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9화 〉 야시장3
* * *
헌팅이라…….
레이시에게 헌팅은 아무래도 부끄러운 기억의 집합체였다.
할 때마다 퇴짜를 맞는 건 기본이고 술값만 내고 실패한다거나, 그 자리에서 놀림감이 되어서 술안주로 곱게 씹혔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레이시에게 있어서 헌팅이란 세 번 정도 실패한 이후로는 안 하게 된 흑역사의 집합체 언저리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생과 다르게 헌팅을 받는 하는 게 아니라 받는 게 되어버렸고, 레이시는 어떻게 하면 좋게 거절할 수 있을까 싶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 아까부터 봤는데요, 두 분끼리만 노시는 거면 저희와 같이 놀지 않을래요?”
“맞아요, 저희가 술도 사드릴게요.”
그러자 때맞춰서 레이시에게 말을 거는 남성.
두 사람은 엘라와 레이시를 번갈아 보더니 둘이서 노는 것보다는 넷이서 노는 게 더 재미있지 않겠냐면서 레이시에게 같이 놀자고 조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남자들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같이 놀 생각이 없다면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헌팅을 거절할 때 해서 안 되는 짓이었다.
일단 웃음을 보였다는 건, 호의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기 쉬우니까.
아니나 다를까 남성들은 레이시의 웃음을 밀면 넘길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는지 레이시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레이시에게 추파를 던져댔고, 레이시는 그런 남성들의 추파를 계속해서 거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엘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렇게 웃으면서 추파를 거절하면 누가 얌전히 물러날까?
당장에 자기가 레이시를 만나기 전 아무 여자나 건들고 다녔을 때만 하더라도 추파를 거절할 때 여자가 웃으면 그대로 밀어 넘어트려서 여자의 취향을 이성애자에서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로 만들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엘라는 좀 더 지켜볼까 고민하면서 레이시와 남자를 쳐다봤고, 레이시는 남자들의 끈질긴 권유에 서서히 얼굴에 미소를 잃으면서 남자들의 권유를 거절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이시의 손을 잡으면서 그냥 가자고 말하는 남자.
레이시는 그런 남자의 행동에 손을 확 빼면서 그만하라고 소리쳤고, 남자들은 레이시가 소리를 지르자 얼굴을 굳히면서 그렇게 거절할 필요는 없지 않았냐며 레이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까지 소리를 지를 필요는 없잖아.”
“자꾸 권유하지 마라고요! 손도 잡지 마세요! 놓아주세요!”
“씁, 싫으면 싫다고 말하지 왜 우리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말했잖아요!”
레이시가 전력으로 뺨을 후리면 그대로 곰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사라질 주제에 레이시를 둘러싸고 소리를 지르는 남자들.
엘라는 그런 남자들의 행동에 한숨을 내쉬다가 레이시에게 도와줄지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엘라의 뒤에 숨었다.
그러자 엘라에게 다가가는 남자들.
“우리랑 놀자, 재미없게는 안 할게. 응?”
“아하하, 이제 존댓말 안 쓰네?”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 엘라.
남자는 평범하게 웃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색기를 띄는 엘라의 웃음에 침을 꿀꺽 삼키다가 엘라와 레이시의 가슴을 힐끗 살펴본 다음에 시끄럽게 한 걸 봐줄 테니 같이 놀자고 말했고, 엘라는 남자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남자를 보며 다른 여자들을 재미있게 해준 경험은 있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엘라가 완전히 노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기가 어떤 여자와 즐겼는지 설명해주기 시작했고, 엘라는 재미있다는 그 이야기를 듣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 여자를 즐겁게 해줄 수 있을 거 같지 않은데?”
“실험해볼래?”
“아니, 너희들은 너무 약하니까. 당장에 레이시에게 한 대 얻어맞아도 곧바로 뻗어버릴 것처럼 비실비실해서……, 응, 솔직히 말하면 쓰레기 같아.”
쓰레기가 맞긴 하지만.
그렇게 말한 엘라는 레이시에게 이 남자의 가슴을 적당히 쳐보라고 말한 다음 레이시의 주먹을 견디면 같이 술 정도는 마셔주겠다고 말했고, 남자들은 레이시의 외형을 보고는 능글맞게 웃으면서 그 정도의 주먹은 견딜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딱 봐도 여리여리한 모습.
