와 눈을 마주쳤다.

물기가 가득한 레이시의 눈동자.

녹색의 눈동자에서 어제와 다르게 불안한 느낌을 찾을 수 없자 미스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어주었고, 레이시는 말없이 자기 뺨을 쓰다듬는 미스트의 손길에 얼굴을 점점 더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미스트에게 얼굴을 파묻었다.

“많이 아파요?”

레이시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가볍게 입을 맞추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붉히다가 엉덩이가 화끈거리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대답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레이시를 엎드리게 한 다음 엉덩이에 약을 발라주기 시작했다.

“조금 차가울 거예요.”

“햑!?”

어제 좀 너무 많이 때려서일까?

레이시의 엉덩이는 야차의 회복력으로도 다 커버가 안 됐는지 손바닥자국이 꽤 많이 남아있었고, 미스트는 자기가 남긴 손바닥 자국을 보고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레이시에게 거울을 준 다음 거울을 들고 각도를 조절해서 레이시의 엉덩이를 레이시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보이는 새빨간 엉덩이.

레이시는 자기 엉덩이의 모습에 어젯밤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해 얼굴을 다시 베개에다가 푹 파묻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어색하게 웃다가 허리춤에 입을 맞추면서 레이시의 엉덩이에 약을 펴바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굴을 붉히면서 바들바들 떠는 레이시.

꽤 아픈 건지 파들파들 떠는 모습에 미스트는 스팀으로 데워둔 수건을 잡고는 레이시의 엉덩이에 올려두고 흘러내리는 약을 조심스럽게 닦아준 다음 레이시에게 옷을 입혀주었다.

“오늘은 원피스 입으세요. 알겠죠?”

“아으으…….”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꼭 치마를 입어야 하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질문에 바지를 입어도 괜찮지만 그러면 많이 쓸려서 아플 거라고 대답해줬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대답에 얼굴을 붉히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는 남자였을 때의 기억 때문에 치마나 원피스, 화장 같은 것에 망설임이 있었지만……, 출산에다가 육아까지 하고 있으니 지금은 그런 기억 때문에 꺼려하는 건 아니었다.

단순히 취향.

그렇기에 레이시는 미스트가 간곡히 부탁하자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거렸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허락에 여름 날씨에 맞춘 원피스를 꺼내 레이시에게 입혀주었다.

평소 레이시가 입는 집사복도 맞춤에다가 고급 소재를 사용해서 사시사철 상관없이 체온을 조절해주는 고급품이었지만, 아무래도 엉덩이 전체를 감싸는 바지와 몸 전체를 편하게 하는 원피스를 비교한다면 바지는 압박이 심하다.

그러니 치료를 하려고 한다면 원피스가 좋다.

“우, 우으……, 그렇게 너무 쳐다보지 마세요.”

그렇게 생각했지만, 평소에 입지 않는 옷을 입어서인지 아니면 어젯밤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것인지 미스트는 레이시를 뚫어지게 쳐다봤고,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시선에 괜히 안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면서 울상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아침을 먹기 위해서 밖으로 나오자 똑같이 배가 고팠던 건지 에일렌이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레이시는 자연스럽게 에일렌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에일렌을 안아주었다.

“아. ……후후.”

살짝 긴장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어제와는 다르게 자연스럽게 에일렌을 안고서 아래로 내려가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작게 웃으면서 아침밥으로는 뭘 먹겠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걸 해달라고 말한 다음 원피스의 어깨끈을 풀고 브래지어를 풀었다.

프론트 후크라서 혼자서도 쉽게 벗는 레이시.

그렇게 옷을 벗은 레이시는 그대로 식당에서 에일렌에게 밥을 먹여주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을 턱을 괴고 쳐다보다가 어제 뭔가 이런 걸 본 거 같다며 농담을 건넸다.

“아, 아으으으! 놀리지 마요!”

“후후, 귀여워라.”

그러자 레이시는 소리를 지르면서 말을 얼버무렸고, 엘라와 다른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음, 잘 잤어?”

엘라가 가장 먼저 확인한 건 레이시의 상태.

엘라는 레이시가 에일렌에게 자연스럽게 젖을 먹이고 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잘 잤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질문에 얼굴을 붉히면서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잠을 잘 못 잔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잘 자서 문제지.

에일렌이 좀 더 어른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잠을 잤었던 기억 때문에 레이시는 얼굴을 들지 못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작게 웃다가 이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레이시의 옆에 앉아 레이시를 놀렸다.

“그 반응을 보면 아예 못 잔 거 같네? 좋았어?”

“자, 자긴 잤어요…….”

“후후, 그래?”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그럼 됐다면서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입맞춤에 이미 터질 듯이 붉어진 얼굴을 더욱 붉히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면서 엘라에게 몸을 기댔다.

