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8화 〉 대형 지렁이를 사육하는 방법2
* * *
이게 왜 되는 거지?
웜의 여왕이 사념파로 자기에게 말을 걸자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눈을 깜빡였다.
시도한다고 해봐도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 한 건데…….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눈을 깜빡이다가 엘라가 자기를 보고 키득키득 웃고 있자 정신을 차리고 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저……, 웜이 많아서 그런데 따로 어느 한 곳에서 살 수 있을까요?”
[식량 부족.]
“식량을 해결할 수 있다면요?”
[가능.]
“된대요!”
“그래? 수고했어.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식량은……, 그거지?”
“……그, 네.”
대체 동물의 배설물을 왜 먹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웜을 보면서 배설물을 먹는 이유를 물어봤고, 웜은 몸을 비틀더니 이미 소화된 음식이라 피부로 흡수하기 쉬워서 그렇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잠시만 기다려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엘라에게 웜의 사육장을 기르기로 한 곳으로 가보자고 말했고, 엘라는 물을 만들어 레이시의 손을 씻겨준 다음 레이시를 하양이 위에 태웠다.
그리고 하양이의 등을 타고 레이시를 데리고 예비 사육장으로 갔고, 엘라는 꽤 땅의 질이 좋다면서 땅을 두들기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여기에 배설물을 쌓아두기에는 땅이 너무 평탄한걸. 냄새가 안 나게 묻으려면 한 5~6m는 파야 하는데…….”
“에……, 어떻게 하죠? 공병 분들은 언제 오신대요?”
“지금 출발했으니까 3~4일 뒤?”
“그 때까지 마냥 있으면 사람들이 불안해할 거 같은데…….”
“응? 3~4일이나 왜 마냥 기다려?”
“네? 하지만 저희가 5~6m깊이로 땅을 팔 수가 없잖아요.”
“있는데?”
“……네?”
레이시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어깨를 으쓱이면서 나무 막대기로 땅을 긋는 엘라.
영역을 표시하는 건지 엘라는 한 변의 길이가 10m정도 되는 커다란 사각형을 만들었고, 레이시가 의아하다는 듯 자기를 쳐다보자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라면서 싱긋 웃다가 손가락을 가리키고 마법을 사용했다.
“흑마법 제 3위계. 지면 폭파.”
힘조절을 하는 건지 최대한 힘을 빼고 있다는 듯 기묘하게 기합을 넣으면서도 축 늘어지는 목소리로 마법을 사용하는 엘라.
그러자 지면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더니 쿠르릉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각형으로 표시한 부분이 부드럽게 무너지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 모습을 보고 작게 감탄하면서 박수치기 시작했다.
“어휴, 힘들어라.”
“되게 힘 빼고 하던 걸요?”
“그야 그렇지. 흑마법은 공격용 마법이니까 대충 힘 조절하고 쏘면 흙이 머리 위로 튀어 올라 더러워지거든.”
“아, 그래요?”
“응, 저렇게 돼.”
손가락을 튕겨 영창을 생략하고 지면 폭파를 다시 한번 더 사용하는 엘라.
이번에는 범위를 매우 좁게 해서 한 변의 길이가 5cm 정도 되는 지면을 터트렸고, 레이시는 과학 시간에 봤었던 나트륨 반응 같은 모습에 작게 감탄했다.
“멋지다아~.”
“푸훗. 그래? 하여튼 이러면 사육장의 준비는 됐고……, 사람들을 시켜서 배설물을 여기에다 모으라고 시켜야겠네.”
“…….”
“레이시는 안 시킬 거야.”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힘들겠다 싶어서요.”
“뭐, 비료 중에 가장 만들기 쉬운게 사람의 배설물로 만든 거니까 농부들은 익숙할 거야.”
엘라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영주님에게 가자고 말하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명령을 내리러 가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엘라를 하양이의 등 뒤로 태우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처음에 두 사람이 있었던 저택은 아무래도 진의 저택이었는지 저택으로 돌아가자 진이 두 사람을 반겨주었고, 엘라는 진에게 웜과 대화를 나누는 것에 성공했고 이제 웜에게 줄 배설물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려서 한 곳으로 옮기겠다고 말하는 진.
