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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340화 (340/542)

〈 340화 〉 야시장­4

* * *

“후후, 그랬나요?”

“네, 정말로 그랬다고요. 우우우……, 왜 과일을 말리는데 술을 쓰는 건지 모르겠어요.”

어제 엘라와 있었던 일을 미스트에게 말하면서 얼굴을 붉히면서 한숨을 푹 내쉬는 레이시.

레이시는 미스트를 보면서 한참 앓는 소리를 내다가 이내 미스트와 팔짱을 끼고 미스트에게 술은 싫다고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스트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더니 레이시에게 팔짱을 끼고서 야시장을 걷기 시작했다.

어제 하루 돌아다녀서인지 그세 눈에 조금씩 익기 시작한 야시장.

레이시는 미스트에게 어디에 뭐가 있다고 말하면서 눈웃음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같이 꼬치 같은 걸 사서 나눠먹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괜찮을까요?”

“네?”

“오늘도 여자 둘이잖아요? 거기에다가 옆에 있는 여자가 바뀐 채 왔고……. 남들이 보면 적당한 먹잇감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설마요. 그렇게 난리를 피웠는데…….”

“레이시는 남자의 마음을 좀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전생에 남자였는걸요?

미스트의 말에 그런 말을 할 뻔 했지만,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을 꾹 참아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남자들은 은근히 집요한 구석이 있다며 레이시에게 경고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의외로 도전 욕구가 강해서 어제 한 명이 실패하면 두 명이 도전하는 법이거든요.”

“그, 그런가요?”

전생의 자기라면 한 번 안 되는 걸 봤으면 그만 둘 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스트를 바라보자, 미스트는 레이시의 시선에 싱긋 웃으면서 지금도 시선이 느껴지지 않냐면서 손가락으로 여러 군데를 가리켰다.

그러자 다급하게 무언가 사라지는 걸 느끼는 레이시.

레이시는 인기척이 사라지자 눈을 깜빡이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뭔가 자기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면서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크게 다치거나 죽는 일이라면 레이시의 생각대로 움직일 거라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실패를 반복해도 죽지는 않잖아요? 거기에다가 너무 무리하게만 헌팅하지 않으면 경비에게 잡혀가지도 않아요. 유일한 부작용이라고 해봐야 다소 부끄러워질 뿐. 그것도 축제의 분위기에 사라지고. 그러니까 엄청 도전할걸요?”

“아하…….”

그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구나.

하긴 헌팅 같은 거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얼굴에 철판을 까는 거라고 했던가?

친구가 말했을 땐 그냥 헛소리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런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엘라와의 첫만남 때도 그런 느낌이었고…….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앓는 소리를 내면서 그래도 조금은 싫다고 말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작게 웃다가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얼굴을 붉히면서 미스트에게 안기는 레이시.

레이시는 미스트에게 미스트는 엘라처럼 무리한 부탁은 시키지 말아 달라며 부탁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그러겠다면서 싱긋 웃었다.

애초에 오늘은 다른 누군가에게 방해받지 않으려고 엘라의 문장이 있는 옷을 입고 왔으니까 쳐다보기만 하고 직접 와서 말을 걸 정도로 간이 큰 사람은 없을 거다.

굳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마을에서 온 남작 혹은 피투이 백작의 자식 정도인데…….

그 사람들이 굳이 엘라와 척을 지는 걸 각오하고 레이시에게 추파를 던질까?

그건 아무래도 억측이었기에 미스트는 오늘은 아마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안심하면서 야시장 데이트를 즐기기 시작했다.

적당히 웃고 떠들면서 간식을 사먹는 레이시와 미스트.

“이거 봐요. 미스트, 미스트 이런 거 좋아하죠?”

“네?”

“짜짠, 멍멍이 귀!”

“아, 귀엽네요. 후후, 그런데 레이시.”

“네?”

“그거 성인용품이에요.”

“…….”

미스트의 말에 조용히 강아지 귀를 내려놓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그렇게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지 않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성인용품인 걸 알고 있으면 미리 말해주라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는 강아지 귀를 단 레이시가 좋은 게 아니에요.”

