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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337화 (337/542)

〈 337화 〉 야시장­1

* * *

“레이시, 슬슬 일어나자.”

“으, 으으응……. 5분만요…….”

엘라의 목소리에 눈가를 파르르 떨다가 몸을 뒤척이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으면서 5분만 더 자고 싶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엘라를 꽉 끌어안았다.

“어제 한숨도 못 자고 괴롭혔잖아요…….”

에일렌이 일어나면 멈출 줄 알았더니 미스트가 에일렌을 돌보면서 말 그대로 한숨도 못 자고 몸을 섞었던 레이시.

레이시는 엘라가 자꾸 볼을 찌르자 볼을 부풀이면서 엘라를 노려봤고, 엘라는 눈이 퀭~하게 변한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애교를 부리면 봐주겠다고 말하며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얼굴을 불그스레하게 물들이면서 투덜거리는 레이시.

엘라가 말하는 애교가 뭔지 알고 있는 레이시는 엘라의 허벅지에 얼굴을 파묻고 부비적거리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면서 꼭 말해야 하냐면서 투정을 부렸다.

“해줘.”

“……여보야. 좀 더 자고 싶어요.”

“푸훗!”

“우, 웃지 말라고요!?”

“아니, 꽤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리는 구나 싶어서. 여보야~라는 말을 그렇게 하고 싶었어?”

“엘라가 먼저 말했잖아요!”

둘 다 여자니 남편이라는 말은 쓸 수 없다.

말하라고 한다면 못 할 말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남편이라는 말을 쓸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자기야라는 말을 쓰기에는 아무래도 부끄럽고 낯간지럽고, 에일렌 엄마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고리타분하다.

자기는 그렇게 늙지 않았다.

그렇기에 레이시는 여보야 밖에 없지 않냐면서 엘라의 배를 콕콕 찔러댔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그럼 그대로 듣겠냐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우리의 다음 목표는 이 근처에 있는 도시야. 돈이 없어졌거든.”

“……네에?”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현금이 없어. 예술적이라거나 마법적인 가치가 1도 없는 그냥 보석은 있는데 현금을 쿠르통 남작을 지원해준다고 줘버렸거든.”

“아아……, 그런 이야기에요?”

하긴 병사들에게 보너스를 주고 행사의 규모를 조금 더 키웠었지…….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그러면 확실히 현금은 없을 수밖에 없다면서 눈을 꿈뻑거리다가 엘라를 끌어안고 뺨을 비벼댔고, 엘라는 레이시의 애교에 많이 졸리냐며 레이시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넘겼다.

그러자 그런 걸 물어볼 입장이냐 되냐면서 엘라를 노려다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속옷 차림으로 엘라를 꽉 끌어안다가 허리가 아프다고 칭얼거렸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마시자라도 해줄지 물어보면서 레이시에게 배게를 건네주었다.

언제 갈았는지 새 거처럼 깨끗함을 자랑하는 침구류.

레이시는 그 침구류에 앓는 소리를 내다가 아무래도 허리가 너무 아프다면서 매트리스에 엎드렸고, 엘라는 레이시의 허리를 꾹꾹 눌러주기 시작했다.

“햐으으응~.”

그러자 튀어나오는 신음.

레이시는 자기 입에서 튀어 나온 목소리에 입을 가리고 앓는 소리를 내다가 어제 남은 자극 때문이라면서 앙탈을 부렸고, 엘라는 전혀 신경 안 쓴다면서 웃다가 허리를 계속해서 꾹꾹 눌러주기 시작했다.

엄지에 힘을 주고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몸을 비틀며 비음을 흘리다가 근육이 풀리기 시작하자 베개를 잡은 손에 힘을 풀면서 부르르 떨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킥킥 웃다가찜질팩을 레이시의 허리에 올려주었다.

“미안, 많이 아프지? 오늘은 푹 쉴까? 에일렌은 미스트에게 맡기고.”

“우우으……, 에일렌…….”

“옷 입고 볼까?”

엘라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레이시가 옷을 갈아입는 걸 도와준 다음 매트리스 위에 찜질팩을 올린 다음 담요로 그것을 말아 레이시의 허리에 깔아주었다.

“높이는 안 불편하지?”

“네, 괜찮아요. 하으으으…….”

