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9화 〉 대형 지렁이를 사육하는 방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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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통과 진을 도와주고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애초에 수박으로 만들 요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제외하면 아무런 할 일도 없었던 레이시 일행은 합법적인 휴가에 배시시 웃으면서 각자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에일렌~ 마망 좋아?”
“아우!”
레이시는 2시간은 하양이와 논 다음 에일렌과 시간을 보내고, 에일렌이 지쳐서 잠들면 나비와 노는 식으로 서로 교대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엘라는 레이시와 에일렌이 노는 걸 귀엽다는 듯 바라보면서 미뤄뒀던 독서를 처리하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요리 품목을 생각하는 것도 질렸는지 레이시와 에일렌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아샤는 몸이 둔해지면 안 된다면서 미네르바와 가볍게 격투 단련을 하고 있었고, 미네르바는 아샤와 운동한 다음에는 적당히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레이시에게 안겨서 씻겨달라며 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샤는 그런 미네르바를 보고 한숨을 내쉬면서도 부럽다는 얼굴로 쳐다봤고, 엘라는 그런 아샤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샤워실이 좁아서 안 됐다며 아샤를 놀렸다.
“그나저나 슬슬 군인분들이 오시겠네요.”
“그렇겠지? 그럼 진짜 할 일 없는거야.”
“지금도 없잖아요.”
지금도 마차 안에서 시간을 죽일 뿐인데 군인이 온다고 해서 뭔가 달라지겠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눈을 깜빡이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였고, 레이시는 엘라의 반응에 혀를 빼꼼 내밀면서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자 웃음을 터트리다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엘라.
엘라는 마차의 문을 활짝 열고 마차의 입구에 걸터앉아 엉하니 여름날의 햇빛을 만끽하고 있었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에일렌의 손을 잡아주고 걷는 시늉을 도와주면서 엘라의 곁에 다가갔다.
“에일렌~ 엘라 엄마다~. 안아달라고 해봐~.”
“아직 말 못하잖아.”
“에이~, 어느 순간 말할 수도 있잖아요. 몸은 한 살 정도가 됐다면서요? 그럼 갑자기 마망~이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오~.”
엘라의 말에 투정을 부리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투정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레이시의 손가락을 꽉 쥐고 있는 에일렌을 안아주었다.
조금은 어색했던 처음과 달리 이제 꽤 자연스럽게 에일렌을 안아드는 엘라.
에일렌도 엘라의 포옹이 편한지 나름 자세를 잡고서 엘라에게 안겼고, 레이시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배시시 웃다가 하늘 위에서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들어 손을 펼쳤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닿는 부드러운 손바닥.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손이 보이자 그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다가 재주 좋게 허공에서 몸을 틀면서 바닥에 착지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착지에 박수를 쳐주다가 마차 안의 시계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라고 말하기에는 이렇게 지낸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직 하늘을 산책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인데 왜 벌써 돌아온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미네르바의 뺨을 쓰다듬어주자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궁금즘을 해결해주겠다면서 자기가 날아온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병사들이 있다. 엘라가 보여준 깃발을 들고 있는 군대다. 220명이었다.”
10열 종대로 몰려오고 있었다면서 말하는 미네르바.
엘라는 미네르바의 말에 에일렌을 좀 더 안고 있고 싶다면서 투덜거리다가 아샤를 바라봤고, 아샤는 엘라의 시선에 한숨을 내쉬다가 자기가 가겠다고 말했다.
“문장이랑 깃발 내놔.”
“여기.”
“칫.”
엘라의 문장을 받아들더니 혀를 차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반응에 자기도 가겠다면서 손을 들었고, 아샤는 잠시 고민하다가 확실히 레이시가 있는 게 낫겠다면서 하양이를 타고 오겠냐고 물어봤다.
“나비를 타고 가면 또 다들 쫄 거니까.”
“아하하하……. 그렇겠네요.”
“그럼 출발할까?”
“네!”
“나도 가겠다, 주인.”
“네에~, 잘 부탁할게요. 미네르바.”