“네? 그럼 가끔씩 코스프레 시키는 건 무슨 심보에요?”

“아, 그거요? 그러면 레이시가 부끄러워하잖아요. 그 표정이 정말 귀여워서 그냥 시켜보는 거예요. 그리고 코스프레가 좋다면 이런 길거리 용품이 아니라 자작용품을 만드는 게 훨씬 좋은 걸요?”

“……나, 나빠!”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미스트를 노려보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지금 그 얼굴이 무엇보다 귀엽다면서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어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길에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반대쪽으로 휙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레이시는 어떤 한 여자와 눈을 마주쳤고, 뭔가 불안한 느낌에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을 붙잡아 그 사람을 보라며 눈짓하기 시작했다.

뭔가……, 뭔가 일반인과 다른 느낌.

보는 것만으로도 불길해질 정도의 감각에 레이시는 미스트의 머리에 남은 흉터를 떠올렸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불안해하자 눈을 돌리고는 움찔 떨면서 레이시의 손을 잡아 끌었다.

“레이시, 제 곁에서 떨어지지 마세요.”

“……여, 역시 위험한 일이 있는 거죠?”

“네. 조금이요. 그래도 엘라까지 불러야 할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으니까 안심하세요. 애초에 상대방도 한 바탕 할 생각은 없어보이고요.”

미스트의 말에 침을 꿀꺽 삼키면서 미스트의 뒤를 따라가는 레이시.

그렇게 인적이 없는 곳으로 들어가자 미스트와 레이시의 앞에는 평범한 얼굴을 한 채 평범하지 않은 분위기를 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두 사람의 길을 막아섰다.

“…….”

그 모습에 침을 삼키면서 자기가 길들인 동물들과 미네르바를 소환할 준비를 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에게 괜찮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살짝 나오더니 우아하게 인사했고, 미스트의 인사에 처음 레이시와 눈을 마주쳤던 여자가 앞으로 나와 미스트에게 인사했다.

“캘러미티 가문의 당주님을 뵙습니다.”

“……에?”

캘러미티.

미스트의 이름이며 엘라를 암살하려고 시도했다가 역으로 털려서 그런 가문이 있었다는 기록조차 사라진 가문.

한 세대가 건너면 완전히 없었던 것이 되는 가문의 이름이 나오자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을 잡으면서 여자를 노려봤다.

하지만 레이시가 노려보든 말든 여자는 상관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자기들을 캘러미티 가문에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는 자라고 소개한 여자는 캘러미티 가문을 부활시킬 때가 되었다면서 미스트에게 자기들과 함께 가자고 말했고, 미스트는 그 여자의 말에 싱긋 웃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암살자는 그만둬서요.”

“미스트님은 캘러미티의 최고의 걸작. 그 이름에서 떠날 수 없습니다. 떠나실 거면 최신의 암살자들을 상대해야 할 겁니다.”

“어머, 그런가요? 마음대로 하세요. 메이드로서 청소해드릴게요.”

나긋나긋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미스트.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말에 바짝 긴장하면서 숨을 거칠게 내쉬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날아오는 단검을 보고는 그대로 동전을 던져 허공에서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러자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꽂히는 단검.

레이시는 그 단검을 보고 움찔 떨면서 미스트를 올려다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앞에 서서 여유롭게 농담을 건네주었다.

“최신의 암살자인가요. 후후, 낡아빠진 암살자로서는 조금 무섭네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마치 바퀴벌래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들의 모습.

레이시는 갑자기 사라지고 저 멀리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오자 제자리에 스르르 쓰러지더니 당황한 얼굴로 손끝을 파르르 떨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쓰게 웃다가 레이시에게 사과하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정신을 차리고 미스트를 올려다보눈 레이시.