커다란 쿠션을 등받이 삼아서 눕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축 늘어져서 찜질을 하자 에일렌을 데려오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이불을 가슴까지 올린다음 허리에 힘을 빼면서 뜨끈한 찜질팩에 허리를 지지기 시작했다.

“후에에에…….”

저절로 축 늘어질 정도로 딱 적당한 온도로 허리를 지져주는 찜질팩.

레이시는 찜질팩에 축 늘어져 있다가 엘라가 에일렌을 안고 오자 팔을 벌리면서 에일렌을 꽉 끌어안았다.

“마망!”

“네에~ 마망이에요~. 에헤헤, 에일렌, 잘 잤어요?”

“으무므므!”

레이시가 뺨을 가볍게 잡아당기자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웃는 에일렌.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에일렌과 손장난을 치다가 에일렌을 자기 배 위에 앉히고 계속해서 손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레이시, 일어났어요? 출발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아, 네! 죄송해요……, 허리가 아파서…….”

“후후, 괜찮아요. 저희가 괴롭혔는 걸요. 그것보다 다음에는 언제 할래요?”

“에, 에일렌이 있는데서 그런 이야기는 금지!”

“푸훗, 알았어요. 그럼 출발할게요.”

“아, 아으으으……. 네에에.”

미스트의 능글맞은 웃음에 얼굴을 붉히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에일렌을 바라보는 레이시.

당연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에일렌은 레이시가 자기를 바라보자 그저 좋다는 듯 옹알이를 하면서 계속해서 레이시를 마망이라고 불렀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에일렌에게 작게 사과했다.

……알아들었을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마음은 편해지니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못난 엄마를 용서해달라면서 에일렌의 뺨을 쓰다듬다가 엘라가 자기 앞에서 책을 읽고 있자 이번에 가는 도시는 어떤 특색을 지니고 있는지 물어봤다.

“응? 특색?”

“네.”

“으으음~, 기대하던 중에 이런 말 하기에는 조금 미안한데, 이번에 갈 도시는 그런 특색있는 도시가 아닌 걸?”

“으응, 그래요?”

“응. 애초에 특색이라는 건 다른 도시와 차이가 있어서 특색이라고 말하는 건데 모든 도시가 그러면 조금 이상하잖아?”

“우우웅……,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엘라의 말에 전생을 떠올려보는 레이시.

충주 사과, 무주 사과, 청송 사과, 밀양 사과…….

한국의 특산물지도에서 봤었던 수많은 사과들을 보고 특산물로 내세워도 되냐고 생각했었던 과거의 기억에 레이시는 확실히 그건 그렇다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머릿속에서 뭔가 떠올리듯 고민하다가 마부석과 연결된 창문을 열고 미스트에게 말을 걸었다.

“미스트, 왕궁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우리가 가는 도시 출신이 있지 않았어?”

“네, 있죠. 도서관의 미술 파트 담당……, 그중에서도 유화 담당이 저희가 가는 도시 출신의 사람이었죠. 유화를 그리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다지 실력은 좋은 편이 아니라서 시종들이 머무는 저택에 거는 유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저번에 그린 그림은 도서관 발코니에서 바라봤을 때의 왕궁의 풍경이었죠.”

“에……, 그걸 다 외우고 계세요?”

“엘라 공주님께 해가 될지도 모르니까 일단 왕궁 안에서 꾸준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적 사항은 전부 외우고 있어요. 그리고 약점도요.”

“…….”

무서워…….

태연하게 대답하는 미스트의 모습에 레이시는 등과 배가 찜질팩과 에일렌 덕분에 따뜻함에도 불구하고 한기를 느끼며 부르르 떨었고, 미스트는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몰래 처리하고 있다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장난기 섞인 목소리.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목소리에 어색하게 웃다가 조심스럽게 농담이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아무런 말 없이 마차를 몰았다.

“……농담 맞죠?”

“글쎄요?”

“으으으…….”

미스트의 대답에 앓는 소리를 내다가 고개를 푹 숙이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이내 미스트를 보면서 도시의 특산물을 미술로 봐도 괜찮겠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엘라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더니 그건 아니라고 말했다.

“아무리 봐도 그 사람의 재능은 평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거든요.”

“그렇다네. 뭐, 조금만 머물다 가면 되니까, 놀지 말고 그냥 있자.”