거기에다가 격투계 스킬도 없는지 격투가인 친구는 맞아도 괜찮다고 신호를 주고 있었고 남자는 망설이는 레이시에게 전력으로 쳐도 괜찮다면서 자기 가슴을 두들겼다.
그러자 레이시는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손이 다치지 않도록16온스 글러브를 레이시의 손에 씌워준 다음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두르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안 다칠까요……?”
“뭐, 자기가 맞겠다는데 어쩌겠어? 그렇지 경비 아저씨.”
“응? 아……, 뭐, 서로 합의했으면 그렇지.”
서로 싸우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한 대 맞겠다고 합의를 했으니 어쩔 수 없다.
경비가 그렇게 말하자 예전에 봤었던 드라마가 떠올라 그냥 휘두르기로 한 레이시.
레이시는 남자에게 다가가더니 자신의 식스팩을 자랑하던 남자의 배에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고, 레이시의 주먹에 맞은 남자는 그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수직으로 10m 정도를 날아오르더니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결과는 당연히 기절.
고통이 너무 심해서인지 눈을 똑바로 뜬 채로 쓰러진 남자는 살아있다고 미동을 일으키는 것을 제외하면 시체라고 봐도 무방했고, 남자의 친구는 그런 레이시의 주먹을 보고 덜덜 떨기 시작했다.
“당신도 맞을래요?”
그러자 뱀처럼 쭉 찢어진 동공으로 남자를 바라보는 레이시.
그 모습에 남자는 땅바닥에 엎어진 친구를 데리고 도망가기 시작했고, 엘라는 그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레이시를 껴안은 채로 경비에게 자신의 문장을 건네주었다.
일반 경비병들은 왕가의 문양도 모르는 경우도 왕왕 있었기에 엘라는 추가적인 설명을 해줘야하나 고민했지만, 다행히 이 사람들은 왕가의 문양을 아는 사람들이었는지 엘라가 건네준 문장을 보더니 기겁을 하면서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돌아가면서 레이시의 허리에 팔을 두르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의 엉덩이에 손을 올린 채 인파를 빠져나왔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에 얼굴을 붉히다가 그대로 야시장 데이트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걱정이네…….”
“우으으으……, 제대로 거절했는데.”
“그거야 너무 정중하게 거절했잖아. 그럴 때는 무안할 정도로 차가운 얼굴로 싫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 돼.”
“에에……, 그런 거예요?”
“그렇지, 그렇게 능숙하게 추파를 던지는 사람들은 그렇게 웃으면서 거절하면 그냥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 매달린다고.”
“우으으. 그런 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러네. 그 부분은 미안해.”
레이시가 투덜거리자 피식 웃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에게 한참 투덜거리자고 생각하면서 엘라에게 앙탈을 부리려고 했지만, 엘라가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애교를 부려주자 언제 화를 냈냐는 듯 배시시 웃으면서 엘라에게 안겼고, 엘라는 레이시의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춥지는 않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레이시는 주변의 눈치를 보다가 조금은 추운 거 같으니 안아달라고 말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키득 웃더니 레이시를 안아주었다.
“키스할래?”
“네? 가, 갑자기…….”
“괜찮아, 이리 와.”
적당히 간식을 사서 벤치에 내려놓고 자기 허벅지에 앉으라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말에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어떻게 그렇게 하겠냐면서 부끄러워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턱짓으로 주변을 가리켰다.
그러자 각자 애정표현을 열심히 하는 커플들이 레이시의 눈에 들어왔고, 레이시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당황하면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붉은 등을 단 여관의 모습.
딱 봐도 무슨 용도의 여관인지 알 것만 같은 모습에 레이시는 얼굴을 확 붉히면서 일부러 이런 곳에 온 거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들어가고 싶은지 물어봤다.
그러자 레이시는 소리는 지르지 못하고 조용히 손가락을 x자로 겹쳤고,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그럼 키스만 하자면서 빨리 허벅지에 앉으라고 말했다.
“빨리.”