아샤의 말에 낮잠을 자고 있는 나비의 배를 마구 쓰다듬어준 다음 이마에 뺨을 비비는 레이시.
나비는 레이시가 자기를 타주지 않는다는 것에 불만스러운 듯 몸을 뒹굴다가 레이시의 손길에 배를 까고 갸르릉거리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나비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더 웃다가 하양이에게 다가가서 당근과 옥수수, 소금을 입에 넣어주었다.
그러자 입을 우물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하양이.
레이시는 하양이에게 조금만 부탁한다며 하양이를 달래다가 하양이의 등 위에 올라탔고, 하양이는 레이시가 자기 위에 올라타자 고삐를 잡은 아샤의 리드에 맞춰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자 저 멀리 지평선에서 보이는 군대.
레이시는 아샤에게 군인들이 보인다고 말해주었고, 아샤는 레이시의 말에 깃발을 잡고 크게 흔들기 시작했다.
돌돌 말려 있던 부분이 풀리자 꽤 크게 펄럭이는 깃발.
레이시는 그 깃발을 보고 멋지다고 생각하면서 군대의 반응을 살펴봤고, 이내 군대의 행진 속도가 조금 빨라지자 움찔 떨면서 아샤에게 그것을 말해주었다.
그러자 아샤는 레이시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진정시켜주기 시작했다.
“공격하는 게 아냐. 우리를 보고 달려오는 거야. 그전까지는 대충 오는 거고.”
“네? 왜요?”
“너는 한 나라의 왕족이 정당한 방법을 통해 자기 부대를 호출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 당연히 뛰어와야지. 군대는 원래 그런 곳이야.”
연극이나 영화를 보면 나라를 위해서 왕족의 명령을 무시하고 움직이는 군인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극이니까 나올 수 있는 캐릭터.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어딘가의 공작이나 왕족과의 연줄이 없으면 의견도 제시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하고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있는 힘껏 노력한다.
그게 군대고, 지금 저 사람들은 엘라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일부러 속도를 높이고 절도있게 움직이는 거다.
그렇게 말하자 레이시는 긴장하던 걸 멈추고 어색하게 웃었고, 아샤는 군대가 다가오자 어깨를 으쓱이면서 군대에게 다가갔다.
“충성! 남방군 망치와 낫 공병부대의 제 11중대, 12중대. 엘라 파우스트 오라토리엄 공주님의 명을 받고 소환되었습니다!”
“엘라 파우스트 오라토리엄 공주의 기사 아샤다. 명령은 이미 들었겠지만, 두 마을을 연결하고 가운데로 수로를 파서 사람들의 배설물을 구덩이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면 된다. 지휘관의 판단에 중대에 추가 지원을 요청해도 된다는 공주님의 명령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이번 일은 2달 내로 하면 된다. 다만 축제가 2주 뒤라는 군.”
“……지, 지원을 요청하겠습니다!”
“흠, 판단이 빠르군.”
중대를 지휘하는 군인의 말에 칭찬을 해주다가 레이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어보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질문에 눈을 깜빡이다가 하양이의 등에서 내려와 군인에게 다가갔고, 군인은 레이시의 얼굴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안녕하세요. 엘라 파우스트 오라토리엄 공주님의 전속 메이드인 레이시 루피너스 남작입니다. 이번에 엘라 공주님의 명령을 받고 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에일렌에게 맛있는 수박을 먹여주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즐거워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무리했네요. 안 다치게 조심해서 일해주세요.”
레이시의 말에 엘라가 무리했다고 말하는 거냐면서 따질지 말지 고민하는 병사.
아샤는 병사의 표정에서 그런 망설임을 눈치챈 건지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레이시는 에일렌 아가씨의 어머니시다.”
“커흑!? 아, 아닙니다! 저희는 오라토리엄 왕국의 병사! 국민을 도와주기 위한 병사! 이것은 저희의 보람입니다! 격려, 감사합니다!”
아까와는 정반대의 의미로 침을 삼키면서 경례하는 병사.
레이시는 병사의 경례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경례를 받아주다가 테이머가 있는지 물어봤고, 병사는 출발하기 전 이주 희망을 받은 퇴역 모험가를 데리고 나와 소개해주었다.