엘라는 진의 대답에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달라고 말한 다음 레이시에게 웜에게도 말하자면서 다시 발걸음을 옮겼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웜에게 돌아가면서 이럴 거면 진에게 가기 전에 웜의 여왕에게 말해두는 게 낫지 않냐고 물어봤다.
“먹이를 만들어주는 움직임도 없는데 말만으로 사람을 믿을 정도로 야생동물은 호락호락하지 않아.”
“그건……, 그렇겠네요.”
사람도 그런데 야생동물이라면 오죽할까?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웜의 여왕을 설득할 말을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옮겼고, 웜의 여왕과 다시 한번 대화한 레이시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웜의 여왕을 설득할 준비를 시작했다.
[좋다. 이주. 한다.]
“……네?”
[믿는다. 너.]
“가, 감사해요……?”
그리고 너무 쉽게 허락의 말이 떨어지자 레이시는 다소 당황한 얼굴로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시선에 어깨를 으쓱이다가 사념파로 대화하면 감정까지 전해져서 그렇다고 말해주었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사념파를 날리면 대부분 기겁하고 기절하던데. 레이시는 착해서 그러려나.”
“엘라도 착하잖아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레이시의 칭찬에 히죽 웃으면서 착하다는 말을 곱씹어보는 엘라.
그러다가 엘라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면서 레이시에게 우선 웜을 다른 곳으로 옮겨두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웜의 여왕에게 다른 곳으로 와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땅으로 들어가서 다른 웜들을 불러들이는 여왕.
레이시는 그 모습을 보고 살짝 기겁했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은 다음에 엘라가 파놓은 구덩이로 웜들을 안내했고, 웜들은 갑자기 구덩이가 나오자 구덩이 아래로 떨어졌다가 금방 몸을 꿈틀거리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다시 한번 움찔 떨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조금 있으면 사람들이 배설물을 떨어트려 줄 거라고 말했고,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말처럼 소달구지에 나무통을 들고 온 사람들이 하나 둘씩 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복면을 한 채 걷고 있는 걸 보면 아마도…….
거기까지 생각한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엘라의 소매를 잡아당겼고, 엘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차로 돌아가서 아샤와 미스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미스트, 탈취마법 부탁해.”
“네, 알겠습니다.”
마차에 들어가기 전에 에일렌이 나쁜 냄새를 맡지 않도록 냄새를 처리하는 엘라와 레이시.
그렇게 냄새를 처리한 두 사람은 같이 샤워실에 들어가서 몸을 가볍게 씻고 나왔고, 미스트는 그런 두 사람에게 일은 잘 처리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엘라.
“나름 일은 잘 처리됐어. 웜도 내가 사념파를 날릴 때랑 다르게 레이시의 마음을 잘 받아주더라고.”
“그렇군요. 수고하셨습니다. 레이시도 수고하셨어요.”
“에헤헤, 에일렌은 잘 있었어요?”
“응, 잘 자던…….”
“흐에에에에엥!”
“아까까지만 해도 잘 잤어.”
“아, 아마 제가 온 걸 알고 우는 걸 거예요.”
“그래……. 이유식 먹고 잤으니까 배가 고픈 건 아닐 거야. 기저귀도 갈은지 1시간 밖에 안 됐고.”
떨떠름한 얼굴로 레이시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설명에 수고했다며 작게 웃다가 울기 시작하는 에일렌을 안아들고 에일렌을 달래주기 시작했다.
“자, 에일렌,마망 왔어요. 에헤헤, 외로웠어요?”
어떻게 아는 건지 모르겠지만, 신기할 정도로 자기를 구별한다면서 배시시 웃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작게 웃다가 에일렌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어주었고 이제 자기가 할 일은 축제를 즐기는 것만 남았다고 말해주었다.
“공병 부대가 오면 다른 일을 하기도 해야 할 거 같은데, 그건 나 혼자서 해결하면 되는 일이니까 딱히 일이 새로 생기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 여기에서 끝! 우리가 할 일은 두 귀족의 사이를 중재하고 도시 이름이 정해지는 걸 보는 게 다일 거야.”
“그렇구나. 그럼 이제부터…….”