“우, 우으으으…….”
엘라의 말에 앓는 소리를 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엘라의 허벅지에 앉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자기 허벅지에 앉자 레이시의 허리를 쓰다듬다가 레이시의 턱을 조심스럽게 붙잡고 혀를 섞기 시작했다.
“응, 응후우…….”
밖이라서 그런지 혀를 깊숙하게 집어넣지 않고 가볍게 입술을 깨물고 혀로 핥기만 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입맞춤에 얼굴을 붉히다가 천천히 떨어졌고, 엘라는 레이시가 떨어지자 과일을 입에 물고서 레이시에게 물라면서 까딱거리기 시작했다.
“……냠.”
그러자 어쩔 수 없다는 듯 과일을 입에 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과일을 입에 물자 엉덩이를 가볍게 때려주면서 키득키득 웃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장난에 얼굴을 붉히다가 가볍게 엘라의 어깨를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럴수록 엘라는 레이시를 보고 웃고 손장난을 계속 칠 뿐이었지만.
그렇게 계속해서 장난을 치고 있자 아까 야시장에서의 소란을 겪지 못한 남자가 여자 둘이서 그렇게 놀면 재미있냐면서 엘라와 레이시에게 다가갔고, 레이시는 이제는 질린다는 얼굴로 눈을 찌푸리더니 손을 쳐냈다.
엘라는 그 모습에 작게 웃으면서 레이시가 어떻게 거절할 건지 지켜보기 시작했고, 레이시에게 거절당한 남자는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눈을 확 찌푸리면서 레이시에게 무슨 짓이냐고 물었다.
“시끄러워요.”
그러자 눈을 확 찌푸리면서 남자를 노려보는 레이시.
남자는 레이시가 노려보자 살짝 움츠러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남자는 레이시가 거절한 것에 수치심을 느꼈는지 화가 난 얼굴로 레이시의 어깨를 잡으려고 했고, 레이시는 그런 남자의 행동에 눈을 확 찌푸리다가 남자의 멱살을 잡더니 그대로 옆으로 던져버렸다.
“엘라랑 놀고 있는데…….”
“푸훗, 그 정도로 화났어?”
“읏……, 으우, 놀리지 마요. 데이트하는 중인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이러면 저도 화 정도는 낸다고요.”
사람이 4m를 날아가든 말든 신경 안 쓰고 새침한 얼굴로 엘라의 옆에 앉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얼굴이 부끄러움이 아닌 다른 것 때문에 살짝 붉어져있자 레이시에게 살짝 취했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그럴 리가 없지 않냐며 웃었다.
“맥주 한 잔에 취할 정도로 약하지 않다고요?”
“아, 레이시가 먹은 거. 그거 술에 절여서 말린 과일이라서 알코올이 있어.”
“…….”
“조금 취한 거 같은 거 어때?”
엘라의 말에 엘라가 자기 엉덩이를 토닥거리면서 장난치듯 키스하며 손장난을 친 걸 떠올리는 레이시.
레이시는 취기가 가시고 점점 제정신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는지 얼굴을 붉히면서 엘라의 옆구리를 마구 찔러대기 시작했고, 엘라는 레이시의 행동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레이시를 꽉 끌어안았다.
“돌아갈까?”
“……네.”
“키스 한 번 더 하고. 돌아가면 못 하잖아.”
히죽 웃으면서 레이시의 눈가에 입을 맞추는 엘라.
엘라는 이번에는 조금 깊게 할 거라면서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다가 그대로 레이시의 입에 혀를 집어넣고 살살 굴리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키스에 엘라의 팔뚝을 잡고 움찔움찔 떨다가 이내 천천히 엘라의 팔을 밀어내면서 엘라의 침을 삼켰다.
“돌아갈까?”
잔뜩 붉어진 레이시의 얼굴.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얼굴을 쓰다듬어주면서 다시 한번 여관에 갈지 물어봤지만, 레이시는 엘라의 질문에 에일렌에게 돌아가야 한다면서 고개를 조용히 좌우로 저었다.
그러자 엘라는 아쉽다는 듯 웃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이시에게 돌아가서 에일렌과 함께 같이 자자고 속삭였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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