레이시는 그 사람들은 대체 뭐냐면서 미스트에게 물어봤고, 미스트는 잠시 망설이더니 서서 말하기에는 조금 길어질 테니 여관으로 돌아가자면서 레이시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여관으로 돌아간 레이시는 에일렌을 엘라에게 맡긴 채 미스트와 다른 방으로 들어가서 미스트에게 이야기의 전후사정을 듣기 시작했다.

“자세한 건 저도 잘 몰라요.”

“네?”

“캘러미티 가문의 사람을 전부 죽였다. 그것만큼은 들림없어요. 가문의 일정을 전부 머릿속에 집어넣고 모든 사람이 모이는 정기회의 때 처리했고, 거기에서 시체를 하나씩 확인해서 죽음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은 따로 엘라 공주님과 의뢰를 처리하는 것을 핑계로 사람을 죽이러 다녔었거든요.”

“그, 그치만 그 사람들은 미스트의 과거를 알고 있던 모양인데요?”

“네, 그러니 크게 2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눈을 가늘게 뜨면서 입을 여는 미스트.

“첫 번째 가능성은 따로 암살자를 키우는 사람들이 있겠네요. 아갈레타나 그런 가문이요. 그런 가문이 캘러미티의 이름과 저를 이용해서 자기 세력을 키우려는 걸지도 모라겠네요.”

특히 아갈레타는 가문의 비전을 익힌 사람이 죽었으니 그 상대가 자기 가문과 대척했었던 캘러미티의 가문의 사람이든 말든 어떻게든 세력을 키우고 싶어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귀찮은 일이 됐다면서 눈을 찌푸렸다.

암살자끼리의 세력 다툼이라니…….

그런 건 적당히 자기들끼리 서로 죽이면 될 텐데.

애초에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전부 죽여버리면 세력 다툼을 하지 않아도 될 건데 왜 굳이 집단으로 움직이려는 걸까?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렇게 생각하던 미스트는 레이시가 자기를 바라보자 걱정하지 마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면서 다시금 입을 열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캘러미티 가문의 분가와 사용인들이 다시 모인 거겠죠?”

“분가요……?”

“네, 암살의 준비를 도맡아 하던 사람들이에요. 어떨 때는 연기자, 어떨 때는 청소부, 어떨 때는 대리인……, 그런 식으로 준비를 하던 사람들이죠. 그 사람들은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없으니까 아마 캘러미티를 원한 거겠죠.”

“네? 어째서요……? 그, 그 사람들도 멀쩡한 일을 하면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거잖아요.”

당장에 암살을 주도적으로 행하고 사람을 수십, 수백을 죽인 미스트도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범죄자에 대해서 조금 과격하게 움직이는 건 없잖아 있지만, 그게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그들은 본가도 아니고 분가.

이런저런 일에 소모품처럼 쓰여졌다고 했으니 캘러미티 가문이 사라진 걸 기뻐하고 독립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미스트를 바라봤지만, 미스트는 싱긋 웃으면서 평생을 노예로 살아왔는데 갑자기 독립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냐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하하, 그럴 리가요. 그 사람들은 조상 전원이 사형수였고 몇 세대 이후에 사회에 환원하는 실험을 했을 때 어떤 환경에 놓아도 살인을 저질렀던 사람들이에요. 유전자 단위로 저주를 받은 것처럼 말이죠.”

“…….”

“하여튼 그 사람들은 일반인의 사회에서는 살아갈 수 없고, 암흑가에서 살아가자니 방해요소가 너무 많아서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그러니 어느 정도 제 눈에 찰 세력을 만들고서 저를 유혹하기 위해서 제 앞으로 온 거겠죠.”

10년 정도 걸린 걸 보면 세력을 어느 정도 키워뒀을 거다.

최신의 암살자까지 자기들끼리 만들 정도라면 분가에 나눠줬던 정보를 토대로 캘러미티 가문의 암살을 흉내낸 거겠지.

그렇게 생각한 미스트는 그 노력으로 자기들 뇌 수술이나 해서 사회에 섞이면 얼마나 좋겠냐면서 하소연하다가 이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오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레이시는 미스트가 일어나자 같이 가자면서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미스트를 따라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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