“이 자가 이주를 희망하는 퇴역 모험가입니다!”
50대의 마른 남자.
한쪽 다리를 다쳤는지 남자는 걷는 게 조금 부자연스러웠고, 레이시는 그런 남자의 모습에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환하게 웃으면서 자기와 웜이 있는 곳으로 가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발걸음을 옮기는 남자.
레이시는 남자를 하양이의 등에 올라타라고 말했지만, 남자는 아샤와 미네르바를 보고는 고개를 다급하게 저었다.
“저, 저는 재활훈련 중이라 오래 걸어다녀야 합니다!”
“그래요? 그래도 무리하지는 말아주세요. 오늘은 바쁘실 거잖아요? 아, 이쪽이에요.”
촌장 및 마을 사람들과의 대화, 집을 배정받고 영주님과 알현하고 임금 협상을 하고…….
레이시는 테이머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고는 테이머를 걱정하다가 웜이 있는 곳으로 갔고, 테이머는 깊이 10m의 구덩이를 보고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으응? 왜 그러세요?”
“아, 아뇨. 이렇게 인위적이고 깊은 구덩이는 처음 봐서…….”
비료를 흘려보내기 위한 경사로는 마을 사람들이 만들었다.
그건 보자마자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마치 칼로 자른 듯 깔끔하게 파진 구덩이를 보자 테이머는 엘라의 이명을 떠올리며 침을 꿀꺽 삼켰고, 레이시는 그런 테이머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깊은 구덩이라서 겁을 먹은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가장 무서움을 느낀다는 높이와 얼추 비슷한 10m 깊이의 구덩이니까.
거기에다가 웜도 있으니 무서울만도 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웜의 여왕을 불러냈고, 웜의 여왕은 레이시의 사념파에 땅과 배설물을 고르게 섞다말고 머리를 드러냈다.
[호출, 응답했다.]
“안녕하세요~. 음, 그러니까 이 사람은 이 마을에 상주하면서 당신들에게 먹이와 보금자리, 약 같은 걸 제공할 테이머에요. 대화 할 수 있을까요?”
레이시는 웜의 여왕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면서 옆에 있던 테이머에 대해서 말해주었고, 웜의 여왕은 레이시의 옆에 있는 테이머를 바라보더니 레이시의 요청이 불가하다고 대답했다.
[인간, 두려움. 나. 교류, 불가능.]
“으응?”
[불가능.]
두려워한다니……? 웜을?
장소가 문제인가 싶었지만, 테이머의 얼굴은 웜의 말대로 공포를 느끼는 얼굴로 변해있었고 레이시는 그런 테이머의 표정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테이머를 데리고 장소를 옮겼다.
그런 다음 왜 웜을 무서워하는 거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병사들에게 설명을 듣고 이주를 희망했을 테니 벌레를 무서워하는 건 아닐 거고…….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테이머에게 물을 건네주고 테이머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고, 테이머는 레이시가 화를 내지 않자 안심하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저 개체는 여왕입니까?”
“네. 귀여운 아이인데요?”
덩치가 크고 배설물을 먹는다는 사실 때문에 더러워 보이기는 해도 만나러 오기 전에는 흙으로 1차, 지하수로 2차로 몸을 깨끗하게 씻고 오는 착한 아이다.
레이시가 그렇게 말하자 테이머는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그런 테이머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테이머를 바라봤다.
“여, 여왕 개체를 어떻게 테이밍 합니까!?”
“네? 못……하는 건가요?”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여왕 개체는 다른 개체보다 마력도 많고 에고가 강하기 때문에 테이머의 마력과 정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안 되려면 여왕보다 격이 높아야 하는데 대부분은 그렇지 못합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40~50명분의 정신력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단 말입니다!”
“……에에에?”
40~50명분?
나는 그렇게 못하는데도 되던데……?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웜의 여왕이 정신력이 약한 자신을 배려해서 사념을 보내줄 정도로 착하니까 어떻게든 사랑으로 접근하면 된다고 말했고, 테이머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황당하다는 얼굴로 레이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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