“네에에.”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에일렌을 바라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에일렌과 손장난을 치다가 자꾸만 에일렌의 뒤로 쓰러지려고 하자 엘라에게 포대기가 있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수납장에서 포대기를 꺼내주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포대기를 앞으로 메고 에일렌을 안아주었고, 에일렌은 가만히 있어도 뒤로 넘어가지 않자 기분이 좋다는 듯 레이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기 시작했다.

“기분 좋아요오오?”

“으뷰!”

“푸훗. 귀여워…….”

에일렌의 대답에 작게 웃다가 에일렌의 볼을 콕콕 찔러주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키득 웃다가 읽던 책을 마저 읽으면서 앞으로 갈 도시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자, 레이시 일행은 무사히 도시에 도착했고, 레이시는 이제는 봐도 놀랍지 않은 성벽을 보면서 능숙하게 신분증을 제시했다.

“커흡! 와, 왕가……! 실례했습니다! 금방 영주님을 모셔오겠습니다!”

“아뇨, 저희가 찾아뵈려고요. 괜찮을까요?”

“여쭈어보고 오겠습니다!”

레이시의 말에 거의 넘어질 듯이 달려가는 경비병.

레이시는 그런 경비병의 모습에 쓰게 웃다가 잠시 후 돌아오는 경비병의 호위를 받으면서 마차를 몰았고, 저택에 도착하자 버선발로 나온 영주가 레이시를 맞이했다.

“레이시 루피너스 남작님! 반갑습니다! 저는 엔트라 피투이 백작입니다! 이번에 저희 도시 피투이에 오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백작님. 이번에는 엘라 공주님께서 현금을 보충하기 위해서 피투이를 방문하셨고, 보석과 현금을 거래하기를 바랍니다.”

“어서오시죠! 가능한 많은 현금을 확보해두었습니다!”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레이시가 작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엘라의 약혼자이기 때문인지 상급자를 대하는 태도로 대하는 백작.

레이시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자기가 아무것도 안 했음에도 벌벌 기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백작을 바라봤고, 백작은 그런 레이시의 웃음에 똑같이 어색하게 웃다가 레이시의 마차를 마굿간까지 안내했다.

그러자 문을 열고 나오는 엘라.

백작은 엘라가 나오자 침을 꿀꺽 삼키면서 고개를 꾸벅 숙였고, 엘라는 백작의 인사에 대충 손을 흔들어 백작을 일으켜 세웠고, 이내 몇 가지 보석을 보여주었다.

“이 보석들을 팔고 싶다. 이건 왕궁의 보석 세공사가 검증했다는 증명서다.”

“보석 세공사와 은행인을 불러오겠습니다! 잠시 차를 마시며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지.”

검증서를 보고도 거래이니 확실히 하겠다고 말하는 백작.

엘라는 백작의 말에 그게 옳다면서 고개를 끄덕인 다음 레이시와 아샤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고, 레이시는 미스트와 미네르바에게 에일렌을 부탁한다면서 두 사람의 볼에 입을 맞추고 저택으로 들어갔다.

꽤 비싸 보이는 장식품이 많은 복도를 지나 응접실에 들어간 레이시는 눈을 깜빡이다가 창문 밖을 바라봤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걸 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름에는 축제가 많이 열리나 보네요. 저 사람들, 뭔가 꾸미고 있어요.”

“응? 음, 야시장을 준비하는 거 같네.”

하지만 뭔가 평소에 하는 일을 하는 느낌은 아니었기에 레이시는 축제라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고, 엘라는 도시를 한 번 훑더니 야시장을 열 준비를 하는 거라고 곧바로 파악하더니 오랜만에 데이트라도 하겠냐고 물어봤다.

“에일렌은 미스트에게 맡기고.”

“그러면 미안하잖아요.”

“괜찮아. 다음에는 미스트랑 하면 되지. 그렇게 번갈아가면서 하고 낮에는 에일렌을 돌봐주고. 그러면 괜찮겠지?”

“으으으응…….”

엘라의 말에 고민하듯 눈을 연신 깜빡이는 레이시.

하지만 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레이시는 배시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엘라는 레이시의 대답에 싱긋 웃다가 돈을 들고 올 백작을 기다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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