“아침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간단하게 토스트로 먹자. 그리고 앞으로 어딜 갈지가 문젠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아갈레타 가문을 없애 버릴까 생각해.”

“어머, 그럼 다른 귀족들이 반발하지 않을까요?”

“마음대로하라지. 어차피 나에게 대들면서 늦든 빠르든 멸망할 가문이었어, 지금 아갈레타의 멸문을 반대하는 건 내가 멸망시키면 얻을 수 있는 걸 얻을 수 없게 돼서 그런 거고. 그러니까 지금 멸문시키자.”

“그럼 아갈레타의 빈자리는 어떻게 할까요? 채우지 않으면 해외의 조직이 쳐들어올 수 있는데.”

“그러네. 그게 문제네…….”

“조직을 만들만한 인재도 공주님에게는 없고요.”

여기에 있는 인원들은 기본적으로 차출할 수 없다.

그리고 엘라에게는 기본적으로 부하라고 할만한 사람도 없다.

그렇기에 아갈레타의 빈자리를 메우려면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야 하는데 그런 거래를 할만한 사람도 전혀 없다.

그러니 그냥 이대로 아갈레타를 없애버린다면 엘라는 정치적으로 곤란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그런 걸 막는 게 미스트의 일이었기에 미스트는 엘라에게 이 일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고, 엘라는 미스트의 질문에 탁자를 톡톡 두들기다가 미스트가 만든 토스트를 입에 물고서 대답했다.

“레이시가 습격당했다는 걸 공론화하면?”

“그럼 곧바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고 검성과 마주하게 되겠죠.”

“그렇지? 그럼 그런 식으로는 할 수 없고……, 그들을 범죄조직으로 만들려고 해도 애매하네. 그렇다면 미스트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러네요. 간부도 죽었고 이번 작전도 실패했으니 대외적으로 아갈레타를 보는 시선이 꽤 나빠진 상태에요. 아마 적당히 실력이 없는 조직도 ‘이 정도면 비벼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겠죠. 그러니 적당한 조직을 골라서 아갈레타를 집어삼켰다는 식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

아무리 망했다고는 하지만 아갈레타를 집어 삼킬 정도라면 어느 정도 규모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다음 행선지도 도시인건가 싶어서 잠시 발을 구르다가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시선에 어디든 괜찮다면서 에일렌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대신에 제 옆에 있어줘야 해요. 알겠죠?”

“당연하지.”

레이시의 요구에 당연히 그러겠다고 대답하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다음에 갈 곳은 도시로 정해졌다고 말했고, 아샤는 엘라의 말에 지도를 펼치면서 위쪽에 있는 도시인지 아래쪽에 있는 도시인지 물어봤다.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는데, 어느쪽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

“군사적인 입장에서 말해달라는 거야?”

“아니, 음, 어느 쪽이 좋을 거 같은지 물어보는 거야. 다 같이 여행하는 거니까.”

“……나는 딱히 아무래도 좋은데.”

엘라의 질문에 레이시를 바라보는 아샤.

아샤는 레이시만 있으면 딱히 어느 곳을 가든 상관없다고 말했고, 엘라는 아샤의 말에 피식 웃다가 그런 식이면 전혀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면서 미네르바를 바라봤다.

그러자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으로 엘라를 쳐다보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미스트에게 토스트를 하나 더 달라며 접시를 내밀었고, 미스트는 미네르바의 말에 싱긋 웃다가 각 도시의 특징을 말해주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위쪽의 도시는 와인이 유명해요. 술로 유명한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칵테일은 별로 없지만, 마리아주를 신경 쓴 요리가 수준이 높아요. 왕궁에서도 인정한 요리 가게도 있고요. 반대로 아래쪽 도시는 정원이 유명하네요. 그다지 요리는 그다지 특색이 없지만, 자연과 어우러지는 풍경이 좋은 평가를 받아요. 레이시는 어느 쪽이 궁금해요?”

“네? 저, 저요? 으으응…….”

갑자기 자기에게로 돌아온 화살촉에 움찔 떠는 레이시.

레이시는 다른 일행도 자기를 바라보자 우물쭈물 망설이다가 풍경에 대한 걸 생각하다가 풍경은 저번에 호수에 갔을 때 좋은 걸 봤으니 이번에는 위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봤다.

“엘라는 제가 임신하면서 같이 술을 끊었잖아요. 한동안 입에도 안 대셨으니까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헤에에~, 나를 생각해주는 거야?”

레이시의 말에 히죽 웃으면서 레이시를 쳐다보는 엘라.

엘라는 그럼 위쪽 도시로 가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반응에 왜 그렇게 말하냐면서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다가 에일렌이 자기 가슴을 두들기자 에일렌을 안고서 달래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엘라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레이시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였고, 레이시는 엘라의 속삭임에 자기도 사랑한다고 대답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가슴에 고개를 파묻고 있는 에일렌을 재워주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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