“노는 거지. 어차피 여기는 가을까지 시간을 떼우기 위해서 왔으니까. 사람을 도와주는 건 반쯤 취미지.”
“아하하……. 그럼 수박 농장 보러 갈까요? 도로만 어떻게 되면 축제를 열 수 있다는 걸 보면 농장은 멀쩡한 거 같은데…….”
“음, 확실히 그렇겠네. 그럼 나중에 농장에 구경나가보자. 미네르바는 어디에 있어?”
“미네르바는 나비와 함께 한 번 순찰을 돌았는데 아직 안심 못하겠다며 한 번 더 순찰을 나갔어요. 아마 10분이나 20분 정도가 지나면 돌아올 거예요.”
“그렇구나.”
“그나저나 공주님.”
“응? 왜?”
“웜과의 거래를 끝낸 건 좋은데 그 이후의 일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지속적으로 웜을 관리할 거면 테이머가 필요할 거 같은데…….”
“에에, 거기까지 내가 처리해줘야 해? 그 정도는 귀족이라면 알아서 해야지.”
“귀띔이라도 해주시는 게 좋을 거예요.”
“……쯧, 알았어.”
미스트의 말에 귀찮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다가 한숨을 내쉬는 엘라.
엘라는 아샤에게 따라오라고 말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고, 레이시는 그 모습에 어느새 울음을 그친 에일렌의 손을 잡고 엘라를 배웅해주었다.
그러자 때 맞춰서 들어오는 미네르바.
미스트의 말보다 조금 일찍 들어온 미네르바의 모습에 레이시는 수고했다며 볼에 입을 맞췄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입맞춤에 눈을 깜빡거리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샤워실에 들어가 땀을 씻어냈다.
그런 다음 미네르바는 주변에는 사슴과 늑대, 그리고 멧돼지와 고블린 정도만 있고 고블린은 레이시에게 위험이 될 수 있으니 처리했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보고에 수고했다면서 꽉 안아주었다.
그러자 눈을 가늘게 뜨면서 에일렌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부비적거리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와 에일렌을 같이 안아주면서 어색하게 웃다가 미네르바에게 엘라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주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엘라의 편을 들어주었다.
“이 정도로 봐줬으면 다루는 것자체는 그들이 알아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안 그러면 엘라에게 매달리게 될 거다.”
“그런가요?”
“그렇다. 약자는 도와주면 쭉 그걸 바라게 되니까.”
미네르바는 자기의 가족이 그랬다면서 가볍게 혀를 찼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말에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고 싶다고 말해주었다.
“어차피 저희는 축제가 끝나면 갈 거 잖아요. 그러니까 그 때까지만 도와줘요. 네?”
“……흐응, 알았다. 대신 떠날 땐 깔끔하게 떠나는 거다.”
“네, 그럴게요.”
미네르바의 말에 싱긋 웃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웃음에 에일렌의 뺨을 콕콕 찌르다가 에일렌의 볼에 레이시가 하는 것처럼 입을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멍하니 밖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양을 얼마만큼 옮기라고 말하지 않아서 일까?
사람들은 연달아 소달구지에 헛간에서 꺼낸 것들을 옮기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 모습에 얼마나 옮길까 싶어서 쓰게 웃기 시작했다.
“아마 엘라 공주님이 만든 구덩이의 절반 정도는 채우지 않을까요?”
“10m 정도 팠는데요? 깊이도 10m고.”
“네. 그러니까요. 두 마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배설물을 모으면 저 정도는 금방 메울 걸요? 그리고 웜의 소화력을 생각해본다면 흙과 배설물을 섞어서 처리하는 것도 금방일 거고…….”
“으으응…….”
미스트의 말에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작게 웃으면서 더러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자면서 에일렌과 함께 먹을 수박이나 생각하자고 말했다.
“우선 날로 먹어도 맛있겠지만, 살사 소스라도 만들어볼까요? 고기랑 같이 먹으면 맛있을 거예요.”
“와아~.”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웜에 대한 걸 잊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작게 웃으면서 수박으로 할 수 있는 요리를 설명해주며 어떤 게 좋냐고 계속해서 물어보았다.
* * *